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실험 - 작가 박미
표중규
입력 : 2026.04.16 15:05
조회수 :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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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부산의 한 갤러리에서 처음 접한 작품은 평면인데도 입체처럼 보였고 입체를 그린듯 하면서도 또 평범이기도 한, 기억에 남는 이중적인 모습이었다. 물고기를, 또 꽃을, 어떨때는 호박을 그리고 있는 작가의 작품이 궁금해 더 찾아본 다른 작품들 역시 입체와 평범을 한꺼번에 담은 독특한 화풍이었는데 계속된 검색의 한 끄트머리에서 한쪽 눈의 시력을 점차적으로 잃어가면서 나온 새로운 시도라는 평론가의 설명까지 딸려 나왔다. 단순히 작가 개인의 새로운 시도로만 읽었던 작품의 매력에, 어떤 고비를 그 사람 나름의 힘으로 뛰어넘으려는 의지까지 읽혀지면서 조금 더 작품이 새롭게 보이는게 사실이었다. 기대치않게 이 작가의 개인전이 올초 창원에서 열리는 걸 발견하고 찾았던 샤걸리리에서는 또 완전히 다른 입체적인 작품, 레고를 활용한 설치미술이라고 해야할까 새로운 작품을 또 맞닥뜨리게 됐다. 한웅큼 더 커진 호기심을 안고 전시회가 끝난 어느 봄날, 창원의 바인딩 갤러리에서 박미 작가를 만나게 된 기나긴 배경이다.
기자
이번에 샤갤러리에 가서 전시된 걸 보니까 레고를 가지고 만드신 작품 같던에요. 그 레고가 표현하는 바가 어떤 건가요? 그냥 시각적인 이미지인건지 아니면 점자로서나 그런 의미가 있는 건가요?
박미 작가(이하 박미)
처음에는 제가 회화 작가다 보니까 회화적으로 표현하면서 작품 밑바탕에다 이제 점자를 사용했었거든요. 어차피 점자는 약간 일반적인 시각으로서는 만져진다는 의미가 더 크잖아요. 어차피 읽혀지지 않는 점자를 사용하긴 하지만 그래도 만져지는 것도 어느 정도 필요할 것 같기도 하고 조금 확장된 전시를 하고 싶어서 도전한거에요. 처음에 레고를 사용한건, 점자가 너무 대놓고 보여지는 거는 어느정도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거든요. 그게 어차피 장애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게 불편할 수도 있어서 그거를 조금 더 재미있게 풀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생각했던거죠.
그때 조카가 이제 레고를 가지고 장난스럽게 놀고 쌓고 하고 있었는데, 그 과정을 보면서 저도 어릴 적, 한글을 배울 때 그냥 크게 의미를 두고 배우는 것보다는 낱말 맞추기 하듯이 했던게 생각나서... 그게 레고의 한 장르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 그쪽으로 풀어본거죠. 점자의 형태로 가되 점자의 의미를 두는 것보다는 그 형태만 가지고 제가 조립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해본거에요.
기자
그러면 그 작품 자체가 어떤 점자의 의미 단어를 품고 있지는 않은 거였네요?
박미
사실 작품에 따라 단어의 의미를 품을 수도 있는데 그 작품들을 만드는데 참여하신 분들께, 굳이 의미보다는 이미지를 만들겠다 해도 상관이 없다고 제가 얘기를 했었거든요. 그래서 그냥 그 형태를 가지고 꽃을 만드는 분도 계셨고 사람얼굴 형태를 만드는 분도 계셨고 그냥 한글 모양으로 조립하시는 분도 계셨거든요. 그래서 그게 조금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네요
기자
안 그래도 왜 점자일까라고 생각을 하다 보니까 시력을 예전에 조금 잃으셨다는 이야기를 읽어서 그것때문일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시력을 어떡하다, 어떻게 잃게 되신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작품 사진]
박미
정확히는 제가 이미 시각 장애인이거든요. 한쪽에 시각이 아예 없기 때문에...그런데 제가 운이 좋았던 게 어릴 때부터 원래 왼쪽 시력이 약한 상태였는게 그게 아예 시력을, 수술을 해도 돌아올 수 없다는 정도에 갔을 때까지 저는 제가 시각을 잃을거라는걸 모르고 있는 상태였거든요.그래서 그냥 일반적으로 시각 자체가 없었던 분들보다는 저는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부터 익숙해져 있어 가지고, 그러니까 오른쪽으로 보는 게 익숙해져 가지고...그래도 좀 생활을 하는데 영향은 받지만, 그래도 조금 적응을 많이 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좀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그랬군요. 그러면 본인이 시력을 잃는 그런 과정에서 점자에 대한 관심이 생기신 거예요? 사실 그전에도 점자를 원래 오브제로 사용하시거나 그러진 않으셨을 거 같은데...
박미
눈 수술을 했던 게 제가 대학 때, 한 2003년도인데 그때까지는 그냥 일반적인 평면 회화 작업을 했었거든요. 눈 수술을 하고 나서는 사실 제가 작업도 재미도 없고 공부도 계속해야 되나 라는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외국 회화 작품들을 찾아보다가... 작가 중에 아리스티드 마이욜 이라고 있거든요. 그 작가가 원래는 회화 작가였는데 시력을 잃고 조각 쪽으로 바꿨다고 하는 걸 보고 저도 뭔가 조금 촉감적인 게 필요하다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도 회화 전공이다 보니까 회화를 아예 100% 버릴 수는 없고 거기서 촉감적인걸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연구를 했습니다.
