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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촉망받는 발레리나에서 유혹적인 땅게라로... - 탱고 TEAM RYU 대표 류가

표중규 입력 : 2026.09.15 15:28
조회수 : 89

배우 알파치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십중팔구 그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긴 [여인의 향기]를 떠올리게 된다. 특히 영화 속 변덕스럽고도 극단적인 그의 이미지는 시간이 가면서 잊혀지고, 오직 가브리엘 앤워과 함께 젠틀하면서도 유혹적인, 남성의 향기를 짙게 풍기는 탱고의 이미지만이 남는건 비단 나만의 취향은 아닐게다. 이렇게 25년만에 재개봉하는 영화의 포스터가 이 탱고 사진인걸 보면.
그만큼 누구나 한번쯤은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춤인 탱고에 있어, 부산 출신의 발레리나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여성댄서, 즉 땅게라 (Tanguera)라는 이야기를 건너 듣고 언젠가 한번은 꼭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8월에도 부산을 찾아 공연을 한다는 땅게라 류가를 유튜브가 아닌, 서울 연남동에 있는 그의 스튜디오에서 만난 건 휴가를 내고 올라간 8월 18일 화요일이었다.




기자
유튜브에서 많이 봤습니다. 얼마전에도 새로운 공연 게시물이 올라있던데...원래 무용, 그러니까 발레 전공이라고 들었어요. 무용학과 안에 탱고도 배우는 분야가 있는건가요?

땅게라 류가(이하 류가)
아니에요 없어요. 있을리가 없죠 순수 무용에. 무용은 그냥 순수 예술 쪽에 들어가는 거고 탱고는 아르헨티나에서 자체적으로 발전이 돼서 내려온 어떤 취미의 춤이라서 아직 한국에서는 무용 쪽으로 커리큘럼이 만들어지거나 전공처럼 공부되거나 하진 않아요.

기자
아 그럼 고등학교때부터 대학때까지 계속 정통 발레리나로 활동하셨으면 탱고는 언제쯤 어떤 계기로 추게 되신거요?

류가
음..발레를 전공했고 그리고 부산에서 브니엘 예고에서 강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쯤에 제가 또 서울에서 대학원을 병행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저도 나이가 드니까 발레는 무대에 서기보다 강사역할을 하는데 더 무게가 주어지니까 만족감이 좀 떨어졌어요. 저는 무대를 서고 싶은 욕구가 계속 있는데 발레는 나이가 들수록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원하든 원치않든 공백기를 가지게 된거죠. 그찰나에 플라멩고라는 걸 배우는 기회가 생겼는데 그 장소에서 아르헨티나 탱고를 가르치는 이벤트가 있었어요. 근데 아르헨티나 탱고는 스포츠 댄스에서 말하는 탱고라는거하고 다르게 배워보니까 너무 재미있어서 그때부터 그냥 탱고라는 춤에 빠지게 된 것 같아요.




기자
탱고라는게 다 똑같은거 아닌가요? 스포츠댄스에 탱고와 아르헨티나 탱고는 뭐가 다르죠?

류가
스포츠 댄스 탱고는 미국에서 만든 스포츠 계열 그러니까 대회에서 기술별로 스코어를 따져가는 종목으로 소셜이 안 돼요. 그러니까 차차차 지루박 이런 춤이 된건데 아르헨티나 탱고는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그러니까 너랑 내가 오늘 처음 만났지만 서로 몇 가지 패턴을 알고 있으면 누구를 만나도 인사처럼 출 수 있는 그런게 바로 소셜이거든요. 그러니까 아르헨티나 탱고는 이런 소셜이 있으면서도 무대에서 쇼처럼 보여주는 그런 형태도 또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종합 예술이라고 해야죠.

기자
그럼 발레를, 춤을 전공하셨으니까 초반부터 막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금방 무림의 고수가 되고 그러셨겠어요?

