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부산경남 DNA] 길 기자의 서울 살이 - 옛 대우조선해양 청산, 지금도 주장할건가
길재섭
입력 : 2025.11.17 10:58
조회수 : 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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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고려하지 않는' 수도권 언론의 논조
- "지역의 산업은 지역이 더 아끼고 이해한다."
제목은 <대우조선 하나 못 죽이는 나라>. ‘대우조선해양은 대마불사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한 이 칼럼은 한 마디로 대우조선해양이라는 대마를 죽여야 나라가 산다는 주장이었다.
필자는 당시 대우조선이 있는 거제를 담당하면서 대우조선의 상황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었다.
IMF 위기도 모른 채 호황기를 보냈던 거제는 식당들이 문을 닫고 부동산 경기도 침체 일로였다.
일감이 사라져가는 수많은 협력업체들도 비슷한 운명이었다.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등이 당시에 이미 4조 2천억 원 가량을 투입했지만 희망이 없다며 대우조선해양을 청산해야 한다는 기사가 연일 쏟아졌다.
조선업의 사이클과 산업 특성을 아는 이들은 어렵게라도 회사를 살려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포기해야 마땅하다는 것이 대세였다.
불과 10여 년 전을 거슬러 생각해보면,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청산을 주장한 가장 큰 근거는 맥킨지보고서였다.
2016년, 한국조선협회의 의뢰를 받은 외국계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국내 조선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빅3 체제 대신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2강 체제를 권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청산하거나 분할하는 정리안이었다.
맥킨지의 보고서가 나오기 전부터 대우조선해양의 청산을 주장해 온 수도권 언론은 그 뒤 더 강한 논조로 정리를 주장했다.
대우조선해양이 2012년에서 2014년 사이 매출액을 부풀리며 분식회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면서 청산 주장에는 더 힘이 실렸다.
하지만 정부는 다행히 정리 대신 살려두는 길을 택했다. 2017년 삼정KPMG에 새로 맡긴 컨설팅의 결과는 정책자금의 신규지원이었고, 대우조선해양은 비슷한 시기에 사라진 한진해운과는 다른 길을 가게 됐다.
이에 대한 중앙 언론의 비난은 더욱 쏟아졌다.
2025년, 국내 조선업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오션은 올해 상반기에만 6조 4,37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 6.30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달까지 수주잔고가 27조원 대를 유지하면서 시가 총액은 인수 당시 2조 4천억 원에서 올해 11조 5천억 원 규모로 올라섰다.
수도권 언론들은 이제 한화오션을 중심으로 'MASGA’프로젝트에 대한 칭찬을 이어가기 바쁘다.
<대우조선 하나 못 죽이는 나라> 칼럼을 실었던 경제지는 <비싼 LNG선 물 들어온다..K조선, 벌써 작년 두 배 ‘4.4조원’ 벌었다> <한화오션 15만원 터치..트럼프 ‘K-핵잠 발언’에 프리마켓 폭등> 등의 기사로
한화오션의 눈부신 실적과 국내 경제를 주도하는 조선업에 대한 분석 기사를 내놓고 있다. 나라를 살리기 위해 죽여야 한다던 옛 대우조선해양(한화오션)이 이제 나라를 살린다는 분석이다. 물론 과거의 주장에 대한 해명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우조선해양 기사에서 보듯이 수도권 에 기반을 둔 중앙의 언론사들은 수도권 중심주의에서 예나 지금이나 벗어나지 못한다.
부산경남에서 30여 년 가까이 기사를 쓰며 읽어 온 수도권 언론의 논조는 조금 거칠게 정리하면 ‘그게 거기 왜 필요한데?’이다.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기업을 큰 돈 들여가며 왜 촌구석에 살려둬야 하고, 24시간 공항 하나 만들자는 목소리에는 인천공항 있는데 왜 필요하냐는 식이고, 비수도권의 광역 교통망 구축은 인구도 적은데 왜 필요하냐는 식이다.
결국 비수도권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기지 못한 기업들이 빠져 나가고, 일자리가 필요한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유입되고, 비수도권의 인프라는 점점 더 쪼그라드는 악순환의 고리가 끝없이 이어진다.
수도권에서 보기에 비수도권은 볼거리나 먹을거리 잘 관리하면서 관광 산업이나 유지하는 '수도권의 휴식처'면 충분하다는 것인가.
청산의 길을 걷게 된 한진해운은 오너 일가의 경영이 중요한 리스크였고, 당시 기획재정부 등은 '청산 가치'가 '존속 가치'보다 크다는 이유로 회사를 청산했다.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부산은 물론 국내 해운업계는 여전히 이 결정을 크게 아쉬워하고 있다.
최근 만난 옛 한진해운의 한 임원은 코로나 사태 와중 세계 해운업계의 호황을 감안하면 한진해운이 살아남았을 경우의 매출액을 약 220조원 정도로 추산했다. 그게 한진해운의 '존속 가치'였다.
지역의 산업은 지역이 더 아끼고 이해한다.
지금도 청산 주장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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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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