기자
아 그래서 이전에 많이 나왔던 작품, 점묘는 아니고 하여튼 이중적인 이미지로 보이는 초상부터 그런 작품들이 거기서 나온 건가요? 그걸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시각적인 장애가 많이 영향을 미쳤나요?
박미
좀 미치긴 했죠. 왜냐하면 그 중첩되는 이미지를 제가 사용을 많이 했거든요.근데 저는 그 겹치는 이미지가 불편하다기보다는, 한 번씩 안경을 볼 때 이 흐릿한게 겹쳐지는 이미지가 더 훨씬 감정적으로는 더 예쁘다고 느꼈거든요. 그리고 조금은 형태를 정확하게 보는 것보다는 뭔가 생각을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좀 겹치는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풀려고 애를 썼거든요. 그리고 시각장애인 작가들 가운데 보통 작업하는 작품들을 좀 어둡게 표현하시는 작가들이 의외로 좀 많아요. 근데 저는 그렇게 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빛을 이용해서, 보는 사람이 조금 더 그 빛의 효과를 조금 더 예쁘게, 약간 조금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작업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자
그렇군요. 그런데 조금 이건 박작가님 작품과는 다른 이야기인데....여기 바인딩 갤러리에 전시된 이 작품들이 남편 분(주영호 작가) 작품이라고 들었어요. 근데 저는 사실 이런 작품을 볼 줄은 몰랐는데 남편분 작품도 또 점자로 되어 있는게 많네요. 혹시 같이 서로 작품 활동을 서로 교류하다 보니까 영향을 받으신 거예요?
[주영호 작가작품 사진]
박미
네 저도 사실 입체적인 부분에 아무래도 남편한테 영향을 좀 받기도 하고, 남편도 영향을 받기도 하고 그렇죠. 점자를 계속 얘기하다 보니까 저 같은 경우에는 읽히지 않는 점자를 작품화하고 남편은 읽히는 점자를 이용을 해서 작업을 한번 해보자 라는데 까지 이르게 된거에요. 그래서 한 3년 전부터 이제 두 예술작품으로 같이 그룹으로도 전시를 해보고 하고 있거든요. 그러다보니 효과가 혼자 할 때보다, 뭔가 이제 둘이 같이 했을 때에 그 점차 의미를 나누는 , 정확히는 나누는데 나누지만은 않는, 그런 느낌이 들어서 조금 더 재미있는 작업이 되는 것 같습니다.
기자
아 그렇군요...그럼 아까 질문의 맥락으로 돌아가서...어떻게 보면 저는 이중적으로 중첩된다고 보이거든요 작가님 작품이. 말하자면 시각 장애를 통한 발전시킨 점자라는 걸로 작품 활동을 하시지만 그건 어떻게 보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분들을 위한 작품’이잖아요. 그러면은 이 점자로 만든 그런 작품들을 ‘시각 장애인들이 실제로 그걸 향유하지는 못하는’ 상황이에요. 이것도 사실 생각해보면 굉장히 이중적인, 이율배반적인 상황인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은 작품을 만드실 때 반영이 되나요?
박미
아...보통 제 작품의 이미지 자체는 특정인, 그러니까 시각장애인이나 일반인의 범주를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한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시각장애인을 위해서 작업을 한 작업은 아니라는거죠. 하지만 내가 그냥 일반적인 작가가 아니라 시각장애인 작가니까 시각장애인을 위한 작업은 아니지만 대신에 작업을 전시할 때, 저는 되도록 만져보기는 할 수 있게 만들어요. 그래서 일반인이나 장애인들이 왔을 때 무조건 만져봐라 얘기를 하는데, 저는 장애인 분들이 왔을 때 이렇게 만졌을 때에 더 그 감동이 오는 게 컸어요.
한 2년 전에 학생 시각장애인 학부모들이 기획했던 전시가 하나 있었거든요. 제가 초청을 받아서 전시를 했는데 저는 시각 장애인들한테 점자의 의미를 두고 작업을 한건 아니지만, 이 작품을 그냥 촉감적으로 만졌을 때에 어떤 형태를 감각적으로 읽어봐라 이렇게 얘기를 했거든요. 그런데 한 초등학생이 너무 좋다고 했어요. 보통 일반 점자가 들어가는 작업은 그냥 읽히는 작업밖에 안 되니까 상상을 못 하잖아요. 근데 그냥 형태만 이루어져 가지고 상상을 해라 그리고 이거는 촉감적으로 만질 수 있다 하니까 더 조심스럽게 만지면서 새로운 세상을 본 거죠. 저는 그게 어쩌면 일반인과 시각장애인의 이중적인 것보다 더욱 이중적일 수도 있다고 보는데, 그래서 그 이중적인 효과가 어떻게 보면 제 작품에서 보이는 이중적인 차이보다 더 크지 않을까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작품 사진]
기자
그럼 주로 회화보다는 조각이라든지 조소라든지 설치 미술 쪽에 가까운, 그런 방향으로 앞으로 창작활동도 생각하고 계신건가요?
