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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부산경남 DNA] 예술이 머무른 자리에서 사람의 향기를 되짚다

표중규 입력 : 2026.01.05 09:01
조회수 : 302
[부산경남 DNA] 예술이 머무른 자리에서 사람의 향기를 되짚다
건칠 작품 사진

시간을 쌓는 옻 공예가 - 하우스 오브 알파, 공예가 이현승

부산 안락동의 주택가를 한참 들어가다 보면 평범한 주택인 것 같은데, 다시 보면 주택은 분명히 아닌, 독특한 외양의 건물이 눈에 띈다. 저녁 시간이라 회청색으로 보이는 외관은 단순하면서도 견고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듯 하지만 입구에서 담으로, 또 투명하게 내부가 비치는 대문으로 자신을 엿보이며 소통을 차단하지는 않는 묘한 균형을 보여주었다. 갤러리 ‘하우스 오브 알파(House of Ahlhah, A hand looking for a hand-손을 찾는 손이라는 의미라는 설명을 듣기 전에는 그저 alpha로 생각했다)’에 전시된 이현승 공예가의 작품은 바로 이 건물의 느낌과 묘하게 닮아있었다. 그리고 작품 뿐 아니라 작가도 묘하게 닮아있었다.

기자
제가 방금 작품들을 좀 보고 왔는데 굉장히 겉보기에는 묵직해 보이던데 실제로 들어보니까 굉장히 가볍네요. 재료를 뭘로 하셨길래 저렇게 나오는 거죠?

이현승 공예가 (이하 이현승)
저게 건칠이라는 작업인데 기본이 되는 재료는 삼베에요. 그 위에 옻을 여러 번 바르고, 말리고, 다시 바르고… 그런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형태를 만들어 갑니다. 그래서 무겁고 단단한 나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삼베와 옻칠의 덩어리라고 할까요.
제가 대학 때 처음 옻칠을 접했는데, 그때부터 이런 반복적인 작업이 이상하게 잘 맞았어요. 겉으로 보면 단조로워 보일 수도 있는데, 손으로 하나하나 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형태가 스스로 자리를 잡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방식에 오래 머물게 됐고, 대학원에 들어가면서는 아예 옻칠 작업에 집중하게 됐죠. (웃음)

기자
아니, 목칠이나 도자를 전공으로 하셨는데 왜 갑자기 옻칠 쪽으로 방향을 트셨죠?

이현승
옻칠 작품은 제작 과정이 갈고 닦고 갈고 닦고 하면서 아주 지루한 작업일 수도 있는데 그 지루한 작업이 저한테 적성에 딱 맞았어요. 제가 지구력이라 해야되나 그런 것들이 조금 다른 사람들보다는 있는 편인지 끈질기게 이걸 어떻게 해서든지 완성해야 된다라는 그런 성격이 있더라구요. 갈고 닦고를 반복 하는게 굉장히 지루한 작업이지만 그 작업 속에서 마침내 결과물이 생기잖아요. 그 결과물을 보게 되면 엄청난 진짜 보상이 주어지는 느낌, 그 결과에 대한 성취감 그것이 이제 또 저한테는 매력으로 다가와서 옻칠작업을 40년째 계속하게 된 것 같아요.

기자
그렇군요. 그런데 예술의 측면이 아닌 실용의 측면에서, 옻칠을 한 가구나 물품의 장점이 정확히 뭔가요? 예전에 항균작용 같은건 본것 같긴 한데...

