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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스페셜] 아이디어를 행동으로…제주 청소년 6개 동아리의 ‘5개월 도전’

제주 청소년들이 동아리 활동을 통해 지역과 사람을 만나고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직접 실천으로 옮겼습니다. ‘2025 청소년 동아리 스타트업 페스티벌’은 학생들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역할을 나누며 약 5개월 동안 각자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마련됐습니다. 애월고등학교 소셜록 동아리는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어르신들을 만나 삶과 손맛을 기록하고, 마을 곳곳을 탐방하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이야기책 만들기에 나섰습니다. 학생들은 어르신들의 특별한 레시피를 듣고 기록하는 한편, 마을의 상징인 팽나무와 내천, 리사무소 등을 찾아 고내리의 역사와 이야기를 살폈습니다. 삼성여자고등학교 세계시민반은 서귀포의 고유한 노지 문화를 알리기 위해 제주 과즐을 직접 만들고, 이중섭이 머물렀던 초가집과 서귀포 관광극장, 매일올레시장 등을 탐방했습니다. 남녕고등학교 광고 동아리와 연극 동아리로 구성된 온누리&한우리팀은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알리는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학생들은 대본과 분장, 소품 등을 직접 고민하고 준비했으며, 야외와 늦은 시간까지 연기와 촬영을 이어갔습니다. 대정청소년수련관의 티옥수수 동아리는 제주를 알리는 이모티콘을 만들고 테왁과 유채꽃 등 제주를 소재로 한 캐릭터를 제작했습니다. 직접 만든 캐릭터를 활용한 페이스 페인팅과 슈링클스 키링 만들기 등의 체험 부스를 운영하고, 남방큰돌고래를 지키자는 마음을 담은 작품도 선보였습니다. 신창중학교 하이파이브 동아리는 신창포구에서 플로깅을 하며 해양 쓰레기의 현실을 살펴보고, 직접 만든 키링으로 교내 플리마켓도 열었습니다. 플리마켓에서 모은 42만 7천 원은 전액 서부종합사회복지관에 기부했습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제주청소년모임인 ‘세제모’는 직접 배를 타고 선박 모니터링 활동을 진행하며 안전 문제를 살폈습니다. 학생들은 현장에서 이전보다 나아진 부분과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점을 확인하고, 안전을 지키기 위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나눴습니다. 이들은 팽목항에서 함께 연대하는 시간을 가지며 안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했습니다. 지난 12월 21일에는 참여 동아리들이 JIBS 방송국에 모여 5개월 동안 진행한 활동과 성과를 발표했습니다. 남녕고 온누리&한우리, 삼성여고 세계시민반, 세제모, 애월고 소셜록, 신창중 하이파이브, 대정청소년수련관 티옥수수까지 6개 팀이 각자의 프로젝트 결과물을 선보였습니다. 이 가운데 선박 안전지도 제작을 목표로 활동한 세제모가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학생들은 서로 다른 자리에서 출발했지만 지역과 사람을 만나며 아이디어를 실제 활동으로 이어갔고, 함께 고민하고 끝까지 해낸 과정의 의미를 보여줬습니다.
이아영
2026.09.16 15:14

[테마스페셜] 아이부터 어른까지 배움이 이어진다…화천이 키우는 ‘교육의 꿈’

