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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나는 이곳에서 꿈을 지킵니다 스페이스 움 대표 김은숙

표중규 입력 : 2026.05.12 13:39
조회수 : 243
나는 이곳에서 꿈을 지킵니다   스페이스 움 대표 김은숙

30년전 부산 동래를 지나가는 시내버스 노선의 중심은 항상 동래전화국 앞길이었다. 이제는 메가마트 뒷쪽 블록으로 식당가와 유흥가가 형성되면서 상대적으로 조금 외진 곳으로 바뀌었지만 그래도 그 동래전화국 옆길에는 동래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초입의 수줍은 활기가 숨어있다. 조근조근 속삭이는듯한 골목 분위기의 한 켠에는 언제나 있었던것처럼, 하지만 그 안을 직접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곳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는 공간이 있다. 그곳을 고집스레 만들고 지켜내고 또 부산경남 전역에 알리는 일을 해온 무대가 스페이스 움이고 그 주인공이 뚝심의 기획자 김은숙 대표이다. 600회 살롱콘서트를 준비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쁜 김대표를 굳이 휴일, 쉬어야할 그녀의 아지트 스페이스 움에서 카모마일 한잔과 함께 만났다.

기자
스페이스 움은 처음 들어올 때는 그냥 카페 같은데 안쪽에는 또 상당히 큰 공연장도 있네요? 저기는 어떤 공간이에요?

김은숙 대표(이하 김은숙)
음 정확히는 복합 문화 공간이죠. 콘셉트 자체가 갤러리 카페인데 반은 갤러리고 반은 카페고... 근데 사실 갤러리 공간에는 항상 전시를 하는데 공연을 준비할 때는 다양한 공연도 할 수 있어요. 저 안에 가변형으로 의자를 쫙 다 깔면 한 70석까지는 들어갑니다. 그래서 살롱 콘서트, 바로 코앞에서 해설도 하면서 정말 관객하고 같은 입장에서 공연을 하는건데 따로 설치하는 무대도 없습니다. 평상시에는 또 전시장이니까... 그래서 공연을 하고 소통하고 하는 뭔가 약간 커뮤니티 공간으로 열었죠.
처음에는 정말 예술 애호가인 친정 오빠가 열었어요. 새 언니가 관장님이고 저는 카페 사장이고, 같이 시누이 올케가 힘을 합쳐서 카페 수익으로 공간을 나눈 복합문화공간을 할 수 있겠다 생각하고 한 거예요. 정말 이쪽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 이 문화예술이라는게 너무 화려하게 보이니까 막 그런데 대한 로망은 있었죠. 사실 어릴 적 제가 피아니스트를 꿈꾸다가 접었던 마음도 있었고...제가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편찮으신 어머니 간병이 삶을 다 차지했었던, 되게 조금 힘든 그런 상황 속에서 친구랑 제가 문화회관 가서 공연도 보고 각종 공연관련 자료를 모으는게 취미생활이었어요. 되게 거기서 위로받고 막 그랬는데...나중에 직장 마치고 멀리 있는 공연장에 가면 막 시간이 빠듯하게 들어가거나 늦거나 하게 되더라고요. 왜 이 동네에는 이런 문화 공간이 없지 라고 아쉬워하던 차에, 오빠가 이 건물을 사게 되고 1층에 이런 걸 한번 해보자 라고 된거죠.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무렵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 또한 간병으로 삶의 대부분이 채워져 있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친구와 함께 문화회관을 찾아가 각종 공연 관련 자료를 모으는 것이 작은 위안이자 취미가 되었습니다.
[스페이스 움 사진]
[스페이스 움 사진]

기자
쉽지 않은 일을 굉장히 쉬운 것처럼 말씀하셔서 놀랐어요. 그래서 문을 연 다음에는 어땠나요? 잘 되기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김은숙
처음에는 괜찮았어요. 이 근처에 있는 분들이 좀 많이 올 줄 알고, 내가 좋아하니까 다 좋아할 줄 알고 시작한 거였는데 15년 전에 처음 시작했을때는 이런 시설이 별로 없었어요. 처음에는 그래서인지 반응이 좋았습니다. 무료로 하고 또 목요일마다 했었거든요. 오시면 커피 한 잔 사 주시는 그런 걸로 모아가지고, 제 돈 좀 보태고 그렇게 개런티 드리고 이렇게 하면 될 것이라 했고 반응도 좋았는데....예비사회적기업으로 전시, 공연, F&B 팀으로 직원도 많아졌고, 업무분장을 잘해서 활성화되었지만 수익으로 연결되지는 않더라구요. 경영이 너무 안 돼서 한 1년 5개월 문 닫았던 적도 있고, 이후에 코로나까지 터져서 고전을 했고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오픈할 때 모든 시설과 후원을 해주시던 오빠가 “한 1년 해보더니까 이거는 나라에서 하거나 대기업이 해야 되지, 우리가 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일단 작가 작품 안 팔리니까 우리가 사주고, 공연 보러 온 사람들이 차도 한 잔 안 사드시는 분이 많고, 개런티나 홍보물제작 등등...완전히 생돈을 밀어넣는게 되는거죠. 그런데도 잡음이 들린다 뭐 한다 막 불평 불만은 내놓고 이러니까 마음이 자꾸 상하는 일이 생기고 하니까 오빠가 접자 하더라고요. 그게 저는 너무 안타깝고 그래서 예비 사회적 기업 신청해가지고 인력을 한 9명, 내가 자체 고용 2명해서 재미있게 막 하기도 하면서 고비를 넘어가고 그랬어요. 공간비용이야 오빠가 거의 무료로 허락해 주고, 이렇게 근근이 목숨 부지하고 있고 또 제가 외부적으로 막 행사나 전시기획 이런 거 해가지고 또 벌어서 메꾸기도 하고 이러다 보니까 진짜 600회까지 온 거예요.
[스페이스 움 공연 사진]
[스페이스 움 공연 사진]

