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 허정도 '한 도시 이야기' 저자
KNN 인물포커스입니다.
옛 마산시는 창원특례시가 2010년 출범하면서 단독 시로는 이름을 잃었지만, 도시의 생성과 번영, 쇠퇴라는 오랜 역사를 이어왔습니다.
오늘은 마산의 도시사를 꼼꼼하게 기록한 '한 도시 이야기'의 저자, 허정도 건축사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십니까?
Q.
먼저, 현재 시점에서 마산의 역사를 기억하고 기록해야 하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A.
마산은 우리 국민들이 잘 알다시피 역사 속에서 많은 사건들을 남겼고 또 많은 국민적 자부심을 안겨준 그런 도시죠. 오래된 이야기도 많습니다만 가깝게는 개항된 1899년 이후부터 도시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살았고 또 일본 사람을 통해서 서양 근대 문물이 마산에 많이 들어왔었죠. 가장 큰 변화는 1960년대부터 생겼는데, 경제 개발기에는 한국 경제성장의 중심에서 경제 발전을 이끄는 도시가 마산이었고,
또 지금은 정치적으로 민주화가 된 시대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지 않았습니까?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3.15의거 그리고 부마민주항쟁을 빼놓을 수 없죠. 그 두 가지 큰 역사를 마산 시민들이 일으켰다는 점에서 마산은 정말 우리 지금 한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기억해야 할 그런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Q.
통합이 되기는 했지만 마산의 기억과 거리, 또 시민들 그대로 남아 있는데요. 마산이 가진 정체성은 어떤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A.
마산의 정체성은 사람들에 따라서 다 다르겠지만 저는 '근대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산은 일찍부터 근대 문물을 받아들이기도 했지만, 근대 정신으로 경제적, 또 정치적으로 성장한 도시고요. 특히 근대 정신으로 가장 표나게 남긴 업적이 '3.15 의거'와 '부마민주항쟁'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민주화에 마산 시민들이 앞장선 것입니다. 근대화의 상징이었죠. 그래서 저는 '근대성이 마산의 정체성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많은 분들이 잘 알고 계시지만 마산시는 정말 창원 이전에 아주 번성했던 도시인데요. 어느 시기가 가장 번영했던 시기였습니까?
A.
일제강점기에도 상당히 번성한 시기가 있었지만 가장 특별하게 번성한 시기는 1970년부터 1990년 정도, 20년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인구 통계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데요. 1970년 마산 인구가 19만 명이었습니다. 그런데 75년도에 무려 인구가 37만 명, 2배 정도로 늘어나거든요. 5년 만에. 그러고는 꾸준히 성장 속도는 느렸지만, 꾸준히 늘어나서 1990년에 이르면 50만 명이 됩니다. 그러니까 이 20년 기간에 인구가 무려 260% 정도 증가했거든요. 엄청난 증가 속도죠. 그만큼 도시가 번성했다는 걸 말하고 있습니다.
Q.
인구를 보면 그걸 아주 쉽게 알 수 있네요. 책에서도 후반부에 서술해 주셨는데. 마산시가 그런 번영했던 시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쇠퇴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A.
참 안타까운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의사결정권자들의 책임이라고 봅니다. 즉 정치적 지도자들의 책임이죠. 그건 선출직들을 말합니다. 시장을 비롯한 의원들이나 국회의원들이나 이런 사람들의 책임이 크죠. 그분들이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시대의 변화를 캐치하지 못했고 또 지역의 모든 사회 경제적 여건 변화를 좀 몰랐다고 봐야 하겠죠.
그런데 이제 떨어지는 감 때문에 결국 마산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 마산이 유일하게 이길 수 있는 경쟁력들이 많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늘 그냥 개발 정책 그리고 건설 정책 이것만으로 올인했기 때문에 마산이 결국은 뒤처지게 되고 결국은 정체기를 맞았고 쇠락하게 되는 그런 계기가 됐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양적인 팽창에 집중하면서 질적인 성장을 하지 못했다'는 표현도 해주셨는데요.
-양에 집중했고 질에 무관심했습니다.
Q.
질적인 부분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소홀히 했던 겁니까?
A.
사람 살기 좋은 환경이죠. 교육 조건, 생활 조건, 문화 기반 조성, 이런 것들인데, 그런 데 아무 관심이 없었고 계속 건설, 확장, 개발, 이런 것에만 관심을 가졌습니다.
Q.
마*창*진 통합으로 시의 명칭을 잃었는데요. 아쉬움은 지역에서 여전히 큰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A.
아쉬움이 크죠. 사람에 따라 많이 다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마산 토박이기 때문에 더 아쉬움이 큽니다. 오래된 이야기긴 하지만 '국제 근대건축회의'라고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건축과 도시 전문가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인데, 거기에서 '아테네 헌장'이라는 걸 발표했어요. 도시와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건데 거기 한 조항에 보면 이런 조항이 있어요. '도시는 소조국과 같다. 정신적 가치가 있다' 이런 조항이 있거든요.
그만큼 그것은 도시라는 것은 한 개인의 기억과 삶의 흔적이 담겨 있는 한 개인에게 도시라고 하는 것은 정신적 가치가 크다는 것이죠. 저에게는 바로 마산이 이제 그런 곳이라고 볼 수 있는데 뭐 저뿐이겠습니까? 소조국과 같다고 그랬으니까 큰 상실감과 또 허전함이 있겠죠. 저 역시 그렇습니다.
Q.
마산이 단독 시는 아니지만 여전히 명칭이 남아 있고, 또 많은 분이 애정을 가지고 계시는데요. 마산이 어떤 도시로 남길 바라십니까?
A.
그렇습니다. 단독 시로서의 이름은 잃었지만 지금도 사람은 그대로 있고 땅도, 집도, 문화도, 역사와 전통도 그대로 남아 있지 않습니까? 이름을 잃었을 뿐이죠. 그래서 저는 이런 생각을 가끔 해요. 제가 어렸을 때 '마산은 전국 7대 도시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저도 어렸을 때 그 말을 많이 따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나이 들어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그 7번째라는 게 경제 수준도, 문화 수준도, 교육 수준도, 또 환경 수준도 아니고 단지 사람의 숫자가 7번째 아무 의미 없는 것이죠.
그래서 그런 걸 늦게 알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이라도 비록 이름은 없어졌지만 그리고 마산의 인구가 7번째 되는 건 이제 불가능해졌지 않습니까? 그래서 사람 살기 좋은 도시 환경 수준은 7번째 아니 7번째보다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열심히 한다면 '가장 사람 살기 좋은 곳은 그래도 역시 마산 지역이다'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도시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꼭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Q.
개인적으로는 혹시 앞으로 어떤 활동 계속 이어가실 예정입니까?
A.
역시 건축을 하고 있기 때문에 건축에 관심가지면서 우리 지역의 도시 환경 수준이 높아지는 데 최선을 다해서 좀 도울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옛 마산시의 기억과 많은 유산들, 다음 세대로 잘 넘겨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바쁘신데 출연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