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부산경남 DNA] 예술이 머무른 자리에서 사람의 향기를 되짚다 3
표중규
입력 : 2025.11.26 13:59
조회수 : 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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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과 부산, 쌍둥이 갤러리
- 비트리 갤러리 정유선 대표
기자
방금 윤승희 작가님 작품을 봤는데 이번에 윤 작가님 작품을 선택하시게 된 어떤 계기가 특별히 있나요 아니면 평소에 그냥 윤 작가님을 좋아하셔서 전시회를 갖게 된건가요?
정유선 대표(이하 정유선)
둘 다에요 사실 저희 부산전시가 처음 시작부터 큰 흐름이 있어요. ‘현대인들의 무의식’에 대한 흐름이 전체적인 기획 의도에 깔려 있어요. 올해 부산 전시가 오피셜하게 얘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김효선 선생님에 이어 윤승희 선생님 전시가 무의식의 어떤 흐름에 대한 얘기랍니다. 근데 그게 꼭 비단 저만이 아니라 현대 사회인들, 요즘의 현대 사회를 반영하고 있는 어떤 것들이라고 봐요. 저희도 그렇듯 사람들은 모두 다 사람 간의 관계들을 갖잖아요. 근데 이 사람 저 사람이 다르고 다 모두 다른 색을 갖고 있는데 서로 오해가 생길 수도 있고, 약간 서로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줄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윤 선생님은 그런 이해받지 못한 인간 내면의 정원들을 상상해서 그리시는 건데 이제 그런 것들이 주제랑 맞아서 제 전시를 준비를 한 거고 사실 이번 전시를 위해서 작가님도 몇 차례 부산에 오셨었어요. 그리고 2022년도에는 저희 서울전에서 큰 전시를 하시기도 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그 후속편 격으로 <종이정원, 심연을 거닐다>를, 조금 더 깊은 얘기들을 끄집어내는 전시회를 이 부산 공간에 맞춰서 준비하게 된 거예요.
기자
아까 다른 분이 대표님과 ‘작품이 덜 마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라는 이야기를 나누시는 것 들었어요. 저는 그게 어떤 느낌인지 굉장히 궁금했는데 혹시 어떤 걸 그렇게 표현하신건가요?
정유선
유화가 원래 약간 겹치는 느낌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물감을 계속 겹치면서 올라가는데 그러면서 약간 마른 느낌이 드는데 윤 작가님 작품에 나온 그 까만 색깔의 달이 유난이 반짝거려서 물어보니 오일 물감이 아닌 판화 잉크였어요.그래서 약간 반짝 반짝거리는 느낌이 드는 부분이 마치 덜 마른 느낌이 든다라고 표현하신 거에요. 특히 판화잉크 자체가 원래 오일을 많이 먹고 있어요. 그래야 잉킹(기법에 따라 롤러나 천을 이용해 판에 잉크를 바르는 과정)을 할 때 그 롤러에 잉크가 잘 먹어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그 검정색 잉크 하나에도 종류가 되게 많아요. 그래서 조금 더 그런 느낌을 살리려고 판화 잉크를 쓰지 않으셨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윤작가님 동생분이 수목원에서 일을 하는데 깜깜한 밤에 수목원에서 나오는 길에 달빛이 비치니까 그 비침을 조금 더 강조하고 싶어서 판화잉크를 사용하셨다고 합니다.
기자
그렇군요 판화쪽은 또 잘 모르다보니 하나 배워갑니다.
그런데 아까 부산 전시회의 큰 흐름이 무의식이라고 하셨는데, 그럼 서울전시회는 별도의 어떤 흐름이 따로 있는 건가요?
정유선
약간은 좀 달리 가기는 해요. 사실 저는 부산 출신이 아니거든요. 근데 부산을 좋아해서 여기에 비트리 부산점을 뜬금없이 오픈한 것도 있긴 한데, 전시를 하면서 사실 작년 전시까지도 부산이라고 해서 자체적인 큰 흐름은 없었어요. 근데 혼자 올해는 저 혼자만의 의식, 그러니까 올해는 이런 테마들을 가지고 전체적으로 전시를 해야 겠다라고 이제 마음을 먹고 있는 거에요. 단지, 매번 전시를 기획하는게 어렵긴 하네요.
