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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길기자의 서울살이 "쓰레기 폭탄 돌리기... 수도권 '님비'는 여전"

길재섭 입력 : 2026.02.23 10:53
조회수 : 336
길기자의 서울살이 "쓰레기 폭탄 돌리기... 수도권 '님비'는 여전"
자료 : CJB 청주방

갈 곳 없는 수도권 생활쓰레기와 산업쓰레기, 타지역 떠넘기기 현실화 되나?
낙동강 녹조라떼는 무관심, 소양강댐 녹조에는 호들갑...

폭탄 돌리기.
돌고 도는 폭탄이 내 앞에서 터지는 것은 막아보자는 눈치 게임이다.
이 게임의 새 장르가 최근 벌어지는 ‘쓰레기 폭탄 돌리기’다.

올해 벌어진 ‘쓰레기 폭탄 돌리기’는 지난 1월부터 수도권에서는 생활폐기물을 매립지에 바로 묻을 수 없고 소각 또는 재활용을 거친 뒤 남은 잔여물만 매립할 수 있는 ‘직매립 금지 조치’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결정 이후 이미 4년이 넘는 준비 기간이 있었지만 서울 등 도심 소각장 추가 건설이 가로막히면서 결국 수도권 생활쓰레기가 갈 곳 없는 사태를 맞게 됐다.
공공 소각장이 부족하다 보니 민간 소각장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쓰레기는 발생한 곳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도 무너졌다.

수도권에서 해마다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은 대략 370만 톤 규모, 이 가운데 50만 톤 정도가 인천 서구의 수도권매립지에 매립됐다.
하지만 올해 들어 수도권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인천에서 매립되던 쓰레기가 먼저 갈 곳을 잃었다.
수도권 생활쓰레기 직매립 금지가 결정된 뒤 모두 27곳의 공공 소각 시설 확충 사업이 추진됐지만 마무리된 곳은 없었고, 빨라야 2027년에나 완공이 가능할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추진된 마포구의 기존 자원회수시설 소각장 확충은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중단됐다.

<자료사진>

마포구의 쓰레기 소각장 추가 설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상대로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결정고시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이 판결은 소각장 입지선정위원회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민들의 주장을 인정했지만 마포구에 공공소각장을 짓는 것이 잘못됐다는 내용은 아니었다.
하지만 마포구에서 다른 입지를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인천과 경기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하루 약 190톤의 생활폐기물을 매립해온 인천시는 소각장 확충을 서두르고 있지만 기존의 송도국제도시 소각장 현대화 사업만 추진될 뿐 다른 후보지 12곳은 모두 주민 반발에 가로막혔다.
경기도에서는 지난 해 하루 평균 4천 700여 톤의 생활폐기물이 발생해 공공소각시설에서 3천 500여 톤이 소각됐다.
민간소각시설에서도 처리하지 못하고 남은 640여 톤은 결국 수도권 매립지에 직매립됐지만 이제는 다른 소각 시설을 찾게 됐다.
고양과 시흥 등 각 지자체의 신규 소각장 건설은 모두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산업폐기물 처리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산업폐기물은 지역 내 처리 원칙이 적용되지 않은 탓에 그동안 특히 충청권에서 집중 처리돼 왔다.
수도권에서 가까운 충남 당진과 서산, 충북 청주 등이 산업폐기물 처리장이 밀집된 대표적인 지역들이다.
공장과 산업단지들이 밀집된 수도권의 산업폐기물은 트럭에 실려와 수도권과 가까운 이들 충청 지역에서 집중 소각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악취 등은 지역 주민들의 몫이다.

수도권 쓰레기를 반기는 지역도 있을까?
찾기 어렵다.

수도권의 여러 지자체들은 소각 용량 여유가 있는 청주 지역의 민간 소각장 등에 쓰레기 소각을 맡겼다.
지역 내 처리가 막히면서 찾아낸 궁여지책이다.
하지만 정식으로 쓰레기가 반입되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충청 지역 주민들이 반대에 나섰다.
충북도와 청주시, 인근 증평군에서 반대 기자회견이 이어졌고 충남도 역시 반대에 나섰다.
광역*기초 자치단체장과 지역 의원들, 환경단체, 주민들까지 모두 한 목소리를 내면서 지역 갈등 양상까지 나타난다.
생활폐기물 반입에 충청권 주민들이 특히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미 산업폐기물 처리장으로 전락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 폭탄 돌리기’ 현실의 뒤에 가려진 더 심각한 문제는 정치권이다.
서울 마포을이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당대표는 이미 여러 해 전부터 마포구의 쓰레기 소각장 건설을 반대하면서 한편으로는 소각장 확충을 추진하는 서울시를 비난해 왔다.
당대표가 반대하는 사안에 대해 민주당도 반응하면서 지난 2024년 11월에는 서울시가 추진하던 마포구 쓰레기 소각장 건설 추진 예산이 국회에서 전액 삭감되기도 했다.
정부 여당의 당대표가 대안 없이 본인 지역구의 쓰레기소각장 확충을 가로막은 상황. 서울시 생활쓰레기 대란의 해법은 누가 찾아야 할까?

수도권은 기업과 인력, 신규 투자를 빨아들이며 기형적으로 성장했다.
반도체 산업을 독식해 온 수도권의 신규 반도체 단지에 영호남 지역의 전력을 끌어오기 위해 한국전력은 2038년까지 73조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물 공급 역시 마찬가지다. 강원도 소양강 등에서 맑은 물을 끌어다 마시는 수도권은 오염된 낙동강 물을 정수해서 마시는 부산과 동부 경남의 물 문제에 관심이 적다.
또 그동안 낙동강 녹조에는 무관심했지만 소양강댐에서 최근 몇 년 사이 녹조 현상이 발생하자 뒤늦게 호들갑을 떤다.
그런 수도권이 지역 내 생활쓰레기는 타 지역으로 넘기려 한다.

수도권은 필요한 것은 가져다 쓰고, 불필요한 것은 내다 버리면 된다는 편리한 생각이 있는 걸까.
산업쓰레기를 비수도권에서 그동안 처리해 준 것처럼 생활쓰레기 문제도 결국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는 걸까.
본인들의 표밭만 건드리지 않으면 된다는 수도권 정치인들의 ‘님비’ 인식은 여전한 것일까.
5년 전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킨 이들이 정작 그 법을 어떻게 지킬 지에는 관심이 없는 걸까.

안타깝지만
그렇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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