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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 DNA] 롯데 자이언츠, 마운드의 대혁신을 선언하다

부산 롯데 자이언츠가 2026시즌을 앞두고 마운드 전면 개편에 나섰다.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즈의 센트럴리그 우승을 이끈 카네무라 사토루 투수 총괄 코디네이터를 영입한 데 이어, NPB 무대를 거친 외국인 투수 두 명과 아시아쿼터 투수 한 명을 잇달아 보강하며 투수력 안정화와 시스템 정착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했다. ■ 카네무라 사토루 코디네이터, 롯데 마운드의 '설계자' 새롭게 합류한 카네무라 사토루 코디네이터는 2016년부터 2025년까지 한신 타이거즈 1군 투수코치를 역임하며, 장기간 팀 투수진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온 지도자다. 특히 2025시즌에는 한신 투수진을 리그 평균자책점 1위로 이끌며 센트럴리그 우승의 핵심 동력으로 평가받았다. 카네무라 코디네이터는 불펜 운용, 선발 로테이션 관리, 그리고 젊은 투수 육성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투수 운영 시스템 구축에 강점을 지닌 인물이다. 롯데의 오랜 과제로 지적돼 온 불펜 불안 해소와 토종 투수 성장이라는 숙제를 동시에 해결할 적임자로 평가된다. 더불어 NPB 출신 외국인 투수들과의 원활한 소통과 시너지 역시 큰 기대 요소다. 엘빈 로드리게스 /제레미 비슬리 2명
엘빈 로드리게스 /제레미 비슬리 2명
■ 강속구 외국인 원투 펀치: 엘빈 로드리게스 & 제레미 비슬리 롯데는 기존 외국인 투수진을 전면 교체하고, 엘빈 로드리게스와 제레미 비슬리라는 두 명의 강속구 우완 투수를 영입하며 선발진의 중심축을 재구성했다. ● 엘빈 로드리게스 (Elvin Rodriguez) 로드리게스는 최고 구속 157km/h의 강력한 직구에 커터와 스위퍼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파워 피처다. 2024시즌 NPB에서 불펜으로 활약하며 45이닝 ERA 1.80, K/BB 3.67이라는 인상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해당 시즌 피홈런이 단 1개에 불과할 정도로 장타 억제 능력이 뛰어났다. 다만 NPB에서 불펜으로 성공을 거둔 만큼, KBO리그에서 선발로 복귀했을 때 체력과 이닝 소화 능력이 관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교한 제구와 강속구 조합은 KBO 무대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이며, 롯데 선발 로테이션의 1~2선발 역할이 기대된다. 엘빈 로드리게스 주요 성적
엘빈 로드리게스 주요 성적
MLB 통산: 24.2이닝 / ERA 9.40 / K/BB 1.92 NPB(2024 야쿠르트·불펜): 45.0이닝 / ERA 1.80 / K/BB 3.67 ● 제레미 비슬리 (Jeremy Beasley) 비슬리는 2024시즌 NPB 한신 타이거즈에서 선발로 14경기에 등판해 8승 3패, ERA 2.47, WHIP 1.00을 기록하며 선발 투수로서 검증을 마쳤다. 76.2이닝 동안 피홈런이 단 3개에 불과할 만큼 장타 억제 능력과 땅볼 유도 능력이 뛰어나다. 2025시즌에는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ERA 4.60으로 다소 주춤했지만, 최고 158km/h의 직구와 구종 가치가 높은 슬라이더는 여전히 강점이다. 무엇보다 카네무라 코디네이터가 한신 시절부터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은 비슬리 활용에 있어 큰 이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로드리게스와 함께 강력한 원투 펀치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레미 비슬리 주요 성적
제레미 비슬리 주요 성적
MLB 통산(불펜): 24.2이닝 / ERA 5.84 / K/BB 2.36 NPB(2024 한신·선발): 76.2이닝 / ERA 2.47 / K/BB 3.13 ■ 아시아쿼터 카드: 쿄야마 마사야, ‘가성비 선발’의 역할 롯데는 아시아쿼터로 선발과 불펜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쿄야마 마사야를 영입했다. 쿄야마는 KBO 타자들이 특히 까다로워하는 낙차 큰 포크볼을 주무기로 삼는 투수로, NPB 1군에서 선발로 6승(2021년)을 기록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NPB 1군 통산 ERA 4.60, WHIP 1.45로 수치는 다소 높지만, 2군에서만 70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내구성을 입증했고 최고 구속 155km/h의 직구 역시 경쟁력을 갖췄다. 아시아쿼터의 핵심 역할인 '가성비 5선발'로서, 롯데의 4~5선발진에 안정감을 더해줄 자원으로 평가된다. 쿄야마 마사야 주요 성적
쿄야마 마사야 주요 성적
NPB 1군 통산: 231.0이닝 / ERA 4.60 / WHIP 1.45 NPB 2군 통산: 742.0이닝 / ERA 2점대 중반 ■ '투수력 강화'와 '시스템 정착, 롯데의 명확한 방향성 롯데 자이언츠의 이번 코칭스태프 및 외국인 투수 영입은 단순한 전력 보강을 넘어, 투수 운영 전반에 걸친 체질 개선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 명의 투수 모두 155km/h 이상의 강속구를 보유하면서도, 정교함과 분석이 중시되는 NPB 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카네무라 코디네이터의 합류는 이들 외국인 투수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토종 투수들에게까지 NPB식의 체계적이고 정밀한 육성 철학을 전파하는 연결고리가 될 전망이다. 롯데는 이번 마운드 개편을 통해 고질적인 투수 불안을 해소하고, 8시즌 연속 좌절된 포스트시즌 진출에 강력하게 도전한다. 외국인 투수 3인방이 NPB에서 보여준 2점대 초·중반의 평균자책점을 KBO에서도 재현할 수 있다면, 2026시즌 부산 갈매기들의 가을 야구는 '희망'이 아닌 '현실'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옥현주
2025.12.17 10:47