기자
저도 사실 서울에도 비트리 갤러리가 있다는걸 뒤늦게 알았는데 그게 참 신기했어요. 서울에 2019년 먼저 운영을 시작하고 부산은 2023년에 뒤늦게, 똑같은 이름의 갤러리를 문을 여셨던데 혹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굉장히 궁금했어요.
정유선
제가 미술계에서 거의 한 15년 넘게 갤러리 큐레이터랑 갤러리스트 일을 진짜 오래 했어요. 그러다가 이제 미술계를 잠시 접으려고 떠나려고 했었거든요 너무 지쳐서요. 그러면서 조금 한 1년 쉬면서 이것 저것 다른 거를 배워봤어요. 사실 어렸을 때부터 그림 말고는 생각을 안 해봤어요. 내가 너무 바보 같이 그림만 알고 살았나 싶어서 진짜 1년 동안 안 해봤던 거를 다양하게 많이 배웠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깨달았죠. 내가 지금 헤매고 있는 이 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구나. 미술계로 돌아가야겠다.
그래서 갤러리를 오픈하기로 결정했는데, 사실 처음에는 제가 부산에서 시작하려고 했었어요. 왜냐하면 해외를 조금 더 많이 진출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굳이 서울이 아니여도 되겠다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러다가 서울에서 먼저 좋은 계기가 생겨서 시작을 하게 되면서 비트리 서울갤러리가 먼저 문을 열었고, 비트리 부산점은 어렸을 때부터 ‘위에서 살면서, 일할 때는 내려와서 일하는’ 이런 공간을 갖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그게 현실로 이룬 곳이 부산점이랍니다.
사실 갤러리를 오픈하기 전까지 부산 남천동이라는 동네는 전혀 몰랐어요. 그런데 아는 분 때문에 이 동네로 우연히 왔다가 여기 황령산 올라가는 그 길에 햇살이 이렇게 쫙 내리 쬐는데 너무 기운이 좋은 거예요. 그러다가 이 집을 발견하게 되었고, 여기가 80년대 지어진 집이라서 박공 스타일(주:건축에서 경사진 지붕의 양쪽 끝부분에 생기는 삼각형 모양의 벽면 또는 그 지붕형태를 말한다)을 그대로 살린 거예요. 그래서 이 집을 보자마자 지금의 리노베이션한 구조가 머릿속에 진짜 시뮬레이션이 되면서 지금의 공간을 구현 한거죠.
서울은 전형적인 화이트 큐브 공간이고 부산은 집이다 보니까 내가 집에 진짜 그림을 걸었을 때 그 실제 사이즈가 느껴지는 거죠. 그래서 내 공간에 어떤 그림을 걸었을 때 이런 느낌이겠다가 좀 더 많이 와닿는 장점이 있어요, 그래서 서울이랑 부산점이 콘셉트에서 완전히 다르답니다. 오시는 분들도 갤러리 위치도 신기해 하고 집을 갤러리로 사용하는 걸 보고 되게 재미있게 생각 하기도 하세요, 그리고, 저도 지역 작가들을 조금 더 좀 많이 만나고 싶어서 여기에 공간을 만든 이유도 있기는 하죠. 그리고 바다도 가깝고 퇴근하고 바다 구경하는 그런 재미는 보너스인 셈이고요
기자
완전히 낭만적으로 들리는데요, 진짜 부산에 갤러리 문 열고 그런 계획대로 다 살고 계신가요?