접경지역이자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화천이 교육을 통해 지역의 미래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 도시를 재건하는 과정에서도 가장 먼저 신경 쓴 것 가운데 하나가 학교를 짓는 일이었습니다. 화천은 지난해 아동 성장 관련 평가에서 강원도 1위를 했다는 설명도 나왔습니다. 화천 커뮤니티센터는 교육과 복지를 결합해 통합적인 돌봄을 제공하는 복합시설입니다.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교 1·2학년 92명을 대상으로 2층과 3층에서 7개 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원어민 교사와 담임교사가 2담임제로 학생들을 돌보며 영어 회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한자와 농구 등 다양한 수업도 진행합니다. 돌봄교실은 전액 무상으로 지원되며 간식비만 절반을 학부모가 부담합니다.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스터디카페형 공간도 마련돼 있으며, 일부 교육은 6개월에 10만 원 정도의 비용으로 제공된다는 설명도 나왔습니다. 수업을 마친 아이들의 이동을 위해 집 앞까지 운행하는 스마트 안심버스 ‘이음버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화천군이 처음 도입했으며 한 명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이용할 수 있습니다. 화천의 교육 지원은 지역 학생들이 더 큰 꿈을 꾸는 발판도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학생 129명이 미국과 캐나다, 영국, 스위스 등의 대학을 방문해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문제 해결 방법을 배우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선발하는 학습관에서는 서울의 유명 강사들을 초빙해 학생들을 기숙학교처럼 가르치고 있습니다. 화천이 교육에 10년 동안 공을 들인 결과 중학교 졸업생보다 고등학교 졸업생이 더 많아졌고, 다른 지역에서 화천으로 유학을 오는 학생들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지역의 교육 지원을 바탕으로 중국 상하이 복단대학교 입학을 앞둔 학생의 사례도 소개됐습니다. 이 학생은 화천군의 다양한 지원과 농어촌 전형 등을 고려해 큰 도시로 떠나는 대신 화천에 남아 공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화천군은 세계 100대 대학으로 해외 진학할 경우 학비와 기숙사비를 지원하는 제도를 전국 최초로 시행했다는 설명도 나왔습니다. 또 초등학교 5학년부터 해외 연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선발하고 항공료와 여행비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교육은 아이들에게만 머물지 않습니다. 화천 한옥학교에서는 대목반과 소목반을 운영하며 한옥 건축과 전통 가구·창호 제작 기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대목반은 6개월 동안 나무를 깎고 다듬어 집 한 채를 짓는 과정까지 배우고, 소목반은 4개월 동안 가구와 창호 제작 등을 익힙니다. 8개월 동안 파종부터 출하까지 농사의 전 과정을 배우는 현장 귀농학교와 폐교를 활용해 연기 수업과 마을 공연 등 예술교육을 진행하는 예술인학교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돌봄과 교육에서 청소년의 진학, 성인의 평생학습까지 이어지는 교육 환경은 화천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노경민
2026.09.04 15:17