이현승
말씀하신 대로, 무엇보다 정말 항균성이 최고입니다. (하하). 제가 여름철에 옻칠 밥그릇에 밥을 담아 뚜껑을 덮어두곤 하는데, 여름에도 밥이 잘 쉬지 않더라구요. 어떤 분들은 옻칠한 그릇에 술을 담아 마시면 맛이 부드러워진다고 하시기도 했어요.
또 하나는 강도입니다. 천연 도료 가운데서는 굉장히 단단한 편이에요. 실제로 이 공간을 리모델링할 때 계단이나 테이블, 마루까지 모두 옻칠로 마감했는데, 인테리어 전문가분이 만져보시더니 “생각보다 훨씬 단단하다”고 놀라시더라고요. 화학 도료는 손가락으로 누르면 표면이 쑥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옻칠은 표면이 굉장히 견고하다고 했어요.
또, 습기나 곰팡이에도 강해서, 오래 쓰는 생활용품으로는 정말 매력적인 재료라고 생각해요.

하우스 오브 알파 내부 인테리어 사진
하우스 오브 알파 내부 인테리어 사진


기자
저는 사실 안에 있는 작품도 마음에 들었지만 이작가님은 옻칠작가라는 말 대신 ‘공예가’라는 표현에 상당히 자부심을 갖고 계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스로 자신은 공예가다 나는 공예가다 이렇게 하시게 된 어떤 계기나 아니면 스스로 생각하는 어떤 자기 자신의 정체성이 있으신건가요?

이현승
저는 기본적으로 공예가라는 말이 더 편해요. 회화적인 작업도 하긴 하지만, 그 안에도 늘 공예적인 감각이 함께 들어가 있거든요. 어릴 때부터 평면보다는 손으로 만지고 형태를 만드는 일을 더 좋아했어요.
진정한 공예는 ‘용(用)’과 ‘미(美)’ 두 가지가 다 갖추어져야 진정한 공예라고 보통 이야기하는데, 저는 작업을 하면서 그 속에서 ‘용’, 즉 쓰임새는 물론이고 거기에 ‘미’를 더 할 수 있다는 점에 흥미와 의욕을 느낍니다.
회화나 다른 예술영역은 그냥 보는 것 자체가 용이 될 수도 있지만, 공예는 우리의 생활 속에서 같이 부대끼면서 쓸 수 있어야 용의 의미를 완성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실제로 쓸 수 있는 걸 만들고 싶었고 그게 좋았어요. 누구나 부담 없이 쓰고, 생활 속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요. 그런 걸 생각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나는 공예가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자
근데 아까 그 작품들, 건칠 기법으로 만드신 이런 그릇 같은건 방금 말씀하신 대로 실용적인 그릇이나 뭐 이런 건 아니잖아요. 그러면은 그 안에서 공예가로서의 어떤 다른 형태의, 발전 아니면 전환 이런 걸 추구하고 계신건가요?

이현승
전환이라기보다는 예술이 공예부터 시작되었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령, (원시 인류가) 뭔가 물을 먹어야 하는데 물을 먹을 그릇이 없잖아요. 제일 처음에는 손으로 먹었겠지만 결국에는 뭔가 용기가 있어야 되겠다 라는 생각으로 토기도 만들었을 거고, 그러다 보면서 형태도 발전하고 기술도 발전하면서 공예가 된 거라고 봐요
.
사실 어떤 때는 저도 두 마음이 있는 거죠. 어떤 때는 그냥 아름다운 것, ‘미’를 주로 추구하기도 하는데 또 어떤 때는 ‘용’적인 것도 해보고 싶고, 마음속에 두 가지 욕심이 다 있어서 그런 작품들이 나오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어요. (하하)

나전기법을 사용한 건칠 작품 사진
나전기법을 사용한 건칠 작품 사진


기자
사실 어떻게 보면 이 작가님 작품은 우리가 흔히 인식하는 전통적인 옻칠 공예와는 상당히 달라보이거든요. 특히 이 발우 같은 것도 재해석하셨다고 되어 있고... 이런 재해석은 기존 전통 공예와는 좀 결이 다른데 그렇게 기존 전통에서 벗어나셨다 떨어져 나왔다 라고 스스로 생각을 하시는 거예요?