기자
정말 쉽지 않은 과정이었겠어요. 그럼 지금 600회 공연도 혼자서 다 준비하신거에요?

김은숙
힘들어서 정말 안 하려고 했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진짜 그냥 힘들다 힘들다 하는게 아니라 체력이 안따라주더라고요. 작년에 진짜 그랬어요. 지난해 몸이 안 좋아서 수술도 하고 그랬는데 올해는 동생이 암에 걸려가지고... 내가 지금 멘탈이 사실 완전히 무너졌어요. 그래서 600회 안 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오빠가 억지로 하자고, 안 한다니까 굉장히 마음이 섭섭하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도 기념비적인 건데 하자... 이래고 동래문화회관 후딱 빌려가지고 지금 이렇게 준비한 거에요. 그 정도로 오빠가 참 애정이 되게 많아요.

네, 저도 지금까지 온 길이 너무 힘들어서 좀 하고 싶고, 지금 뭐랄까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요. 근데 남편이 말하는게 ‘니 말은 그렇게 해도 니 몸이 건강이 허락하는 날, 70~80까지 할 것 같다’ 이렇게 말할 정도로 제가 너무 좋아해요. 이게 약간 마약 같아요. 사람들이 와서 막 좋아하는 거 보면 힘든 줄도 모르겠어요. 의자 깔고 사다리 타고 올라가서 조명 맞추고 이렇게 하거든요. 그리고 또 까다로운 연주자도 제법 있단 말이에요. 그거 맞추면 중간에 힘이 빠져도 사람들 와서 막 행복해하는 거 보고 또 나도 너무 바로 가까이에서 그걸 바라보고 듣고, 그러는 이 매력적인 것 때문에 놓지를 못하겠어요. 계속 할 것 같아요. 저는요.

기자
지금까지 하셨던 연주 중에 600회니까 얼마나 많이 기억에 남겠냐마는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어떤 경험 같은 거 있으실 것 같아요.연주자라든지

김은숙
유학 갔다와서 무대가 없어 가지고 고민하던 연주자가 기억나요. 본인이 대관 신청하고 뭐 하고 이렇게 해서 사람들 모으고 인쇄물 만들고 하는게 너무 힘든데 이 모든 걸 다 우리가 해주니까 귀국해서 한 공연이 참 좋았다는 친구들 되게 많았어요. 또 한 친구는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친구가 있었는데 독일 드레스덴에 유학 가기 전에 공연을 하기로 했었거든요. 그때 마침 일본에서 굉장히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또 우리 스페이스 움에서 연주하게 돼서 둘이 같이 연주한 적이 있어요. 한 명 한 명, 실력 차이는 너무 나죠. 하지만 그 두 분이 같이 하는 연주가 너무너무 감동적이었어요. 그때 같이 그 공연을 본 분들이 너무 감동받았었어요. 또 돌아가신 한동일 선생님도 여기서 공연해 주셨는데 중간에 박수를 절대 치지 마라, 곡이 끝나도 처음부터 끝까지 박수 없이 들어라 라고 하셨어요. 맨 끝에 한번 박수를 몰아서치는데, 오로지 음악에만 몰입해서 감상했던 그 연주회도 엄청 기억이 나요.
[스페이스 움 공연 사진]
[스페이스 움 공연 사진]

기자
그렇군요. 2026년에 그럼 어떤 전시 연주 이런 걸 해보겠다 이런 목표도 있으실 거 같은데...