[부산경남 DNA] 추종탁의 삐大Hi - 극우화 물결이 낳은 '혐오'... 핀란드에서 한국까지 인류 위협

'미스 핀란드' 인종차별 논란... 집권당까지 가세, '혐오 카르텔' 충격 소위 인권 선진국 핀란드에서 터져 나온 인종차별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집권 연정의 주요 인사들까지 노골적인 혐오 행위를 옹호하고 동조하면서 전 세계적인 공분을 사고 있다. 이는 극우 포퓰리즘의 득세가 낳은 비극적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인종주의와 혐오의 물결이 다시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는 경고음을 울린다. 미스 핀란드, '눈찢기' 사진으로 왕관 박탈 수모 지난 9월, 코소보 출신 아버지와 핀란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사라 자프체씨가 미스 핀란드에 선발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달 말, 자프체 씨가 중국인과 식사를 하다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상징적인 행동인 '눈찢기'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하면서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결국, 조직위원회는 아시아인 조롱 논란을 이유로 그의 미스 핀란드 자격과 왕관을 박탈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겉보기에 사소해 보이는 이 행동에는 심각한 인종차별적 인식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본인은 '두통 때문에 관자놀이를 마사지한 것'이라고 궁색한 해명을 내놓았으나, 이는 오히려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더 나아가 '사람들은 나를 비난하지만, 나는 비즈니스석에 있다'는 오만한 태도가 담긴 영상까지 공개되면서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했고, 뒤늦은 공개 사과는 이미 때를 놓친 뒤였다. '인권 선진국'의 민낯: 집권당의 혐오 동조 진정 놀라운 사태는 그 이후에 발생했다. 소위 '인권 선진국'으로 불리는 핀란드에서 집권 연정의 주축을 이루는 강경 우파 '핀인단(핀란드인들을 위한 당)' 소속 의원들이 노골적으로 자프체 씨를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내가 사라 자프체"라며 '눈찢기' 사진과 영상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버젓이 게시하며 "왕관 박탈은 과도한 처벌"이라고 주장했다. 급기야 핀인단 원내대표까지 이들의 행동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혐오 행위에 가담하는 충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반이민, 반난민 구호를 내세우는 핀인단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제2당으로 급부상한 포퓰리즘 정당이다. 현재 1위인 중도 우파 국민연합당과 손잡고 연립 정부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는 곧, 책임 있는 집권 세력의 정치인들이 공공연하게 전 세계인을 상대로 인종차별 행위를 선동하고 있다는 섬뜩한 현실을 의미한다. 정부 차원의 대응 역시 비판을 면치 못했다. 핀란드 인권 대사는 이 사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일본인의 엑스(X) 계정을 차단해버렸고, 현직 재무장관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사태를 방관했다. 성찰 없는 사회에 드리운 '혐오의 그림자' 핀란드의 집권 정치인들이 노골적으로 아시아인 차별에 동조하는 행태는 전 세계적인 극우화 현상이 낳은 인종주의와 혐오주의의 위험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극심한 인종주의와 혐오는 결국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인류 최악의 참사를 낳은 역사적 교훈을 우리는 뼈저리게 알고 있다. 이 거대한 위협이 이제 다시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과연 이 서양 백인들의 아시아인 차별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시점이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잇따라 발생하는 일련의 혐오 시위와 발언이 과연 핀란드 집권당 정치인들의 행동과 근본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개인이 공개적으로 내뱉기에도 민망한 혐오와 차별의 언행에 주요 정당의 정치인들이 대거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과거 인종차별과 혐오주의에 핍박을 받아 온 대한민국이 이제는 그 극우화 물결에 동조하여 차별과 혐오의 행렬에 합세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주변을 엄중하게 되돌아봐야 할 때이다. 혐오와 차별은 결코 '별것 아닌' 개인의 일탈로 치부될 수 없다. 이는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하고 인류의 가치를 훼손하는 악성 종양이며, 이에 대한 강렬한 비판과 단호한 배격만이 이 거대한 위협으로부터 우리 사회를 지켜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추종탁
2025.12.16 15:35

[부산경남 DNA] 길기자의 서울살이 "언제까지 '수도권 역차별' 주장할건가"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을 차등화하자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 이 가운데 크게 주목 받은 것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비수도권 지역 기업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이 주장은 기업들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완화해 보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러한 목소리는 늘 수도권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수도권 중심 경제를 떠받혀온 수도권의 언론이 항상 앞장섰던 내용이다. 세제 개편과 관련한 수도권 언론과 비수도권 언론의 기본적인 논거는 크게 다르다. 수도권 언론은 세제 개편에 따른 조세 형평성 위배와 역차별 가능성을 중요하게 내세운다. 국가균형발전과 관련한 최근 수도권 언론의 기사를 찾아보면 아래와 같다. <정부 첫 예산안, ‘수도권 역차별’ 우려 커진다> (2025,9,3 00일보) <지방 대출금리 인하? 그럼 수도권은?... 역차별 논란도 ‘불쑥’> (2025,9,23 00와치) <‘5극3특’ 균형성장 전략? 인천 “역차별 불러”> (2025,10,1 00일보) 기사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비수도권이나 지방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담은 정책에 대해 반발하는 내용들이다. 내년도 예산안이 지역에 대한 지원을 더 담고 있거나 비수도권 기업들에 대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수도권에서는 그대로 두고 보기 어려운 사안이다. 이번 정부에서 지방시대위원회와 지난 달 출범한 여당의 국가균형성장특별위원회가 주도하는 ‘5극3특’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기사도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물론 비수도권 언론은 법인세율 차등화와 같은 세제 개편 등 균형발전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는데 주로 동의한다. 이러한 차이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세제 개편에 대한 강조점 차이
세제 개편에 대한 강조점 차이
이러한 차이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현재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욱 집중시키고 싶은 수도권의 속내를 수도권 언론 역시 그대로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비해 비수도권의 지역 언론은 균형발전에 대한 ‘절실함’을 담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의 광역 지자체들이 점점 더 쪼그라드는 것을 직접 보고 느낀 심각한 우려가 자연스럽게 기사화되는 것이다. 수도권 언론이 강조하는 내용은 현상유지를 원할 뿐, 한 마디로 균형발전이 싫다는 의미에 가깝다.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정책의 실효성을 우려한다면, 이미 20년 넘게 균형발전 정책을 다양하게 시도하면서 겪은 많은 시행착오들을 토대로 이제는 충분히 예측 가능하고 정교한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세제 개편이야말로 정밀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이고, 이웃 일본 등 해외의 다양한 시도와 사례들에 대한 연구들도 이미 넘친다. 수도권 언론이 가장 앞세우는 역차별 우려는 국가 균형 축이 수도권에 심하게 기울어져 있는 현재의 차별과 불균형을 애써 모른 척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신뢰할만한 연구 역시 충분히 축적돼 있고, 수도권 안에서 나타나는 차별과 소외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균형발전은 시급하다. 수도권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기업들은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다시 성장할 기회를 맞을 수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발판 삼아 자본과 인력, 인프라, 기업을 빨아들여온 수도권이 포화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밀한 균형발전 정책도 시급하다. 기업의 선택은 당연히 기업의 몫이다. 기업들이 수도권이 아니라 산업용지와 용수가 풍부한 비수도권을 선택하고 청년들이 여유로운 삶을 살면서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자는 시도가 바로 균형발전 전략이다.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 더 많은 장점을 찾을 세제 혜택과 같은 기회를 준다면 기업들은 스스로 비수도권을 택할 것이다. 기업들이 비수도권도 선택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국가 경제를 고려하자는 주장은 균형 발전된 국가의 경제가 수도권 중심 경제보다 못할 것이라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가령 최근 삼성과 현대차가 광주와 전남의 미래 산업에 대한 수 백 조원의 막대한 투자를 결정하면서 앞으로 호남권이 얼마나 큰 발전의 기회를 갖게 될지는 가늠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투자를 동남권과 대경권 등 전국 여러 권역에 할 수 있다면,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완성 단계가 아닌 추진 과정에서부터 수도권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둘 것이다. 부산 LS일렉트릭 2생산동 준공식(12월 4일)
부산 LS일렉트릭 2생산동 준공식(12월 4일)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수도권의 기업과 인프라를 빼앗아 나누자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할 기회를 함께 만들자는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이제라도 조금씩 맞추며, 기업들이 앞으로는 비수도권에 자리 잡고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이미 기울어진 것을 균형이라고 생각하며 세제 개편이나 차등 적용을 역차별이라 주장한다면 국가균형을 맞출 기회는 영원히 찾을 수 없다. 언제까지 '수도권 역차별' 주장할건가.
길재섭
2025.12.09 14:03

