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프로그램

배우 김광규 내레이션 '2025 도시는 나의 것' 2부. 역, 도시가 되다!

등록일 : 2025-12-10 11:31: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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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도시의 대동맥이라고 불리는 철도. 도시는 철도를 따라 성장해왔습니다. 철도 주변에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죠.
-신혼살림을 여기서 시작했어요, 이 동네에서. 48년 살았죠.
그 중간에도 애들을 교육하면서 또 시집갈 나이가 되면서 이사를 가려고 했는데.
우리 집사람이 끝까지 반대하다가 결국은 여기서 지금까지 살게 된 거죠.
-(해설) 철도가 수없이 달리는 동안 마을은 자라지 못했습니다.
-특히 여름 같은 경우는 골목 바람이 엄청 시원하거든요.
그래서 그냥 밖에 나와서 자리 깔고 도로에 그 좁은 골목에 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을 정도만 남고 자리를 깔고 거기서 밥도 먹고.
그러니까 완전히 달동네 생활이었죠, 정말. 철길 레일에 다닥다닥 하는 소리.
그런 게 상당히 시끄러웠죠. 먼지나 철길의 쇳가루죠. 분진하고 이런 부분들.
당연히 그냥 철길 옆에 사니까 우리가 감수한다고 생각하지 그걸 민원을 제기한다는 생각을 못했죠.
대부분 다 그런 생각을 안 하고 살았죠.
-(해설) 철도가 실어나르는 물자로 도시는 번쩍였지만 마을은 시간이 멈춘 듯 낡은 풍경이 됐습니다.
사람들은 철도가 지나는 길을 외면합니다. 철도 시설 주변은 시끄럽고 위험해서 피해야 한다고 말이죠.
-불편하죠. 옆이 거의 폐가고 쓰러져 가는데 지금 68번지 같은 경우는 지나가기가 무서워요.
쓰러질까 봐. 그런데 그 사이사이에 살고 계세요, 할머니들이, 할아버지들이.
도심 속 어떻게 보면 완전 섬이거든요. 도로가 남북으로 철길 때문에 가로막혀 있고 이러니까.
원도심하고도 차단이 돼 있고.
-(해설) 육교를 건너야만 겨우 동네를 건널 수 있습니다.
한때 박수 받았던 철도는 이제 어디를 향해야 하는 걸까요.
부산을 오가는 사람들로 언제나 북적이는 부산역은 도시의 얼굴이자 도시 대표 관문입니다.
부산역의 시작은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제는 대륙 침략을 위해 철도를 개설했는데요.
이후 부산역은 우리나라 근대화의 큰 역할을 합니다.
-지난 3월 1일부터 경부선에는 우리나라 철도 사상 가장 빠른 또 하나의 특급 열차가 등장했습니다.
이번에 등장한 초특급 열차는 서울과 부산 간을 6시간에 달리는데 이 열차는 서울과 부산에서
각각 아침 7시 40분에 출발해서 오후 1시 40분에 종착역에 도착하며 도중 정차는 대전역과 대구역뿐입니다.
-(해설) 90년대 부산역이네요. 배우에 대한 꿈을 키우던 시절 저도 이곳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죠.
부산역은 언제나 설레고 활기가 넘치는 곳이었습니다. 무궁화인가?
그런데 요즘 부산역은 예전과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부산역 맞은편에 들어선 차이나타운은 부산 대표 관광지입니다.
한때는 관광객으로 붐볐던 곳이지만 요즘은 한산할 때가 많습니다.
-회장님,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요즘 장사 어떻습니까?
-요즘 장사가 어렵습니다, 요즘.
-여름인데 잘돼야 할 건데.
-여름인데 요즘 전부 경기가 안 좋은지 장사가 안 되고 있습니다.
-사람들 다 어디 갔지? 부산역 쪽에서 많이 안 와요?
-요즘 전부 부산역에서 택시 타고 해운대나 안 그러면 국제시장으로 전부 다 가고.
-다 내리자마자 택시 타고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다 딴 데로 가버리니까. 하여튼 장사 잘하시고 또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수고하십니다.