김은숙
이제 4월이 사실은 이제 15주년이에요. 만 15년인데 그때 김범수 작가 초대전 전시할건데 김작가님이 우리 스페이스 움, 거의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매년 했던 작가님이에요. 그리고 4월 첫 15주년 공연을 여기서 하는데 이리나 선생님 바이올린, 저 너무 정말 기대됩니다. 비발디 사계(四季)랑 피아졸라의 사계(四季)를, 한꺼번에 그래서 팔계(八季)를 하는 거예요. 바이올린 앙상블이 모란 앙상블이라고 9명이, 지금 여기가 좀 작지만 멋진 연주가 될거에요.
지금은 제가 전화드리기 전에 먼저 연락이 와요. 먼저 연락이 와가지고 석 달 넉 달 전부터 미리 채워지거든요. 이제 사실 이렇게 매주 하던 게 너무 좀 힘들어서,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그래서 이제 한 달에 두 번씩 하려고 4월부터 계획을 하고 있지만 굉장히 재미난 이제 공연이 되게 많습니다.

기자
15년동안 해오셨으니까 오시는 관객분들 중에도 또 기억에 남는 분들 이런 것도 있을거 같아요.

김은숙
아 정말 지금 생각난 그 분은 저희가 진짜 감사패를 드리려고 해요. 저,다른 공간 대표들 싹 다 그리고 연주자들이 싹 다 너무너무 고마운 분이 한 분 있어요. 고상원 씨라고 하는 분인데, 이분은 본인이 건강이 좀 안좋았을 때. 공연을 가까이 들으면서 정말 기운을 받는 느낌을 받았다 해서 매주 오시는 거예요. 그리고 오늘 이제 여기서 공연을 했는데 그 연주자가 다음에 금정문화회관, 부산문화회관 챔버홀에서 이렇게 막 공연이 잡히잖아요. 그럼 꽃을 사 들고 금일봉까지 챙겨서 직접 찾아갑니다. 연주자분께 스페이스 움에서 공연을 보고 너무 좋아서 축하도할 겸 왔다고 하면서요...최고의 격려죠. 그렇게 이분을 모르는 연주자들이 없을 정도로 매년 그게 쌓였어요. 그리고 매주 한 주도 안 빠지고 오시는 관객분들, 와서 뭐 도와줄 거 없는지 하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는 관객도 계시고....그래서 제가 계속 꾸준히 해나갈 수가 있는거죠.
[스페이스 움 사진]
[스페이스 움 사진]

기자
그럼 마지막으로...스페이스 움과 외부활동 모두 다 통틀어서 올해 김대표님 본인의 계획은 뭐가 있어요?

김은숙
올해는 정말… 제가 좀 즐기고 싶습니다.말을 하다 보니 감정이 올라오네요. 사실 그동안은 책임감 때문에 여기까지 끌고 온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몰랐는데, 막상해보니 연주자들과 작가들의 고충을 이해하게 됐고, 뭔가 역할을 해야겠다는 명분이 있었고,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텨온 시간이었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은 저를 위해보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기획을 하고,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그 즐거움을 다시 찾고 싶습니다. 공연에서도 관객입장에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제 취향을 담아보기도 하면서, 번아웃되지 않도록 제 호흡을 찾아가려 합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과감하게 공연 횟수를 줄여서, 한 달에 두 번 정도로 운영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을 챙기면서 오래 가는 방향을 선택하려고 합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그동안 기획자이자 공간 운영자로서의 역할에만 머물러 있었던 것 같아요. 정작 제가 그렇게 좋아했던 예술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었더라고요. 전시도, 공연도 모두 마찬가지였고요.
그래서 올해는 예술이 사람에게 주는 쉼과 위로를, 저부터 제대로 느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다시 사람들과 나누는 힘을 쌓는, 그런 ‘에너지를 비축하는 해’로 만들고 싶어요.
다시 처음처럼, 순수하게 예술을 좋아하던 한 사람의 애호가로 돌아가 보고 싶습니다.”

3월 31일 600회 기념 콘서트는 부산 동래문화회관에서 열렸다. 평일이라 가는 시간이 빠듯했지만, 부산의 작은 문화공간이 15년동안 600번이나 음악회를 이어왔다는 거의 기적적인 업적(?!)에 작은 박수라도 더하고 싶어 발걸음을 서둘렀다. 예술인들과 애호가들의 축제로, 보통은 무거운 클래식과 성악마저 동네 잔치처럼 박수속에 펼쳐지며 피리와 재즈가 함께 어울렸고 뮤지컬팀의 발랄한 댄스는 저절로 흐뭇한 웃음이 지어지게 만들었다. 그날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 필자 뿐 아니라 부산의 전시 공연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잠시 공연중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고, 인터뷰 중간 중간 번아웃을 걱정하던 김은숙 대표에게는 미안하기도 하지만, 앞으로 15년은 더, 6 백번은 더 이런 공연들을 이어가 문화의 불모지 부산이라는 오명을 조금씩 조금씩 더 씻어가길 진심으로 부탁해본다.
[6백회 기념 콘서트 사진]
[6백회 기념 콘서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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