[부산경남 DNA] 추종탁의 삐大Hi - 12.3 그후 1년... PK의 선택은?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의 심장부인 서울에서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사건이 터졌다. 헌정 질서를 짓밟는 대통령의 계엄 선포! 전 세계가 경악하며 주목했다. 전후(戰後) 빈곤을 딛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꽃피운,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2024년의 친위쿠데타'는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계엄 정국, 뒤이은 대통령 구속과 탄핵 그리고 새로운 지도자의 등장까지, 지난 1년간 대한민국이 겪은 소용돌이는 외부인의 시각에서 본다면 잘 만든 첩보 K-드라마보다 더 극적이고 잔혹한 현실 드라마였다. 1년이 지난 지금, 이 비극의 주범이자 내란 수괴(首魁) 혐의로 재판대에 오른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국정을 함께했던 국민의힘 지도부는 여전히 사과와 반성을 외면하며 '오기의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보수 진영 내부에서 균열의 징후가 포착됐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25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것이다. 특히, 이번 사과문 발표에 동참한 의원들 가운데는 부산 사하구의 이성권 의원, 수영구의 정연욱 의원, 울산 울주군의 서범수 의원, 그리고 마산의 최형두 의원도 포함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 부산 사하의 조경태 의원과 부산진구의 정성국 의원 등도 따로 기자회견을 하거나 개인 SNS를 통해 사과의 뜻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보수가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하며, "진정성 있는 사과를 토대로 계엄 이후 무너졌던 보수의 가치에 대한 재건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그는 "삼권분립을 파괴하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세를 정면으로 비판하기 위해서라도, '계엄'이라는 거대한 얼룩을 먼저 씻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사과 대열에 합류한 박 시장과 PK 의원들은 대체로 '합리적 보수'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그들의 개인적 소신도 작용했겠지만, 더 근본적인 동인은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PK 민심의 급격한 이탈에 대한 위기의식으로 분석된다. 부산·경남권은 계엄과 탄핵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아닌 김문수 후보와 국민의힘을 선택했다. 물론 대선에서 국민의힘을 찍었다고 해서 모두가 계엄에 대해 찬성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전국적인 민심의 잣대로 볼 때, 부산·경남 시도민들의 선택은 당시에도 많은 논란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이 '우호적 민심'에 빨간 불이 켜졌다. 국민의힘에 등을 돌리는 기류가 통계로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최근 발표된 세 건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우선,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36% 대 36%로 동률을 이뤘다. 보수 표집이 과다하다는 비판도 있는 리서치뷰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부산·울산·경남의 정당 지지도가 민주당 43.9%, 국민의힘 35.4%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섰다. 진보로 편향되었다는 시선을 받기도 하는 여론조사 꽃에서는 민주당이 42.3% 대 31.6%로 민주당 지지도가 국민의힘에 비해 10% 이상 높았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 모든 지표가 가리키는 확실한 결론은 하나다. PK 민심은 이제 과거처럼 국민의힘에 무조건적으로 우호적이지 않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아무리 계엄은 정당했다는 식의 시대착오적 억지 주장을 반복해도, 다수의 국민은 물론이고, 가장 든든한 기반이었던 부산·경남의 유권자들마저 더 이상 그들의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12·3 그 후 1년. 지방선거가 코 앞의 현실로 다가온 지금 대한민국 정치의 나침반이 다시 한번 부산·경남을 가리키고 있다.
추종탁
2025.12.05 13:46