[테마스페셜] 평화의 댐부터 산천어축제까지…화천이 달라졌다

군사와 안보의 도시로 인식돼 온 화천이 전쟁과 분단의 흔적을 평화와 관광의 자원으로 바꾸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화천의 평화의 댐은 높이 125m로, 26억 3,000만 톤의 물을 가둘 수 있는 규모로 소개됐습니다. 평화의 댐은 일반적인 댐과 달리 북한에서 내려오는 물을 막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물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1980년대 북한의 금강산댐 건설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됐으며, 당시 국민 모금을 통해 6개월 만에 689억 원의 성금이 모였습니다. 이후 국고 지원을 더해 총 1,700억 원을 들여 평화의 댐을 건설했다는 설명도 나왔습니다. 당시 금강산댐이 약 200억 톤의 물을 가둘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이후 감사원 조사에서는 실제 규모가 약 27억 톤으로 파악돼 당초 전망이 상당히 부풀려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됐습니다. 평화의 댐은 이후 북한에서 방류된 물을 막는 역할을 했으며, 2002년에는 댐 높이를 기존보다 45m 높이는 2단계 증축도 이뤄졌습니다. 과거 민통선 지역이었던 이 일대는 2025년 민통선이 풀리면서 검문이 완화되고 관광객들의 접근도 한층 자유로워졌습니다. 평화의 댐 인근에는 전쟁과 분단의 역사를 평화의 의미로 되새길 수 있는 ‘세계 평화의 종’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2009년 5월 만들어진 이 종에는 6·25전쟁 당시의 포탄과 탄피뿐 아니라 전쟁과 내란을 겪은 세계 36개국에서 보내온 포탄과 탄피가 사용됐습니다. 높이 5m, 폭 3m인 종은 통일이 이뤄지면 현재 떼어놓은 비둘기의 날개를 붙여 완성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타종 체험료는 6·25전쟁 당시 한국에 병력을 파병하고 전쟁 고아들을 도운 에티오피아에 연 2차례 장학금으로 전달되고 있다고 소개됐습니다. 1940년 만들어진 ‘꺼먹다리’ 역시 화천의 전쟁사를 보여주는 장소입니다. 검은 콜타르를 칠해 멀리서 검게 보인 데서 이름이 붙은 이 다리는 일제가 대륙 침략을 목적으로 화천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습니다. 6·25전쟁 당시에는 화천 수력발전소를 둘러싼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면서 꺼먹다리에도 전쟁의 상흔이 남았습니다. 화천시장에도 전쟁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화천시장은 1953년 피난민들이 모여 장사를 시작한 것이 오늘날 시장으로 이어졌으며, 산천어를 활용한 통조림과 어묵, 어간장 등 지역 특산품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특히 화천을 대표하는 산천어축제는 군사 지역과 각종 규제로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자구책으로 2003년 시작됐습니다. 축제 참가자가 낸 비용 가운데 일부를 농산물 상품권으로 돌려줘 관광객의 소비가 지역 농산물 판매로 이어지도록 하는 방식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산천어축제에는 매년 평균 100만 명이 찾고 있으며, 2026년에는 159만 명이 방문한 것으로 소개됐습니다. 이 가운데 10만 명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으로, 인구 약 2만 명의 화천에 지역 인구를 크게 웃도는 관광객이 몰리고 있습니다. 화천은 핀란드와 자매결연을 맺고 축제 기간 산타와 엘프가 참여하도록 하는 한편, 산타 우체국을 통해 핀란드로 편지를 보내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중국 하얼빈의 빙등 제작팀이 산천어축제 기간 화천을 찾아 조각상을 만드는 등 해외 교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겨울 산천어축제뿐 아니라 여름에는 지역 특산물인 토마토를 활용한 축제도 열리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은 전쟁과 안보의 흔적을 간직한 화천이 평화와 축제를 통해 사람들이 찾아오는 관광도시로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조명했습니다.
이아영
2026.08.26 14:36

[테마스페셜] 제조업 뿌리에서 딥테크까지…대전, 미래 산업도시로 도약

교통과 과학, 행정의 도시로 알려진 대전이 뿌리 제조업과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1970년대 초반 조성된 대전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자동차 부품과 상하수도 밸브 등 제조 기업들이 오랜 기간 지역 산업의 기반을 다져왔습니다. 볼트와 나사, 너트 등을 생산하며 출발한 J기업은 냉간단조 기술을 바탕으로 자동차 부품 전문 기업으로 성장했고, 자동화 설비와 차세대 표면 처리 기술도 도입하고 있습니다. 상하수도 밸브 분야의 S기업은 지역 대학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며 제품 개발과 해외 수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제조업과 함께 빵과 칼국수 등으로 알려진 대전의 식품 산업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더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2015년 대전 대학가에서 시작한 G기업은 육류 숙성 기술로 국내 특허 출원을 완료하고 정육식당을 프랜차이즈화해 전국 170여 개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전 기업의 업종 분포에서는 기계·장비와 화학제품, 식료품 등 제조업 분야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지역 경제의 기반을 이루고 있습니다. 오랜 제조 기술에 자동화와 스마트 시스템을 접목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전산업단지는 스마트에너지 플랫폼과 AI 기반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그린산업단지로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역 거점 국립대학과 공익 재단 등이 청년 인재 유출 문제를 줄이기 위해 학생과 지역 기업을 연결하는 ‘내일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산업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기업의 기술력과 제조 환경을 경험하고, 기업은 연구와 실무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인재 육성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중심으로는 자율주행 로봇과 바이오, 우주항공, AI 등 딥테크 기업들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로봇 기업은 물류 현장의 반복 이동 업무를 줄이고 다수의 로봇을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현장에서는 생산성이 2배 이상 향상됐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용해성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개발해 뷰티와 바이오·의료 분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미국 FDA 승인까지 획득한 기업도 소개됐습니다. 신동·둔곡지구에는 글로벌 바이오 기업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공급망 확대를 위한 생산센터 건립에 약 4천300억 원을 투자하는 등 첨단산업 기반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다만 지역 대학을 졸업하는 청년들이 수도권 취업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면서 기업들이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기술과 연구 성과를 투자와 기업 성장으로 빠르게 연결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습니다. 대전은 제조업의 축적된 기술과 대덕특구의 연구 역량, 산학연 협력을 바탕으로 뿌리 산업과 딥테크가 함께 성장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박종준
2026.08.12 14:15