류가
저도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이게 메커니즘이 너무 다른 거예요. 탱고가 가장 큰 특징이 뭐냐면 앞에 사람을 안고 추는 거잖아요. 혼자 춤을 춰도 불편한데 앞에 사람을, 심지어 또 안고 춘는다는 게...손 잡고 추는 것도 아니고 안고 추는 것 자체가 사실 몸에 너무 밀착이 강하잖아요. 두 사람이서 어떻게 같이 움직이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배워가니까 그게 되게 신기했던 거예요.
라틴댄스인 살사와 비교해보면 살사는 눈을 마주 보잖아요. 그러면서 뭔가 조금 떨어지거나 붙거나 이런 움직임이 같이 병행이 되는데, 탱고는 안고 추기 때문에 눈을 서로 보지는 않아요. 그냥 가슴이 눈이라고 그러거든요. 그래서 가슴이 맞닿기 때문에 가슴이 눈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저는 그게 처음에 힘들었어요. 사실 제가 혼자 추는 춤인 발레를 해서 사실은 굉장히 뻣뻣한 에디튜드를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데 춤 자체가 안고 춘다고 하니까 이게 안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가 않는 거예요. 너무 힘들어서 사실 몇 개월 그만뒀었어요.
그런데 또 재미있는게, 탱고에서 그렇게 추는 소셜은 제가 약한데 무대에서 조금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탱고 에세나리오(Tango Escenario)라는 항목이 있거든요. 제가 무용을 해서 그런지 소셜은 어려운데 에세나리오 부분은 가능한 거예요. 그래서 2014년에 한국에서 갑자기 국제 대회, 공식적인 행사가 있었는데 거기서 제가 수상을 한 거예요.
3년 차 때 그러니까 탱고는 사실 초보인데 이전에 무용을 했으니 그 부분에서 제가 남들보다 돋보였던 거죠. 그래서 데뷔하자마자 너무 유명해진 거예요. 근데 사실 탱고는 아직 잘 못 춰.. 뭐 이런 이상한 상태가 돼서 그때부터 공연은 계속 하면서 소셜도 더 갈고 닦는 그런 상황이 된거죠.




2014년에 완전히 데뷔한 모양새가 된건데 그때 같이 파트너를 한 친구가 공교롭게도 한국예술종합대학 출신, 섹소폰을 부르는 친구였던 거예요. 이 친구가 자기들이 공연 콘텐츠가 있어요. 정부에서 문화예술이 되게 지원 사업이 많았고 공연이 되게 많았거든요.그러니까 매주 매달 공연 행사가 많았는데 이 친구가 자기 섹소폰 연주랑 탱고를 접합해서 또 새로운 콘텐츠를 만든 거예요.그러니까 제가 소셜보다는 조금 더 처음에는 이제 공연 문화로 좀 더 먼저 활동을 한 거죠. 다른 사람들은 그냥 취미 활동으로 시작을 했는데 저는 어쨌든 바로 공연 예술로 했으니 남들 취미보다는 좀 밀도 있게 이제 하기 시작한 거죠.그때부터 이제 점점 그레이드가 높아지잖아요. 그러면서 어떤 한 커뮤니티에서 저를 강사로 이제 초빙을 하게 한 거예요. 그러면서 차근 차근 지금의 제가 되어간거죠.

기자
그렇군요. 그럼 이런 탱고 문화가 지금은 한국은 어느정도 많이 확산됐다고 보세요?

류가
솔직히 말하자면 코로나 때 완전히 죽었죠. 대부분 이야기하는, 그 영화 <여인의 향기> 한 번 나왔을 때 그때 조금 반짝 했었는데, 정말 코로나 4년 동안 거의 우리나라 탱고가 다 죽었죠. 모든 소셜이 다 죽었죠. 그런데 그 이후로 환율이 막 오르면서 유럽 애들, 그리고 특히 중국이 갑자기 탱고 문화가 발달하면서 그 문화를 즐기기 위해 한국으로 오기 시작하는 거예요. 왜냐면 외국에서 탱고는 서민들이 못해요. 조금 돈이 있어야 되는 춤인게 맞거든요.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나 이런 나라에서는 탱고 즐기는 사람들 층이 굉장히 부자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서민들이 다 출 수 있는거에요. 그냥 돈 만 원 내고 춤추러 왔는데 막 젊은 애들도 많고 즐겁고 그러니까 외국에서 볼 때 이런 시장이 큰 거 큰 거예요. 그러니까 애들이 춤도 잘 추고 느낌도 좋고 이러니까 중국, 아시아, 유럽에서 거의 ‘아시아의 부에노스아이레스’라고 할 만큼 한국 탱고가 완전히 커버린거죠.