[부산경남 DNA] 예술이 머무른 자리에서 사람의 향기를 되짚다 3

부산도시철도 2호선 남천역에서 내려 KBS 뒤편 도모헌 쪽으로 가다보니 커피숍 다다가 보인다. 웬지 노트북 켜놓고 도모헌으로 가는 나들이객들을 노곤하게 바라보며 오후의 한때를 즐겨야할 것 같은 느낌의 카페 바로 옆에는, 모르고 지나가다보면 눈에 띄기도 힘든 갤러리가 숨어있다. 누가 갤러리라고 말하지 않으면 예쁜 집이겠거니 싶은, 차를 몰고 왔다면 주차할 곳 찾는 것부터 고민해야할 것 같은 좁은 고갯길, 가파른 내리막길의 초입에 조그맣지만 단아한 화단에 정성을 기울였음이 한눈에 보이는 정갈한 나무와 풀들이 자리잡고 그 안내를 받아 따라가다 보면 그 느낌만큼이나 단아한 갤러리가 깔끔하게 등장한다. 이게 내가 비트리 갤러리를 처음 봤을 때 받은 느낌 그대로였고, 전시회를 찾아 몇 번 이곳을 방문하면서 때때로 마주한 정유선 대표의 느낌과도 비슷하다. ‘바닷속 종이정원’을 선보인 윤승희 작가의 전시를 보고 난 뒤 오랜만에 정유선 대표와 부담없는 커피 한잔을 나눌 수 있었다. 기자 방금 윤승희 작가님 작품을 봤는데 이번에 윤 작가님 작품을 선택하시게 된 어떤 계기가 특별히 있나요 아니면 평소에 그냥 윤 작가님을 좋아하셔서 전시회를 갖게 된건가요? 정유선 대표(이하 정유선) 둘 다에요 사실 저희 부산전시가 처음 시작부터 큰 흐름이 있어요. ‘현대인들의 무의식’에 대한 흐름이 전체적인 기획 의도에 깔려 있어요. 올해 부산 전시가 오피셜하게 얘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김효선 선생님에 이어 윤승희 선생님 전시가 무의식의 어떤 흐름에 대한 얘기랍니다. 근데 그게 꼭 비단 저만이 아니라 현대 사회인들, 요즘의 현대 사회를 반영하고 있는 어떤 것들이라고 봐요. 저희도 그렇듯 사람들은 모두 다 사람 간의 관계들을 갖잖아요. 근데 이 사람 저 사람이 다르고 다 모두 다른 색을 갖고 있는데 서로 오해가 생길 수도 있고, 약간 서로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줄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윤 선생님은 그런 이해받지 못한 인간 내면의 정원들을 상상해서 그리시는 건데 이제 그런 것들이 주제랑 맞아서 제 전시를 준비를 한 거고 사실 이번 전시를 위해서 작가님도 몇 차례 부산에 오셨었어요. 그리고 2022년도에는 저희 서울전에서 큰 전시를 하시기도 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그 후속편 격으로 <종이정원, 심연을 거닐다>를, 조금 더 깊은 얘기들을 끄집어내는 전시회를 이 부산 공간에 맞춰서 준비하게 된 거예요. [부산경남 DNA] 예술이 머무른 자리에서 사람의 향기를 되짚다 3 기자 아까 다른 분이 대표님과 ‘작품이 덜 마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라는 이야기를 나누시는 것 들었어요. 저는 그게 어떤 느낌인지 굉장히 궁금했는데 혹시 어떤 걸 그렇게 표현하신건가요? 정유선 유화가 원래 약간 겹치는 느낌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물감을 계속 겹치면서 올라가는데 그러면서 약간 마른 느낌이 드는데 윤 작가님 작품에 나온 그 까만 색깔의 달이 유난이 반짝거려서 물어보니 오일 물감이 아닌 판화 잉크였어요.그래서 약간 반짝 반짝거리는 느낌이 드는 부분이 마치 덜 마른 느낌이 든다라고 표현하신 거에요. 특히 판화잉크 자체가 원래 오일을 많이 먹고 있어요. 그래야 잉킹(기법에 따라 롤러나 천을 이용해 판에 잉크를 바르는 과정)을 할 때 그 롤러에 잉크가 잘 먹어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그 검정색 잉크 하나에도 종류가 되게 많아요. 그래서 조금 더 그런 느낌을 살리려고 판화 잉크를 쓰지 않으셨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윤작가님 동생분이 수목원에서 일을 하는데 깜깜한 밤에 수목원에서 나오는 길에 달빛이 비치니까 그 비침을 조금 더 강조하고 싶어서 판화잉크를 사용하셨다고 합니다. 기자 그렇군요 판화쪽은 또 잘 모르다보니 하나 배워갑니다. 그런데 아까 부산 전시회의 큰 흐름이 무의식이라고 하셨는데, 그럼 서울전시회는 별도의 어떤 흐름이 따로 있는 건가요? 정유선 약간은 좀 달리 가기는 해요. 사실 저는 부산 출신이 아니거든요. 근데 부산을 좋아해서 여기에 비트리 부산점을 뜬금없이 오픈한 것도 있긴 한데, 전시를 하면서 사실 작년 전시까지도 부산이라고 해서 자체적인 큰 흐름은 없었어요. 근데 혼자 올해는 저 혼자만의 의식, 그러니까 올해는 이런 테마들을 가지고 전체적으로 전시를 해야 겠다라고 이제 마음을 먹고 있는 거에요. 단지, 매번 전시를 기획하는게 어렵긴 하네요. [부산경남 DNA] 예술이 머무른 자리에서 사람의 향기를 되짚다 3 기자 저도 사실 서울에도 비트리 갤러리가 있다는걸 뒤늦게 알았는데 그게 참 신기했어요. 서울에 2019년 먼저 운영을 시작하고 부산은 2023년에 뒤늦게, 똑같은 이름의 갤러리를 문을 여셨던데 혹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굉장히 궁금했어요. 정유선 제가 미술계에서 거의 한 15년 넘게 갤러리 큐레이터랑 갤러리스트 일을 진짜 오래 했어요. 그러다가 이제 미술계를 잠시 접으려고 떠나려고 했었거든요 너무 지쳐서요. 그러면서 조금 한 1년 쉬면서 이것 저것 다른 거를 배워봤어요. 사실 어렸을 때부터 그림 말고는 생각을 안 해봤어요. 내가 너무 바보 같이 그림만 알고 살았나 싶어서 진짜 1년 동안 안 해봤던 거를 다양하게 많이 배웠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깨달았죠. 내가 지금 헤매고 있는 이 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구나. 미술계로 돌아가야겠다. 그래서 갤러리를 오픈하기로 결정했는데, 사실 처음에는 제가 부산에서 시작하려고 했었어요. 왜냐하면 해외를 조금 더 많이 진출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굳이 서울이 아니여도 되겠다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러다가 서울에서 먼저 좋은 계기가 생겨서 시작을 하게 되면서 비트리 서울갤러리가 먼저 문을 열었고, 비트리 부산점은 어렸을 때부터 ‘위에서 살면서, 일할 때는 내려와서 일하는’ 이런 공간을 갖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그게 현실로 이룬 곳이 부산점이랍니다. [부산경남 DNA] 예술이 머무른 자리에서 사람의 향기를 되짚다 3 [부산경남 DNA] 예술이 머무른 자리에서 사람의 향기를 되짚다 3 사실 갤러리를 오픈하기 전까지 부산 남천동이라는 동네는 전혀 몰랐어요. 그런데 아는 분 때문에 이 동네로 우연히 왔다가 여기 황령산 올라가는 그 길에 햇살이 이렇게 쫙 내리 쬐는데 너무 기운이 좋은 거예요. 그러다가 이 집을 발견하게 되었고, 여기가 80년대 지어진 집이라서 박공 스타일(주:건축에서 경사진 지붕의 양쪽 끝부분에 생기는 삼각형 모양의 벽면 또는 그 지붕형태를 말한다)을 그대로 살린 거예요. 그래서 이 집을 보자마자 지금의 리노베이션한 구조가 머릿속에 진짜 시뮬레이션이 되면서 지금의 공간을 구현 한거죠. 서울은 전형적인 화이트 큐브 공간이고 부산은 집이다 보니까 내가 집에 진짜 그림을 걸었을 때 그 실제 사이즈가 느껴지는 거죠. 그래서 내 공간에 어떤 그림을 걸었을 때 이런 느낌이겠다가 좀 더 많이 와닿는 장점이 있어요, 그래서 서울이랑 부산점이 콘셉트에서 완전히 다르답니다. 오시는 분들도 갤러리 위치도 신기해 하고 집을 갤러리로 사용하는 걸 보고 되게 재미있게 생각 하기도 하세요, 그리고, 저도 지역 작가들을 조금 더 좀 많이 만나고 싶어서 여기에 공간을 만든 이유도 있기는 하죠. 그리고 바다도 가깝고 퇴근하고 바다 구경하는 그런 재미는 보너스인 셈이고요 기자 완전히 낭만적으로 들리는데요, 진짜 부산에 갤러리 문 열고 그런 계획대로 다 살고 계신가요? 정유선 로망을 어느 정도 실현은 하고 있어요(웃음) 하지만 100%는 아닌거 같아요. 직원을 아직 구하지 못하다 보니까...근데 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약간 좀 고민 중이에요. 지금은 전시가 없을 때는 문을 닫고, 전시가 있을 때는 제가 내려오거나 파트 타임 직원을 구해서 쓰거나 하고 있거든요. 부산 갤러리를 계속 돌릴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구상 중인데 그게 숙제로 남아있어요. 어쨌든 전문 큐레이터가 아니라도 갤러리가 계속 오픈될 수 있는 그런 구조를 만들려고 하고 있는데 아직은 그게 안 되고 있어서 이 공간이 좀 아까워요. 그래서 제가 계속 상주하지 않아도 부산 비트리 갤러리가 오픈돼서 그냥 오가는 사람들이 편히 들어와서, 언제든 와서 전시도 보고, 작품도 구매할 수 있는 편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여기가 자체적으로 좀 돌아갔으면 좋겠다라는 욕심이 있긴 하죠. [부산경남 DNA] 예술이 머무른 자리에서 사람의 향기를 되짚다 3 기자 그렇군요. 서울에 있는 갤러리도 부산처럼 특징 있는, 그런 건물에 그런 공간인가요? 정유선 서울 비트리 갤러리는 홍익대 안에 있어요. 운 좋게 홍익대학교 건물을 빌려 쓰고 있답니다. 서울점의 특징은 천고도 높고, 바닥이 철판으로 되어 있어서 큰 작품을 걸었을 때 몰입감을 줄 수 있기도 하고, 작품이 바닥에 살짝 반사되어 다른 분위기를 연출 할 수 있어서 부산점과 차별화 되는 부분이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학교 지하 주차장에서 쓰면 되니까 그런 것도 좋았어요. [부산경남 DNA] 예술이 머무른 자리에서 사람의 향기를 되짚다 3 기자 그런데 서울에서 하나, 부산에서 하나 이렇게 서로 거리가 많이 떨어져있는 곳에서 갤러리 2개를 동시에 운영하시는거 힘들지 않으세요? 정유선 사실 인력 말고는 사실 별로 힘든게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사실은 지점을 서울 부산 말고 하나 더 하고 싶었는데 제가 부산을 열고서 약간 스톱을 한 이유가 하드웨어는 만드는게 정말 자신 있는데, 이게 인력, 그러니까 소프트웨어가 문제인 거예요. 인력은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이슈더라고요. 그게 가장 큰 부분 중에 하나고 여전히 이래저래 고민이 좀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전시를 기획하고 뭔가 콘텐츠를 만드는 거는 제가 잘 하는 일이니까 그건 어떻게든 굴리겠는데 이제 이거를 같이 서포트해 줄 친구가 가장 큰 문제인거죠. 그리고 부산은 제가 잘은 모르지만 여기 아트페어나 전시회로 이렇게 왔다 갔다 하면서 뭔가 가능성이 약간 조금씩 보인다고 해야 되나? 약간 느껴지는 것들이 있는데요. 