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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마음까지 불 탄 사람들

[재난, 마음까지 불 탄 사람들]-복구는 끝나도 상처는 그대로

<앵커> 지난해 산불과 집중호우에 신음했던 경남은 올해도 폭염과 가뭄, 극한 호우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기후위기 속에 기록을 갈아치우는 대형 재난이 일상화되고 있는데요. 여전히 재난이 할퀴고 간 뒤 주민들의 심리적 고통과 무너진 공동체를 치유할 컨트롤타워는 보이지 않습니다. 외형적인 복구를 넘어 새로운 사회적 회복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기형 기자입니다. <기자> 한낮에도 불을 켜야하는 좁고 어두운 복도와 작은 방. 지난해 경남 산청군 수해 피해 주민들이 머무는 모텔입니다. 끝이 안 보이는 피난살이. 사소한 일로에도 주민 사이 감정 충돌이 잦습니다. 불편이 길어지면서 갈등도 깊어졌습니다. {수해 피해 모텔 거주 주민/흩여져서 살면 차라리 더 편해요. 한 군데 모여서 한 동네 살던 사람이 그 내막도 다 아는 사람들이 뭐가 좋겠어요. 아래위층해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 10여명은 1년반이 넘은 지금도 이곳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안순섭/모텔 거주 마을 이장/손을 잡고 울기도 하면서 걱정 많이 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나마 밖으로 활동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그 분들도 주거가 안정이 안되어 있기 때문에 많이 피곤해 하시고 많이 힘들어 하십니다.} 인구 3만명의 산청군은 지난해 넉 달 사이 산불과 수해를 잇따라 겪었습니다. 피해 주민 5천여명의 심리 피해까지 지원할 여력은 없었습니다. {허성무/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정부 예산이 지원되기는 합니다만 복구를 해 나가는 가운데 실제 주체는 군이 거의 대부분 다 합니다. (지자체에)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상시적인 기구와 예산을 가지고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기후위기로 재난은 더 자주, 더 크게 찾아옵니다. 2025년 한 해 산불 피해 면적이 지난 50년 누적과 맞먹을 정도입니다. 올해도 닷새동안 최고기온 40도를 넘기며 기록을 갈아치운 폭염에, 국가소방동원령까지 발령시킨 극한 가뭄. 사흘동안 964mm를 퍼부은 물폭탄이 경남 남해안 도시들을 마비시켰습니다. {김형준/KAIST 기후환경에너지연구소장/계절의 특성이 우리의 적응 범위를 훌쩍 넘어가는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위험의) 기반이 같이 올라 오면서 변동성도 같이 커지니까 예전에 비해서 소위 말해서 재해급 변동이 더 자주 나타나게 되죠.} 턱없이 부족한 재난 심리 피해 지원은 그마저도 여러 부처와 지자체로 흩어져 있습니다.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곳곳에 공백도 생깁니다. {권희경/창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컨트롤타워 같은 부처를 지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간의 상담 기관이나 이런 곳과 연계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국가가 사실은 좀 더 전문적인 체계를 마련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특히 정부가 모든 것을 쥐고 가는 공공 주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호주처럼 평소에 지역 공동체와 관계를 쌓아 놓은 돌봄의 연결망이 재난이 닥쳤을 때 더 강한 힘이 됩니다. {데이비드 영거/임상 심리학자*국가 재난복구 자문위원/(피해 주민들이) 앞으로 마주할 많은 도전과 변화에서 배우고, 적응하고, 맞춰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비록 이전과 다른 삶일지라도 어떤 지점에 도달할 수 있도록요. 여전히 가치 있고, 의미 있으며, 즐거운 그런 삶을 갖는 지점에 말입니다.} 피해 주민들의 마음까지 보듬었을 때 진정한 재난 복구는 완성됩니다. KNN 정기형입니다. 영상취재 권용국 박언국 지원촬영 김명재 종합편집 노율우 음향 김재옥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2026.09.29

[재난, 마음까지 불 탄 사람들4]-재난 심리 피해 회복 핵심은 '사람'

