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기억 300일의 기록

등록일 : 2019-07-22 16:18:28.0
조회수 : 364
-(해설) 초저녁, 큰 불길이 피어납니다.
사뭇 진지한 표정의 소년이 커다란 달집
앞에서 휘휘 쥐불놀이를 합니다.
오늘이 바로 대보름날인가 봅니다.
-(해설) 대보름날 불을 피우는 것이
농사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것이라는 건
저도 처음 들어보는데요.
이 영화, 시작부터 뭔가 심상치 않네요.
이번에는 눈 덮인 봉하마을이군요.
상영 시간이 100분인 이 영화는 새하얀
봉하마을의 전경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해설) 다양한 생명들이 쉼 없이
꿈틀거립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항상 물이 있습니다.
물이 기억하는 경이로운 세상.
지금부터 한번 만나보시겠어요.
영화 물의 기억의 시사회가 열리는
극장입니다.
티켓을 받기 위한 관객들의 발걸음이
분주한데요.
시사회를 찾은 이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죠.
아주 장사진을 이뤘네요.
티켓을 받아들고 인증샷도 남겨봅니다.
자, 이제 드디어 입장합니다.
상영 시간이 가까워지니 사람들이
북적북적 붐빕니다.
-(해설) 힘든 계절이지만 멈추지
않습니다.
-(해설) 관객들은 어떤 마음으로 영화를
보고 있을까요?
호기심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어느 장면에서는 흐뭇함을 감추지
못하고.
또 어느 장면에서는 눈물이 날 만큼
심각해집니다.
이분은 아주 심각하게 집중했군요.
한눈에도 보통의 다른 영화를 감상할
때와는 관객들의 분위기가 상당히 다른
것 같죠?
들리십니까?
객석에서 박수와 함성이 쏟아집니다.
영화를 본 뒤 기립박수를 치는 것은
저도 처음 보는 광경입니다.
사실 시사회를 열 번가량 했는데
그때마다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고
합니다.
관객들 반응이 상당히 뜨겁네요.
지난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전국
곳곳에서 시사회가 열렸습니다.
그때마다 관객들의 집중적인 관심과
성원이 넘쳤다고 하네요.
같은 영화이지만 각자 느낀 것만큼
질문이 하나의 퀴즈쇼나 축제를 방불케
할 정도로 격 없이 자유롭게
이어졌습니다.
-(함께) 파이팅!
-(함께) 물의 기억 파이팅.
-물의 기억.
-(함께) 파이팅!
-물의 기억.
-파이팅.
-(함께) 파이팅!
-(해설) 한 아이가 첨벙 철벙 걸으며
물속으로 성큼 들어옵니다.
물속에서 뭔가를 발견한 듯
물과 대화를 하는 듯합니다.
어쨌든 호기심 가득한 눈빛이 화면 가득
선명하게 전해집니다.
작은 손으로 물을 쓰다듬자 뒤로
할아버지 한 분이 나타났다
이내 사라져버립니다.
영화는 주인공인 이 소년이 밀짚모자를
쓴 할아버지와 끊임없는 선명한
마주침으로 이어갑니다.
-(해설) 영화 속에는 물방울들이
다양하게 등장하는데요.
저렇게 커다랗고 단단한 물방울은 저도
처음 봅니다.
-(해설) 실잠자리의 다리에 보석이
달렸습니다.
잠자리가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고 고이
안고 있는 저것도 물방울입니다.
모든 것이 물방울이고 작지만 모든 것이
보석입니다.
이 친구는 또 누굴까요?
-(해설) 거미줄로 절묘하게 구부려 놓은
잎 사이로 물방울이 담겨있습니다.
-(해설) 아주 작은 친구들을 찍을 때는
이처럼 현미경 같은 특수 렌즈를 어렵게
구해 사용했습니다.
문제는 제작진의 몸과 허리의 높이는
피사체에 맞게끔 최대한 낮춰야 한다는
겁니다.