박미
회화와 그런 방향들을 같이 가고 싶거든요. 뭐든지 확장을 할 수 있는 작업으로 같이 가고 싶고, 그건 만지는 의미도 있지만... 지금 제가 후반기에 개인전 준비 중인데 그거는 만지는 걸 넘어서서, 차(tea)랑 콜라보를 해서 촉감을 넘어서 후각적으로도 뭔가 효과를 낼 수 있는 게 뭘까, 지금 연구 중이거든요. 같이 뭔가 더 확장성 있는 작업을 계속 연구를 하고 싶다....
기자
대화를 나누다 보니까 좀 궁금한 게 계속 확장성을 말씀하시고 연결성을 말씀하시는 게 어떻게 보면 시력에 대한 어떤 상실, 그 부분을 계속 딴 걸 통해서 공감각적으로 확장시켜가는, 보완이라기보다는 확장시켜서 다른 세계로 나아가시는 데 좀 초점을 두시는 것 같아요. 맞나요?
박미
네 맞습니다. 이게 작가들이 계속 작업을 하다 보면은 약간 본인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많거든요. 저는 계속 그리는 행위만, 미술이라는 영역이 그리는 행위로서만 끝나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뭔가 제가 제 얘기를 하지만, 같이 관람객 입장에서도 본인 얘기가 돼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작가가 그냥 그리는 행위에서만 끝나면은 뭔가 조금 작가로서 이게 소통이 없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조금 더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서 확장성을 열어두고 관람객이랑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조금 더 고민을 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래서 재료도 레고로도 이번에 해봤고 스틸도 한번 만져보고, 남편 같은 경우에는 이제 스틸에 아예 색감을 안 넣고 작업을 하지만, 저는 한번 색감을 넣어서 작업을 해 봤거든요. 재밌긴 한데 아무래도 재료가 늘 쓰는 재료가 아니다 보니까 조금, 제가 혼자 하기는 힘들고 도움을 요청하는 게 많고, 그래서 지금은 조금 더 재료 연구를 조금 더 많이 해야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작품 사진]
기자
박미 작가님 같은 경우는 국내에서 서울, 경남, 그리고 부산까지 오가면서 활발하게 활동하시는데 해외에서도 사실은 이런 작품은 굉장히 드문 시도 중에 하나잖아요. 해외에서는 같이 콜라보 아니면 서로 교류하시는 부분 따로 있나요?
박미
코로나 전에는 대만이나 일본을 왔다 갔다 했었거든요. 특히 대만 같은 경우에 이런 작업이 본인들 눈에는 생소하니까 더 좋아하시거든요. 판매력도 어떻게 보면 국내는 뭔가 회화나 조각이 판매율이 높지만은 대만 같은 경우에는 뭔가 소통이 큰 작품들이 판매율이 크니까 제가 활동할 때 이게 조금 시너지가 더 크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올해부터는 조금 다시 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하지만 콜라보레이션이나 협업 같은건....글쎄요, 아직까지는 제가 해외작가들을 볼 때, 비슷한 점자를 이용한 작가들을 봤을 때에는 조금 점자로서는 가볍게 쓰는 경향도 있고 그냥 평면이면 평면 , 입체면 입체 너무 이렇게 딱 동떨어진 작업들이 많아서... 의외로 우리나라는 자수라든지 방식이나 재료들이 훨씬 더 다양한것 같아요. 최근에는 그 자수 부분을 평면에 옮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런 것도 고민중인데...그래서 차라리 국내 작가들 거, 국내 작가들 작품들을 좀 더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작품 사진]
기자
그런데 얘기하다보니 또 궁금한게... 점자를 원래 알지는 못했을 거 아니에요 작가님도? 어쩌면 지금도 점자를 다 능숙하게 쓰시고 그러지는 못 하시지 않나요?
박미
읽지도 못하고요. 그냥 쓰는 건 쓰는데 이게 너무 어려워요. 필요에 의해서 배우긴 했는데 쓰는 방향이나 찍는 방향, 이런 거는 다 제가 숙제를 해가면서 배우고 있지만, 딱 손으로 보는 순간 그걸 바로 읽는 건 아직까지는 어렵다는게 진실이죠. 계속 공부는 하고 있고요.
기자
그럼 작가님도 잘 못 읽고 잘 못 쓰는데...어떡하다 남편분[주영호 작가]까지 같이 점자로 작품을 하게 되신거에요? 남편분도 못 읽긴 마찬가지일텐데....
