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의자가 꿈꾸는 세상 - 공예가 함도하
표중규
입력 : 2026.03.31 14:36
조회수 :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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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에 관해 특별한 기억이 있다면 두 가지 정도? 하나는 지인의 안방에 놓여진 흔들의자로 실제 흔들의자로 앉아본건 그게 유일한데도, 그렇게 영화에 나오는것처럼 편안했던 기억,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난 이후로 다시는 흔들의자에 앉아보지 못했던 웬지 좀 비련에 휩싸인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 다음은 믿거나 말거나 의자붕괴사고인데, 멀쩡한 식탁의자에서 저녁을 먹다 갑자기 날아든 초등학생 딸아이를 그대로 안았다가 나무로 만들어진 의자가 우두둑, 하면서 순식간에 내려앉았다. 아이들의 에너지란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력하구나 라는 깨달음과 함께 의자도 부서지면서 참 기가 차겠다 라는 안타까운 공감이 함께 들었다. 보통 의자라면 개인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이런 정도의 기억, 추억이 아닐까 싶은데, 이런 의자들이 희로애락을 느끼고 살아 움직이도록 해서, 그런 그들의 삶을 미술작품으로 만들어가는 작가도 있었다. 부산 비트리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진 함도하 작가를 만나봤다.
원래 가구 디자인을 전공으로 하셨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은 이런 가구의 이미지하고는 상당히 다르네요. 방향을 좀 튼건가요?
함도하 작가(이하 함도하)
제가 원래는 베이스가 공예 쪽 가구다 보니까 공예 베이스였는데 이걸 파인아트 쪽으로 확장했다고 보시면 돼요. 이게 재료를 여기서 들어간 게 아니라 저희가 하는 미술 자체가 조각도 있고 페인팅도 있고 다양한 어떤 영역을 넘나드는거니까 이제 이쪽으로 시작을 한 거고요. 원래 시작은 제품 디자인과였죠. 제가 나이도 있고 입시 미술을 하다 보니까 그림이나 이런 거에 대해서는 어렵지는 않았고요.
가구과를 나와서 이런 작업을 한 거에 중점은 뭐였냐면 만화적인 요소가 있어요. 스토리가 있는데 원래는 이제 제 안에 많은 영역과 캐릭터들이 있잖아요. 슬플 때도 있고 기쁠 때도 있는데 가구에 감정을 넣어서 캐릭터를 만들어서 그 감정의 의인화를 해서 때로는 그 감정들의 의인화의 캐릭터들이 때로는 저도 될 수 있고 친구가 될 수 있고 그게 어떻게 보면 아트 토이의 그런 어떤 일부분이 될 수 있는, 그런 얘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살아가면서 생기는 사회성의 문제도 있고 거기에서 기반되는 친구와의 관계 부모와의 관계 어떤 그런 감정에 대한 릴레이션십을 가구라는 소재의 의인화를 해서 얘네들이 약간 발랄하게 움직이고 때로는 나의 역할도 되고 이런 얘기를 좀 해 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기자
그렇게 보면 함작가님이 만든 의자들은 항상 기뻐 보이는데 맞나요?
함도하
아 그렇지는 않아요. 이 안에도 기쁨도 있고 슬픔도 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항상 슬프지만 웃어야 되고 집에 와서는 리셋이 돼서 쉬는 타임을 가지지만, 다시 일을 나가면 또 행복한 척 해야 되니까... 그런 어떤 감정들의 요소들을 얘기하고 싶은데... 제가 제일 느끼는 거는 기쁘고 행복한 것들 속에 슬픔을 표현하는 게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어떤... 밝지만 그 아이의 슬픔도 있는, 그런 내면적인 얘기를 좀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항상 기쁘지만 슬플 수도 있고 슬프지만 그 안에 기쁨이 어떤 감정들을 얘기하기 위해 이 캐릭터들에게 손과 발이 있는건데 예를 들면 어떤 감정을 표현할때 손과 발이나 몸짓으로 대변하잖아요. 이 작품속 캐릭터들은 그런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거고 또 모두 같은 의자가 아니라 각각의 캐릭터들이 있어요. 이렇게 빵빵한 게 톰이고 뚫려 있는 게 도나, 그다음에 협탁이 탁이, 그다음에 스툴이 이렇게 있어요. 그래서 얘네들이 어떻게 보면 한 마을에 같이 나중에는 모여 사는 희노애락이 있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모두 다 밝은 부분만이 아니라 이 집에서 서로 얘네 둘이 친구가 되면서 조금 오해도 생기고 그러면서 또 셋이서 놀다가 둘 중에 하나가 하나를 또 왕따시키기도 하고 모여서 뒷담화하기도 하고... 가구의 의인화를 통해서 어떻게 보면 제가 오십 평생 살아왔던 감정들의 얘기를 좀 입혀주면서 말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기자
그런데 눈에 띄는게 이 의자들이 파묻힌 방석? 같은 문양이 하나는 하트고 다른 하나는 클로버네요. 혹시 트럼프카드의 어떤 상징이나 의미를 갖고 있는건가요?
