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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 DNA

길재섭기자
 길재섭 기자

[부산경남 DNA] 길기자의 서울살이 "언제까지 '수도권 역차별' 주장할건가"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을 차등화하자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 이 가운데 크게 주목 받은 것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비수도권 지역 기업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이 주장은 기업들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완화해 보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러한 목소리는 늘 수도권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수도권 중심 경제를 떠받혀온 수도권의 언론이 항상 앞장섰던 내용이다. 세제 개편과 관련한 수도권 언론과 비수도권 언론의 기본적인 논거는 크게 다르다. 수도권 언론은 세제 개편에 따른 조세 형평성 위배와 역차별 가능성을 중요하게 내세운다. 국가균형발전과 관련한 최근 수도권 언론의 기사를 찾아보면 아래와 같다. <정부 첫 예산안, ‘수도권 역차별’ 우려 커진다> (2025,9,3 00일보) <지방 대출금리 인하? 그럼 수도권은?... 역차별 논란도 ‘불쑥’> (2025,9,23 00와치) <‘5극3특’ 균형성장 전략? 인천 “역차별 불러”> (2025,10,1 00일보) 기사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비수도권이나 지방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담은 정책에 대해 반발하는 내용들이다. 내년도 예산안이 지역에 대한 지원을 더 담고 있거나 비수도권 기업들에 대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수도권에서는 그대로 두고 보기 어려운 사안이다. 이번 정부에서 지방시대위원회와 지난 달 출범한 여당의 국가균형성장특별위원회가 주도하는 ‘5극3특’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기사도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물론 비수도권 언론은 법인세율 차등화와 같은 세제 개편 등 균형발전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는데 주로 동의한다. 이러한 차이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세제 개편에 대한 강조점 차이
세제 개편에 대한 강조점 차이
이러한 차이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현재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욱 집중시키고 싶은 수도권의 속내를 수도권 언론 역시 그대로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비해 비수도권의 지역 언론은 균형발전에 대한 ‘절실함’을 담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의 광역 지자체들이 점점 더 쪼그라드는 것을 직접 보고 느낀 심각한 우려가 자연스럽게 기사화되는 것이다. 수도권 언론이 강조하는 내용은 현상유지를 원할 뿐, 한 마디로 균형발전이 싫다는 의미에 가깝다.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정책의 실효성을 우려한다면, 이미 20년 넘게 균형발전 정책을 다양하게 시도하면서 겪은 많은 시행착오들을 토대로 이제는 충분히 예측 가능하고 정교한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세제 개편이야말로 정밀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이고, 이웃 일본 등 해외의 다양한 시도와 사례들에 대한 연구들도 이미 넘친다. 수도권 언론이 가장 앞세우는 역차별 우려는 국가 균형 축이 수도권에 심하게 기울어져 있는 현재의 차별과 불균형을 애써 모른 척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신뢰할만한 연구 역시 충분히 축적돼 있고, 수도권 안에서 나타나는 차별과 소외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균형발전은 시급하다. 수도권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기업들은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다시 성장할 기회를 맞을 수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발판 삼아 자본과 인력, 인프라, 기업을 빨아들여온 수도권이 포화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밀한 균형발전 정책도 시급하다. 기업의 선택은 당연히 기업의 몫이다. 기업들이 수도권이 아니라 산업용지와 용수가 풍부한 비수도권을 선택하고 청년들이 여유로운 삶을 살면서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자는 시도가 바로 균형발전 전략이다.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 더 많은 장점을 찾을 세제 혜택과 같은 기회를 준다면 기업들은 스스로 비수도권을 택할 것이다. 기업들이 비수도권도 선택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국가 경제를 고려하자는 주장은 균형 발전된 국가의 경제가 수도권 중심 경제보다 못할 것이라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가령 최근 삼성과 현대차가 광주와 전남의 미래 산업에 대한 수 백 조원의 막대한 투자를 결정하면서 앞으로 호남권이 얼마나 큰 발전의 기회를 갖게 될지는 가늠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투자를 동남권과 대경권 등 전국 여러 권역에 할 수 있다면,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완성 단계가 아닌 추진 과정에서부터 수도권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둘 것이다. 부산 LS일렉트릭 2생산동 준공식(12월 4일)
부산 LS일렉트릭 2생산동 준공식(12월 4일)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수도권의 기업과 인프라를 빼앗아 나누자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할 기회를 함께 만들자는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이제라도 조금씩 맞추며, 기업들이 앞으로는 비수도권에 자리 잡고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이미 기울어진 것을 균형이라고 생각하며 세제 개편이나 차등 적용을 역차별이라 주장한다면 국가균형을 맞출 기회는 영원히 찾을 수 없다. 언제까지 '수도권 역차별' 주장할건가.
2025.12.09

[부산경남 DNA] 길기자의 서울살이 "전력도 없으면서 공장만 밀집?"