박미
원래 작가들이 말을 잘 못하거든요. 글도 잘 못 쓰고...그런데 요즘에는 멀티를 원하잖아요. 그게 작가들로서는 참 힘든데... 남편이 이제 함께 점자를 공부하다가, 아 이게 지금 상황이 나랑 똑같다. 왜냐하면 읽히고는 있지만 내가 말하는 거를 전부 다 상대방이 이해해 줄수도 없고, 내가 표현을 하지만 상대방이 이걸 다 이해하는지 알 수도 없는, 이런 현실이 점자랑 맞닿아 있지 않나 라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남편이 나도 점자를 이용해서 작업해도 괜찮냐고 물어봤는데, 제가 너무 대놓고 이게 점자다 하고 보여지는 것보다는 뭔가 좀 더 미니멀하고 우리가 한글을 디자인하듯이 점자도 디자인해서 조금 더 보여주는 효과가 좀 더 예뻤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었거든요. 그래서 남편도 이제 그런 식으로 연구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영호 작가 작품]
기자
그렇군요. 이렇게 작가 인터뷰하다 다른 작가 인터뷰까지 대리로 하는 경험은 저도 처음입니다 하하. 다음에는 남편분도 따로 모시던지 하겠습니다.
그런데 보통 이건 딱 보면 박미 작가 작품이다 라는 식의 어떤 스타일, 예를 들어 입체적인, 이중적인 이미지로 표현한 초상화라든지 이런 독특한 박미 작가, 이런게 있는데 최근 전시를 보면 여러 가지 재료를 하시면서 스타일도 많이 바꾸시는 것 같아요. 그럼 본인이 이게 내 트렌드 전매특허다 이게 내 거다라는 그런걸 바꾸고 있는건가요?
박미
말씀하신것처럼 보통 작가들은 일반적으로 다들 아는 게 박미 작가 하면은 캔버스의 이중적인 이미지가 기본적인 제 작업이라는 거 다 알고 있거든요. 그러다가 이번에 이제 샤갤러리에서 전시를 하는 거 보고, 전부 다 깜짝 놀라셨어요. 완전 다른 걸로 방향을 잡아서 하니까...그렇다고 제가 완전히 다른 쪽으로 방향을 바꾼 건 아닌데, 원래 작가들도 기획자를 따라가는게 좀 있거든요. 근데 샤갤러리 대표님은 포트폴리오 보더니 이 프로젝트 너무 재미있다, 이것만 가지고 개인전으로 한번 해보자, 얘기하셔서 이걸로 하게 된거에요. 사실 그때 그렇제 제안받았을 때, 그렇게 해본 적이 없어서 솔직히 엄청 걱정 많이 했었거든요. 근데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아서 아 이렇게도 전시를 할 수 있겠구나 라고 좀 안도를 했어요. 어차피 작가들이 다 그렇듯, 저도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듯이 늘상 기획은 이것저것 하고 있는데 제 거는 여러 가지 펼쳐만 놓지 정리를 해서 잘 기획하는 경우가 솔직히 많이 없거든요. 그래서 이번 같은 경우는 도움도 많이 받았고 괜찮았던 것 같아요. 방향을 다양화하는데 참 큰 도움이 됐어요.
기자
그렇군요. 이번 전시회는 다 소품이던데 그럼 대작으로 전환하는것도 생각하고 계신가요?
박미
아 그건 좀 객관적인 사실과 다른데요. 기본적으로 큰 작업을, 제가 평면 작업들은 다 큰 작업들 위주로 하거든요. 오히려 작은 작업들이 많이 없고 부산에 있던 갤러리재희 같은 경우에도 아무래도 작품을 옮기는 것 때문에 조금 크기가 작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100호 이상 작업을 하고 있어요. 큰 작업을 많이 하고 싶기도 하고 작은 작업이 재미도 없기도 하고, 다만 입체적인 거, 조금 변형된 거는 되도록이면 아직 좀 작게 하는게, 아직 제가 그 재료에 대해서 정확하게 100% 알지를 못하니까는 조금 작게 해서 프로젝트로 설치해보는 경우가 많지만 평면 작업들은 웬만하면 좀 큰 작업들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작품 사진]
기자
그럼 마지막으로 아까 이야기한 차(tea)하고 콜라보에 대해 조금만 더 힌트를 주세요. 다음 전시회에 대한 기대도 높일겸...
박미
음...제가 2년전에 교통사고가 한번 크게 났거든요. 제가 순간 기절를 했는데... 눈을 떴을 적에 이게 보여지는 이미지가, 순간 제가 이게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그 상태가, 그냥 늘상 안경을 벗을 때랑 크게 차이도 못 느꼈어요. 그게 약간 몽환적인 그런 분위기가 됐었거든요. 그때 너무 교통사고가 크게 났기 때문에... 그때 그 냄새랑, 주변이 웅성웅성하는 약간 그런 몽환적인 걸 한번 표현을 해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나중에 들었어요. 그거를 테마로 잡아가지고 전시를 준비 중인데...그렇다고 해서 제 작업이 어둡지는 않아요. 제가 어둡게 보여지는 건 싫어서 그걸 조금 밝게 그리고 싶고요. 사고가 난 이후에 그 사고가 바로 제 삶을 좀 돌아보는 계기가 됐기 때문에 그걸 조금 더 밝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 그래서 먹고 마시고 이렇게 생활하는 삶 자체를, 후각적인 것까지 포함해서 오감을 이용할 수 있는 게 엄청 중요하다는 걸 깨달아서 그걸 한번 시도해보려고요.