-(해설) 사람이 없는 거리. 유동인구가 없으니 상권이 힘을 받지 못하죠.
철도 주변의 원도심은 활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부산역을 보면 사실 북항하고 부산역사가 가로막혀 있습니다.
그래서 부산항이 초량 쪽에 있고 동구에 있는데 이 주민들은 이용하지 못하고 지금까지는 컨테이너 부두가 있어서
해수부가 그걸 다 이용하고 정작 주민들은 바닷물에 손 하나 담그지 못하고 도로로 연결되는 것도 바로 갈 수 있는 게 없어요.
길이 없습니다.
-(해설) 마을의 남쪽과 북쪽은 철길이라는 장벽에 가려 단절되고 말았습니다.
-부산 같은 경우는 도심의 한가운데를 경부선과 동해선, 경부선이 서면 일원으로는 사상 쪽으로 휘어져 가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도심 공간을 하늘에서 보면 사분면으로 단절된 이런 현상이 오랫동안 존속돼 왔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저희가 보면 도심의 미관이라든지 도시 개발, 도시 재생에서 굉장히 불리하거나
여건이 좋지 않은 이런 상황이 계속 지속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해설) 도시의 눈부신 성장을 일군 철도. 그러나 철길은 공간을 단절시키며 마을을 소외시킵니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기찻길 옆 마을은 단절과 소음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기차와 철로는 정말 도시의 천덕꾸러기일까요?
-(해설) 철도 시설이 다시 도시를 살리는 희망이 될 수는 없을까요? 주민의 쉼터로 사랑받는 화랑대공원.
사실 화랑대공원은 서울과 춘천을 오가던 경춘선 철로가 있던 곳입니다.
-(해설) 지난 2010년에 운행을 멈춘 선로. 공원엔 철도를 운행할 당시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경춘선을 달리던 다양한 기차가 전시되어 있어 볼거리가 많은데요. 공원은 동네의 명소가 됐습니다.
-(해설) 기차를 주제로 한 카페도 인기입니다. 기차가 음료수를 날라 준다고 하니 아이들에겐 특별한 추억이 될 것 같군요.
화랑대역은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어 근대 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됐죠. 철도 유휴 부지 변화는 10여 년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해설) 버려진 철도의 대변신. 공원은 이제 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됐습니다.
이곳에서 철도는 더 이상 사람이 외면하는 기피 시설이 아닙니다. 세계적인 트렌드가 된 철도 부지 개발.
일본 물류의 거점이었던 우메다역 화물기지는 놀라운 변신을 했는데요. 바로 화물역을 중심으로 한 복합 개발입니다.
-(해설) 2000년부터 시작된 우메키타 프로젝트는 철도 재개발 사업인데요.
폐화물역 주변을 오피스와 대규모 공원 등으로 개발하는 것입니다.
한 부지 안에서 주거, 업무, 휴식이 가능하니 역 자체가 하나의 도시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해설) 제조업의 발달했던 산업화 시대. 당시 도시 개발 방식은 매연이 심한 공장과 사람이 사는 주거 공간을 분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제조업에서 지식 기술 산업으로 경제 활동 중심이 달라졌죠.
도시를 개발할 때 중요한 것은 밀도. 주거, 상업, 문화시설이 한데 모여 있을 때 시너지 효과가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철도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역세권.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탐내는 곳이죠. 용산역 인근에 특별한 역세권 아파트가 있습니다.
-(해설) 청년주택 입주 연령은 40대 이하입니다. 저는 안 됩니다.
임대료가 저렴한 것은 물론, 체육관 등 다양한 부대시설이 있어 재계약률이 높습니다.
아파트 인기 이유가 또 있는데요. 바로 교통입니다.
-(해설) 철도가 도시 개발을 이끄는 시대. 철도가 인재와 자본을 모읍니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사업은 용산역 철도 정비창 일대를 지화화 해 국제업무와 첨단산업 중심지로 키우는 프로젝트입니다.
철도가 내어준 자리에서 일하고 살고 즐기는 것인데요. 미래의 새로운 도시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해설) 철도는 시간과 공간을 압축시킵니다. 철도를 통해 생활의 많은 기능이 한 곳에 모일 때 도시 성장 에너지는 폭발합니다.