최근에 도모헌도 이 근처에 오픈을 했고 여기 광안리에도 드문드문 갤러리가 좀 생기고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라도 뭔가 묶어서 뭔가 같이 하면 재밌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어요. [부산경남 DNA] 예술이 머무른 자리에서 사람의 향기를 되짚다 3 기자 부산에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시면 뭔가 서울에 비해 휴식같은, 쉬어가는 느낌도 있으실거 같아요 정유선 사실은 저한테는 이거 오프더 레코드인데 (웃음) 약간 워케이션 같아요. 부산에 와서 일을 하고 있지만 약간 서울을 벗어나는 거잖아요. 그래서 물리적인 거리로 체력적으로는 힘든데도, 바다를 볼 수 있어서 그런지 정신적으로 좀 덜 힘든 점도 있는 것 같아요. 다 좋은데, 욕심이 있다면 그래도 서울보다는 보러 오는 분들이 좀 많아졌으면 좋겠다 하는 점? 서울이랑 비교를 하면 적지만, 그래도 오시는 분들은 계속 꾸준히 오세요. 저희 고정 고객분들은 전시 때마다 오세요. 계속 보러 오시는데 조금 더 많은 분들이 유입이 됐으면 좋겠어요. 굉장히 신기했던 건 외국인들이 생각보다 많이 와요. 그래서 제가 오면 물어보거든요. 어떻게 알고 왔냐 했더니 구글에서 검색해서 전시 보러 온다고 많이들 해요. 제가 부산에서 제일 신기하고 재미있는 포인트가 그 외국인들이었어요. 대만에서도 오기도 하고, 제가 아는 인도네시아 친구들, 컬렉터분들이 오기도 해요. 또, 전시 리뷰를 보고 그림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또 오더라고요. 이런 부분들이 부산점을 오픈하고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기자 아 저도 그때 그 인도네시아 컬렉터분들, 부산 아트페어 왔을 때 오신분들과 같이 저녁 식사 했었잖아요? 굉장히 유쾌하고 또 부산도 좋아하시는 것 같던데 인연이 어떻게 닿은거에요? 정유선 사실 그 친구들이랑 2023년 저희가 아트 자카르타에 참여를 하면서 알게된 지인들이예요. 그리고 아트 자카르타 디렉터랑 친분이 있기도 해서 아트 부산을 연결을 해 드렸어요. 아트 페어간 협업을 통해 고객분들을 초청해서 서로 왔다 갔다 하면서 교류를 서로 하시게 된 거죠. 그러면서 올해도 방문해 주셨고 서로 좋은 시너지를 만들 수 있었던 듯 합니다. 아트 부산 기간동안에 저희 부산점에서 열린 전시를 보러 방문해 주신 외국분들도 많았답니다. [부산경남 DNA] 예술이 머무른 자리에서 사람의 향기를 되짚다 3 그분들이 너무너무 부산을 좋아해요. 이번에도 아트부산 갔을 때 만나고 같이 저녁 먹은 다음에 광안리에 있는 술집에 갔거든요. 거기 갔더니 한국 예능에서 나오는 술 마시기 게임 같은 것도 직접 하고 너무 재미있었어요. 한국 소주도 잘 마시고 폭탄주도 만들어 마시더라고요. K문화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았어요. (웃음) 이번에 아트 자카르타에 저희 이여름 작가 아이스크림 작품 전시한 것도 반응도 좋았고, 처음으로 제가 현지 갤러리랑 협업을 해서 저희 작가님들 개인전도 만들었는데 이렇게 해외 갤러리랑 협업 전시를 계속 모색하고 확대하려고 합니다. 기자 그렇군요. 저도 자카르타 가서 한류열품을 직접 느껴본 적은 있는데 그걸 직접 우리 부산에서 인도네시아 분들이 보여 주실 줄은 몰랐어요 굉장히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그런 해외로 확장하시는 모습도 보여주셨는데 이제 내년에 또 뭔가 이런 기획, 전시를 이어가실 계획도 있으실거 같아요. 정유선 벌써 내년 서울점은 전시 기획이 다 되었고요, 부산점은 전 섹션을 만들려고 합니다. 갤러리의 한 공간은 여러 작가의 작품을 좀 더 다양하게 보여 주려고 합니다. “나의 첫 번째 컬렉션”이라는 타이틀 그대로, 관람객이 자신의 삶에 처음으로 예술을 들이는 순간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갤러리를 방문한 이들이 부담 없이 작품을 소장하거나, 비트리 갤러리의 작가들을 지속적으로 컬렉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첫 컬렉션의 기쁨’을 일상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전시를 만들려고 합니다. 기자 그런 측면에서 지역과, 그러니까 부산지역 작가나 갤러리들과 협업도 한번 추진해보시면 더 다양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혹시 이전에도 추진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정유선 사실 거의 없었어요. 제가 부산 사람이 아니다 보니까 처음에는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을 많이 알지 못했거든요. 몇 년 일하다 보니 부산 고객분들과는 많이 친해져서 밥도 먹고 여기저기 함께 다니기도 하지만, 그분들이 지역 문화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아니다 보니 그런 네트워크가 부족한 건 조금 아쉬워요. 그래도 저는 부산에서 다른 형태의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고, 부산 갤러리가 지역 안에서 자생적으로 자리 잡고 운영될 수 있도록 해보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제가 서울에서도 활동하면서 굳이 부산에 공간을 낸 이유 중 하나가, 부산 고객분들도 예술작품을 좋아하시는데 서울 전시를 자주 보러 오기 어렵다는 점이 늘 아쉬웠기 때문이에요. 물론 전시장을 지역마다 만들 수는 없지만, 제가 좋아하는 도시 몇 곳 ‘예를 들면 부산이나 동남아시아, 인도네시아 같은 곳’에 한 지점씩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있었죠. 그런데 제 몸이 하나다 보니 지금 당장은 어렵겠다 싶어서, 우선 부산에 낸 걸로 만족하고 있어요. 가끔은 이런 구상도 해요. 만약 지점을 낸다면 각 지역마다 디렉터를 두고, 어느 정도 지분도 나눠주면서 저는 콘텐츠를 다듬는 역할로 돌아다니는 거죠. 그러면 유럽이나 미주까지 확장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예전에 오페라 갤러리에서 일했을 때, 전 세계에 12개 지점이 있었는데 각 지점의 주인이 다 달랐거든요. 그래도 하나의 ‘오페라’라는 브랜드 아래 시너지를 잘 냈어요. 지금도 부산에서 고객이 뭘 찾으면 서울에서 보내주고, 그런 협업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은 당장은 어렵겠지만, 부산을 거쳐 아시아 쪽에 한 곳 정도 더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있어요. 다만 제 몸이 하나라 지금 바로 확장하지 못하는 게 아쉽기도 하고, 어쩌면 제 욕심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해요. 기자 그렇군요. 세계 시장까지 염두에 두고 계시다니 정말 바쁘시겠어요. 생각의 폭이 넓으신 만큼, 갤러리 운영 외에도 다양한 일들을 하고 계실 것 같은데요. 어떤 활동들을 함께 하고 계신가요? 정유선 네, 맞아요. 제가 갤러리 일만 하는 건 사실 아니에요. 전시 기획은 기본이고, 아트페어도 나가고 외부 뮤지엄이나 기업의 아트 컨설팅, 전시와 공간 연출 작업까지 함께 하고 있어요. 그래서 외부 일이 정말 많아요. 여력이 된다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텐데, 역시 몸이 하나라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직원이 조금만 더 있어도 일을 나눠 처리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아직 제가 그만큼 확장할 능력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막상 일이 닥치면 뭐든 하긴 하죠(웃음). 여러 백화점과 전시 협업도 하고 있고, 저희 작가님들도 여러 공간에서 전시하거나 작품 연출, 전시 제안을 하고 있어요. 이런 전반적인 과정을 함께 해줄 직원이나 파트너가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은 늘 있어요. 그런데 부산에서 일을 하면서 놀랐던 점이 있어요. 젊은 친구들이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부산을 떠난다는 얘기를 너무 자주 듣는다는 거예요. 얼마 전에 부산점에서 아르바이트했던 친구도 부산을 정말 좋아해서 여기서 안정적인 일을 찾고 싶어 하는데, 그게 너무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서울로 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놀랐어요. 왜냐하면 제 눈에는 부산에 정말 많은 가능성이 있어 보이거든요. 도대체 왜 없을까? 분명 있을 것 같은데 왜 없지? 이런 물음표가 계속 붙는 거예요. 실제로 젊은 사람들이 부산이 싫어서 떠나는 게 아니라, 일자리가 없어서 서울로 간다는 얘기가 대부분이더라고요. 앞으로 부산이, 그리고 부산의 문화시장이 꼭 고민해야 할 지점도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서울, 그것도 한국 미술의 중심이라 불리는 홍대에 자리 잡은 갤러리가 굳이 연고도 없는 부산, 그것도 조용한 주택가의 2층 주택에 ‘쌍둥이 갤러리’를 연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 대화는, 어느새 부산의 매력 있고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왜 지역을 떠나는지, 왜 결국 서울로만 향하게 되는지에 대한 또 다른 질문으로 마무리되었다. 기자로 일할 때 늘 접하던 ‘지방 소멸’과 ‘인구 절벽’ 같은 무거운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미술 갤러리에서 마음을 식혀보겠다는 의도였는데, 결국 어느 곳에서나 다시 지역의 위기를 마주하게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비트리 갤러리가 보여주는 이 쌍둥이 갤러리 모델이, 지역과 지역의 젊은이들에게 ‘지역은 지역에만 머무는 곳’이 아니라 서울과 따로 또 같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지금도 혼자 여러 지역을 넘나들며 뛰고 있는 정 대표에게 그 역할까지 바라는 건 다소 민망한 욕심일지도 모른다. 다만 앞으로는 갤러리나 전시회를 방문할 때, 그곳에서 일하는 젊은 큐레이터와 직원들의 얼굴을 조금 더 유심히 바라보게 될 것 같다. 우선 다음번 비트리 갤러리 부산의 전시에서부터 그렇게 해봐야겠다. [부산경남 DNA] 예술이 머무른 자리에서 사람의 향기를 되짚다 3
표중규
2025.11.26 13:59