이현승
음... 저는 사실은 기존 전통 공예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공예는 어쨌든 그 기존 공예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들이 이렇게 발전해서 여기까지 온 거라고 생각 해요. 그래서 저는 전통을 무시하기 보다는 전통 속에서 제 것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나가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하하)
제가 요즘도 박물관이나 이런 데 잘 가거든요. 가서 보면 유물들이 너무 멋져요.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작품들은 어떻게 보면 옛날의 그 방법을 그냥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그럴 때는 딜레마에 빠지기도 해요. 내가 열심히 작업하고 또 내 나름대로 구상해서 작업을 했는데, 막상 박물관에 가 보면 이미 그런 작품이 있으니까 그럴 때는 조금 힘이 빠지기도 하는데... 어쨌든 그 전통 속에서 저 스스로도 ‘나의 것’을 찾고 싶고, 또 현대의 사람들이 뭔가 좋아하는 그런 걸 만들고 좋아하게끔 하고 싶어서, 그래서 제가 그런 것들을 위해 발전을 해나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계속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기자
그렇군요. 그런 발전을 위한 변화 가운데 하나가 다양한 건칠기법의 발우나 찻잔 같은 게 아닐까 싶은데 그런 기법 자체는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기법 아닙니까? 그러면 그 외에 혹시 건칠 외에 좀 새롭게 기법상의 어떤 도전도 그럼 해보실 것 같은데....?

이현승
저는 일본 도쿄예술대학에서 유학을 했는데 사실 거기는 전통의 권위가 굉장히 강하거든요. 일본이 아무래도 조금 그런데, 그 속에서도 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싶었어요. 제가 어떻게 보면 좀 건방진 생각인지 모르지만 일본 사람들이 어쩌면 구태의연한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어요 (웃음). 그래서 저기서 재료라든지 이런걸 조금만 발전시키면 또 다른 칠공예가 나올 것 같는데 왜 저 사람들은 맨날 저걸 답습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을 좀 하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재료적인 측면에서 좀 다시 한 번 다가가야 되겠다라는 생각에서 인도네시아에서 나는 사이잘(sisal)이라는 천연섬유를 사용하게 됐어요. 제가 건칠 기법을 계속 연구하는 과정에서 석고 모형을 뜨게 됐어요. 석고형을 뜨기 위해 석고틀을 튼튼하게 하는 재료로 일본에서는 사이잘을 많이 썼는데 저는 그 재료를 딱 보는 순간 ‘어.. 이거 뭔가 되겠다’ 라는 생각에서 틈틈이 나름대로 실험을 해봤어요. 근데 ‘이거 되겠다’ 라는 느낌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에 가서 새로운 장을 한번 열어봐야지 라고 생각했고 곧바로 실행에 옮기게 됐어요 그게 한 1995년 정도 였던거 같아요.

사이잘 작품 사진
사이잘 작품 사진


기자
그러면 그때부터 30년을 계속 사이잘로 작업하신거에요?

이현승
아 아니에요. 사이잘 작업은 유학 마치고 한국 돌아오자마자 한 작업이에요. 그러면서 간간이 생각날 때마다 그 형태라든지 방식이라든지 이런 걸 생각하면서 다시 작업을 하기도 하고 또다른 작업을 하는 식으로 이어갔지요.
사실 사이잘로 작업을 하고 난 뒤에 한동안은 ‘가죽’을 가지고 또 작업을 하기도 했어요. 가죽에 옻칠을 하는 작업을 칠피(漆皮)라고 해요. 칠피 작업을 할 때는 그것에 심취해 다양한 디자인의 브로치를 다량으로 만들어낼 때도 있었구요. 그 재료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것을 가지고는 이런 작업을 하면 재미있겠다, 저건 저게 재미있겠다 하면서 작업을 다양화시키는 것인데 어떤 때는 나무로도 하고 그런 식으로 다양한 재료들을 가지고 연구를 해요.