-(해설) 부산은 새로운 기회 앞에 섰습니다. 부산의 경부선 철로가 지난 2월 국토교통부의 철도 지화화 통합개발사업에 선정됐습니다.
부산시가 계획하고 있는 지화화 구간은 약 11km. 이번에 선도사업에 선정된 것은 부산역에서 부산진역 사이의 약 2.8km입니다.
이 구간을 북항 재개발과 연계해 개발한다는 계획이죠.
-(해설) 인공 데크로 축구장 50개 면적의 부지가 생기게 되는데 부산시는 이 땅을 공공의 목적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죠.
이번 사업은 완전 지화화가 아닌 선로 위에 인공 데크를 덮는 방식입니다.
-(해설) 인공 데크가 또 하나의 벽이 되어서는 안 될 텐데요.
데크가 주변 부지와 조화를 이루고 보행 편의성을 해치지 않도록 설계해야겠군요.
넘어야 할 산은 또 있습니다. 바로 사업비인데요. 1조 8000억이라는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요?
-(해설)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사업시행자가 모든 사업 비용을 내야 하는데 여기서 사업시행자란 철도 부지를 출자 받은 기관입니다.
부지를 출자 받은 사업시행자는 상부 토지 분양과 운영 수익으로 사업비를 조달해야 하는데요. 이때 유혹 받는 것이 있습니다.
-(해설) 사업성과 공공성. 우리는 이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요?
세계 경제의 심장이자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 뉴욕~
숨 가쁘도록 분주한 도시에서 뉴욕 사람들이 애정하는 공원이 있습니다.
열차가 달리던 폐선로 위에 들어선 하이라인 공원.
지난 2009년에 문을 연 하이라인 공원은 뉴욕의 공중정원으로 유명한데요.
언제나 싱그러운 풍경으로 사람들을 반깁니다. 공원 북쪽 끝에 다다르면 뉴욕의 다양한 랜드마크가 있는 특별한 공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
허드슨 야드는 수명이 다한 철도 차량 기지를 인공 데크로 덮어 복합문화단지로 개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인공 데크 방식은 부산역 지하화와 비슷한데요. 사업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이 우리와 조금 다릅니다.
-(해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마스터 디벨로퍼. 마스터 디벨로퍼란 민간 개발 컨소시엄인데요.
이들은 분양이 끝난 이후에도 자리를 지키며 부동산을 계속 운영하고 관리하죠.
-(해설) 막대한 초기 투자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부 구간에는 주거 공간도 분양을 합니다.
사업성과 공공성, 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마스터 디벨로퍼의 전략적 공간 운용이죠.
-(해설) 유럽 대표 제조업 강국인 독일. 독일에서 세계적인 제조 기업이 유독 많이 들어선 도시가 있습니다.
슈투트가르트는 독일 남서부의 핵심 거점 도시인데요. 그만큼 국제적 위상이 높은 곳입니다.
슈투트가르트역과 가까운 거리에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한 건물이 있습니다.
바로 시립도서관 외관은 여느 건물과 비슷한 모습인데요. 아니, 아니, 여기 한글이 왜 있죠?
도서관은 한국인 건축가가 설계했습니다.
슈투트가르트도서관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가운데 하나로 꼽힐 정도로 뛰어난 건축미를 자랑합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공간에 압도당하죠.
-(해설) 격자창을 이용해 단정하면서 섬세하게 빛을 다룬 솜씨가 놀랍습니다.
도서관의 탁 트인 개방감은 지식의 무한함을 표현한 것입니다. 공간이 아름다우니 책이 저절로 읽힐 것 같군요.
-번잡한 도시 공간에서 도서관으로 들어서면 하나의 도시 공간이 새롭게 펼쳐진다고 볼 수 있죠.
지금 이 공간은 도시의 광장과 같은 곳이죠.
-도시가 뭡니까? 인간 집단이 함께하는 곳이잖아요.
-(해설) 도서관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철도역이 있습니다.
사실 도서관은 철도개발사업인 슈트트가르트21 프로젝트의 하나로 지어졌습니다.
