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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부산경남 DNA] 길기자의 서울살이 - "수도권 부동산 챙기기...GB 해제까지?"

길재섭 입력 : 2025.12.29 13:42
조회수 : 145
[부산경남 DNA] 길기자의 서울살이 - "수도권 부동산 챙기기...GB 해제까지?"
서울시내 그린벨트 현황

-부동산 안정 정책... 여전히 서울*수도권 바라기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결국 정답은 서울’이라는 잘못된 신호
-비수도권 인구 유입 정책이 훨씬 중요하고 급하다

정부가 서울시에 남아 있는 그린벨트의 일부 해제를 추진한다.
그린벨트 해제 추진 이유는 새 아파트를 지어 주택 시장에 공급하기 위해서다.
이른바 부동산 안정 정책이다.

서울 주택이 그렇게 모자란가.

서울에 남아 있는 그린벨트는 약 150㎢로 서울 전체 면적 605㎢의 24.6% 정도에 해당한다.
빌딩숲에 둘러싸인 도시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도심의 외곽을 아직 상당한 면적의 녹지가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시 면적의 약 4분의 1 정도 규모로 남아 있는 그린벨트는 이제 서울시의 숨통을 열어주기 위해서도 남겨 놓아야 할 명분이 크다. 하지만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것을 억제하고 아파트의 신규 공급을 추진하려는 정부는 결국 그린벨트 해제를 다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지형상 높낮이 차이가 큰 산지의 경우 아파트 개발이 쉽지 않은 만큼, 대부분 산지인 강북권 대신 강남권의 그린벨트 해제가 주로 논의되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서울의 아파트 신규 공급은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추진됐었다. 당시 그린벨트 해제가 논의됐던 곳은 강남구 세곡동과 서초구 내곡동 일원, 노원구의 태릉골프장이나 육군사관학교 부지, 또 가까운 태릉선수촌 일대였다. 이를 위해 국토부가 논의에 나섰지만 주민들의 합의를 얻지 못했고 그린벨트 해제와 아파트 건설 모두 중단됐다. 세곡동은 2012년이미 한 차례 그린벨트가 해제된 바 있고 서울시에서 그린벨트 해제가 논의될 때마다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지역이다.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국민 여론은 어떨까?
얼마 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반대 의견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로 12월 2일과 3일, 이틀에 걸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4.6%, 찬성한다는 응답은 33.8%였다. 반대 의견이 찬성 의견보다 20.8%포인트 높았다. 반대 의견이 가장 높은 지역은 대전과 충청*세종으로 응답자의 64.8%였으며, 서울의 응답자는 54.3%가 반대 의견을 보였다. 이런 응답 비율은 그린벨트를 해제해 수도권에 아파트를 더 짓겠다는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위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 대상, 무선 100% RDD임의전화걸기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응답률 5.2%, 표본오차 ±3.1%P(95%신뢰수준)였다. 더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할 수 있다.)

그린벨트 해제가 곧바로 아파트 건축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그린벨트가 해제된 서초구 서리풀2지구의 경우, 11월 24일 열린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 관련 공청회가 주민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그린벨트는 해제됐지만 아파트 건설은 안 된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서리풀2지구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 생략을 공고하고 토지 보상 관련 현장 용역에 착수할 뜻을 밝혔으나, 이번에는 서울시의회가 서초구 서리풀 지구 재개발계획에서 ‘서리풀2지구’를 제외하는 방안을 12월 23일 의결했다. 그린벨트부터 해제한 국토부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다소 익숙해진 통계로 가 보자.

서울과 인천, 경기를 아우르는 수도권의 면적은 전국 국토의 11.8%, 이 면적 안에 전체 인구의 51%가 살고 있다. 전 국토의 10분의 1 면적에 전체 인구의 약 절반이 밀집해 사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뻔히 아는 역대 정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서울의 그린벨트를 해제하면서까지 아파트를 몇 만 채씩 더 지으려 애를 쓰고 있다.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를 다소 확대 해석해 보면 이러한 정책에 대해 찬성하는 이보다 반대하는 이가 훨씬 많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은 변함이 없다.

수도권 아파트 밀집 지역, 자료사진
수도권 아파트 밀집 지역, 자료사진


‘주택난 해소’를 위한 서울시 그린벨트 해제는 국민들의 주택난을 풀기 위한 것이 아니다. 서울시와 앞으로 서울로 계속 유입될 것을 추정한 인구의 주택난이다. ‘부동산 가격 안정’ 역시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의 가격 안정을 위한 것이다. 지역 부동산 가격은 너무나 안정적이어서 관심도 없는 것인가. 말로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서울의 남은 허파를 잘라 내 아파트 숲을 늘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자기모순적인 정책이다.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가 위험한 또 다른 이유는 '공급의 역설'이다. 수도권에 양질의 주거지가 계속 공급된다는 신호는 비수도권 인구에게 ‘결국 정답은 서울’이라는 확신만 심어줄 뿐이다. 전국의 청년 세대들이 일자리와 인프라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상황에서, 그린벨트까지 해제하면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많은 이들이 몰려가는 무한반복을 유지시키는 정책이다. 이러한 정책은 일시적으로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달성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전국의 인구와 자본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현상'을 가속화하면서 지방 소멸을 앞당길 것이다.

정부 정책의 근간이 바뀌지 않으면 비수도권의 대도시들 역시 지방 소멸을 피하기 어렵다. 비수도권 대도시에 이미 구축된 도로와 학교, 상하수도 등 각종 공공 인프라는 인구의 감소로 남아도는 상황이다. 이런 공공 인프라를 두고 서울이나 수도권의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새로운 공공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국가적인 예산 낭비이자 심각한 자원 배분의 왜곡이다. 국가 균형발전은 수도권 녹지 훼손이 아니라 비수도권 도시의 도심 재생과 주거 환경 조성부터 시작해야 한다. 비수도권으로 인구를 유입시킬 정책이 시급하다.

도심 속 녹지 지구, 자료사진
도심 속 녹지 지구, 자료사진


또, 전국 각 지역이 모두 마찬가지이지만 그린벨트 해제는 신중해야 한다. 심각한 기후 변화와 위기 시대를 맞아 탄소의 흡수원 역할을 하는 그린벨트는 이제 더 늘려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일 수 있다. 이러한 시대에 눈앞의 서울시와 수도권의 주택난을 이유로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은 다음 세대가 누려야 할 환경자원을 현 세대가 미리 끌어다 소진하는 이른바 ‘환경적 부채’의 전가이다.

국가 정책에는 신호가 따른다.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를 미리 가늠할 수 있는 신호를 뜻한다. 부동산 정책의 일환으로 서울과 수도권의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은 현 정부 역시 수도권 집중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신호로 읽힐 수밖에 없다. 서울과 수도권의 팽창을 그대로 두면서 지방 소멸의 가속화에는 눈 감겠다는 신호이자, ‘균형 발전’과 ‘지방 분권’에 역행하는 신호다.

인구와 자본, 인프라가 넘치는 서울과 수도권의 그린벨트 해제,
계속 해야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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