[앵커] 대형 재난 이후 무너진 삶을 회복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은 바로 '사람', 그리고 '이웃 간의 연대'입니다. 기획보도 <재난, 마음까지 불 탄 사람들>, 네 번째 순서로 재난 피해 주민과 지역공동체가 공공 주도의 지원을 넘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호주의 현장을 정기형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인구 280명의 작은 도시인 호주 빅토리아주 롱우드. 지난 1월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산불이 꺼진지 반 년. 마을 호텔에서 생존자를 위한 작은 만찬이 열렸습니다. 함께 밥을 먹으며 서로의 안부를 묻습니다. {알렌*로레리/호주 빅토리아 산불 피해 주민/정말 큰 힘이 됩니다. 지역사회의 지원은 상상 이상입니다. 우리에게 돈과 옷은 물론이고 이런 문화 행사까지 마련해 줍니다. 호주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릅니다.} 식사와 함께 전문가 상담도 이어집니다. 무료 식사와 상담은 호텔을 운영하는 이웃 주민이 마련했습니다. 산불이 꺼진 뒤 움직인 것은 정부 뿐 만이 아닙니다. 지역 공동체가 더 적극적입니다. {카트리나/지역 호텔 운영자/우리는 가족이고 지역 공동체입니다. 서로 돕는 마음이 이런 작은 마을을 지탱합니다. 우리가 특별해서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마을 전체가 함께해서 가능한 일입니다.} 호주의 재난 심리 회복은 주민이 주도합니다. 정부는 주민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확인한 뒤 지역 커뮤니티나 전문기관을 통해 지원합니다. {브래드 왓슨/호주 적십자사 재난 복구*회복 총괄팀장/가장 큰 원칙은 당사자 없이는 그들에 대해 어떤 것도 하지 않는다는 개념입니다. 피해 복구나 회복 지원 프로그램은 모두 당사자의 강점과 필요 그리고 그들의 관점을 바탕으로 추진됩니다.} 주민이 주도하면서 갈등을 줄이는 방식은 호주 뿐 만이 아닙니다. 영국은 지역 시민단체나 종교단체와 연계해 피해주민 돌봄네트워크를 갖춥니다. 일본도 피해지역에 돌봄 상담원을 둬서 주민과 돌봄망을 꾸준히 모니터링합니다. 재난을 극복하는 힘은 결국 사람, 이웃 간의 연대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권희경/창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찾아가는 서비스를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돌봄이라든지 이런 식으로 간접적인 명칭이 드러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지역 사회 자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도 있습니다.} 우리의 현실은 이런 모습과 거리가 멉니다. "산청 수해 피해 주민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느꼈습니다. 복구나 보상 문제로 잦은 갈등이 벌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강성원/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보상금을 지급해주면 정부의 역할들은 끝났다고 (여기는 것이) 보여지는데, 그 이후에 이재민들의 보상 이슈나 공동체 갈등들이 여전히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곳에는 제도적인 지원은 없습니다.} 단순히 예산을 지급해 숫자로 보이는 복구율만 높이는 대신, 피해 주민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연대망을 뒷받침하는 정책적 전환이 요구됩니다. KNN 정기형입니다. 영상취재 권용국 지원촬영 김명재 종합편집 노율우 음향 김재옥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2026.09.27

