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양봉장*과수원 화마에 쑥대밭" 생업도 포기
<앵커>
화마가 집어삼킨 마을주민들은 당장 몸은 빠져나왔지만 앞으로가 막막합니다.
집부터 평생 일궈온 과수원 등 터전이 모두 초토화되면서, 어디로 가서 어떻게 살아야할지가 걱정입니다.
박명선 기자가 현장을 직접 다녀왔습니다.
<기자>
수십개의 벌통에 꿀을 짜낼 고가의 채밀기까지, 모두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5년전 산청으로 귀농해 양봉을 늘려오던 이재호씨 농장은 쑥대밭이 됐습니다.
양봉장 옆 집부터 로얄젤리를 제조하던 작업장까지 한순간에 사라지면서 당장 어떻게 살지가 걱정입니다.
{이재호/산불피해 양봉장 대표/"꿀을 채취하는 기계, 채밀기 등 장치들이 전부 소실돼서, 당장 구해야 벌을 키울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산불이 휩쓸고간 산청군 시천면은 한집 건너 한집꼴로 불길에 사라졌습니다.
대를 이어 지어온 감나무 과수원도 모두 불에 탔습니다.
다시 이전처럼 감을 수확하려면 최소 10년이상 걸려, 지금으로서는 과수원을 복구할 엄두조차 나지않습니다.
{최호림/감 과수원 운영/"생존에 관한 것이 저는 제일 걱정되고 집이 소실된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먹고살아야하는 (생계에 대한) 고민들을 어른들이 많이 하시거든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넘나드는 농기계도 모두 뼈대만 남았습니다.
어렵게 대출로 구입해 농사를 지어왔는데 트랙터부터 모두 다시 장만하자니 눈앞이 깜깜합니다.
{손경모/산청 중태마을 이장/"대출을 내서 새로 장비를 다 장만하면 갚을 능력도 모자라고 해서 (과수원 농사를) 포기하는 분들도 생기고 있습니다."}
농사는 물론 각종 농장일까지 포기할 처지에 내몰린 주민들은 미래가 막막합니다.
온 마을을 휩쓴 화마는 주민들의 마음까지 할퀴었습니다.
산불이 장기화되면서 이재민들의 트라우마도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당장 지병에 먹을 약조차 챙겨오지 못한 70~80대 주민들은 언제 귀가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지쳐갑니다.
{백운조/80대 이재민/"바람만 세게 불어도 불이 금방 저한테 오는 그런 기분입니다. 거의 4일동안 잠을 못잤어요. 약을 사먹어도 잠이 안와요."}
아직도 꺼지지 않는 산불은 주민에게 돌아갈 곳도, 해야할 일도, 다시 돌아갈 일상마저 앗아가버렸습니다.
KNN 박명선입니다.
영상취재 박영준
2025.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