[부산경남 DNA] 추종탁의 삐大Hi - "각하! 정치를 좀 대국적으로 하십시요.!"

“각하! 정치를 좀 대국적으로 하십시요.” 10·26 사태를 다룬 영화 《남산의 부장들》 등에 등장하는 이 외침은 당시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김재규의 발언으로 알려져 있다. 김재규는 군사재판 과정에서 이 말을 했다고 주장했으며, 1994년 공개된 녹음 테이프에도 관련 진술이 확인된다. 하지만 현장 목격자의 진술이 없어 진위 여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1979년 10월에 일어났을 법한 이 말이 오늘날 다시 회자되는 이유는 최근 여야의 볼썽사나운 공방 때문이다. 바로 정부가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판정 취소 신청 사건에서 최종 승소하면서다. 정부의 이번 완승으로 수천억 원의 배상 책임을 면하게 되자, 정부와 민주당은 이를 현 정부의 대외적 성과로 규정하며 치적으로 내세웠다. 이에 국민의힘은 즉각 여권을 겨냥해 "민주당이 승소의 공을 가로채려 뒤늦게 숟가락을 얹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소송 완승이라는 국익 성과를 두고 여야가 서로 자신들의 공이라며 공방을 벌인 것이다. 이 논쟁의 핵심 쟁점을 팩트만 놓고 살펴보면 이렇다.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2022년 8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가 한국 정부에 론스타에 약 2억 1,65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정하자, 2023년 9월 이 판정에 불복해 ICSID에 취소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민주당은 한 장관의 이 같은 소송 제기에 대해 "승산이 없다", "희망 고문"이라며 소송 비용과 이자만 늘릴 뿐이라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랬던 민주당이 최종 승소하자 마치 자신들이 이 일을 해낸 것처럼 자화자찬을 하면서 국민의힘이 발끈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공이 한동훈 개인에게만 있는 것일까? 물론 당시 야당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취소 신청을 하고 결과를 이끌어낸 한동훈 전 장관의 공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승소의 가장 큰 공은 오랜 기간 끈기 있게 이 소송에 임해온 대한민국 정부와 공무원들에게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대국적인 정치"를 하라는 말이 떠오른다. 정부와 민주당이 이번 승소 판정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면서 과거 정부의 노력이나 공로를 짧게라도 인정하고, 승소 가능성이 낮다며 반대했던 자신들의 과오를 반성했다면 어땠을까? 정부는 논란이 일자 뒤늦게나마 "전 정부와 한동훈 전 장관의 결정이 잘한 일"이라며 공을 인정하고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였다. 결론이 이렇게 났기에, 맨 처음 성과를 발표할 때의 자세가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이같은 '내로남불' 행태는 한두번이 아니고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국민의힘도 결코 떳떳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힘의 뻔뻔한 행태는 수도 셀 수 없을 정도로 아예 사과나 변화를 기대하는 사람들조차 드문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여야 사이에 정권 교체가 벌써 다섯 번째에 이른다. 정권을 빼앗긴다고 세상이 망하는 것도 아니며, 또 조금 기다리면 기회가 온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도 됐건만, 여야는 여전히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할 생각은 없이 사생결단식 정치를 계속하고 있다. 어느새 10·26 사태가 일어난 지 반세기가 다 되어 간다. 그때 그곳에서 김재규가 했을 법한 말, "각하! 정치를 좀 대국적으로 하십시요!"가 오늘날 더욱더 마음 깊이 다가오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추종탁
2025.11.26 13:46

[부산경남 DNA] 길기자의 서울살이 "전력도 없으면서 공장만 밀집?"