실을 활용한 작업도 해왔어요. 면실을 계속 감아가며 형태를 만들면, 시간이 지나면서 단단하게 굳어 하나의 구조가 됩니다. 그런 방식으로 발우 같은 형태를 만들기도 했죠.
또 종이를 재료로 삼아 작업하기도 하는데, 이걸 ‘지태(紙胎)’라고 불러요. 말 그대로 종이가 형태의 바탕이 되는 방식이에요. 이렇게 재료마다 가진 성질을 살피면서, 제가 하고싶은 작업에 대입해보고 있습니다.

발우 작품 사진
발우 작품 사진


기자
작가님은 굉장히 지금도 작업이 정말 재미가 있으신가봐요. 지금 이것저것 설명해 주시는데 너무 재미있어 하신다는 게 막 느껴져요.

이현승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아요. 솔직히 말하면, 옻칠공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느껴요. 기법이나 재료, 형태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작업이 나오거든요. 그래서 저는 옻칠공예만큼은, 죽을 때까지 해도 다 해보지 못할 세계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그러면 요즈음 꽂히신 작업이나 재료는 어떤건가요?

이현승
요즘에는 벽면에 작은 조각처럼 나뉜 작업들에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요. 작업을 하다 보면 의도하지 않게 남겨지는 흔적들이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그저 과정의 일부였던 것들이었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예상보다 훨씬 흥미로운 표정을 갖고 있더라고요. 그것들을 조금씩 다듬고 배열하다 보면, 어떤 것은 풍경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떤 것은 인물의 인상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의도와 우연 사이에서 생겨나는 이런 결과들이 재미있어서, 요즘은 그 가능성을 중심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옻칠 천 작품 사진
옻칠 천 작품 사진


기자
근데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예술성과 실용성이라고 해야되나 생산성, 정말 공예가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이거 균형을 맞추기가 되게 어려울 것 같아요. 요즘은 어떻게 맞추고 계십니까?

이현승
요즘은 예술기획사 알파콜렉티브와 함께,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공예품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개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작업들이 벌써 2~3년이 되었고, 지금은 ‘크래프트 나비’라는 브랜드로 제품화해 판매하고 있어요.
제품화 작업은 혼자 할 때도 있지만, 제자들이나 여러 장인분들과 협업하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나전칠기나 자개 가구를 오래 다뤄오신 장인분들이 아직 현장에 계시거든요. 연세는 제법 있으시지만, 손의 감각은 여전히 놀라울 정도로 섬세합니다.
제품은 수량이 많잖아요. 그런 정교한 자개 작업까지 혼자 다 해내기는 손이 부족하기 때문에, 늘 자문을 구하고 함께 의논하면서 작업을 진행해요. 제 디자인을 바탕으로 자개가 자연스럽게 포인트가 되도록 조율하고, 전통 기법의 우수성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하는 방식이죠. 그런 협업 과정에서 저 역시 많이 배우고, 작업의 깊이도 더해진다고 느껴요!

자개 작품 사진
자개 작품 사진


기자
그러면 앞으로 새로 내가 이거 해보고 싶다 이런 건 생각하고 있는게 있으신가요? 2026년 계획이라든지 아니면 앞으로 내가 앞으로 10년은 내가 이거 해보겠다 이런 거?

이현승
저는 이제 다시 평면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벽면 작업이라면 이제 벽걸이식으로 되는 거예요. 보고 계신 작품은 건칠이지만 약간 부조적인 느낌도 나거든요. 근데 이제 아예 판넬 작업이라든지 캔버스처럼. 이런 식으로 회화적인 방향으로 하면서도 공예적인 것도 할 수 있는 그런 방식으로 풀어보고 싶고 또 감상하시는 분들도 그런 작품을 선호하는거 같아요.

건칠 평면작업 사진
건칠 평면작업 사진


기자
선호한다는 게 주로 이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들 취향을 말씀하실텐데 주로 어떤 분들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예를 들어 나이대가 좀 더 다양해지고 있다든지 아니면 젊은 친구들도 관심이 있다든지 이런 변화가 좀 있을 것 같아요.