수도권의 전력 자급률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서울의 경우 전력 생산량은 5,816 기가와트. 경기는 88,936 기가 와트였다. 하지만 소비량은 서울이 50,352 기가 와트, 경기는 143,302 기가와트로 소비량에 비해 생산량은 크게 부족했다. 자급률을 보면 서울은 불과 11.6%, 경기는 62.1% 였다. 수도권이 아닌 다른 지역의 전력 자급률은 어떨까? 지난해 전국에서 전력 자급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경북으로 228.1%였다. 지역에서 필요한 전력의 두 배 이상을 생산했다. 또 전남이 213.4%, 충남이 207.1%였고, 부산은 169.8%, 경남은 125%였다. 지역별 전력 자급률
지역별 전력 자급률
결국 서울과 경기 지역의 기업과 공장들을 가동하기 위해 영호남 등 다른 지역의 전력을 멀리 수도권으로 끌어와야 한다. 이같은 전력 수급 정책의 심각한 문제는 엄청난 '비용'이다. 한전은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송주법)'을 근거로 전력망이 지나는 지역의 주민들에게 지원금을 주고, 다양한 지원사업도 실시한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 동안 송전선로를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 지출된 지원금은 모두 3,576억원이었다. 또 주민지원과 공동지원을 위한 사업비용 지원은 무려 1조 5,126억원에 달했다. 10년 동안 수도권에 전력을 보내는데에만 약 1조 8,700억을 지출한 셈이다. 주민 지원사업비와 지원금
주민 지원사업비와 지원금
또 다른 문제는 이 비용이 점점 더 커진다는 점이다. 한전은 지난 5월 27일 전기위원회를 열고 오는 2038년까지 적용할 '제11차 장기 송변전 설비 계획'을 확정했다. 이 계획은 호남과 수도권 사이 '초고압직류송전'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계통을 재구성하고, 영호남에 있는 원전 전력을 수도권으로 송전하기 위해 모두 72조 8천억원을 투자한다. 쉽게 말하면 지역에서 생산하고 남아 도는 전력을 수도권,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송전하기 위해 약 7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계획에 대해 수도권 중심의 정치권과 언론 등은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당연하다는 뜻이다.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하지만 부산이나 경북처럼 원전을 가까이에 두고 있는 시도민들은 이같은 정책을 이해하지 못한다. 언제 어떤 일을 겪을 지 몰라 늘 불안감을 가지고 사는 시도민들은 그런 불안감을 감수하면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에 보내는데 정부가 몇 십 조원을 들이고, 기업이 수도권에 더욱 집중되면서 일자리가 쏠리는 '수도권 집중 가속화'를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말로는 국가 균형발전과 수도권 일극체제 극복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중요한 정책은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속가능발전연구센터의 김혜정 대표는 윤석열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 첨단 전략산업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이같은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SK하이닉스나 삼성SDI의 대표나 임원들이 포함된 이 위원회가 용인반도체 단지를 위한 '반도체 특별법'과 '국가기간전력망 확충법'을 만들 것을 결정하면서 '전력의 수도권 집중'이라는 정책이 완성됐다는 설명이다. 기업이 떠나고 일자리가 사라지고 쳥년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현실은 오히려 가속화하고 있다. 몇 십 조를 들여 수도권에 전력을 보내는 대신 전력이 남는 지역에 그 비용을 들여 살 만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기업을 유치하면 어떨까. 시늉 뿐인 국가균형발전이 아닌 현실적인 정책을 이제라도 세워야 한다.
2025.11.19