수도권의 전력 자급률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서울의 경우 전력 생산량은 5,816 기가와트. 경기는 88,936 기가 와트였다. 하지만 소비량은 서울이 50,352 기가 와트, 경기는 143,302 기가와트로 소비량에 비해 생산량은 크게 부족했다. 자급률을 보면 서울은 불과 11.6%, 경기는 62.1% 였다. 수도권이 아닌 다른 지역의 전력 자급률은 어떨까? 지난해 전국에서 전력 자급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경북으로 228.1%였다. 지역에서 필요한 전력의 두 배 이상을 생산했다. 또 전남이 213.4%, 충남이 207.1%였고, 부산은 169.8%, 경남은 125%였다. 지역별 전력 자급률
지역별 전력 자급률
결국 서울과 경기 지역의 기업과 공장들을 가동하기 위해 영호남 등 다른 지역의 전력을 멀리 수도권으로 끌어와야 한다. 이같은 전력 수급 정책의 심각한 문제는 엄청난 '비용'이다. 한전은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송주법)'을 근거로 전력망이 지나는 지역의 주민들에게 지원금을 주고, 다양한 지원사업도 실시한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 동안 송전선로를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 지출된 지원금은 모두 3,576억원이었다. 또 주민지원과 공동지원을 위한 사업비용 지원은 무려 1조 5,126억원에 달했다. 10년 동안 수도권에 전력을 보내는데에만 약 1조 8,700억을 지출한 셈이다. 주민 지원사업비와 지원금
주민 지원사업비와 지원금
또 다른 문제는 이 비용이 점점 더 커진다는 점이다. 한전은 지난 5월 27일 전기위원회를 열고 오는 2038년까지 적용할 '제11차 장기 송변전 설비 계획'을 확정했다. 이 계획은 호남과 수도권 사이 '초고압직류송전'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계통을 재구성하고, 영호남에 있는 원전 전력을 수도권으로 송전하기 위해 모두 72조 8천억원을 투자한다. 쉽게 말하면 지역에서 생산하고 남아 도는 전력을 수도권,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송전하기 위해 약 7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계획에 대해 수도권 중심의 정치권과 언론 등은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당연하다는 뜻이다.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하지만 부산이나 경북처럼 원전을 가까이에 두고 있는 시도민들은 이같은 정책을 이해하지 못한다. 언제 어떤 일을 겪을 지 몰라 늘 불안감을 가지고 사는 시도민들은 그런 불안감을 감수하면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에 보내는데 정부가 몇 십 조원을 들이고, 기업이 수도권에 더욱 집중되면서 일자리가 쏠리는 '수도권 집중 가속화'를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말로는 국가 균형발전과 수도권 일극체제 극복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중요한 정책은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속가능발전연구센터의 김혜정 대표는 윤석열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 첨단 전략산업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이같은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SK하이닉스나 삼성SDI의 대표나 임원들이 포함된 이 위원회가 용인반도체 단지를 위한 '반도체 특별법'과 '국가기간전력망 확충법'을 만들 것을 결정하면서 '전력의 수도권 집중'이라는 정책이 완성됐다는 설명이다. 기업이 떠나고 일자리가 사라지고 쳥년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현실은 오히려 가속화하고 있다. 몇 십 조를 들여 수도권에 전력을 보내는 대신 전력이 남는 지역에 그 비용을 들여 살 만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기업을 유치하면 어떨까. 시늉 뿐인 국가균형발전이 아닌 현실적인 정책을 이제라도 세워야 한다.
길재섭
2025.11.19 09:21

[부산경남 DNA] 추종탁의 삐大Hi - "망국적인 서울병엔 강력한 백신이...!"

2026학년도 수시모집에서 비수도권 대학 지원자가 크게 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종로학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6학년도 일반대 수시모집에서 전국 192개 대학의 평균 경쟁률은 9.77대 1로 집계됐다. 특히 비수도권 110개 대학의 수시 지원자 수는 지난해보다 10만4,272명 증가하며 10.2%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역별 증가율을 보면 대구·경북 12.4%, 강원 11.7%, 충청 10.6%, 호남 9.8%, 부산·울산·경남 8%로 나타났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지역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 증가와 ‘안정 지원’ 경향을 지목한다. 한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인해 지역 학생이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유학할 경우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이 커졌다. 이로 인해 무리하게 수도권 대학에 지원하는 대신, 지역 대학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물론 이 분석이 100% 맞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필자는 올해 수시에서 지역대 지원자가 늘었다는 소식을 접하며, 오랜 기간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지배해온 이른바 ‘서울병’이 조금씩 약화되는 조짐을 보는 듯했다. ‘서울병’이란 무조건 서울 지역 대학으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의 심리를 일컫는 말이다. 언론이 ‘인서울’을 마치 성공의 상징처럼 과대 포장하고,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지 못하면 대입에 실패한 것처럼 보도하면서, 많은 학생들은 수준이 낮더라도 서울 지역 대학에 지원하려는 경향을 보여왔다. 필자 역시 아이를 키우며 ‘서울병’의 강력함을 경험했다. 분명히 지역에 있는 더 좋은 대학이 있지만 아이는 어떤식으로든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지원하겠다는 의지가 강했고 우리의 부모 세대와 달리 요즘 학부모들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경우가 많아, 가능하면 서울로 가려는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주려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서울병’이 서서히 약해지는 현상이 관찰된다. 지난 수십년 동안 대한민국을 휩쓸던 영어광풍이 어느 순간 조금씩 약화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한 세대 이상, 우리 사회의 많은 부모는 영어를 못하면 사회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강박에 엄청난 돈을 쓰고 아이들에게 영어를 강요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같은 영어광풍은 조금씩 사라졌다. 서울병도 결국 영어광풍과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지역 기업 현장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서울의 소위 명문대학 출신 인력은 지역 공장 근무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 틈을 지역대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비수도권에 있는 대기업 현장에서 근무한다고 해서 서울보다 임금이 낮거나 근무 환경이 열악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대학, 특히 지역 국립대의 경쟁력은 높다. 입학 성적은 서울 대학보다 다소 낮더라도, 졸업 후 취업 성과는 오히려 우수한 경우가 많다. 또한 지역 이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시행되는 지역 인재 할당제 역시 지역대학의 소위‘아웃풋’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말처럼, 정부는 서울병이 약화되는 시점에 강력한 지역 인재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의대, 치대, 한의대, 수의대, 약대 등 선호도가 높은 학과에 대한 지역인재 할당제를 대폭 높히고, 졸업생이 일정 기간 자신이 졸업한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한 차례 추진됐던 공공기관 지역 이전도 반드시 재개되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지역 인재 할당제는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살면서도 좋은 취업과 안정적 생활이 가능한 제도를 마련해야, 서울뿐 아니라 국가 전체가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다. 망국적 서울병이 조금씩 약해질 조짐을 보이는 지금이야말로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백신’을 마련할 최적의 시점이다.
추종탁
2025.11.17 17:18