정유선
로망을 어느 정도 실현은 하고 있어요(웃음) 하지만 100%는 아닌거 같아요. 직원을 아직 구하지 못하다 보니까...근데 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약간 좀 고민 중이에요. 지금은 전시가 없을 때는 문을 닫고, 전시가 있을 때는 제가 내려오거나 파트 타임 직원을 구해서 쓰거나 하고 있거든요. 부산 갤러리를 계속 돌릴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구상 중인데 그게 숙제로 남아있어요. 어쨌든 전문 큐레이터가 아니라도 갤러리가 계속 오픈될 수 있는 그런 구조를 만들려고 하고 있는데 아직은 그게 안 되고 있어서 이 공간이 좀 아까워요. 그래서 제가 계속 상주하지 않아도 부산 비트리 갤러리가 오픈돼서 그냥 오가는 사람들이 편히 들어와서, 언제든 와서 전시도 보고, 작품도 구매할 수 있는 편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여기가 자체적으로 좀 돌아갔으면 좋겠다라는 욕심이 있긴 하죠.
기자
그렇군요. 서울에 있는 갤러리도 부산처럼 특징 있는, 그런 건물에 그런 공간인가요?
정유선
서울 비트리 갤러리는 홍익대 안에 있어요. 운 좋게 홍익대학교 건물을 빌려 쓰고 있답니다. 서울점의 특징은 천고도 높고, 바닥이 철판으로 되어 있어서 큰 작품을 걸었을 때 몰입감을 줄 수 있기도 하고, 작품이 바닥에 살짝 반사되어 다른 분위기를 연출 할 수 있어서 부산점과 차별화 되는 부분이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학교 지하 주차장에서 쓰면 되니까 그런 것도 좋았어요.
기자
그런데 서울에서 하나, 부산에서 하나 이렇게 서로 거리가 많이 떨어져있는 곳에서 갤러리 2개를 동시에 운영하시는거 힘들지 않으세요?
정유선
사실 인력 말고는 사실 별로 힘든게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사실은 지점을 서울 부산 말고 하나 더 하고 싶었는데 제가 부산을 열고서 약간 스톱을 한 이유가 하드웨어는 만드는게 정말 자신 있는데, 이게 인력, 그러니까 소프트웨어가 문제인 거예요. 인력은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이슈더라고요. 그게 가장 큰 부분 중에 하나고 여전히 이래저래 고민이 좀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전시를 기획하고 뭔가 콘텐츠를 만드는 거는 제가 잘 하는 일이니까 그건 어떻게든 굴리겠는데 이제 이거를 같이 서포트해 줄 친구가 가장 큰 문제인거죠.
그리고 부산은 제가 잘은 모르지만 여기 아트페어나 전시회로 이렇게 왔다 갔다 하면서 뭔가 가능성이 약간 조금씩 보인다고 해야 되나? 약간 느껴지는 것들이 있는데요. 최근에 도모헌도 이 근처에 오픈을 했고 여기 광안리에도 드문드문 갤러리가 좀 생기고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라도 뭔가 묶어서 뭔가 같이 하면 재밌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어요.
기자
부산에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시면 뭔가 서울에 비해 휴식같은, 쉬어가는 느낌도 있으실거 같아요
정유선
사실은 저한테는 이거 오프더 레코드인데 (웃음) 약간 워케이션 같아요.
부산에 와서 일을 하고 있지만 약간 서울을 벗어나는 거잖아요. 그래서 물리적인 거리로 체력적으로는 힘든데도, 바다를 볼 수 있어서 그런지 정신적으로 좀 덜 힘든 점도 있는 것 같아요. 다 좋은데, 욕심이 있다면 그래도 서울보다는 보러 오는 분들이 좀 많아졌으면 좋겠다 하는 점?
서울이랑 비교를 하면 적지만, 그래도 오시는 분들은 계속 꾸준히 오세요. 저희 고정 고객분들은 전시 때마다 오세요. 계속 보러 오시는데 조금 더 많은 분들이 유입이 됐으면 좋겠어요. 굉장히 신기했던 건 외국인들이 생각보다 많이 와요. 그래서 제가 오면 물어보거든요. 어떻게 알고 왔냐 했더니 구글에서 검색해서 전시 보러 온다고 많이들 해요. 제가 부산에서 제일 신기하고 재미있는 포인트가 그 외국인들이었어요. 대만에서도 오기도 하고, 제가 아는 인도네시아 친구들, 컬렉터분들이 오기도 해요. 또, 전시 리뷰를 보고 그림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또 오더라고요. 이런 부분들이 부산점을 오픈하고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기자
아 저도 그때 그 인도네시아 컬렉터분들, 부산 아트페어 왔을 때 오신분들과 같이 저녁 식사 했었잖아요? 굉장히 유쾌하고 또 부산도 좋아하시는 것 같던데 인연이 어떻게 닿은거에요?