[테마스페셜] 나무가 보내는 작은 신호…사람의 손길로 이어지는 생명

우리 가까이에 있는 나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의 상태와 계절의 변화를 알리고 있습니다. 도심에서는 나무 의사들이 가로수를 두드려 울림을 확인하고 센서로 음파 속도를 측정해 나무 내부를 살핍니다. 필요할 경우 가는 드릴로 미세한 구멍을 내 목재 밀도의 변화와 썩은 부위의 위치, 깊이도 확인합니다. 가로수를 자르지 않고 상태를 점검하는 이 과정은 아픈 나무를 빠르게 찾아내고 도심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작업입니다. 수백 년의 시간을 품은 천연기념물 정이품송과 서원리 소나무도 사람들의 관심과 관리 속에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정이품송을 관리하는 전문가들은 나무의 활력과 수형을 살피고, 상처 부위에 도포제를 발라 병원균이 침투하거나 상처가 덧나는 것을 막습니다. 영동의 포도밭에서는 반세기 넘게 농사를 지어온 박삼수 씨가 포도나무의 생장과 날씨를 살피며 순을 정리합니다. 포도꽃은 1년에 일주일 정도만 피며, 꽃이 진 자리에서 자라난 작은 포도알은 비와 바람, 햇살을 만나 약 90일 동안 성장합니다. 농부는 나무가 보내는 변화를 읽고 필요한 작업을 제때 이어가며 한 해의 결실을 준비합니다. 숲에서는 수목관리전문가인 아보리스트가 로프에 몸을 의지한 채 높은 나무에 올라 손상되거나 썩은 가지를 제거합니다. 아보리스트는 나무의 상태에 따라 위험목은 제거하고, 온전한 나무는 손상된 부분만 정리해 스스로 회복하도록 돕습니다. 도심의 반려식물병원에서는 시들거나 상태가 좋지 않은 식물을 가져온 시민들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습니다. 환경교육을 받은 시민들도 가로수 돌보미로 나서 일상에서 지나쳤던 나무의 변화와 아픔을 세심하게 살피고 있습니다. 나무 의사와 농부, 아보리스트와 시민들의 손길은 나무가 보내는 작은 신호를 알아차리고 사람과 나무가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는 과정입니다. 나무를 향한 관심과 돌봄이 이어질 때 우리 곁의 푸른 풍경도 오래도록 제자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박종준
2026.08.04 15:16