내리쬐는 햇빛은 온몸으로 받아야
합니다.
새끼 염소의 시선으로 찍으려면 이렇게
절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건진 한 장면입니다.
-(해설) 농약을 치지 않은 발목 높이의
깨끗한 물에서만 산다는 풍년새우인데요.
이 녀석들을 촬영하느라 제작진들은
새우처럼 허리를 구부려야 했습니다.
물론 한겨울에도 낮은 자세를 풀 수가
없었습니다.
발 디딜 때마다 깨지는 얼음장 위에서도
마찬가지죠.
숨소리까지 낮춘 채, 허리와 고개를 푹
숙입니다.
카메라는 지표면과 거의 수평이 되어야
했습니다.
낮은 자세처럼 자연에 겸손하지 않으면
촬영은 불가능했습니다.
그렇게 허리 숙여 찍은 이 녀석은
한겨울에도 살아남은 늑대거미입니다.
-(해설) 두꺼비가 세찬 장대비를 맞으며
탱크처럼 앞으로 나아갑니다.
보름밤, 어디로 가는 걸까요?
-(해설) 소년과 눈이 마주치고는
어디론가 걸음을 옮깁니다.
무시무시한 콤바인을 피해 어디론가
서둘러 갑니다.
-(해설) 영화는 처음부터 이 두꺼비가
등장해서 뭔가를 합니다.
-(해설) 묘역을 걸어가는 이 신을 두고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냐는 질문이
많았다는데요.
100% 실제 촬영으로 얻은 결과물입니다.
많은 관객이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은 이 장면은 자연 다큐멘터리에서는
보기 힘든 5분여간의 롱테이크
장면인데요.
촬영장소인 묘역과 몇백 미터 떨어진 한
암자입니다.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두꺼비 한 마리
보이시죠?
네, 맞습니다.
이 두꺼비가 바로 묘역을 기어 다니던
그 두꺼비입니다.
이 암자에 사는 개와 오래된 친구인 듯
잘 어울려 놉니다.
두꺼비는 이곳에서만 10년 이상
살았다고 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100살이 훌쩍 넘은
나이인데요.
이 암자의 주지 스님 소개로 제작진과
연을 맺었는데 묘역에서 보여진
명연기가 그동안의 내공에서 나온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구름이 흘러가는 이 장면은 2, 3시간.
하루해가 지나는 장면은 10시간 넘게
걸립니다.
하지만 영화 물의 기억에는 하루가 아닌
한 달이나 심지어 사계절이 넘게 걸리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구름이 흘러가고 논에는 순간 계절이
바뀝니다.
-(해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달라지는 모습을 약 10초의
시간 안에 다 보여줍니다.
-(해설) 식물들이 이렇게 움직인다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해설) 시간의 한계를 뛰어넘으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는 것, 이
영화에서는 자연스레 볼 수 있습니다.
-(해설) 이 장면을 본 사람들은 더 이상
잡초가 잡초로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해설) 알고 보면 식물도 감정을 가진
생명체가 아닐까요?
이번에는 땅속의 뿌리입니다.
-(해설) 어두운 땅속에 갇힌 뿌리가
생생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사람들
눈 앞에 펼쳐집니다.
-(해설) 볍씨에서 일어나는 기적,
한번 보실까요?
뿌리가 비처럼 내리더니 이번에는
샘에서 물이 솟아나는 것처럼 볍씨에서
줄기가 솟아오릅니다.
이거는 또 무슨 광경인가요?
-(해설) 벼가 꽃을 피운다는 거는 저도
이 영화를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해설) 정말 신기하네요.
-(해설) 저도 올해는 벼꽃을 꼭 한번
보고 싶습니다.
-(해설) 한 달 동안의 달 모습을 몇 초로
압축시켰습니다.
-(해설) 이번에는 다른 우주 공간으로
가볼까요?
평소와는 같은 듯 전혀 다른 모습인데요.
-(해설) 우주에서 바라본 태양의 모습을
구현했습니다.