시력을 잃어가는 현실을 더 밝은 작품으로 품어내고, 차tea를 통한 콜라보의 이유를 물으면 생사를 넘나든 사고에 대해 이야기하는, 종잡을 수 없는 대화는 좀처럼 보기 힘들만큼 즐겁게 이어졌다. 나 자신이 벌써 몇 달째, 해를 넘겨가며 병원을 다니면서 피를 뽑고 소변검사를 하고 X-ray를 찍고 항생제를 먹고 스테로이드를 바르면서도 노화, 혹은 면역저하 라는 말밖에 못 듣는 일상에 멘탈이 바사삭 부서지는 나날 속에서, 어쩌면 박미 작가(아 이 이름은 박미영 이라는 이름이 너무 흔해서 2023년에 활동명으로 그냥 ‘영’을 떼어냈다는 박미 작가의 사연도 나중에 이어진 잡담에서 들었다)의 이야기는 잔잔한 위로처럼 다가왔다. 그게 다가 아냐, 괜찮아 라는.
[작가 프로필 사진]
기자
이번에 샤갤러리에 가서 전시된 걸 보니까 레고를 가지고 만드신 작품 같던에요. 그 레고가 표현하는 바가 어떤 건가요? 그냥 시각적인 이미지인건지 아니면 점자로서나 그런 의미가 있는 건가요?
박미 작가(이하 박미)
처음에는 제가 회화 작가다 보니까 회화적으로 표현하면서 작품 밑바탕에다 이제 점자를 사용했었거든요. 어차피 점자는 약간 일반적인 시각으로서는 만져진다는 의미가 더 크잖아요. 어차피 읽혀지지 않는 점자를 사용하긴 하지만 그래도 만져지는 것도 어느 정도 필요할 것 같기도 하고 조금 확장된 전시를 하고 싶어서 도전한거에요. 처음에 레고를 사용한건, 점자가 너무 대놓고 보여지는 거는 어느정도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거든요. 그게 어차피 장애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게 불편할 수도 있어서 그거를 조금 더 재미있게 풀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생각했던거죠.
그때 조카가 이제 레고를 가지고 장난스럽게 놀고 쌓고 하고 있었는데, 그 과정을 보면서 저도 어릴 적, 한글을 배울 때 그냥 크게 의미를 두고 배우는 것보다는 낱말 맞추기 하듯이 했던게 생각나서... 그게 레고의 한 장르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 그쪽으로 풀어본거죠. 점자의 형태로 가되 점자의 의미를 두는 것보다는 그 형태만 가지고 제가 조립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해본거에요.
기자
그러면 그 작품 자체가 어떤 점자의 의미 단어를 품고 있지는 않은 거였네요?
박미
사실 작품에 따라 단어의 의미를 품을 수도 있는데 그 작품들을 만드는데 참여하신 분들께, 굳이 의미보다는 이미지를 만들겠다 해도 상관이 없다고 제가 얘기를 했었거든요. 그래서 그냥 그 형태를 가지고 꽃을 만드는 분도 계셨고 사람얼굴 형태를 만드는 분도 계셨고 그냥 한글 모양으로 조립하시는 분도 계셨거든요. 그래서 그게 조금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네요
기자
안 그래도 왜 점자일까라고 생각을 하다 보니까 시력을 예전에 조금 잃으셨다는 이야기를 읽어서 그것때문일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시력을 어떡하다, 어떻게 잃게 되신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박미
정확히는 제가 이미 시각 장애인이거든요. 한쪽에 시각이 아예 없기 때문에...그런데 제가 운이 좋았던 게 어릴 때부터 원래 왼쪽 시력이 약한 상태였는게 그게 아예 시력을, 수술을 해도 돌아올 수 없다는 정도에 갔을 때까지 저는 제가 시각을 잃을거라는걸 모르고 있는 상태였거든요.그래서 그냥 일반적으로 시각 자체가 없었던 분들보다는 저는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부터 익숙해져 있어 가지고, 그러니까 오른쪽으로 보는 게 익숙해져 가지고...그래도 좀 생활을 하는데 영향은 받지만, 그래도 조금 적응을 많이 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좀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그랬군요. 그러면 본인이 시력을 잃는 그런 과정에서 점자에 대한 관심이 생기신 거예요? 사실 그전에도 점자를 원래 오브제로 사용하시거나 그러진 않으셨을 거 같은데...
박미
눈 수술을 했던 게 제가 대학 때, 한 2003년도인데 그때까지는 그냥 일반적인 평면 회화 작업을 했었거든요. 눈 수술을 하고 나서는 사실 제가 작업도 재미도 없고 공부도 계속해야 되나 라는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외국 회화 작품들을 찾아보다가... 작가 중에 아리스티드 마이욜 이라고 있거든요. 그 작가가 원래는 회화 작가였는데 시력을 잃고 조각 쪽으로 바꿨다고 하는 걸 보고 저도 뭔가 조금 촉감적인 게 필요하다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도 회화 전공이다 보니까 회화를 아예 100% 버릴 수는 없고 거기서 촉감적인걸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연구를 했습니다.
기자
아 그래서 이전에 많이 나왔던 작품, 점묘는 아니고 하여튼 이중적인 이미지로 보이는 초상부터 그런 작품들이 거기서 나온 건가요? 그걸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시각적인 장애가 많이 영향을 미쳤나요?