[테마스페셜] 한승헌, 시대를 변론한 변호사

한승헌 변호사는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학업을 이어가며 법조인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학비를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신문 배달과 여러 일을 병행했고, 어머니도 장사를 하며 아들의 공부를 뒷바라지했습니다. 한 변호사는 대학 재학 중이던 1957년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한 뒤 검사로 근무했습니다. 검사들이 선호하던 서울중앙지검에서 근무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스스로 사표를 냈습니다. 이후 변호사로 활동하며 정부의 탄압을 받던 시국사건과 인권사건의 변론을 맡기 시작했습니다. 변호사 개업 초기에는 소설 때문에 처벌받게 된 남정현 작가의 사건을 첫 시국사건으로 맡았습니다. 당시 정부와 대립하는 사건을 꺼리는 변호사들이 많았지만, 한 변호사는 어려운 처지에 놓인 피고인들의 요청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선거운동과 관련된 사건에서는 변론을 통해 1심 무죄 판결에 힘을 보탰습니다. 그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위원회 창립에 참여하며 국제적인 인권 연대 활동에도 나섰습니다. 유신체제 아래에서 인혁당과 민청학련 관련 사건의 변론에 참여했고, 사형을 선고받은 여정남의 변호도 맡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자신도 수감돼 있어 여정남의 죽음을 막지 못한 일을 평생 마음에 담아뒀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했습니다. 한 변호사는 사형제도를 비판하는 글로 반공법 위반 혐의를 받아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법정에서는 해당 글이 반공법 위반이 아니라 문학이자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증언이 이어졌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김지하 시인의 사건도 강하게 변호한 한 변호사는 이후 반공법 위반으로 변호사 활동을 이어갈 수 없게 되자 아내 명의로 출판사를 운영했습니다. 출판사 역시 정보기관의 감시를 받았지만, 그는 민주화 인사들과 교류하며 인권운동을 계속했습니다. 1987년 6월항쟁 이후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창립에 참여했습니다. 민변 현판의 글씨를 직접 쓰고, 변호사는 잘 먹고 잘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고생을 감수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뜻을 남겼습니다. 김대중 정부 출범 뒤 국회의원과 장관직 제안을 받았지만 이를 거절했고, 독립적 지위인 감사원장직은 수락했습니다. 전두환 정권 당시 권력으로부터 입을 다물라는 취지의 제안을 받았을 때도 쓴소리와 바른말을 멈출 수 없다며 거부했습니다. 한 변호사는 동학 기념사업과 전주국제영화제에도 참여하며 고향 전북을 위한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전주국제영화제 출범 당시 기업 후원을 이끌어내며 영화제가 자리 잡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그가 남긴 “자랑스럽게 살지는 못하더라도 부끄럽게 살지는 않겠습니다”라는 말은 그의 삶을 보여주는 문장으로 소개됐습니다. 유죄 판결을 예상하면서도 무죄를 확신하며 변론했던 그는 자신을 “지면서 이기는 변호사”라고 표현했습니다. 한승헌 변호사는 평생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법정 안팎에서 활동하며 ‘지면서 이기는 변호사’의 삶을 보여줬습니다.
이아영
2026.07.28 15:49