에너지가 폭발하는 태양의 모습은
나사의 사진과 연구 자료를 응용해
6개월간 작업한 결과물입니다.
-(해설) 태양에너지가 실제로 식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증명하는
장면들입니다.
-(해설) 영화는 특히 논의 모습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논의 얼굴을 담은
것입니다.
-(해설) 논 한 곳에서 사계절이 흐르는
이 장면들의 촬영 비법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계속 논 옆을 지키면서 촬영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논 옆을 지키는 몇 달 사이에 카메라
삼각대에도 넝쿨 식물이 휘감았습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카메라가 무사한지,
촬영 각도는 달라지지 않았는지
체크하고 또 체크하는 게 일과입니다.
그렇게 촬영한 논의 변화상들 한번
보실까요?
논뿐만 아니라 봉하마을을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할 수 있는 곳은
제작진에게 빠트릴 수 없는 단골 촬영
장소가 됐습니다.
봉화산 꼭대기에 설치된 촬영 장비와 그
옆에 서 있는 사람, 보이시죠?
때로는 카메라 옆에 온종일 같이 있어야
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드론이라는 촬영 장비가
엄청난 역할을 했습니다.
봉하마을의 자연을 한눈에 들여다보는
장면이 대거 등장하는데요.
그것들이 모두 드론으로 촬영한
것입니다.
제작진은 드론의 상상력을 동원했습니다.
바로 드론의 미속촬영 기법을 시도한
것입니다.
GPS, 즉 위성항법장치를 활용한
것입니다.
촬영 때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방향으로 같은 속도로 날려 보낸 것이죠.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입니다.
드론이 앞으로 움직일 때마다 논의
시간도 변합니다.
계절이 변해가는 것.
1년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을 드론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표현한 건데요.
사실 실패를 각오하고 한 시도였습니다.
봉화산 정상에서 안개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는 장면 역시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해설) 곤충들의 한판 승부가 이렇게
스릴넘치다니 모두들 숨죽여 승부의
결말을 기다렸습니다.
-(해설) 정말 액션 영화가 따로 없네요.
-(해설) 영화는 이 장면에서
끝이 납니다.
누가 이긴 걸까요?
저도 영화를 봤지만 이렇게 끝내다니
제작진이 얄미울 정도였습니다.
제가 긴급 입수한 결론부터
말씀드릴게요.
사마귀가 앞발을 감은 거미줄을
야금야금 먹는 거 보이시죠?
사마귀는 결국 탈출해서 살아납니다.
사마귀로서는 천만다행한 일이지만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다시
봐야겠습니다.
거미가 사마귀를 거의 다 잡은듯한 그때.
메뚜기 한 마리가 거미줄에 걸립니다.
거미가 새로운 먹잇감인 메뚜기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사마귀는 차근차근
몸에 감긴 거미줄을 떼어냈죠.
뒤늦게 눈치챈 거미가 상황을 수습하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거미줄에서 벗어난 사마귀의 앞발
공격에 오히려 움찔하며 뒤로 물러나
버리는데요.
뒤늦게 거미줄을 더 꺼내 보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영화 초반부터 한 소년이 등장합니다.
오리 떼를 모는 모습이 능숙해 보입니다.
얼굴도 까무잡잡한 게 정말 시골에 사는
어린아이 같은데요.
자세히 보면 더 대단합니다.
힘 좋기로 유명한 큰 가물치도 너끈히
잡아서 번쩍 들어 올립니다.
두꺼비 정도는 무섭지 않습니다.
-(해설) 맨손으로 메뚜기 잡는 것쯤은
일도 아닙니다.
야생독수리 무리와 함께 있는 것도.
-(해설) 산에서 나무 지게를 지는 일도
다 자연스럽군요.
제작진이 특히 감탄을 자아낸 건 소몰이
장면입니다.
소년과 소가 오래된 친구처럼 걸어오는
모습에서 자연스러움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기계가 없던 시절 쓰던 탈곡기도
능숙하게 쓸 줄 아는 소년.