정유선
사실 그 친구들이랑 2023년 저희가 아트 자카르타에 참여를 하면서 알게된 지인들이예요. 그리고 아트 자카르타 디렉터랑 친분이 있기도 해서 아트 부산을 연결을 해 드렸어요. 아트 페어간 협업을 통해 고객분들을 초청해서 서로 왔다 갔다 하면서 교류를 서로 하시게 된 거죠. 그러면서 올해도 방문해 주셨고 서로 좋은 시너지를 만들 수 있었던 듯 합니다. 아트 부산 기간동안에 저희 부산점에서 열린 전시를 보러 방문해 주신 외국분들도 많았답니다.
그분들이 너무너무 부산을 좋아해요. 이번에도 아트부산 갔을 때 만나고 같이 저녁 먹은 다음에 광안리에 있는 술집에 갔거든요. 거기 갔더니 한국 예능에서 나오는 술 마시기 게임 같은 것도 직접 하고 너무 재미있었어요. 한국 소주도 잘 마시고 폭탄주도 만들어 마시더라고요. K문화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았어요. (웃음)
이번에 아트 자카르타에 저희 이여름 작가 아이스크림 작품 전시한 것도 반응도 좋았고, 처음으로 제가 현지 갤러리랑 협업을 해서 저희 작가님들 개인전도 만들었는데 이렇게 해외 갤러리랑 협업 전시를 계속 모색하고 확대하려고 합니다.
기자
그렇군요. 저도 자카르타 가서 한류열품을 직접 느껴본 적은 있는데 그걸 직접 우리 부산에서 인도네시아 분들이 보여 주실 줄은 몰랐어요 굉장히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그런 해외로 확장하시는 모습도 보여주셨는데 이제 내년에 또 뭔가 이런 기획, 전시를 이어가실 계획도 있으실거 같아요.
정유선
벌써 내년 서울점은 전시 기획이 다 되었고요, 부산점은
기자
그런 측면에서 지역과, 그러니까 부산지역 작가나 갤러리들과 협업도 한번 추진해보시면 더 다양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혹시 이전에도 추진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정유선
사실 거의 없었어요. 제가 부산 사람이 아니다 보니까 처음에는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을 많이 알지 못했거든요. 몇 년 일하다 보니 부산 고객분들과는 많이 친해져서 밥도 먹고 여기저기 함께 다니기도 하지만, 그분들이 지역 문화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아니다 보니 그런 네트워크가 부족한 건 조금 아쉬워요.
그래도 저는 부산에서 다른 형태의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고, 부산 갤러리가 지역 안에서 자생적으로 자리 잡고 운영될 수 있도록 해보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제가 서울에서도 활동하면서 굳이 부산에 공간을 낸 이유 중 하나가, 부산 고객분들도 예술작품을 좋아하시는데 서울 전시를 자주 보러 오기 어렵다는 점이 늘 아쉬웠기 때문이에요. 물론 전시장을 지역마다 만들 수는 없지만, 제가 좋아하는 도시 몇 곳 ‘예를 들면 부산이나 동남아시아, 인도네시아 같은 곳’에 한 지점씩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있었죠. 그런데 제 몸이 하나다 보니 지금 당장은 어렵겠다 싶어서, 우선 부산에 낸 걸로 만족하고 있어요.