[재난, 마음까지 불 탄 사람들3]-재난 트라우마, 마음 방치의 비극

[앵커] 재난이 남기는 트라우마는 길게는 10년 넘게 이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재난 심리 피해 지원은 짧은 기간, 그것도 신청해야만 받을 수 있는데요. 먼저 손을 내밀고 장기적으로 회복을 돕는 호주의 사례와 비교해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정기형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월 호주 빅토리아주가 불길에 뒤덮였습니다. 캥거루와 코알라의 숲이 사라졌습니다. 롱우드에 사는 데브라씨의 집도 불 탔습니다. 폭격을 맞은 듯 무너져 내렸습니다. 딸과 어머니를 떠나 보내고 홀로 캠핑카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데브라/호주 롱우드 산불 피해 주민/내가 마지막이었어요. 모든 소방차가 지나가는 것을 놓쳤어요. '딩딩'소리를 내면서 저쪽 모든 농장을 지나갔거든요. 나는 아니고요. 돌아서 오지 않았어요.} 힘겨워하던 데브라 씨는 신청하기도 전에 곳곳에서 먼저 연락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심리 상담과 피해 지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호주는 물리적 피해 뿐 아니라 심리*사회적 피해 지원에도 큰 무게를 둡니다. {데이비드 영거/임상 심리학자*국가 재난복구 자문위원/호주는 지역사회를 찾아가 주민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정신 건강 문제와 트라우마 경험의 본질을 이해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겪는 피해는 심리적 그리고 사회심리학적 측면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신체적이고 물리적인 피해는 그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지난 2009년 호주 블랙 새터데이 산불로 17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호주 정부와 멜버른대는 10년 이상 주민들의 심리 피해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 공동체 회복에 걸린 시간은 평균 5년. 삶의 만족도는 3~5년동안 오히려 떨어졌고, 10년이 지나서야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롭 고든/임상 심리학자*호주임상심리학회 석학회원/인간 관계를 잃게 된다면 그것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자녀와 유대감을 잃거나 건강을 잃어버리는 것 또한 되돌릴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사람들이 만성 스트레스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정부와 지자체도 심리지원 프로그램은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청 수해 피해 주민 가운데 상담을 받았다고 답한 주민은 6%에 불과했습니다. 1/3 가량은 상담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전국 단위 조사에서도 심리지원 서비스를 모른다고 말한 주민이 75%가 넘습니다. {이윤호/한국재난심리연구소장/뒤에 가서 이 분들의 어려움들이 커진다는거죠. 그렇기 때문에 시기를 특정한다기 보다는 이 분들의 상태가 지금 어떠한가 이런 것들을 가지고 개입에 대한 기간들을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고 또 지속적으로 가지고 가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짧은 기간, 그것도 본인이 신청해야 받을 수 있는게 우리나라 재난 심리 지원의 현주소입니다. 호주의 선제적 아웃리치 시스템이나 미국 재난관리청의 원스톱 서비스 등과 대조적입니다. {브래드 왓슨/호주 적십자사 재난 복구*회복 총괄팀장/지방정부와 함께하는 공동체 프로그램을 통해서 지역사회를 하나로 모으고 책임있는 당국의 지원 속에서 그 연속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무너진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데 필요한 긴 시간, 회복을 도울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KNN 정기형입니다. 영상취재 권용국 박언국 지원촬영 김명재 종합편집 노율우 음향 김재옥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2026.09.26

[재난, 마음까지 불 탄 사람들2]-산청 수해 1년…끝나지 않은 상처

<앵커> 지난해 7월 경남 산청에는 나흘 동안 800mm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15명이 죽거나 실종되고 7천개가 넘는 시설이 무너지거나 물에 잠겼는데요. 피해 주민들의 마음은 지금도 수마가 휩쓸고 간 그 날에 멈춰 있습니다. 정기형기자입니다. <기자> 나흘동안 경남 산청에 쏟아진 800mm의 괴물 폭우. 산사태에 마을 하나가 통째로 사라졌습니다. 재난이 지워버린 집. 주민들은 평생 살던 곳을 잊지 못해 지금도 그 터를 찾습니다. {선향월/산청 수해 피해 주민/지금도 오면 목에 메여... 험해서 이제 보지도 못해. 전부 어질러져 있고, 들어내야 하고...} 수해가 입힌 심리적 타격은 산청하동 산불 피해민보다 심각합니다. "실태조사 결과 약 70%가 PTSD 위험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매우 심각도 25%에 달합니다." 폭우는 생계 터전도 삼켰습니다. 딸기 재배 하우스가 엿가락처럼 휘면서 무너졌습니다. 강수용 씨는 그 날 이후 무언가에 집중하기 힘들어졌습니다. 갑자기 안절부절해 가만히 있기 어려운 순간이 늘었습니다. {강수용/산청 수해 피해 주민/악몽이 사라지지는 않죠. 비만 오면 자동적으로 잠에서 깨요. 사실 (피해 주민들이) 다 편안하다고는 생각 안 할 거예요. 저 역시도 그래요. 몸을 많이 혹사를 시키는거지. 그래야 그 생각이 안 날 것 아니에요.} "조사에서 수해 피해민들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전보다 예민하고 화가 많아졌다는 답도 많았습니다." 지난해 폭우로 모두 15명이 죽거나 실종됐습니다. 제방이 무너진 자리, 복구는 하세월입니다. 둑이 무너진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조사 결과 연령이 증가할수록 외상 후 스트레스 수준도 높았습니다. "고령 인구가 많은 농촌 마을 주민들이 기후 재난과 심리적 피해에 더 취약했던 것입니다." {김승겸/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기후 적응) 인프라 이런 것들이 계속 바뀌어야 하는데... 따라 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러다보면 생긴 격차들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게 고령자들인 것이고 그런 식으로 악순환이 계속적으로...} 1년이 지났지만 정부의 보상 절차는 복잡하고 지난합니다. 주민들은 복구 과정에서도 상처를 입었습니다. "응답자의 70%가 정부와 지자체의 정보제공이 만족스럽지 못하며, 피해 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대답했습니다." 수해에 무너진 것은 집과 제방만이 아닙니다. 피해 주민들의 마음은 지금까지, 더 크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KNN 정기형입니다. 영상취재 권용국 종합편집 노율우 음향 김재옥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2026.09.25

