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편지

썬루프가 왜?

정희~~~^^
등록일 : 2026-09-17 13:59:21.0
조회수 :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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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없는 썬루프와 문제 생긴 우리 가족

한 10년 전쯤 이야기다.

아주 화창한 어느 날, 가족끼리 고향 거제도에 다녀오던 길이었다.

신랑은 운전대를 잡고, 나와 사춘기 작은딸은 뒷좌석에 앉아 부산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날따라 날씨가 어찌나 좋던지.

“이런 날은 썬루프 열어야지~”

신랑은 기분 좋게 썬루프를 활짝 열었다.

햇살 좋고, 바람 좋고, 기분 좋고.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몰랐다.

**잠시 후 이 썬루프 때문에 가족 전체가 미쳐 돌아갈 줄은.**

한참을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 비 온다! 썬루프 닫아!”

신랑이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썬루프가 안 닫힌다.

다시 눌렀다.

안 닫힌다.

또 눌렀다.

**죽어도 안 닫힌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고?!

아까까지만 해도 쨍쨍하던 하늘에서는 비가 점점 세게 쏟아지고, 썬루프는 세상 누구보다 당당하게 활짝 열려 있었다.

신랑은 운전하면서 소리쳤다.

“빨리! 제일 가까운 정비소 찾아봐라!”

나는 휴대폰으로 정비소를 찾고, 옆에서는 사춘기 딸이 난리가 났다.

하필 그 시절 우리 작은딸은 사춘기 절정.

평소에도 성질이 만만치 않은데 머리 위에서 비까지 떨어지니 아주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때 차 안에 있던 우산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됐다! 이거라도 써보자!”

나는 썬루프 밖으로 우산을 펼쳤다.

그런데 차가 움직이니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우산은 뒤집히려고 난리,
비는 옆으로 들이치고,
나는 우산 손잡이를 두 손으로 죽어라 붙잡고,
딸은 옆에서 짜증 내고,
신랑은 앞에서 운전하고…

그야말로 **차 안이 아비규환이었다.**

밖에서 본 사람들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달리는 자동차 지붕 위로 우산 하나가 덜렁덜렁 펼쳐져 있으니…

신랑은 최대한 천천히 서행했고, 나는 팔에 쥐가 날 정도로 우산을 붙잡고 있었다.

그렇게 부산을 향해 가는데…

아이고야.

**그날따라 부산은 왜 그렇게 멀던지.**

평소에는 금방 가는 길이 그날은 거제도에서 서울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비 맞고,
바람 맞고,
우산 붙잡고,
사춘기 딸 성질 받아주고…

내 몰골은 점점 사람이 아니게 되어갔다.

그리고 드디어!

기적처럼 정비소 간판이 보였다.

“왔다!! 정비소다!!”

차를 세우고 내렸는데 신랑은 운전석에 있어서 그런지 제법 멀쩡했다.

그런데 나와 딸은…

머리는 산발,
옷은 비에 젖고,
얼굴은 지쳐 있고.

둘이 나란히 서 있으니 거의 **태풍 피해 현장에서 구조된 모녀 수준**이었다.

정비소 엔지니어가 다가왔다.

“썬루프가 안 닫힌다고요?”

“네! 아무리 해도 안 닫혀요!”

엔지니어가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썬루프 버튼을 눌렀다.

**스르르르륵——**

썬루프가 닫혔다.

…….

우리 가족 모두 정적.

엔지니어가 다시 한번 버튼을 눌러봤다.

열렸다.

다시 눌렀다.

닫혔다.

아주 부드럽게.

아주 정상적으로.

세상 억울할 정도로 정상적으로.

엔지니어가 우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사장님… 작동 잘 되는데요?”

“…….”

“무슨 문제가 있었죠?”

그 순간 우리 가족은 아무 말도 못 했다.

특히 비바람 속에서 우산을 붙잡고 여기까지 온 나와 딸은 그냥 멘탈이 나갔다.

**아니, 이 썬루프가 지금 우리를 가지고 노나?!**

더 황당한 건 그다음이다.

그날 이후로…

**그 썬루프는 단 한 번도 고장 나지 않았다.**

멀쩡했다.

끝까지 멀쩡했다.

가끔 그날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아직도 신랑에게 말한다.

“그 썬루프 고장 난 거 아니었다 아이가.”

“그럼 뭔데?”

“당신이 우리 꼴 보기 싫어서 일부러 안 닫은 거 아이가?”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하다.

비 오는 날,
사춘기 딸과 마누라는 비바람 맞으며 우산 붙잡고 생고생했는데,

**운전석에 앉아 있던 신랑만 멀쩡했다.**

그리고 정비소에 도착하자마자 썬루프도 멀쩡해졌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의심한다.

**그날 고장 난 건 썬루프가 아니라 우리 가족의 멘탈이었던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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