[테마스페셜] 제조업 수도 울산, 산업 AI 전환의 거점으로

인공지능이 일상과 업무의 보조 수단을 넘어 제조업 현장의 생산과 의사결정을 바꾸는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는 산업 현장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모아 학습하고, 이를 공장과 로봇, 각종 서비스에 적용하는 플랫폼 역할을 합니다. 특히 조선과 자동차, 석유화학 등 제조업 기반이 밀집한 울산은 산업용 AI를 실증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습니다. 산업용 AI와 무인화 공장은 세계적으로도 아직 본격적인 시작 단계인 만큼 선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에서도 휴머노이드와 디지털 트윈 등 제조업의 AI 전환 기술이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국내 조선업계는 실제 조선소와 같은 환경을 가상 공간에 구현하고 AI가 이를 학습하도록 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설계와 생산, 안전 등 조선소의 정보를 디지털화한 뒤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미래의 위험과 공정 상황을 예측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피지컬 AI와 로지컬 AI를 결합해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한 자율운영 조선소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제련과 금속 생산 현장에서도 자율주행 드론과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원료의 양과 상태,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현장 직원들이 사용하는 단말기와 각종 시스템에 작업 기록을 축적하면서 숙련 노동자의 경험과 노하우도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는 과거 조업 결과를 바탕으로 미래 상황을 예측하고, 신규 직원이 선배들의 노하우를 학습하는 데 활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산업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모이고 분석되기 위해서는 대규모 연산 장비와 저장·분석 기반을 갖춘 데이터센터가 필요합니다. 울산은 다양한 제조시설과 산업 데이터를 갖춘 데다 원전과 가스 발전소, 전력망 등 안정적인 에너지 기반도 확보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가 산업 현장과 가까이 들어서면 데이터 전송과 처리 속도를 높이고 기업의 연구개발과 공정 자동화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또 데이터센터 주변에 IT 기업과 솔루션 업체가 모이면 새로운 산업 생태계와 고소득 일자리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 버지니아주 북부에서는 데이터센터가 지방세 수입을 늘리고 관련 기술 기업과 인재를 끌어들이는 지역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반면 대규모 전력 소비와 주거지역과의 거리, 건축 허가 기준 등 주민과 산업 간의 갈등을 줄이기 위한 과제도 나타났습니다. 캐나다 몬트리올은 수력발전을 활용한 저탄소 전력과 서버에서 발생한 열을 인근 시설에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은 같은 지역에서 인재 양성과 기술 상용화를 연계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울산에서도 데이터센터와 제조업 현장을 연계하려면 기업의 핵심 공정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기술적 격리와 암호화, 상시 감시 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민감한 정보는 외부로 보내지 않고 공장 내부의 엣지 컴퓨팅에서 처리하며, 국가가 독립적인 AI와 데이터 기반을 관리하는 체계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산업 인프라 구축이 울산 제조업의 AI 전환을 앞당길 핵심 기반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노경민
2026.07.21 15:17

[테마스페셜] 제주개발공사, 물을 넘어 주거복지로…지속 가능한 제주를 그리다

제주개발공사가 창립 30주년을 맞아 먹는샘물 사업을 넘어 주거복지와 도시재생을 통한 지속 가능한 제주 만들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제주개발공사는 제주 지하수를 기반으로 성장해 지역을 대표하는 공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008년에는 먹는샘물 생산체제 70만 톤을 갖췄고, 올해 상반기에는 국내 생수시장 점유율 40%를 넘기며 시장 1위를 유지했습니다. 감귤 가공사업을 통해 농가를 지원하고, 판매 수익은 인재 육성과 환경보전, 사회공헌 등에 환원해 왔습니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자체 브랜드(PB) 생수의 성장으로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습니다. 개발공사는 순수익의 40% 이상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으며, 곶자왈 보전 기금 등 공익사업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먹는샘물 사업을 넘어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주거복지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행복주택 ‘마음에온’에서는 저렴한 임대료와 함께 건강관리, 문화활동, 교육, 일자리 등을 연계한 다양한 공동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스타트업 지원과 청년 주거, 고령층 돌봄 등 계층별 맞춤형 주거복지 모델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제주개발공사는 현재까지 2천100여 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했으며, 앞으로도 공급 방식을 다양화해 주택 공급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제주도는 내년까지 7천 호 규모의 공공주택 공급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소규모 주택정비사업과 원도심 재생, 농촌 마을 활성화 사업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화북2지구에는 친환경 스마트 공공주택 단지를 조성해 탄소중립형 주거환경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전문가들은 공공이 기반을 마련하고 민간과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 모델이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제주개발공사는 앞으로도 제주다운 주거복지와 도시재생을 통해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노경민
2026.07.07 15:19