[재난, 마음까지 불 탄 사람들]-산불, 마음까지 불 탄 사람들

<앵커> 지난해 경남에서는 초대형 산불과 수해로 15명이 실종되거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시간이 흘렀지만 마음의 상처는 더 깊어지고, 정겹던 마을 공동체마저 흔들리고 있는데요. KNN은 주민들에게 남아 있는 '심리적 피해'를 단독 입수한 데이터를 통해 조명하는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첫 순서로 1년 반이 지나서도 고통받는 산청·하동 산불 피해 주민들을 목소리를 정기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지난해 3월 21일. 경남 산청군 외공마을 김원중 이장은 이 날을 잊을 수 없습니다. 열흘 넘게, 213시간 동안 꺼지지 않은 산청·하동 산불이 시작된 날입니다. 꺼지지 않을 것 같던 산불이 겨우 꺼진지 1년 반. 김 씨는 아직도 악몽을 꿉니다. 왜 하필 우리 터전에서라는 원망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김원중/산청 외공마을 이장/"큰 소리가 들리거나 헬기 소리가 들리면 불 난 것이 아닌가라고 해서 여전히 불안한 심정입니다. 평상시 우리가 뭘 잘못했나 그런 자책도 많이 했었고..." 주민들의 심리적인 상처는 수치로도 드러납니다. KNN이 단독 입수한 산청·하동 산불 피해 주민 심리 상담 데이터입니다. "약 네 명 가운데 한 명이 스트레스 장애 증후군, PTSD 증후군의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늘 주변을 경계하거나 쉽게 놀라고, 죄책감과 원망을 멈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산불이 휩쓴지 1년 반. 풍성했던 소나무숲에는 새카맣게 탄 기둥만 남았습니다. 송이버섯 농사를 짓던 이황석 씨는 생계 기반을 모두 잃었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눈시울부터 붉어집니다. 가슴이 터질 듯한 울분이 밀려옵니다. 이황석/산청하동 산불 피해 주민/"정말...아이 참 눈물이 나려 해서...그냥 울화통이 치밀고 억장이 무너지죠. 억장이..." 상담에서 주민들은 여전히 악몽에 시달리고, 자꾸 그 날이 떠오른다고 응답했습니다. 생각하지 않으려 온갖 노력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역대 두 번째로 오래 타오른 산불. 축구장 5천 2백개 면적인 3,701ha와 205곳이 잿더미가 됐습니다. 중태마을 신원식 씨의 보금자리도 한줌 재로 변했습니다. 집은 새로 지었지만, 삶의 흔적과 추억은 영영 되찾을 수 없습니다. 주민들은 여전히 검게 그을린 산자락을 매일 마주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신원식/산청·하동 산불 피해 주민/"하다 못해 영정사진도 다 태웠고... 집에 자신이 마지막에 입을 영정사진과 수의 그런 것까지 다 태우다 보니까..." 불 탄 것은 숲과 건물 만이 아닙니다. 피해 주민 2,158명의 마음도 함께 타버렸습니다. 김명희/경상국립대 사회학과 교수/"트라우마라는 것이 늘 과거의 그 사건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억과 정서적인 반응들이기 때문에 일생을 두고 지속될 수 있는 것이고... 사회적 관계가 깨지면 마음이 아프고, 마음과 몸과 사회라고 하는 것이 함께 갈 수 밖에 없잖아요." 산에는 다시 새순이 돋아나고 있지만, 주민의 마음에 남은 흉터는 점점 더 짙어지고 있습니다. KNN 정기형입니다. 영상취재: 권용국 종합편집: 노율우 음향: 김재옥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202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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