알고 보면 도시에서 난 도시아이입니다.
벼를 베는 낫질도 한두 번 가르쳐주면
바로 따라 합니다.
-뭐지?
연기하는 게?
-(해설) 이 소년을 처음 만났을
때입니다.
한눈에도 무척 앳돼 보이는데요.
-뭔가 슬플 때는 슬픈 표정 짓고.
-학원 갔어?
어디?
서울에?
-네.
-서울까지?
-(해설) 쑥스러워 어쩔 줄 몰라하는
10세 꼬마가 과연 동물들과 함께하는
연기가 가능할지 걱정도 많이
됐었다네요.
요즘 소들은 더 이상 들에 나올 필요가
없죠.
이 소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너른
벌판에 나온 겁니다.
그런 소를 처음에 제작진이 제어를
하려다 보니 당연히 실패했습니다.
낯선 사람의 손길에 놀란 소가 자기
힘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
날뛰었고 깜짝 놀란 제작진은
카메라까지 놓쳤습니다.
하지만 소년에게 고삐가 주어지자 소는
언제 그랬냐는 듯 순하디순하게
걸어갑니다.
그리고는 나무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연기를 하고 있는 소년에게 다가와서
가만히 신발을 핥아줍니다.
제작진이 한 일이라고는 그냥 아무 간섭
없이 촬영에 집중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이런 장면은 연출을 하래야 할 수가
없겠죠.
-(해설) 반딧불이의 빛과 불빛은 각각
실제로 촬영한 장면들입니다.
반짝하는 반딧불이의 불빛 또한 실제
반딧불이의 빛입니다.
그동안 많은 영화에서 등장했던
장면들이 그래픽이었다면 이번에는 실제
반딧불이의 빛을 촬영해낸 것입니다.
-(해설) 제작진은 그 옛날 할아버지,
할머니가 말씀하신 밤하늘에 쏟아지듯
뿌려져 있는 별빛.
그 별빛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찾기가
힘들었다고 하네요.
결국 제작진은 뉴질랜드 화산지대를
찾았습니다.
쏟아지는 은하수를 보기 위해 찾아간
화산.
어디까지 올라가야 원하는 별빛을
얻어낼 수 있을까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최대한 높은 곳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올라가도 올라가도 산에 정말
돌밖에 없네요.
해가 완전히 저물기 전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해설) 제작진의 고심이 깊어집니다.
노을은 반갑지만 구름은 그렇지
않습니다.
하늘에 구름이 가득 있지만, 일단 시도를
해봅니다.
-(해설) 암흑천지에서 드디어 촬영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렇게 카메라에 담긴 은하수입니다.
어마어마하게 넓고 어두운 우주 공간이
별들로 한 치의 빈틈이 보이지 않네요.
별 옆에 별이 있고 또 별 속에 별이
가득합니다.
영화 속 장면에서는 소년의 눈 속에 비친
은하수 별빛으로 등장합니다.
또 약간의 과정을 통해서 끝도
없이 쏟아지는 우주로 표현됐습니다.
봉하마을에서 생명 농법을 시작한 이후로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일본에서
날려 보낸 황새 한 마리가 날아온
일입니다.
농약 등으로 한반도에서 멸종한 황새가
생명 농법을 시작한 지 6년 만에 기적처럼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봉하마을에 날아온
암컷 황새라 해서 봉순이라고 불렀습니다.
처음에 제작진은 무엇보다 이 황새
봉순이를 영화의 주인공으로 삼고
싶었습니다.
이 때문에 봉순이의 고향인 일본을 찾아
촬영을 시도했습니다.
황새가 등교하는 아이들을 배웅해주기도
하고요.
밭일하는 농부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죠.
사람이 사는 집, 지붕에서도 보입니다.
논에서 한가로이 걸으면서 먹을 것이
없는지 찾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만큼 이곳 사람들의 일상과 가깝게
살고 있습니다.