박미
좀 미치긴 했죠. 왜냐하면 그 중첩되는 이미지를 제가 사용을 많이 했거든요.근데 저는 그 겹치는 이미지가 불편하다기보다는, 한 번씩 안경을 볼 때 이 흐릿한게 겹쳐지는 이미지가 더 훨씬 감정적으로는 더 예쁘다고 느꼈거든요. 그리고 조금은 형태를 정확하게 보는 것보다는 뭔가 생각을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좀 겹치는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풀려고 애를 썼거든요. 그리고 시각장애인 작가들 가운데 보통 작업하는 작품들을 좀 어둡게 표현하시는 작가들이 의외로 좀 많아요. 근데 저는 그렇게 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빛을 이용해서, 보는 사람이 조금 더 그 빛의 효과를 조금 더 예쁘게, 약간 조금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작업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자
그렇군요. 그런데 조금 이건 박작가님 작품과는 다른 이야기인데....여기 바인딩 갤러리에 전시된 이 작품들이 남편 분(주영호 작가) 작품이라고 들었어요. 근데 저는 사실 이런 작품을 볼 줄은 몰랐는데 남편분 작품도 또 점자로 되어 있는게 많네요. 혹시 같이 서로 작품 활동을 서로 교류하다 보니까 영향을 받으신 거예요?
박미
네 저도 사실 입체적인 부분에 아무래도 남편한테 영향을 좀 받기도 하고, 남편도 영향을 받기도 하고 그렇죠. 점자를 계속 얘기하다 보니까 저 같은 경우에는 읽히지 않는 점자를 작품화하고 남편은 읽히는 점자를 이용을 해서 작업을 한번 해보자 라는데 까지 이르게 된거에요. 그래서 한 3년 전부터 이제 두 예술작품으로 같이 그룹으로도 전시를 해보고 하고 있거든요. 그러다보니 효과가 혼자 할 때보다, 뭔가 이제 둘이 같이 했을 때에 그 점차 의미를 나누는 , 정확히는 나누는데 나누지만은 않는, 그런 느낌이 들어서 조금 더 재미있는 작업이 되는 것 같습니다.
기자
아 그렇군요...그럼 아까 질문의 맥락으로 돌아가서...어떻게 보면 저는 이중적으로 중첩된다고 보이거든요 작가님 작품이. 말하자면 시각 장애를 통한 발전시킨 점자라는 걸로 작품 활동을 하시지만 그건 어떻게 보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분들을 위한 작품’이잖아요. 그러면은 이 점자로 만든 그런 작품들을 ‘시각 장애인들이 실제로 그걸 향유하지는 못하는’ 상황이에요. 이것도 사실 생각해보면 굉장히 이중적인, 이율배반적인 상황인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은 작품을 만드실 때 반영이 되나요?
박미
아...보통 제 작품의 이미지 자체는 특정인, 그러니까 시각장애인이나 일반인의 범주를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한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시각장애인을 위해서 작업을 한 작업은 아니라는거죠. 하지만 내가 그냥 일반적인 작가가 아니라 시각장애인 작가니까 시각장애인을 위한 작업은 아니지만 대신에 작업을 전시할 때, 저는 되도록 만져보기는 할 수 있게 만들어요. 그래서 일반인이나 장애인들이 왔을 때 무조건 만져봐라 얘기를 하는데, 저는 장애인 분들이 왔을 때 이렇게 만졌을 때에 더 그 감동이 오는 게 컸어요.
한 2년 전에 학생 시각장애인 학부모들이 기획했던 전시가 하나 있었거든요. 제가 초청을 받아서 전시를 했는데 저는 시각 장애인들한테 점자의 의미를 두고 작업을 한건 아니지만, 이 작품을 그냥 촉감적으로 만졌을 때에 어떤 형태를 감각적으로 읽어봐라 이렇게 얘기를 했거든요. 그런데 한 초등학생이 너무 좋다고 했어요. 보통 일반 점자가 들어가는 작업은 그냥 읽히는 작업밖에 안 되니까 상상을 못 하잖아요. 근데 그냥 형태만 이루어져 가지고 상상을 해라 그리고 이거는 촉감적으로 만질 수 있다 하니까 더 조심스럽게 만지면서 새로운 세상을 본 거죠. 저는 그게 어쩌면 일반인과 시각장애인의 이중적인 것보다 더욱 이중적일 수도 있다고 보는데, 그래서 그 이중적인 효과가 어떻게 보면 제 작품에서 보이는 이중적인 차이보다 더 크지 않을까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기자
그럼 주로 회화보다는 조각이라든지 조소라든지 설치 미술 쪽에 가까운, 그런 방향으로 앞으로 창작활동도 생각하고 계신건가요?
박미
회화와 그런 방향들을 같이 가고 싶거든요. 뭐든지 확장을 할 수 있는 작업으로 같이 가고 싶고, 그건 만지는 의미도 있지만... 지금 제가 후반기에 개인전 준비 중인데 그거는 만지는 걸 넘어서서, 차(tea)랑 콜라보를 해서 촉감을 넘어서 후각적으로도 뭔가 효과를 낼 수 있는 게 뭘까, 지금 연구 중이거든요. 같이 뭔가 더 확장성 있는 작업을 계속 연구를 하고 싶다....
