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외국인 건보 1조 흑자인데…중국인 적자 · ‘상호주의’ 논란 왜?
박종준
입력 : 2026.10.26 16:22
조회수 :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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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건보 재정 1조128억 원 흑자… 2017년 이후 9년 연속
중국 국적 가입자는 409억 원 적자… 상호주의 요구 다시 고개
한중 의료보험 체계 달라 일률 적용 난제… 부정수급·체납 관리 강화가 대안
외국인 전체로 보면 건강보험 재정에 기여하고 있지만, 중국 국적 가입자만 놓고 보면 보험료보다 급여비 지출이 더 많았던 겁니다.
이런 통계가 공개되면서 외국인 건강보험에 ‘상호주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되고 있습니다.
상대 국가가 한국 국민에게 제공하는 의료보험 혜택 수준에 맞춰 해당 국가 국민의 가입이나 급여 범위를 제한하자는 겁니다.
■ 외국인 전체 1조 원 흑자…중국 국적 가입자는 적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진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외국인 전체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1조128억 원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외국인이 낸 건강보험료는 2조5천370억 원, 병·의원 진료비 등으로 지급된 급여비는 1조5천243억 원이었습니다.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은 2017년 이후 9년 연속 흑자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중국 국적 가입자는 달랐습니다. 지난해 납부한 보험료는 9천564억 원이었지만, 급여비 지출은 9천973억 원으로 409억 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중국 국적 가입자의 재정수지는 2024년 55억 원 흑자를 냈지만, 1년 만에 다시 적자로 전환됐습니다.
반면 베트남은 1천601억 원, 네팔은 1천262억 원 흑자를 기록하는 등 주요 체류국의 재정수지는 대체로 흑자였습니다.
■ 중국에는 없는 피부양자 제도…상호주의는 왜 어려울까?
상호주의 주장의 핵심은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 국적자가 누리는 건강보험 혜택과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 국민이 받는 혜택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실제 한중 건강보험 제도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은 직장가입자의 배우자와 부모, 자녀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가족을 피부양자로 등록해 별도의 보험료 부담 없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에는 한국과 같은 형태의 직장가입자 피부양자 제도가 없습니다.
지역가입 제도도 다릅니다. 한국은 외국인이 일정 기간 국내에 체류하면 지역가입자로 의무 가입하도록 하지만, 중국은 지역 의료보험이 임의가입 방식이고 외국인의 가입 자격도 영주권 여부 등에 따라 제한됩니다.
이 때문에 중국이 한국 국민에게 제공하는 혜택과 한국이 중국 국적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을 단순히 일대일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국가마다 의료보험의 가입 대상과 보험료 부담 방식, 가족 보장 범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상호주의를 도입하려면 어느 제도를 기준으로 삼을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직장가입만 비교할지, 지역가입과 피부양자 제도까지 포함할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국적에 따라 의료보장 혜택을 일률적으로 제한할 경우 차별 논란과 외교적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국뿐 아니라 미국 등 다른 국가 출신 가입자에게도 동일한 원칙을 적용할 것인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 상호주의 전면 적용 대신…가입 요건·부정수급 관리 강화
그렇다고 형평성 논란을 외면할 수만은 없습니다. 외국인 건강보험의 재정 누수를 막고 가입자 간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 운영의 허점을 줄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이미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 요건을 강화해 왔습니다.
2019년 7월부터 국내에 6개월 이상 체류한 외국인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했고, 2024년 4월부터는 외국인과 재외국민이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가 되려면 원칙적으로 국내에서 6개월 이상 거주하도록 요건을 강화했습니다.
같은 해 5월부터는 의료기관에서 환자 본인과 건강보험 자격을 확인하는 절차도 의무화했습니다.
상호주의를 전면 적용하기보다는 외국인 가입자의 자격과 제출 서류를 정확히 확인하고, 보험료 체납 관리와 부정수급 단속을 강화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되는 이유입니다.
다만 제도 개선의 효과를 판단하려면 실제 부정수급 규모와 유형, 국적별 보험료·급여비 추이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검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외국인 전체 건강보험 재정이 흑자라는 사실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 수 없고, 중국 국적 가입자의 적자만으로 외국인 전체를 무임승차자로 규정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 쟁점은 국적 자체가 아니라 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과 가입자 간 형평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입니다. 한중 제도의 차이를 정확히 비교하면서 부정수급을 막고, 정당하게 보험료를 낸 가입자가 합리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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