[부산경남 DNA] 길 기자의 서울 살이 - 옛 대우조선해양 청산, 지금도 주장할건가

2016년 4월, 서울 한 경제지의 칼럼을 기억한다. 제목은 <대우조선 하나 못 죽이는 나라>. ‘대우조선해양은 대마불사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한 이 칼럼은 한 마디로 대우조선해양이라는 대마를 죽여야 나라가 산다는 주장이었다. 필자는 당시 대우조선이 있는 거제를 담당하면서 대우조선의 상황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었다. IMF 위기도 모른 채 호황기를 보냈던 거제는 식당들이 문을 닫고 부동산 경기도 침체 일로였다. 일감이 사라져가는 수많은 협력업체들도 비슷한 운명이었다.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등이 당시에 이미 4조 2천억 원 가량을 투입했지만 희망이 없다며 대우조선해양을 청산해야 한다는 기사가 연일 쏟아졌다. 조선업의 사이클과 산업 특성을 아는 이들은 어렵게라도 회사를 살려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포기해야 마땅하다는 것이 대세였다. 불과 10여 년 전을 거슬러 생각해보면,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청산을 주장한 가장 큰 근거는 맥킨지보고서였다. 2016년, 한국조선협회의 의뢰를 받은 외국계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국내 조선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빅3 체제 대신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2강 체제를 권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청산하거나 분할하는 정리안이었다. 맥킨지의 보고서가 나오기 전부터 대우조선해양의 청산을 주장해 온 수도권 언론은 그 뒤 더 강한 논조로 정리를 주장했다. 대우조선해양이 2012년에서 2014년 사이 매출액을 부풀리며 분식회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면서 청산 주장에는 더 힘이 실렸다. 하지만 정부는 다행히 정리 대신 살려두는 길을 택했다. 2017년 삼정KPMG에 새로 맡긴 컨설팅의 결과는 정책자금의 신규지원이었고, 대우조선해양은 비슷한 시기에 사라진 한진해운과는 다른 길을 가게 됐다. 이에 대한 중앙 언론의 비난은 더욱 쏟아졌다. 2025년, 국내 조선업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오션은 올해 상반기에만 6조 4,37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 6.30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달까지 수주잔고가 27조원 대를 유지하면서 시가 총액은 인수 당시 2조 4천억 원에서 올해 11조 5천억 원 규모로 올라섰다. 수도권 언론들은 이제 한화오션을 중심으로 'MASGA’프로젝트에 대한 칭찬을 이어가기 바쁘다. <대우조선 하나 못 죽이는 나라> 칼럼을 실었던 경제지는 <비싼 LNG선 물 들어온다..K조선, 벌써 작년 두 배 ‘4.4조원’ 벌었다> <한화오션 15만원 터치..트럼프 ‘K-핵잠 발언’에 프리마켓 폭등> 등의 기사로 한화오션의 눈부신 실적과 국내 경제를 주도하는 조선업에 대한 분석 기사를 내놓고 있다. 나라를 살리기 위해 죽여야 한다던 옛 대우조선해양(한화오션)이 이제 나라를 살린다는 분석이다. 물론 과거의 주장에 대한 해명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화오션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한화오션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대우조선해양 기사에서 보듯이 수도권 에 기반을 둔 중앙의 언론사들은 수도권 중심주의에서 예나 지금이나 벗어나지 못한다. 부산경남에서 30여 년 가까이 기사를 쓰며 읽어 온 수도권 언론의 논조는 조금 거칠게 정리하면 ‘그게 거기 왜 필요한데?’이다.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기업을 큰 돈 들여가며 왜 촌구석에 살려둬야 하고, 24시간 공항 하나 만들자는 목소리에는 인천공항 있는데 왜 필요하냐는 식이고, 비수도권의 광역 교통망 구축은 인구도 적은데 왜 필요하냐는 식이다. 결국 비수도권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기지 못한 기업들이 빠져 나가고, 일자리가 필요한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유입되고, 비수도권의 인프라는 점점 더 쪼그라드는 악순환의 고리가 끝없이 이어진다. 수도권에서 보기에 비수도권은 볼거리나 먹을거리 잘 관리하면서 관광 산업이나 유지하는 '수도권의 휴식처'면 충분하다는 것인가. 옛 한진해운 부산 중앙동 사옥
옛 한진해운 부산 중앙동 사옥
청산의 길을 걷게 된 한진해운은 오너 일가의 경영이 중요한 리스크였고, 당시 기획재정부 등은 '청산 가치'가 '존속 가치'보다 크다는 이유로 회사를 청산했다.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부산은 물론 국내 해운업계는 여전히 이 결정을 크게 아쉬워하고 있다. 최근 만난 옛 한진해운의 한 임원은 코로나 사태 와중 세계 해운업계의 호황을 감안하면 한진해운이 살아남았을 경우의 매출액을 약 220조원 정도로 추산했다. 그게 한진해운의 '존속 가치'였다. 지역의 산업은 지역이 더 아끼고 이해한다. 지금도 청산 주장할 건가.
길재섭
2025.11.17 10:58

[부산경남 DNA] 추종탁의 삐大Hi- 혐오의 부메랑,대한민국을 향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중국에 대한 혐오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을 위협할 만큼 경제적으로 성장한 중국은 이제 국제사회의 거대한 축이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는 나라는 아니다. 민주주의 대신 권위주의 체제를 유지하며, 주변국을 압박하는 전랑(戰狼) 외교, 그리고 중국공산당이 조장한 국수주의에 물든 일부 국민들의 오만한 행태는 세계 각지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혐중(嫌中)’ 정서가 확산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혐중 감정은 뚜렷한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개인의 감정 차원에서 불만을 품는 것은 어쩌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혐오가 정치에 스며들고, 더 나아가 국가 정책의 방향을 결정짓는수준에 이른다면 그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우리는 이미 20세기 초 혐오 정치가 초래한 비극을 목도했다. 유대인 대학살은 인류사 최악의 범죄였고, 그 이후에도 곳곳에서 소수민족 학살이 반복되었다. 모두가 혐오와 배제의 정치에서 비롯된 비극이다. 한민족 또한 혐오의 피해자였다. 생존을 위해 일본을 비롯해 해외로 떠난 조선인들은 ‘조센징은 더럽다’, ‘게으르다’, ‘맞아야 한다’는 차별 속에서 살았다. 그 편견은 결국 “조센징은 죽여도 된다”는 광기로 번졌고, 관동대지진 당시 수많은 조선인이 희생되는 참극으로 이어졌다. 오늘날 세계는 경제 침체와 반(反)이민 정서에 혐중 감정이 결합하면서 다시 혐오 정치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표면적으로는 중국을 겨냥하지만, 실상은 아시아인 전체를 향한 인종차별이다. 미국 보수 세력이 중국을 비판한다고 해서 우리가 기뻐할 일은 아니다. 백인의 눈에 한국인과 중국인은 똑같다. 백인은 아시아를 때리고 일본은 중국과 한국을 때린다. 중국은 일본과 한국을 때리고 한국은 또 중국과 일본을 때린다. 웃기지 아니한가? 미국 백인들의 눈에는 똑같은 아시아인들이 미국에서는 인종주의 차별을 다같이 당하면서도 자국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혐오한다. 잊지마라 우리는 지난 수십년동안 혐중 시위보다 훨씬 더 격렬한 일본의 혐한 시위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해 온 나라다. 그런 우리나라에서도 혐오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차별과 혐오의 피해자였던 우리가, 이제는 누군가를 향해 차별과 혐오를 외친다니 참으로 슬픈 일이다. 그것이 중국이 됐든 일본이 됐든 그 누가 됐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전 세계가 혐오 정치에 물들더라도, 대한민국만큼은 그 길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 우리의 역사는 차별과 배제를 딛고 일어선 사회적 약자이자 소수민족의 생존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우리가 혐오하는 불법 이민자들은 과거 미국과 일본, 유럽, 남미 등지에서 차별받으며 살았던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 형제자매다. 지금 우리가 외면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때 일본과 중동에서 땀 흘리며 일하던 우리의 가족이다. 최근 중국인 관광객 무비자 입국 정책을 둘러싸고 온라인에서는 각종 음모론과 혐오 발언이 넘쳐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정책을 최초 추진한 주체가 윤석열 정부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보수 정치권이 혐중 정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식 당론이 아니더라도, 정치인들이 혐오를 정치적 자산으로 삼는다면 그 결과는 파괴적일 수 있다. 혐오 정치가 낳는 피해는 처음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겨냥하지만, 결국에는 우리 자신에게 부메랑처럼 되돌아온다. 우리가 혐중 시위를 벌이면서 백인들의 인종차별과 일본의 혐한 시위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 우리의 조상들은 전 세계를 떠돌며 차별받고, 때로는 학살당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세웠다. 그런 나라가 이제 혐오 정치의 선두에 선다면, 그만큼 부끄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과거의 역사를 잊지 않고 돌아보는 지혜,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절실히 필요한 덕목이다.
추종탁
2025.11.1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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