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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취재수첩] 전국체전 앞두고 유명가수 콘서트 개최장소 놓고 논란

조진욱 입력 : 2025.05.23 07:50
조회수 : 334
<앵커>
한 주 동안 취재 뒷 이야기나 주요 사안을 짚어보는 취재수첩 시간입니다.

오늘은 조진욱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조 기자, 올 8월 부산에서 열리는 유명 가수 싸이 씨의 콘서트, 개최장소를 놓고 논란이 되고 있다고요?

<기자>
네 맞습니다. 먼저 싸이씨의 콘서트에 문제가 있다든지 그런 지적은 전혀 아니라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요즘 부산시가 밀고 있는 게 바로 '스포츠 천국' 도시입니다.

오는 10월에는 전국생활체육대회도 열리는데요.

<기자>
보통 전국체전이라 불리는 이 행사는 물론 선수들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국비가 많이 지원되다보니 잔디나 트랙같은 기존 체육시설 인프라 개선을 기대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콘서트와 이게 무슨 연관이 있나 싶으실 텐데요.

부산시는 이번 전국체전을 계기로 올초까지 사직 보조경기장의 잔디와 트랙을 싹 바꿨습니다.

그런데, 전국체전까지 두 달 정도 남은 시점에 콘서트가 열리는 거죠.

보통 콘서트는 트랙과 잔디 위에 무대를 깔고, 팬들은 잔디를 밟습니다.

특히 싸이 씨의 콘서트는 물을 많이 뿌리고, 엄청나게 뛰는 공연이다 보니 더 걱정이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여기에 요즘 달리기 열풍이잖아요. 보조구장이 트랙이 잘 돼 있어서 부산의 유명한 달리기 명소입니다.

그런데 행사 장비 설치와 철거 등에 며칠 걸리면서 시민 개방이 막히는 거죠.

무엇보다 전국체전을 앞두고 한참 중요한 시기에 연습하던 선수들이 구덕 등 다른 곳으로 떠나야한다는 불만이 큰 점이 가장 문제가 아닐까합니다.

<앵커>
유명 문화공연이 열린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면에는 체육인들의 반대도 있었군요. 그럼 이 공연을 취소할 수도 있는 건가요.

<기자>
쉽진 않을 겁니다.

이 콘서트는 한 번 열면 예매 자리가 없을 정도로 티켓파워가 큽니다.

부산시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관객들이 온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겠죠.

이번 콘서트를 놓고 부산시 부서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는 후문도 들립니다.

체전을 준비하는 체육국에선 당초 반대입장이었으나 문화행사를 다루는 문화국에서 추진 의사가 워낙 강했다, 하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앵커>
재밌군요. 사실 생각해보면 다른 곳에서 공연을 했다면 아무런 문제될 게 없는 거 아닙니까? 왜 꼭 사직이어야하죠?

<기자>
네, 이렇게 질문을 하나 드려보겠습니다.

부산에서 실내에 만 명 이상 공연할 수 있는 곳은 몇 곳이나 될까요?

잘 가늠이 안되시지요? 제가 얼핏 세봤는데 5곳 정도 밖에 안 됩니다.

사직 주경기장과 야구장, 실내체육관 구덕운동장, 그리고 벡스코인데요.

이 가운데 4곳은 프로스포츠가 열리고 벡스코는 전시가 많다 보니, 정말 특별한 일 아니고선 대관할 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애석하게도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부산의 현실입니다.

지난 2022년 사직에서 열린 엑스포유치 기원공연 기억하실 겁니다.

가수 BTS의 단독 공연으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는데요.

당시 부산 일광의 옛 한국유리 부지에 10만 명의 팬들을 불러 모으려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현장을 가보니 교통편부터 동선 관리, 모래 바닥까지. 안전사고가 걱정될 정도로 인프라가 상당히 열악했습니다.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바꾼 게 사직주경기장이었는데, 이번엔 태풍에 찢어진 천장이 문제였습니다.

결국 수리하지 못했고 전 세계에 구멍뚫린 천장을 보여주는 망신살을 사기도 했습니다.

<앵커>
부산의 열악한 문화체육 인프라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군요. 그리고 그마저도 굉장히 오래된 건물로 유명하잖아요. 어떻게 보십니까.

<기자>
그전에 문화체육을 엄연히 다른 분야인데 같이 말한다고 하실 수 있는데요.

사실 문화 공연과 스포츠 시설은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서울에서도 대형 콘서트는 주로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리고요.

2년 전 잼버리사태 때 급하게 잡힌 공연장도 서울 월드컵경기장이었죠. 물론 이때도 잔디손상으로 전국적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세계적인 관광도시를 가보면요. 놓치지 않는 게 공연과 스포츠입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여행가면 과거 메시가 뛰던 캄프누를 가는가 하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가본 사람들은 초대형 돔 공연장인 스피어를 잊지 못한다고 하죠.

사업비만 3조 원입니다. 실제로 CES 참석차 라스베이거스에 갔던 박형준 부산시장이 스피어를 꽤나 부러워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부산은 어떨까요.

아까 말한 5곳 가운데 2천년대에 지어진 곳은 벡스코 딱 한 곳뿐입니다.

지난주 구덕축구장을 찾았던 3천명의 수원삼성팬들이 뛰면서 응원하자 건물이 흔들렸다는 농담도 있을 정도입니다.

스포츠와 공연은 한 번에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만 원씩 쓰는 고부가 가치산업으로 꼽힙니다.

관광도시를 꿈꾸는 부산에 꼭 필요한 사업인만큼 이제라도 제대로 된 시설 투자가 필요해 보입니다.

네, 조진욱 기자, 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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