기자
대화를 나누다 보니까 좀 궁금한 게 계속 확장성을 말씀하시고 연결성을 말씀하시는 게 어떻게 보면 시력에 대한 어떤 상실, 그 부분을 계속 딴 걸 통해서 공감각적으로 확장시켜가는, 보완이라기보다는 확장시켜서 다른 세계로 나아가시는 데 좀 초점을 두시는 것 같아요. 맞나요?
박미
네 맞습니다. 이게 작가들이 계속 작업을 하다 보면은 약간 본인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많거든요. 저는 계속 그리는 행위만, 미술이라는 영역이 그리는 행위로서만 끝나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뭔가 제가 제 얘기를 하지만, 같이 관람객 입장에서도 본인 얘기가 돼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작가가 그냥 그리는 행위에서만 끝나면은 뭔가 조금 작가로서 이게 소통이 없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조금 더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서 확장성을 열어두고 관람객이랑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조금 더 고민을 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래서 재료도 레고로도 이번에 해봤고 스틸도 한번 만져보고, 남편 같은 경우에는 이제 스틸에 아예 색감을 안 넣고 작업을 하지만, 저는 한번 색감을 넣어서 작업을 해 봤거든요. 재밌긴 한데 아무래도 재료가 늘 쓰는 재료가 아니다 보니까 조금, 제가 혼자 하기는 힘들고 도움을 요청하는 게 많고, 그래서 지금은 조금 더 재료 연구를 조금 더 많이 해야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기자
박미 작가님 같은 경우는 국내에서 서울, 경남, 그리고 부산까지 오가면서 활발하게 활동하시는데 해외에서도 사실은 이런 작품은 굉장히 드문 시도 중에 하나잖아요. 해외에서는 같이 콜라보 아니면 서로 교류하시는 부분 따로 있나요?
박미
코로나 전에는 대만이나 일본을 왔다 갔다 했었거든요. 특히 대만 같은 경우에 이런 작업이 본인들 눈에는 생소하니까 더 좋아하시거든요. 판매력도 어떻게 보면 국내는 뭔가 회화나 조각이 판매율이 높지만은 대만 같은 경우에는 뭔가 소통이 큰 작품들이 판매율이 크니까 제가 활동할 때 이게 조금 시너지가 더 크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올해부터는 조금 다시 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하지만 콜라보레이션이나 협업 같은건....글쎄요, 아직까지는 제가 해외작가들을 볼 때, 비슷한 점자를 이용한 작가들을 봤을 때에는 조금 점자로서는 가볍게 쓰는 경향도 있고 그냥 평면이면 평면 , 입체면 입체 너무 이렇게 딱 동떨어진 작업들이 많아서... 의외로 우리나라는 자수라든지 방식이나 재료들이 훨씬 더 다양한것 같아요. 최근에는 그 자수 부분을 평면에 옮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런 것도 고민중인데...그래서 차라리 국내 작가들 거, 국내 작가들 작품들을 좀 더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기자
그런데 얘기하다보니 또 궁금한게... 점자를 원래 알지는 못했을 거 아니에요 작가님도? 어쩌면 지금도 점자를 다 능숙하게 쓰시고 그러지는 못 하시지 않나요?
박미
읽지도 못하고요. 그냥 쓰는 건 쓰는데 이게 너무 어려워요. 필요에 의해서 배우긴 했는데 쓰는 방향이나 찍는 방향, 이런 거는 다 제가 숙제를 해가면서 배우고 있지만, 딱 손으로 보는 순간 그걸 바로 읽는 건 아직까지는 어렵다는게 진실이죠. 계속 공부는 하고 있고요.
기자
그럼 작가님도 잘 못 읽고 잘 못 쓰는데...어떡하다 남편분[주영호 작가]까지 같이 점자로 작품을 하게 되신거에요? 남편분도 못 읽긴 마찬가지일텐데....
박미
원래 작가들이 말을 잘 못하거든요. 글도 잘 못 쓰고...그런데 요즘에는 멀티를 원하잖아요. 그게 작가들로서는 참 힘든데... 남편이 이제 함께 점자를 공부하다가, 아 이게 지금 상황이 나랑 똑같다. 왜냐하면 읽히고는 있지만 내가 말하는 거를 전부 다 상대방이 이해해 줄수도 없고, 내가 표현을 하지만 상대방이 이걸 다 이해하는지 알 수도 없는, 이런 현실이 점자랑 맞닿아 있지 않나 라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남편이 나도 점자를 이용해서 작업해도 괜찮냐고 물어봤는데, 제가 너무 대놓고 이게 점자다 하고 보여지는 것보다는 뭔가 좀 더 미니멀하고 우리가 한글을 디자인하듯이 점자도 디자인해서 조금 더 보여주는 효과가 좀 더 예뻤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었거든요. 그래서 남편도 이제 그런 식으로 연구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군요. 이렇게 작가 인터뷰하다 다른 작가 인터뷰까지 대리로 하는 경험은 저도 처음입니다 하하. 다음에는 남편분도 따로 모시던지 하겠습니다.