해 질 녘 일부 황새는 잠자리를 아예 도심
한가운데로 잡았습니다.
안전한 잠자리로 사람들을 선택한
결과입니다.
이런 황새를 사람들은 귀한 새로
대접하며 함께 지냅니다.
봉순이를 만나고 싶었지만 번식 등으로
예민해진 상태라 제작진은 포기해야
했습니다.
대신 다른 황새들을 넉넉히
촬영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는 등장시키지 않았죠.
촬영 기간 동안 황새와 관련한 새로운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일본을 다녀온 두 달여 뒤.
황새가 봉하마을을 찾은 것입니다.
그것도 네 마리가, 그것도 야생 황새가
날아와 제작진의 카메라에 최초로
담겨진 것입니다.
제작진은 황새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망원렌즈로 촬영을 했지만 황새의
생생한 모습을 담기 위해 뭔가가
필요했습니다.
-나무에서 번식을 했을 건데.
-(해설) 그래서 함께 먹이로
황새를 유인하기로 했습니다.
먹이는 생명 농법 이후 풍부해진
미꾸라지입니다.
아주 작은 카메라를 숨겨 놓은 채,
황새들이 가까이 와주기를 기다리면
됩니다.
다리가 하나 보이는데요.
혹시 황새 다리일까요?
백로였네요.
포기를 해야 하나 하는 순간.
저 멀리서 황새 네 마리가 서서히
다가옵니다.
먹이통 주변을 서성이고 서성이더니
결국 황새 다리가 찍히고.
미꾸라지를 잡아먹는 환상적인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황새의 매서운 눈빛이 아주
인상적이고요.
빨간 다리의 주름과 깃털의 움직임까지.
야생의 이런 모습이 촬영되기는 세계
최초라고 하네요.
-(해설) 이건 무슨 소리일까요?
농부의 목소리와 박수 소리에 저 멀리
새끼 오리들이 다가오네요.
그 수가 한두 마리가 아니군요.
이 오리들은 논에서 병충해를
잡아먹으며 벼를 키워주는 농꾼들입니다.
오리 농법으로 생명 농업을 하는 논이죠.
-(해설) 영화 초반, 오리 몰이를 하던
소년의 연기, 기억하시죠?
그 소년이 새끼 오리들을 몰아 논으로
향하게 한 것도 이곳의 오리들로부터
영감을 받은 거라 하네요.
-(해설) 연신 부리를 박고 먹을 것을
찾고 있습니다.
-(해설) 봉하마을에 처음으로 오리
농법을 전수해준 이 농부를 통해 오리
농법의 효과를 한번 들어볼까요?
-(해설) 부들의 홀씨가 날리는 겨울이
다가왔습니다.
-(해설) 봉하를 찾는 겨울 철새 중에는
독수리도 있습니다.
농약을 치지 않아 먹을 것이 있고 쉴
곳이 있는 봉하의 들을 찾는 것이죠.
독수리가 생명의 근원인 태양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활공합니다.
겨울 독수리들은 저렇게 떼를 지어
다니면서 먹이가 있는 논을 찾아갑니다.
-(해설) 어느새 논 위에 착륙해 자리
잡고 앉았네요.
독수리도 앞서 황새를 촬영했던 소형
카메라를 이용해 먹이를 먹는 생생한
모습을 찍는 데 성공했는데요.
하지만 제작진은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일부 독수리들은 설치된 카메라를
건드리며 호기심 어린 반응을 보입니다.
성큼성큼 다가가서 빤히 쳐다보기도
하고 툭툭 쳐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독수리가
카메라에 겁을 냅니다.
카메라를 보고 뒷걸음을 치고 불안한 듯
계속 의식합니다.
아주 작은 카메라에도 겁을 먹고
움츠러들고 도망을 가는 것을 보면
이 작은 전자 장비에서도 전자파가
나오면서 야생동물에게 엄청난 영향을
준다는 것을 짐작하게 합니다.