가끔은 이런 구상도 해요. 만약 지점을 낸다면 각 지역마다 디렉터를 두고, 어느 정도 지분도 나눠주면서 저는 콘텐츠를 다듬는 역할로 돌아다니는 거죠. 그러면 유럽이나 미주까지 확장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예전에 오페라 갤러리에서 일했을 때, 전 세계에 12개 지점이 있었는데 각 지점의 주인이 다 달랐거든요. 그래도 하나의 ‘오페라’라는 브랜드 아래 시너지를 잘 냈어요.
지금도 부산에서 고객이 뭘 찾으면 서울에서 보내주고, 그런 협업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은 당장은 어렵겠지만, 부산을 거쳐 아시아 쪽에 한 곳 정도 더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있어요. 다만 제 몸이 하나라 지금 바로 확장하지 못하는 게 아쉽기도 하고, 어쩌면 제 욕심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해요.
기자
그렇군요. 세계 시장까지 염두에 두고 계시다니 정말 바쁘시겠어요. 생각의 폭이 넓으신 만큼, 갤러리 운영 외에도 다양한 일들을 하고 계실 것 같은데요. 어떤 활동들을 함께 하고 계신가요?
정유선
네, 맞아요. 제가 갤러리 일만 하는 건 사실 아니에요. 전시 기획은 기본이고, 아트페어도 나가고 외부 뮤지엄이나 기업의 아트 컨설팅, 전시와 공간 연출 작업까지 함께 하고 있어요. 그래서 외부 일이 정말 많아요. 여력이 된다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텐데, 역시 몸이 하나라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직원이 조금만 더 있어도 일을 나눠 처리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아직 제가 그만큼 확장할 능력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막상 일이 닥치면 뭐든 하긴 하죠(웃음).
여러 백화점과 전시 협업도 하고 있고, 저희 작가님들도 여러 공간에서 전시하거나 작품 연출, 전시 제안을 하고 있어요. 이런 전반적인 과정을 함께 해줄 직원이나 파트너가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은 늘 있어요.
그런데 부산에서 일을 하면서 놀랐던 점이 있어요. 젊은 친구들이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부산을 떠난다는 얘기를 너무 자주 듣는다는 거예요. 얼마 전에 부산점에서 아르바이트했던 친구도 부산을 정말 좋아해서 여기서 안정적인 일을 찾고 싶어 하는데, 그게 너무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서울로 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놀랐어요.
왜냐하면 제 눈에는 부산에 정말 많은 가능성이 있어 보이거든요. 도대체 왜 없을까? 분명 있을 것 같은데 왜 없지? 이런 물음표가 계속 붙는 거예요. 실제로 젊은 사람들이 부산이 싫어서 떠나는 게 아니라, 일자리가 없어서 서울로 간다는 얘기가 대부분이더라고요.
앞으로 부산이, 그리고 부산의 문화시장이 꼭 고민해야 할 지점도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서울, 그것도 한국 미술의 중심이라 불리는 홍대에 자리 잡은 갤러리가 굳이 연고도 없는 부산, 그것도 조용한 주택가의 2층 주택에 ‘쌍둥이 갤러리’를 연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 대화는, 어느새 부산의 매력 있고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왜 지역을 떠나는지, 왜 결국 서울로만 향하게 되는지에 대한 또 다른 질문으로 마무리되었다.
기자로 일할 때 늘 접하던 ‘지방 소멸’과 ‘인구 절벽’ 같은 무거운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미술 갤러리에서 마음을 식혀보겠다는 의도였는데, 결국 어느 곳에서나 다시 지역의 위기를 마주하게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비트리 갤러리가 보여주는 이 쌍둥이 갤러리 모델이, 지역과 지역의 젊은이들에게 ‘지역은 지역에만 머무는 곳’이 아니라 서울과 따로 또 같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지금도 혼자 여러 지역을 넘나들며 뛰고 있는 정 대표에게 그 역할까지 바라는 건 다소 민망한 욕심일지도 모른다.
다만 앞으로는 갤러리나 전시회를 방문할 때, 그곳에서 일하는 젊은 큐레이터와 직원들의 얼굴을 조금 더 유심히 바라보게 될 것 같다. 우선 다음번 비트리 갤러리 부산의 전시에서부터 그렇게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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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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