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 DNA] 추종탁의 삐大Hi - "망국적인 서울병엔 강력한 백신이...!"
2026학년도 수시모집에서 비수도권 대학 지원자가 크게 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종로학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6학년도 일반대 수시모집에서 전국 192개 대학의 평균 경쟁률은 9.77대 1로 집계됐다.
특히 비수도권 110개 대학의 수시 지원자 수는 지난해보다 10만4,272명 증가하며 10.2%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역별 증가율을 보면 대구·경북 12.4%, 강원 11.7%, 충청 10.6%, 호남 9.8%, 부산·울산·경남 8%로 나타났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지역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 증가와 ‘안정 지원’ 경향을 지목한다.
한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인해 지역 학생이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유학할 경우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이 커졌다.
이로 인해 무리하게 수도권 대학에 지원하는 대신, 지역 대학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물론 이 분석이 100% 맞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필자는 올해 수시에서 지역대 지원자가 늘었다는 소식을 접하며, 오랜 기간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지배해온 이른바 ‘서울병’이 조금씩 약화되는 조짐을 보는 듯했다.
‘서울병’이란 무조건 서울 지역 대학으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의 심리를 일컫는 말이다.
언론이 ‘인서울’을 마치 성공의 상징처럼 과대 포장하고,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지 못하면 대입에 실패한 것처럼 보도하면서, 많은 학생들은 수준이 낮더라도 서울 지역 대학에 지원하려는 경향을 보여왔다.
필자 역시 아이를 키우며 ‘서울병’의 강력함을 경험했다.
분명히 지역에 있는 더 좋은 대학이 있지만 아이는 어떤식으로든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지원하겠다는 의지가 강했고 우리의 부모 세대와 달리 요즘 학부모들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경우가 많아, 가능하면 서울로 가려는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주려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서울병’이 서서히 약해지는 현상이 관찰된다. 지난 수십년 동안 대한민국을 휩쓸던 영어광풍이 어느 순간 조금씩 약화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한 세대 이상, 우리 사회의 많은 부모는 영어를 못하면 사회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강박에 엄청난 돈을 쓰고 아이들에게 영어를 강요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같은 영어광풍은 조금씩 사라졌다.
서울병도 결국 영어광풍과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지역 기업 현장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서울의 소위 명문대학 출신 인력은 지역 공장 근무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 틈을 지역대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비수도권에 있는 대기업 현장에서 근무한다고 해서 서울보다 임금이 낮거나 근무 환경이 열악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대학, 특히 지역 국립대의 경쟁력은 높다.
입학 성적은 서울 대학보다 다소 낮더라도, 졸업 후 취업 성과는 오히려 우수한 경우가 많다.
또한 지역 이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시행되는 지역 인재 할당제 역시 지역대학의 소위‘아웃풋’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말처럼, 정부는 서울병이 약화되는 시점에 강력한 지역 인재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의대, 치대, 한의대, 수의대, 약대 등 선호도가 높은 학과에 대한 지역인재 할당제를 대폭 높히고, 졸업생이 일정 기간 자신이 졸업한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한 차례 추진됐던 공공기관 지역 이전도 반드시 재개되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지역 인재 할당제는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살면서도 좋은 취업과 안정적 생활이 가능한 제도를 마련해야, 서울뿐 아니라 국가 전체가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다.
망국적 서울병이 조금씩 약해질 조짐을 보이는 지금이야말로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백신’을 마련할 최적의 시점이다.
2025.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