[부산경남 DNA] 길 기자의 서울 살이 - 옛 대우조선해양 청산, 지금도 주장할건가

2016년 4월, 서울 한 경제지의 칼럼을 기억한다. 제목은 <대우조선 하나 못 죽이는 나라>. ‘대우조선해양은 대마불사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한 이 칼럼은 한 마디로 대우조선해양이라는 대마를 죽여야 나라가 산다는 주장이었다. 필자는 당시 대우조선이 있는 거제를 담당하면서 대우조선의 상황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었다. IMF 위기도 모른 채 호황기를 보냈던 거제는 식당들이 문을 닫고 부동산 경기도 침체 일로였다. 일감이 사라져가는 수많은 협력업체들도 비슷한 운명이었다.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등이 당시에 이미 4조 2천억 원 가량을 투입했지만 희망이 없다며 대우조선해양을 청산해야 한다는 기사가 연일 쏟아졌다. 조선업의 사이클과 산업 특성을 아는 이들은 어렵게라도 회사를 살려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포기해야 마땅하다는 것이 대세였다. 불과 10여 년 전을 거슬러 생각해보면,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청산을 주장한 가장 큰 근거는 맥킨지보고서였다. 2016년, 한국조선협회의 의뢰를 받은 외국계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국내 조선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빅3 체제 대신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2강 체제를 권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청산하거나 분할하는 정리안이었다. 맥킨지의 보고서가 나오기 전부터 대우조선해양의 청산을 주장해 온 수도권 언론은 그 뒤 더 강한 논조로 정리를 주장했다. 대우조선해양이 2012년에서 2014년 사이 매출액을 부풀리며 분식회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면서 청산 주장에는 더 힘이 실렸다. 하지만 정부는 다행히 정리 대신 살려두는 길을 택했다. 2017년 삼정KPMG에 새로 맡긴 컨설팅의 결과는 정책자금의 신규지원이었고, 대우조선해양은 비슷한 시기에 사라진 한진해운과는 다른 길을 가게 됐다. 이에 대한 중앙 언론의 비난은 더욱 쏟아졌다. 2025년, 국내 조선업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오션은 올해 상반기에만 6조 4,37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 6.30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달까지 수주잔고가 27조원 대를 유지하면서 시가 총액은 인수 당시 2조 4천억 원에서 올해 11조 5천억 원 규모로 올라섰다. 수도권 언론들은 이제 한화오션을 중심으로 'MASGA’프로젝트에 대한 칭찬을 이어가기 바쁘다. <대우조선 하나 못 죽이는 나라> 칼럼을 실었던 경제지는 <비싼 LNG선 물 들어온다..K조선, 벌써 작년 두 배 ‘4.4조원’ 벌었다> <한화오션 15만원 터치..트럼프 ‘K-핵잠 발언’에 프리마켓 폭등> 등의 기사로 한화오션의 눈부신 실적과 국내 경제를 주도하는 조선업에 대한 분석 기사를 내놓고 있다. 나라를 살리기 위해 죽여야 한다던 옛 대우조선해양(한화오션)이 이제 나라를 살린다는 분석이다. 물론 과거의 주장에 대한 해명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화오션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한화오션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대우조선해양 기사에서 보듯이 수도권 에 기반을 둔 중앙의 언론사들은 수도권 중심주의에서 예나 지금이나 벗어나지 못한다. 부산경남에서 30여 년 가까이 기사를 쓰며 읽어 온 수도권 언론의 논조는 조금 거칠게 정리하면 ‘그게 거기 왜 필요한데?’이다.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기업을 큰 돈 들여가며 왜 촌구석에 살려둬야 하고, 24시간 공항 하나 만들자는 목소리에는 인천공항 있는데 왜 필요하냐는 식이고, 비수도권의 광역 교통망 구축은 인구도 적은데 왜 필요하냐는 식이다. 결국 비수도권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기지 못한 기업들이 빠져 나가고, 일자리가 필요한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유입되고, 비수도권의 인프라는 점점 더 쪼그라드는 악순환의 고리가 끝없이 이어진다. 수도권에서 보기에 비수도권은 볼거리나 먹을거리 잘 관리하면서 관광 산업이나 유지하는 '수도권의 휴식처'면 충분하다는 것인가. 옛 한진해운 부산 중앙동 사옥
옛 한진해운 부산 중앙동 사옥
청산의 길을 걷게 된 한진해운은 오너 일가의 경영이 중요한 리스크였고, 당시 기획재정부 등은 '청산 가치'가 '존속 가치'보다 크다는 이유로 회사를 청산했다.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부산은 물론 국내 해운업계는 여전히 이 결정을 크게 아쉬워하고 있다. 최근 만난 옛 한진해운의 한 임원은 코로나 사태 와중 세계 해운업계의 호황을 감안하면 한진해운이 살아남았을 경우의 매출액을 약 220조원 정도로 추산했다. 그게 한진해운의 '존속 가치'였다. 지역의 산업은 지역이 더 아끼고 이해한다. 지금도 청산 주장할 건가.
202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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