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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피니언] 길 기자의 서울 살이

길재섭 입력 : 2025.10.22 16:58
조회수 : 76
[오피니언] 길 기자의 서울 살이
[자료제공]

중국 혐오 정서 전 세계로 확산
젊은 세대 중심 혐중 감정, 뚜렷한 사회 현상으로 확산 중
혐오 정치가의 피해는 결국에는 우리 자신에게 부메랑

최근 전 세계적으로 중국에 대한 혐오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을 위협할 만큼 경제적으로 성장한 중국은 이제 국제사회의 거대한 축이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는 나라는 아니다.

민주주의 대신 권위주의 체제를 유지하며, 주변국을 압박하는 전랑(戰狼) 외교, 그리고 중국공산당이 조장한 국수주의에 물든 일부 국민들의 오만한 행태는 세계 각지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혐중(嫌中)’ 정서가 확산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혐중 감정은 뚜렷한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개인의 감정 차원에서 불만을 품는 것은 어쩌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혐오가 정치에 스며들고, 더 나아가 국가 정책의 방향을 결정짓는수준에 이른다면 그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우리는 이미 20세기 초 혐오 정치가 초래한 비극을 목도했다.
유대인 대학살은 인류사 최악의 범죄였고, 그 이후에도 곳곳에서 소수민족 학살이 반복되었다.
모두가 혐오와 배제의 정치에서 비롯된 비극이다.

한민족 또한 혐오의 피해자였다.
생존을 위해 일본을 비롯해 해외로 떠난 조선인들은 ‘조센징은 더럽다’, ‘게으르다’, ‘맞아야 한다’는 차별 속에서 살았다.
그 편견은 결국 “조센징은 죽여도 된다”는 광기로 번졌고, 관동대지진 당시 수많은 조선인이 희생되는 참극으로 이어졌다.

오늘날 세계는 경제 침체와 반(反)이민 정서에 혐중 감정이 결합하면서 다시 혐오 정치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표면적으로는 중국을 겨냥하지만, 실상은 아시아인 전체를 향한 인종차별이다.

미국 보수 세력이 중국을 비판한다고 해서 우리가 기뻐할 일은 아니다. 백인의 눈에 한국인과 중국인은 똑같다.

백인은 아시아를 때리고
일본은 중국과 한국을 때린다.
중국은 일본과 한국을 때리고
한국은 또 중국과 일본을 때린다.

웃기지 아니한가?

미국 백인들의 눈에는 똑같은
아시아인들이 미국에서는 인종주의
차별을 다같이 당하면서도 자국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혐오한다.

잊지마라 우리는 지난 수십년동안
혐중 시위보다 훨씬 더 격렬한 일본의
혐한 시위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해 온 나라다.

그런 우리나라에서도 혐오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차별과 혐오의 피해자였던 우리가, 이제는 누군가를 향해 차별과
혐오를 외친다니 참으로 슬픈 일이다.

그것이 중국이 됐든 일본이 됐든
그 누가 됐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전 세계가 혐오 정치에 물들더라도, 대한민국만큼은 그 길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

우리의 역사는 차별과 배제를 딛고 일어선 사회적 약자이자 소수민족의
생존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우리가 혐오하는 불법 이민자들은 과거 미국과 일본, 유럽, 남미 등지에서 차별받으며 살았던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 형제자매다.

지금 우리가 외면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때 일본과 중동에서 땀 흘리며 일하던 우리의 가족이다.

최근 중국인 관광객 무비자 입국 정책을 둘러싸고 온라인에서는 각종 음모론과 혐오 발언이 넘쳐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정책을 최초 추진한
주체가 윤석열 정부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보수 정치권이 혐중 정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식 당론이 아니더라도, 정치인들이
혐오를 정치적 자산으로 삼는다면 그 결과는 파괴적일 수 있다.

혐오 정치가 낳는 피해는 처음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겨냥하지만, 결국에는 우리 자신에게 부메랑처럼 되돌아온다.

우리가 혐중 시위를 벌이면서
백인들의 인종차별과 일본의 혐한
시위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

우리의 조상들은 전 세계를 떠돌며 차별받고, 때로는 학살당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세웠다.

그런 나라가 이제 혐오 정치의 선두에 선다면, 그만큼 부끄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과거의 역사를 잊지 않고 돌아보는 지혜,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절실히 필요한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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