[테마스페셜] 국악 트리오 ‘트리거’, 세 개의 현으로 유럽 무대에 한국의 울림 전하다

국악 트리오 ‘트리거’가 유럽 무대에서 가야금과 아쟁, 거문고로 우리 전통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였습니다. 트리거는 가야금 연주자 이송희, 아쟁 연주자 박필구, 거문고 연주자 최현정으로 구성된 국악 연주단체입니다. 이송희는 이번 유럽 투어에서 25줄로 제작된 25현 가야금을 사용해 공연을 펼쳤습니다. 박필구는 서로의 음악이 새로운 영감의 출발점이 되고, 그 울림이 다시 관객에게 전해지길 바라는 의미를 담아 팀 이름을 ‘트리거’로 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현정은 거문고가 해외에 유사한 악기가 없는 우리 고유의 현악기인 만큼 세계 무대에서 그 소리를 들려줄 수 있어 기대가 컸다고 말했습니다. 트리거의 첫 해외 공연은 크로아티아 바라주딘의 국립극장에서 열렸습니다. 박필구는 아쟁의 길고 깊은 음색이 크로아티아에서 느낀 여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고 전했습니다. 트리거는 전통 연주기법인 농현 등을 활용해 우리 국악만의 감성을 현지 관객들에게 전달했습니다. 공연은 현지 언론의 관심 속에 많은 관객이 찾으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 트리거는 이어 벨기에 겐트에서 열린 플란더스 페스티벌 개막 공연에 한국 대표로 초청돼 세 차례 공연을 펼쳤습니다. 약 5만 명이 찾는 축제에서 우리 국악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함께 세계 관객들에게 소개됐습니다. 이들은 이어 폴란드 비드고슈치와 카토비체에서도 공연을 이어가며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를 무대로 국악의 매력을 알렸습니다. 최현정은 거문고의 개방현과 술대를 활용한 연주를 통해 악기의 특징을 살린 무대를 선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의 점프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한 트리거는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를 대표하는 국악 단체로 세계 무대에서 우리 전통음악의 경쟁력을 보여줬습니다. 이어 국악의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조화롭게 담아낸 세 연주자의 도전은 세계를 잇는 새로운 음악의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노경민
2026.07.01 15:48

[테마스페셜] 떡살 문양에서 목조건축까지…전통을 오늘에 새기다

전통 떡살과 목조건축의 맥을 잇는 장인들의 이야기가 소개됐습니다. 목조각장 김규석 장인은 100년 이상 자란 감나무를 재료로 떡살을 만들며 전통 문양 연구에 평생을 바쳐왔습니다. 떡살은 떡에 문양을 새기는 도구로, 장수와 다산, 복을 기원하는 선조들의 소망을 담고 있습니다. 김 장인은 떡을 찍을 때 문양이 잘 새겨지고 쉽게 빠질 수 있도록 떡살의 곡선과 각도까지 세심하게 고려해 제작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깨진 유리나 도자기 조각을 활용하는 전통 방식으로 표면을 다듬으며 수작업 제작 원칙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풍속 조각가 이조철 선생에게 조각을 배우며 기술을 익혔고, 아들 역시 조각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김 장인은 이연채 여사가 남긴 자료를 바탕으로 30여 년 동안 연구를 이어오며 1300여 개의 떡살 문양을 정리했습니다. 특히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문양 자료를 공개하며 전통 문양의 확산에 힘쓰고 있습니다. 그는 전통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적 감각을 더한 새로운 떡살 개발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 장인은 우리 문양이 벽지와 포장지, 생활용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더욱 활용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국가무형유산 대목장인 김영성 장인은 전통 목조건축의 설계와 시공, 문화유산 보수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 장인은 건축물의 용도와 주변 환경, 비례와 균형을 고려해 전통 건축을 설계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국보와 보물 보수 현장에서는 수동 공구만을 사용하며 전통 기법을 최대한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송광사와 화엄사 등 다양한 문화유산 보수 현장에 참여하며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전통문화와 국가유산을 교육하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전통 목조건축 기술 전수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두 장인은 전통 기술과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가치를 더해 후대에 전하고 있습니다.
박종준
2026.06.2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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