함도하
아 그런건 아니에요 그걸 클로바라고 꼭 보지 마세요. 원래 1탄이 하트였고 풍선이었어요. 이게 모션이 뭐냐면 제가 어렸을 때 밖에서 놀다가 들어오면 저희 아버지가 숨었다가 엉하고 놀래키시는 거예요. 그때 그게 어렸을 때는 너무 싫고 막 짜증 나고 이랬는데 제가 이제 그 나이에, 아버지의 나이가 되다 보니까 아들한테 그렇게 애정표현을 하고 싶고 그게 사랑이었구나 그걸 느끼면서 그런 얘기를 좀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게 어떻게 보면 아버지의 사랑, 뒤에 하트가 있는 그런 얘기였고 이 작품 역시 화이팅 이런 콘셉트인데 이건 코로나 때문에 너무 힘들었을 때 어머니가 “야 어깨 좀 펴 오늘도 화이팅 해” 이렇게 해주신 것에 대한 얘기거든요.
그걸 아주 유니크하고 재미있게, 너무 우울하지 않게 전달하고 싶어서...여기에 들어가 있는 어떤 문양들이 그런 감정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여기 의자에 있는 문양도 지금 강아지하고 도나가 어떤 산책길에 나가는데 십장생의 학이 나를 지켜준다, 십장생이 안에 들어가 있는 게 오래 평생 행복하게 지내자 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거에요.
제가 한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한국에 관한 문양이나 한국에 파생되어 있는 얘깃거리나 이런 걸 제 감정에 좀 녹여놓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구름이나 학이나 십장생 소나무나 이런 걸 전부 다, 한국 전통 문양들을 의인화를 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기자
그런데 또 궁금한게, 아무래도 작가님이 가구 베이스다 보니까 특별히 이걸 만들 떄 목재의 재질이라든지 다른 재료들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셨을것 같아요.
함도하
원래는 제가 가구 베이스로 공부 할 때는 어쨌든 학교에서 가르쳐준 프로그램 자체가 아트퍼니쳐로 어떤 일본식의 미니멀한 걸 되게 추구했는데 저는 그런 게 너무 재미없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50명의 학부생 가운데 49명이 다 아트 퍼니쳐 할 때, 저는 첫 번째 기준이 제가 갖고 싶어 하는 가구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기존의 가구들이 너무 집에 많은데 그 사이사이를 연결해 주는 약간 윤활제 같은 역할의 가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먼저 했고 그래서 시작한 게 머리장이라는 가구인데 이번에 전시한게 머리장이거든요.
머리장이라는 게 뭐냐 하면 이게 저희가 옛날 머리 위에 놓는 장을 머리장이라고 하는데 만드는 기법은 전통이지만 옛날에 갖고 있던 전통이 갖고 있던 색이나 문양들이 제가 보기에 너무 올드했어요. 그걸 좀 현대화시켜서 내가 먼저 만들고 싶고, 나만 바꿀 수 있는 장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렇게 세로로 올리면 장이 되고 옆으로 넘기면 협탁이 될 수 있는, 침대 옆에다 두면 협탁처럼 쓸 수 있는 그런 형태의 머릿장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걸 먼저 시작했어요.
