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날릴 판", 세입자들 눈물
{앵커:
부산의 한 오피스텔 세입자 수십명이 전세금을 다 날릴 처지에 놓였습니다.
오피스텔 전체의 무려 1/3에 가까운 세대가 경매로 넘어갔는데요,
집주인의 대출보다 세입자의 전세금이 후순위여서 전세금을 떼일 위기에 놓인 것인데,
그 과정이 이상합니다.
어찌된 일 인지,
황보 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부산의 한 오피스텔입니다.
우편함 곳곳에 법원등기 우편안내서가 붙어 있습니다.
이 곳에 전세로 사는 A 씨 자매는 얼마 전, 자신의 집이 경매에 넘어가 있단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자매가 독립해 수년 간 모은 전세금 6천 만원을 돌려 받지 못할 상황에 처한 겁니다.
{A 씨/00오피스텔 세입자/'스무살 때부터 학교 다니면서 모아온 돈으로 독립해보자고 해서...
아버지가 몸이 안 좋아서 이 사실도 모르고 계시거든요.'}
전세금으로 결혼 자금을 마련하려던 회사원 B 씨도, 신혼부부인 C 씨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 오피스텔 111세대 가운데, 30 세대가 경매로 넘어갔습니다.
해당 오피스텔 10층입니다. 이 층에 있는 9채 가운데 2채를 제외하곤 모두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제보자들 모두, 전세 계약을 맺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주인들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새 집주인과 계약 할 때, 분양 사무소 측에서 특약 사항을 내세워 전입신고를 다른 곳에
잠깐 했다가 다시 돌아오거나, 아예 신고를 미루라고 했다 말합니다.
{C 씨/00오피스텔 세입자/'분양 사무실에서 집주인이 바뀐다고 얘기를 해서 바뀐다고 생각했는데,
전입신고를 못하게 하는거에요. 전입신고를 늦게 해도 괜찮다고...'}
이런식으로 세입자들이 전입신고를 미뤄 확정일자를 받지 못할동안
집주인들은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집주인들이 돈을 갚지 않은 집들은 은행에 경매로 넘어갔습니다.
{B 씨/00오피스텔 세입자/'경매가 들어오고 알아보니까 집주인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이미 계약은 해놓은 상태였고요. 대출만 내기를 기다렸던 것 같아요.'}
집주인과, 분양을 담당한 시행사 측에도 연락을 해봤습니다.
집주인 가운데 한 명은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적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밉니다.
{경매 중인 집주인/'집을 담보로 해서 무슨 대출을 했어요? 제가? 처음에 담보로 제가 뭘 받았어요?
전입신고를 왜 했다, 뺐다가 해요. 저는 한 사실도 없고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는 몰라요.'}
시행사 측은 이같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합니다.
또 미분양을 막기 위해 이같은 특약 조건을 넣는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경찰은 관련 고소가 잇따르고 있는 만큼, 전담팀을 꾸려 분양단계 전반에 대해 수사할 방침입니다.
KNN 황보 람입니다.
2020.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