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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공장은 지방에, 결정은 서울에서?…첨단산업 유치의 함정

임택동 입력 : 2026.10.28 14:19
조회수 : 149
공장은 지방에, 결정은 서울에서?…첨단산업 유치의 함정
자료: 산업통상부

정부,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

지방에 공장 들어서도 연구개발·투자 결정권은 수도권에 집중될 우려

지역 대학·중소기업 육성하고 양질의 일자리까지 남겨야

정부가 반도체와 인공지능 산업을 지방으로 확장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에 집중된 산업을 전국으로 분산해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건데요.

하지만 공장만 지방에 들어서고 연구개발과 투자, 사업 방향을 결정하는 권한은 여전히 수도권에 남는다면 지역이 얻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첨단산업을 유치하는 것만큼이나 그 산업이 지역에 뿌리내리도록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정부는 지난 6월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서남권에는 800조 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거점을 조성하고, 충청권은 81조 원을 투자해 반도체 패키징 거점으로 육성하는 계획입니다. 피지컬 AI와 AI 데이터센터 산업도 함께 키우겠다는 구상입니다.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산업의 생산 기반을 비수도권으로 넓히고, 대규모 투자를 통해 국가 전체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산업시설이 지방에 들어선다고 해서 지역경제가 저절로 살아나는 것은 아닙니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의 언론 기고는 이 문제를 짚고 있습니다.

"생산시설은 지방에 있더라도 연구개발과 금융, 조달, 투자와 이윤 배분을 결정하는 권한이 수도권 본사에 집중돼 있다면 지역은 생산을 담당하면서도 자기 경제의 미래를 결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전력과 용수, 도로 같은 기반시설을 마련하는 데는 공공의 지원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투자에 따른 핵심 의사결정과 이익은 기업 본사에 집중되고, 지역에는 환경 부담이나 기반시설 확충 비용만 남는다면 균형발전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결국 투자 규모나 공장 숫자만으로 지역 발전의 성과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지역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얼마나 생겼는지, 지역 대학과 중소기업이 기술과 경험을 축적했는지, 지역에서 발생한 부가가치가 다시 지역에 투자되는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부산·경남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산업통상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 계획에는 동남권과 대경권의 소재·부품·장비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미래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이 포함됐습니다.

서남권 투자액보다는 적지만 부산·경남의 제조업 기반과 관련 기업들이 첨단산업 생태계에 참여할 기회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다만 산업단지나 개별 기업의 투자 유치가 실제 지역경제의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지역 기업과 대학이 공급망과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지역 인재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구조가 함께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공공의 지원을 받는 만큼 지역사회에 어떤 성과를 돌려줄 것인지 구체적으로 약속하고, 그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제도도 필요합니다.

지역 기업과의 기술·조달 협력, 지역 인재 채용과 직업훈련, 연구개발 투자, 환경 부담 저감 등을 사업 계획에 반영하고, 실제 성과에 따라 후속 지원을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산업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 지방정부와 지역 기업, 대학, 노동계, 주민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지역의 미래를 좌우하는 사업인 만큼 중앙정부와 대기업만 결정하고 지역은 결과를 받아들이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겁니다.

첨단산업 유치는 지역 발전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장이 들어서는 것과 지역경제가 성장하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공장과 함께 기술과 일자리, 연구개발 역량이 남고 지역사회가 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부의 대규모 산업 투자가 수도권의 생산시설을 지방으로 옮기는 데 그칠지, 아니면 지역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계기가 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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