원래 제가 만화적인 요소의 스토리가 있어요. 원래 이게 만화로 얘기하면 각이라는 애가 주인공이에요. 각이라는 애가 이제 이 세상에 다른 사람 혹은 다른 가구가 있을 거라 하면서 혼자 여행을 떠나게 돼요. 여행을 떠나서 이렇게 빵빵한 애, 톰이라는 애를 만났는데 너 나랑 친구하려고 그래서 이제 서로 친구가 돼요. 그래서 친구가 되는데 형태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니까 성격도 너무 다르니 살면서 얘네들이 티키타카, 어떤 감정적으로 싸우는 것 같아요.
그런 과정에서 또 이렇게 뚫려 있는 도나를 만나게 돼요. 도나와 같이 삼총사 친구가 되는데 또 스툴이가 또 합류하게 되는거죠.
그래서 둘이서 한편 먹고 막 왕따시키고 하니까 야 너네는 맨날 의자인데 나도 의자가 되고 싶어 하는 애가 스툴이였어요. 얘는 그냥 앉는 의자는 아니잖아요. 일종의 사이드 테이블인데도 야 나도 너네들이랑 너무 친해지고 싶어 하는 애가 옆에 협탁이고, 누가 자꾸만 우리를 비추네? 그러는건 조명이고 나중에는 얘네들이 한 마을에 모여 살아요. 그게 어디냐면 지금의 우리가 잘 아는 마루인 거예요. 그러니까 어떤 그런 합의 조합들을 통해 그 가구의 생명력을 늘려줘서 다른 시선으로 감정의 의인화를 하는 거에요.
기자
그런데 또 궁금한게, 그럼 이런 가구들을 소장해 가는 분들은 실제로 감상하는 용도로만 소장하시는건가요 아니면 실제 가구로 쓰시는 분들도 있나요?
함도하
사용하시죠. 사용하려고 소장하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더 보기도 좋아요. 저는 그래서 작품들이 이렇게 오감이 다 만족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든거에요. 그래서 사용하다 기스가 나는 건 어쨌든 그 사람의 것이 되니까 그 사람의 감정이 깃들여지는 거니까 그거에 대해서 저는 뭐 기스 났다고 기분 나쁘고 그런게 아니라 그것 또한 그 사람의 흔적이고 시간이고 감정의 흐름이니까 그거에 대한 얘기를 또 하고 싶은 거에요. 그거는 그 사람이 쓰는 형태에 따라 그 사람의 감정에 따라 그 물건들이 변해가는 거예요.
기자
그렇군요. 올해 이번 전시회가 사실 첫 전시회던데 다른 계획들이 더 있으신가요?
함도하
제가 지금 나이에 걸맞지 않게 개인전이 한 30회가 넘어가요. 그러다 보니까 올해, 내년하고 내후년까지는 전시가 한 달에 하나씩 계속 차 있어서 그냥 계속 바쁠것 같아요. 주제는 하나의 시대성과 지금 제가 갖고 있는 어떤 시절 인연에 대한 소재, 시대가 지금 이란과 미국의 전쟁도 있듯이 그런 어떤 시대성을 반영하는 그림을 할 것 같아요. 그 안에 제가 갖고 있는 캐릭터가 녹여 있겠죠. 그래서 나를 대변하거나 혹은 나 같거나 예를 들면 나도 저런 감정을 느꼈어 하는 것처럼 그런 어떤 시대성을 반영하는 작가의 그림을 그리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있어요.
마냥 기뻐하는 의자가 아니라 희노애락, 그것도 페르소나의 가면 속에 시절인연까지 담고 있는 의자라는 설명을 듣고 다시 본 의자의 문양과 액션은 그래서인지 더 화려해 보였다. 작가의 세계관이 얼마나 확장될지, 그리고 가구라는 어쩌면 상당히 고정돼있고 한정돼있는 형태의 틀 속에서 어떻게 이들이 새로운 이미지로 탈바꿈하고 그러면서 시대와 사람의 마음을 담아낼지 지금으로서는 감이 잘 오지 않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갤러리를 가득 채운 윤기 나는 하얀 가구들의 밝은 몸짓 속에서, 병원을 가기 위해 올해 첫 연차를 내고 그 잠시 빈 시간의 틈을 타 전시를 보러온 그날 필자의 일상처럼, 빛난다고 모두 항상 즐거운 것만은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긴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의 다음 작품이 어떻게 또다른 삶의 진실을 담아낼지 기대해보는 것도 이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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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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