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정치

사직을 흔드는 깃발, 변하지 않는 롯데 팬의 의지

옥현주 입력 : 2026.02.12 09:25
조회수 : 667
사직을 흔드는 깃발, 변하지 않는 롯데 팬의 의지

9회 말 투아웃에도 멈추지 않는 ‘깃발부대’, 사직 응원의 또 다른 중심
세대·직업·지역 넘어 하나로… “죽어도 자이언츠”에 담긴 팬의 시간

나의 야구 인생에서 사직야구장은 영원한 성지다.

90년대 중반, 관중석 바닥에 깔고 앉아 있던 신문지를 찢어 흔들고, 분리수거하라고 나눠주던 비닐봉지를 머리에 쓰며 외치던 ‘일명 봉다리 응원’의 물결 속에서 소리를 지르던 나는 어느덧 나이 많은 올드 팬이 됐다. 그사이 사직의 풍경은 참 많이도 변했다. 관중석은 좋아졌고, 주변 건물은 높아졌으며, 선수들의 얼굴도 바뀌었다. 응원가는 한층 세련되게 다듬어졌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단 하나는, 이 거대한 사직구장을 가득 채우는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사랑’이다.

최근 사직야구장에서 롯데 팬의 시선을 사로잡는 풍경이 하나 생겼다. 9회 말 투아웃에도 꺾이지 않는 기세로 거대한 깃발을 흔드는 사람들, 일명 ‘깃발부대’다.

깃발부대의 면면을 살펴보면 흥미롭다. 1971년생 맏형님부터 2000년대생 막내까지, 세대를 관통한다. 직업군도 다채롭다. 공무원, 대학생, 대학원생, 버스 기사, 자영업자, 회사원까지. 각자의 삶의 터전도 사직동 앞마당에서 양산, 울산, 경주에 이르기까지 제각각이다. 하지만 이들이 드는 깃발에는 하나의 문구가 새겨져 있다. ‘죽어도 자이언츠.’

처음에는 각자 개인이 맞춘 깃발로 시작했지만, 시즌 중반 통일된 깃발로 바꿨다. “죽어도 자이언츠.” 단순한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팬의 시간과 감정이 응축돼 있다.
“이건 깃발이 아니라 각오입니다. 이 팀을 끝까지 응원하겠다는 다짐이죠.”
현장 리더인 이성형 씨(사직동거주)의 말에는 비장함이 담겨 있다.



이들이 경기 날마다 달려와 기꺼이 거대한 깃대를 흔드는 이유는 단 하나다. ‘롯데의 승리와 우승을 기원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현재 깃발부대는 원년 멤버와 새로 합류한 인원이 어우러진 느슨하지만 단단한 구조다. 별도의 리허설이나 훈련은 없다. 대신 ‘현장 호흡’이 전부다. 부산갈매기, 영광의 순간, 승리는 누구, 우리들의 빛나는 이 순간. 응원가가 울리면 자연스럽게 깃발이 올라간다.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움직인다.



“처음엔 작은 깃발을 제 자리에서만 흔들었어요. 그런데 사직 곳곳에서 대형 깃발들이 보이더라고요. ‘저거랑 같이 흔들면 더 웅장하겠다’ 싶었죠. 혼자보다 함께일 때 응원의 효과가 훨씬 크다는 걸 알았어요.” 연간권을 구매해 홈경기에 빠지지 않고 경주에서 출퇴근하는 28살 이주원 씨(경주 모 대학교직원)의 말이다.



원칙은 분명하다. 안전과 배려다. 다른 관중의 시야를 가리지 않고, 흔드는 깃발로 부상자가 나오지 않도록 경기 흐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열정을 표현한다. 운영비는 모두 개인 사비로 충당한다. 스폰서도, 회비도 없다. 깃발 하나하나에 팬들의 순수한 열정이 담겨 있다.

양산사는 대학생 김도윤씨는 승패를 떠나 관중석 전체가 하나가 됐던 순간을 기억한다.
“접전 끝에 홈런이 나오자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뀌었어요. 깃발이 흔들리고 함성이 폭발하던 그 순간의 전율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깃발부대는 단순한 응원을 넘어선다. 서로 다른 지역과 직업, 나이를 가진 사람들이 깃발 하나로 연결돼 서로에게 가족 같은 존재가 됐다. 원정이든 홈이든 늘 챙겨주는 ‘내야 상단의 이모·삼촌들’도 빼놓을 수 없다.



“야구를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응원의 즐거움과 공동체의 힘을 느끼게 하고 싶어요.”

이렇듯 깃발부대의 목표는 단순하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롯데 자이언츠 응원 문화의 일부로 오래 남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사직구장에서 깃발을 흔드는 시간이 가장 값지다.그들이 흔드는 깃발은 단순한 천 조각이 아니다. 롯데 팬들의 승리를 기원하는 의식이자, 사직의 응원을 뜨겁게 달구는 추진 엔진이다.

[사진=롯데자이언츠, 박준형, 김부희]
[사진=롯데자이언츠, 박준형, 김부희]


다시 한 번 사직의 하늘을 올려다본다.
승리의 순간 흔드는 깃발은 승전보가 되고, 패배의 순간에도 흔들리는 깃발은 ‘다시 일어서라’는 응원의 외침이 된다. 각지에서 각자의 생업을 마치고 사직으로 모여드는 깃발부대원들. 손에는 물집이 생기고 굳은살이 박히며 어깨는 아프지만, 그들의 염원은 선수들에게 닿아 안타가 되고 홈런이 되길 바란다. 이런 열정이 2026년 오늘, 거대한 깃발이 되어 롯데 팬의 심장을 뛰게 한다.

2026년 롯데 자이언츠 우승을 기원하며,
롯데 자이언츠 파이팅.
KNN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부산 051-850-9000
경남 055-283-0505
▷ 이메일 jebo@knn.co.kr
▷ knn 홈페이지/앱 접속, 시청자 제보 누르기
▷ 카카오톡 친구찾기 @knn
저작권자 © 부산경남대표방송 KN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이트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