마침 제가 그 시절 강사로 있었던 커뮤니티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컸던 커뮤니티였거든요. 서울 홍대에서 그 커뮤니티 출신의 학생들이 지금의 다 다른 커뮤니티 강사를 하고 있는데 거기서 아카데미가 발달하니까 테크닉도 좋아지고 사람들 실력이 전반적으로 좋아면서 점점점 더 발전한 거죠.

기자
그렇군요. 저도 기사 보니까 한국이 그렇게 아시아에서는 탱고 성지로 유명하더라고요. 그럼 부산경남에서 이런 탱고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류가
음...부산의 경우는 지금은 좀 많아졌는데 지금 거기서 강사 활동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말씀하시기에는 아직 멀었다...부산이 좀 폐쇄적이다 라는 얘기를 많이 하세요. 서면에 좀 많이 집중되어 있는데 서울은 이제 너무 많아지니까 “여기서도 배우고 저기서도 배워라” 라는 식으로, 이제는 내 학생, 우리 모임 이렇게 나누지 않고 다 셰어하거든요. 근데 부산은 아직 커뮤니티가 작으니까 예전보다는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폐쇄적인 거예요. 다른 커뮤니티 가면 우리한테는 안 끼워준다 뭐 이런식으로...그래서 부산은 시장이 좀 작아요.
창원에서는 제가 강사도 했거든요. 일시적으로 거기 커뮤니티가 조금 커졌었는데 요즘은 마산쪽과 분리가 되어서... 그래도 어쨌든 활동은 하고 계세요.
[아쉽게도 창원 탱고 케렌시아 클럽은 지난 7월 10일을 마지막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다시 곧 새로운 탱고 클럽이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기자
그렇군요. 그럼 혹시 탱고를 새로 배우려는 분들, 춤에 완전히 초보인 분들은 처음에는 그런 커뮤니티보다 댄스 교습소? 그런 곳을 가는게 나을까요?

류가
저는 커뮤니티쪽을 권하고 싶어요. 예를 들자면 저희 엄마가 지금 스포츠 댄스 배우고 계시거든요.그러니까 무용하지도 않았고 그냥 취미로 배우시는건데 무슨 대회 나가서 상 받았다고 좋아하고 하세요. 그런데 제가 잠깐 얘기를 들어보니까 그 학원 강사 선생님이 거의 수강생들한테 대통령이던데요. 중년 어머님들이 돈이 좀 있다 싶으면 강사비나 옷 이런 거를 좀 후려치고 받아챙기고 약간 그런 문화가 있는 거예요. 근데 소셜쪽, 커뮤니티쪽은 그런 건 없거든요. 시장이 크면 클수록 그런 건 사라지거든요. 그리고 더 중요한게 나중에, 나이가 조금 드시면 여행을 다니시잖아요. 은퇴를 하시고 그런 생활을 하실 때 어디를 가도, 유럽 어디 어느 나라를 가도 탱고를 할 수 있거든요. 그럴때 소셜 탱고를 배워서 출 수 있으면 정말 좋은거죠.




기자
아 그럼 우리나라에서 배운 소셜 탱고를 똑같이 다른 나라에서도 출 수 있는 건가요?