이현승
음... 솔직히 이게 공이 많이 들기 때문에 고가예요. 그래서 지금까지는 젊은이들이 제품을 사고 싶어도 어떤 때는 못 살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그걸 넘기 위해 생각해서 한 게 이제 크래프트 나비에서 생산하는 것들, 그리고 쓸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비싸게 느껴지더라도 저건 나만의 것을 갖고 싶다 하는 젊은이들이 그런 작품들을 구매하는 거죠.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컵이라든지 진짜 쓸 수 있는, 플레이팅도마나, 머그컵, 에스프레소잔, 수저 세트 등을 생산하고 있는거에요. 젊은 층들을 위한 옻칠의 변신인 셈이죠.

크래프트 나비 상품 사진

예를 들어, 이 플레이팅 도마 같은 경우도 양면으로 쓸 수 있게 만든 것인데 우리나라 전통 떡살 문양을 넣은거에요. 떡살 문양 중 한 부분, 나비하고 포도인데 부귀영화를 상징하기 때문에 포인트로 이 자개문양을 붙이고 옻칠을 한 뒤에 마감하는 나전기법으로 새롭게 만들어 젊은 층들의 취향을 끌어들이는거죠.

크래프트 나비 상품 사진
크래프트 나비 상품 사진


기자
그게 옻칠공예에 대한 저변을 더 확산시키기 위한 방향이기도 하겠네요?

이현승
그렇죠. 사실 제가 대학에서 강의를 한 30여년 했는데, 사실.. 공예를 하는 학생들이 솔직히 말씀드리면 돈이랑 잘 연결 되지는 못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결혼하고 살다 보면 다 손을 놓게 되더라고요. 그게 참 안타까웠는데, 요즘은 의외로 K-컬처 라고 해서 이런 전통문양, 전통공예들이 다시 뜨기 시작하잖아요. 그러니까 저에게 문의도 예전보다 많이 와요. 그래서 이제는 일반인 상대로 강의를 해서 전통공예가 가진 문화로서의 가치를 좀 더 알리면, 사회적인 인식도 좀 더 업그레이드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보통 보면 젊은이보다는 이제 퇴직하신 분들, 적당히 연세가 있는 분들이 많이 관심을 가지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분들과 함께 작업하면 또 제가 모르는 분야를 알 수 있고 배울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하고요.
예를 들어 이번에 이 공간을 리모델링하면서 옻칠을 접목시키고 전통공예를 활용하는 방식을 시도해봤는데 너무 느낌이 좋고 다들 반응이 좋았어요. 그래서 인테리어쪽으로도 확장시켜봐도 좋을것 같고... 2026년도 쉴 틈이 없이 바쁠 것 같아요 (하하)
마치 10대 아이들이 걸그룹이나 게임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저도 모르게 들떠서 홍조를 띠며 어디서 저렇게 열정이 솟아날까 싶을 정도로 이야기를 쏟아낼 때가 있다. 벌써 30년이상, 강산이 세 번 넘게 바뀌도록 옻칠작업에만 전념해왔다는데 아직도 옻칠에 대해서는 말이 끊길 틈이 없을 정도로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할 것도 많다는 이현승 작가를 보면서 가끔은 매너리즘에 빠지고 또 가끔은 생각하는 대로 사는것보다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게 편하지, 좋은게 좋은거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 나 자신을 조금은 반성하게 되었다. 지난한 시간을 쌓아야하는 건칠기법으로 자신의 예술을 한겹씩 쌓아가지만 나는 예술가보다는 공예가다 라고 이야기하는 그 자부심이 어쩌면 그런 시간들이 쌓아올린 또 하나의 건칠작품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며 무거울 듯 가벼운 옻칠 찻잔에 하우스 오브 알파의 밤을 담아 기울였다.

이현승 작가 프로필 사진
이현승 작가 프로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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