모든 전자기기가 생명들에게는 엄청난
영향을 주지만 사람들은 일상에서 너무
많이 사용하다 보니 감각이 무뎌져
모르고 있을 뿐이죠.
사람들이 만든 이 작은 기계도 야생의
자연스러운 감각에는 역행하는 것입니다.
다 자란 고라니가 어디론가 달아납니다.
있는 힘을 다해 도망가고 있지만
지쳐 보입니다.
저 멀리 들개들이 보입니다.
들개들을 피해 사력을 다해 도망 다니는
중이지만 멈춰서는 순간 큰일 납니다.
저 들판에도 개에게 쫓겨 다니는
고라니가 보이시죠?
농촌이 황폐화되고 그 과정에서 버려진
개들이 한낮에 고라니를 사냥할 정도로
대담한 야생 개가 된 것입니다.
시골길에서 로드킬 당하는 것뿐 아니라.
야생 개에서 물려 죽는 일까지 왕왕
생겨납니다.
귀한 손님들인 천연기념물 독수리를
향해 돌진하는 들개 무리입니다.
흡사 야생 늑대를 보는 것 같습니다.
독수리들이 먹이 활동도 힘들어지고
당장 생존에도 심각한 위협을 받을
정도입니다.
농촌을 무자비하게 잠식했던 공장들도
황폐화되면서 주인 없이 남은 개들이
야생 개로 변해버렸죠.
복원된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입니다.
봉화에서 생명 농법으로 지난 10년간
땅을 살리고 물을 살렸지만, 갑자기
트럭들이 낯선 흙을 들이붓습니다.
10년 동안 정화된 흙들이 다시 사라지고
있는 순간입니다.
외부 흙을 반입 시켜 성토를 하면 돈이
된다는 욕심에 10년의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장면입니다.
-(해설) 영화에는 많은 농부들이
등장합니다.
모두가 이 지역에서 직접 농사를 짓는
농부들입니다.
키가 훌쩍 자란 잡초를 뽑는 농부.
직접 재배한 깨를 조심스레 터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깨를 텁니다.
영화에 기꺼이 출연을 허락한 이분들은
생명 농법의 귀함과 중함을 압니다.
영화 속에는 밀짚모자를 쓴 자전거 탄
남자의 모습이 많이 등장합니다.
자전거를 탄 대부분의 장면은 드론으로
촬영해 영상미를 극대화했습니다.
손녀를 태우고 가거나.
홀로 갑니다.
아침이든, 점심이든 시간이 날 때마다
자전거 신을 촬영했습니다.
여기에는 연기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봉화마을 농민들입니다.
이 농부들이 바로 생명 농법을 지키는
힘입니다.
-불을 내는 것은...
-(해설) 김 전 장관은 제작진의 내레이션
요청에 단 한 번의 머뭇거림 없이
참여를 결정했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지만, 원고는 시적인
요소가 가장 큰 특징입니다.
건조한 대사가 아닌 시적인 표현이 큰
울림이 됐고.
김명곤 전 장관의 목소리와 절묘하게
어우러집니다.
-(해설) 두꺼비도 우리도 모두 물입니다.
-(해설) 두꺼비도 우리도 생명인 물이기
때문에 원래 멈추지 않습니다.
-(해설) 강이 바다로 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듯 말이죠.
-(해설) 하지만 우리는 과거에 후회하고
미래를 불안해하면서 앞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해설) 그래서 두려움의 물의 속성도
생명의 속성도 아닙니다.
-(해설) 우리는 물이며 곧 생명이기
때문에 원래 멈추지 않고 포기하지
않습니다.
-(해설) 인생을 멈춤 없이 포기 없이
나아가는 것은 생명 현상입니다.
-(해설) 스스로를 위함이 곧 모두를 위한
것이 되는 순환이 물속에 깃들어
있습니다.
-(해설) 그 본성은 물속에, 두꺼비 속에,
우리 안에 녹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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