그런데 보통 이건 딱 보면 박미 작가 작품이다 라는 식의 어떤 스타일, 예를 들어 입체적인, 이중적인 이미지로 표현한 초상화라든지 이런 독특한 박미 작가, 이런게 있는데 최근 전시를 보면 여러 가지 재료를 하시면서 스타일도 많이 바꾸시는 것 같아요. 그럼 본인이 이게 내 트렌드 전매특허다 이게 내 거다라는 그런걸 바꾸고 있는건가요?
박미
말씀하신것처럼 보통 작가들은 일반적으로 다들 아는 게 박미 작가 하면은 캔버스의 이중적인 이미지가 기본적인 제 작업이라는 거 다 알고 있거든요. 그러다가 이번에 이제 샤갤러리에서 전시를 하는 거 보고, 전부 다 깜짝 놀라셨어요. 완전 다른 걸로 방향을 잡아서 하니까...그렇다고 제가 완전히 다른 쪽으로 방향을 바꾼 건 아닌데, 원래 작가들도 기획자를 따라가는게 좀 있거든요. 근데 샤갤러리 대표님은 포트폴리오 보더니 이 프로젝트 너무 재미있다, 이것만 가지고 개인전으로 한번 해보자, 얘기하셔서 이걸로 하게 된거에요. 사실 그때 그렇제 제안받았을 때, 그렇게 해본 적이 없어서 솔직히 엄청 걱정 많이 했었거든요. 근데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아서 아 이렇게도 전시를 할 수 있겠구나 라고 좀 안도를 했어요. 어차피 작가들이 다 그렇듯, 저도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듯이 늘상 기획은 이것저것 하고 있는데 제 거는 여러 가지 펼쳐만 놓지 정리를 해서 잘 기획하는 경우가 솔직히 많이 없거든요. 그래서 이번 같은 경우는 도움도 많이 받았고 괜찮았던 것 같아요. 방향을 다양화하는데 참 큰 도움이 됐어요.
기자
그렇군요. 이번 전시회는 다 소품이던데 그럼 대작으로 전환하는것도 생각하고 계신가요?
박미
아 그건 좀 객관적인 사실과 다른데요. 기본적으로 큰 작업을, 제가 평면 작업들은 다 큰 작업들 위주로 하거든요. 오히려 작은 작업들이 많이 없고 부산에 있던 갤러리재희 같은 경우에도 아무래도 작품을 옮기는 것 때문에 조금 크기가 작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100호 이상 작업을 하고 있어요. 큰 작업을 많이 하고 싶기도 하고 작은 작업이 재미도 없기도 하고, 다만 입체적인 거, 조금 변형된 거는 되도록이면 아직 좀 작게 하는게, 아직 제가 그 재료에 대해서 정확하게 100% 알지를 못하니까는 조금 작게 해서 프로젝트로 설치해보는 경우가 많지만 평면 작업들은 웬만하면 좀 큰 작업들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기자
그럼 마지막으로 아까 이야기한 차(tea)하고 콜라보에 대해 조금만 더 힌트를 주세요. 다음 전시회에 대한 기대도 높일겸...
박미
음...제가 2년전에 교통사고가 한번 크게 났거든요. 제가 순간 기절를 했는데... 눈을 떴을 적에 이게 보여지는 이미지가, 순간 제가 이게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그 상태가, 그냥 늘상 안경을 벗을 때랑 크게 차이도 못 느꼈어요. 그게 약간 몽환적인 그런 분위기가 됐었거든요. 그때 너무 교통사고가 크게 났기 때문에... 그때 그 냄새랑, 주변이 웅성웅성하는 약간 그런 몽환적인 걸 한번 표현을 해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나중에 들었어요. 그거를 테마로 잡아가지고 전시를 준비 중인데...그렇다고 해서 제 작업이 어둡지는 않아요. 제가 어둡게 보여지는 건 싫어서 그걸 조금 밝게 그리고 싶고요. 사고가 난 이후에 그 사고가 바로 제 삶을 좀 돌아보는 계기가 됐기 때문에 그걸 조금 더 밝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 그래서 먹고 마시고 이렇게 생활하는 삶 자체를, 후각적인 것까지 포함해서 오감을 이용할 수 있는 게 엄청 중요하다는 걸 깨달아서 그걸 한번 시도해보려고요.
시력을 잃어가는 현실을 더 밝은 작품으로 품어내고, 차tea를 통한 콜라보의 이유를 물으면 생사를 넘나든 사고에 대해 이야기하는, 종잡을 수 없는 대화는 좀처럼 보기 힘들만큼 즐겁게 이어졌다. 나 자신이 벌써 몇 달째, 해를 넘겨가며 병원을 다니면서 피를 뽑고 소변검사를 하고 X-ray를 찍고 항생제를 먹고 스테로이드를 바르면서도 노화, 혹은 면역저하 라는 말밖에 못 듣는 일상에 멘탈이 바사삭 부서지는 나날 속에서, 어쩌면 박미 작가(아 이 이름은 박미영 이라는 이름이 너무 흔해서 2023년에 활동명으로 그냥 ‘영’을 떼어냈다는 박미 작가의 사연도 나중에 이어진 잡담에서 들었다)의 이야기는 잔잔한 위로처럼 다가왔다. 그게 다가 아냐, 괜찮아 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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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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