류가
그럼요. 탱고가 진짜 신기한 게 막 무대에서 화려한 춤이 있지만 아르헨티나나 미국, 파리 이런 데 가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걸음도 잘 안 되시는 나이에도 서로 안고 몇 걸음 걸으면서 이 탱고를 추시거든요. 평생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테크닉이 중요한 게 아니라 소통이 중요한 춤이더라고요. 제가 해보니까. 다만 남자는 조금 어려운게...왜냐하면 리드를 해야 되기 때문에 조금 좀 어려워요. 한 3년 정도는 배워야 내가 조금 출 수 있다 하는 정도가 될거에요.
그런데 지금은 탱고 배우기가 너무 쉬워요. 사실 코로나가 끝나면서 아르헨티나가 거의 망하기 시작했잖아요. 그러면서 너무 훌륭한 마에스트로나 댄서들이 전부 아시아 유럽을 다 투어를 다니게됐어요 본국에서는 돈을 못 버니까. 그래서 그때부터 봇물처럼 강사들이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확 인프라가 커졌어요.배울 기회가 너무 많아진거에요.
그래서 부산경남에서도 매일 수업이 있을 거예요. 아르헨티나 선생님들이 계속 오거든요 오거나이저들이 초청도 계속 하고. 그래서 커뮤니티만 정하면 거기 프로그램이 다 있어요. 주 3회 뭐 이런 식으로 그리고 내가 배운 거를 실제로 출 수 있는 장소도 같이 연계를 하거든요.그 학생들을 또 춤추게 해야 되니까. 그러니까 커뮤니티 들어가면 다 이렇게 시스템화 돼 있으니까 요즘은 배우는게 너무 쉽죠.

기자
저도 한번은 꼭 배워보고 싶네요. 그럼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탱고계에서 손꼽히는 땅게라로서 어떤 욕심, 꿈도 있으실거같은데...?




류가
우선은 제가 좀 더 댄서로서, 아르헨티나 본국에서 열리는 대회 같은 것도 굉장히 큰 게 있어서 그런데 출전하고 싶은게 있죠. 개인적인 소망은 그런 건데 조금 더 내가 챔피언으로 조금 더 업그레이드 돼서 개인적인 역량을 올리고 싶은 그런 꿈이 있고 또 다른 부분은 제가 팀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니까 퍼포먼스, 제가 무용을 전공했기 때문에... 그냥 취미로 해가지고 탱고만 알아서 된 선생님들은 이 퍼포먼스 분야는 조금 약하거든요. 서울에서도 그거를 잘할 수 있는 선생님들이 몇분 없어요.그래서 저는 그게 제일 장점이라고 생각을 하면 한다면 이제 퍼포먼스 팀을 문화예술쪽으로 좀 더 키우는 게 꿈이에요.
현역은 언제까지고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 할 것 같아요. 아무리 AI가 발전해도 탱고는 사람이랑 직접 추고 느끼는 것이기 때문에 없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AI시대에 더 가치가 높아진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현역이라고 해서 꼭 높은 기술을 자랑하고 이런 게 아니라, 그때 그 나이가 돼서도 할 수 있는 탱고를 추는거죠. 예를 들면 배우가 처음에는 주연하다가 나이가 들면 어머니 역할도 하고 할머니 역할도 하잖아요. 탱고는 그렇더라고요. 선생님이 늙어도 가르치고 할 수 있어 오히려 더 좋아요. 뭔가 더 삶이 묻어난다고 해야 되나....그렇게 좋은 댄서, 땅게라로 남고 싶어요.

피아졸라의 음악과 아르헨티나 현지 대사관의 탱고까지, 탱고로 시작해 탱고로 끝나는 대화의 내내 기분 좋은 흥분과 식지 않은 열정을 갖고 이야기하는 류가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이후 창원에서 탱고케렌시아를 가보려 카페를 찾은 순간 마지막 밀롱가로 문을 닫는다는 공지를 보게 되었다. 아 지금은 인연이 아닌가보다 라며 접을 수 밖에 없었지만 언젠가 다시 때가 되면, <여인의 향기>의 알파치노를 넘보지는 못하더라도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의 모리 교수처럼 자유롭게 남은 자신의 삶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춤을 출 수 있을 정도로는 꼭 배워보고 싶다. 그때쯤 류가와 함께 나눈 이 대화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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