-(해설) 슈트트가르트역은 장거리 열차와 유럽을 오가는 열차가 많이 다니는 국제적인 철도역습니다.
때마침 옥토버 페스트 기간이라 사람도 많고 활기가 넘치네요.
-(해설) 100여 년의 시간 속에서 도시는 성장했지만 슈트트가르트역은 과부하 상태가 됐습니다.
기차가 지연되기 일쑤였죠. 도시는 새로운 기차역이 필요했습니다.
슈트트가르트21은 지금 사용하는 역을 리모델링하는 것과 함께 새로운 지하역을 만드는 철도 개발 사업입니다.
-(해설) 슈트트가르트역은 파리에서 비엔나를 잇는 유럽 횡단 철도망의 일부입니다.
이 사업은 동서와 남북의 두 노선이 교차하도록 해 철도 네트워크의 허브 기능을 높이는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입니다.
이곳이 앞으로 국제적 철도 교통의 거점이 될 공간이군요.
-(해설)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슈트트가르트역의 본관.
그 아래로 새로운 역을 만드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플랫폼 8개를 신규 조성하고 있죠.
미래 도시에 온 것 같은데요. 지하에 빛이 쏟아지니 터널이 이렇게 멋질 수가 있군요.
-(해설) 기존 역은 선로의 끝이 막힌 구조입니다. 열차가 되돌아 나갈 때까지 선로를 쓸 수 없죠.
그렇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고 수송 능력도 떨어집니다.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열차가 정차하지 않고 통과할 수 있어서 수송 능력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가 또 있습니다.
-(해설) 도시 변화에 대한 희망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해설) 하지만 우려의 시선도 있죠. 디터 씨는 10여 년 넘게 슈트트가르트역 앞으로 출근합니다.
그는 슈트트가르트 21 사업을 반대합니다. 시민연합 활동을 하며 철도 재개발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죠.
사업 계획의 잦은 변경과 지나치게 늘어난 사업비. 그들은 정부를 비판합니다.
-(해설) 시위가 시작된 것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공사를 위해 철거된 수백 년 된 나무들.
사람들은 나무를 지키기 위해 광장에 모였고 시위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죠.
-(외국어)
-(해설) 슈트트가르트 21 프로젝트는 찬반 양론을 거세게 불러일으키며 심각한 사회 갈등을 불러왔습니다.
-(해설) 20년이 넘는 사업 기간 동안 공사는 몇 번이나 중단됐었죠.
이제 공사는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는데요. 주민들의 기대와 우려는 교차합니다.
-(해설) 독일에서 가장 큰 철도 지하화 사업인 슈투트가르트 21.
땅 아래 잠자던 부지가 드러나 도시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해설) 기존의 역 안에는 슈투트가르트 21 프로젝트 안내센터가 있습니다. 미래의 철도역과 그동안의 진행 과정을 소개하죠.
도시 개발 사업의 성패는 투명한 정보 공개와 끊임없는 소통에 달린 것일지 모르는데요. 시민들도 끝까지 감시해야 합니다.
-(해설) 철도 지하화 사업은 단순한 교통의 변화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도시의 미래를 바꾸는 미래의 시작입니다.
제 고향 부산이 철도 종착지에서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기 위해 도시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에 열린 도시 재생 박람회. 이곳에 모인 시민들은 철도 지하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해설) 경부선 철도 지하화는 부산 시민의 오랜 바람이었습니다.
정부의 철도 지하화 기본 용역이 곧 착수될 예정인데요.
지하화 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뜨겁습니다.
-(해설) 도시의 삶의 질을 평가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교통인데요.
전문가들은 보다 나은 도시를 위해 철도 지하화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해설) 버려진 땅으로 치부되었던 철길이 달라질 것입니다. 철길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옵니다.
원도심의 아이가 철로 위 공원에서 마음껏 달리고 부산역 주변에 수많은 스타트업 기업이 들어서죠.
철도역이 떠나는 곳이 아닌 머무는 곳이 되기를. 그리고 그곳이 도시 성장의 새로운 심장이 되기를. 우리는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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