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N특집다큐멘터리 제비 실종 사건

등록일 : 2018-10-29 16:12:08.0
조회수 : 320
-(해설) 잎을 떨군 앙상한 가로수에
제비꽃이 폈습니다.
네온사인이 번쩍여도, 익숙한 듯
제비들은 아랑곳 하지 않습니다.
몇몇은 졸린 눈을 끔뻑이고,
몇몇은 고개를 파묻고 잠을 청합니다.
제비들이 깜짝 놀랍니다.
자신들을 위협하는 소리란 걸
직감합니다.
황급히 나무에서 날아오른 제비들이
있는 힘껏 날갯짓을 합니다.
근처 가로수나 전신주로 자리를 옮겨
갑니다.
제비를 쫓아낸 건 상인들입니다.
박수를 치거나 쉴 새 없이 제비가 앉은
나무를 두들깁니다.
그냥 놔두면 제비들이 밤새 배설물을
쏟아내, 가게 앞이 엉망이 되기
때문입니다.
잠이 들던 제비들이 또 다시 도망칩니다.
고단한 하루는 끝날 줄을 모릅니다.
석양이 질 무렵, 이곳의 풍경이
특별해집니다.
사방에서 작은 새들이 날아들기
시작합니다.
날이 더 어두워지자 제비들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납니다.
쉴 새 없는 날갯짓이 하늘을 뒤덮고,
주민들은 눈을 떼지 못합니다.
해가 지자, 전선과 가로수 위로 하나둘
씩 내려앉습니다.
시간을 맞춰 사방에서 날아든 뒤 자리를
잡았습니다.
하얀 배와 갈색 빛 이마를 가진 새, 바로
제비입니다.
-(해설) 전선을 차지한 제비들이 배설을
합니다.
시민들은 가던 길을 서두르지만
배설물을 맞기 일쑤입니다.
-(해설) 해마다 9월이 되면 제비 무리가
사거리 도로변으로 집결합니다.
인간을 천적의 방패로 삼는 제비들이,
유동인구가 많은 이곳을 잠자리 터로
삼은 겁니다.
해질 녘 모여 잠을 잔 뒤, 동이 트면
제주 전역으로 흩어지길 한 달 정도
반복합니다.
10월 쯤, 남쪽으로 바람이 불면 제주를
떠나 월동지로 갑니다.
-(해설) 조사 결과, 제주에는 이런 제비
집결지가 모두 여섯 곳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언뜻 보면 제비가 많아 보이지만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습니다.
실제, 집결지 여섯 곳에 모이는 제비
숫자는 10년 전 10만 마리를 넘었지만
지금은 5만 마리 이하로 관찰되고
있습니다.
감소 추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잠에서 깬 제비들이 떠날 준비를 합니다.
날이 밝자, 제비들이 한꺼번에
날아오릅니다.
마치 신기루처럼,
마을 사거리에서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해설) 제비가 이 땅을 찾아와
번식을 하는 과정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경남지역 최대 제비 서식지 가운데
한 곳.
밀양 삼랑진입니다.
환승객과 여행객으로 늘 붐비는 곳.
오일장이 설 때마다 주민들이 찾는 곳.
사람이 모이는 이곳에, 사람을 쫓는
제비가 날아들었습니다.
해마다 봄이면 전통시장 곳곳에서
열심히 둥지를 짓는 제비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전통시장을 지나 삼랑진역으로
가는 큰 길.
제비 개체 수를 집중 조사했더니,
상점 두 곳 걸러 한 곳 꼴로 제비가
둥지를 친 것이 확인됐습니다.
마치 삼랑진 전체가 흥부네 제비 마을을
연상케 하는데요.
삼랑진에 이렇게 제비가 많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진흙입니다.
삼랑진 읍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물을
머금은 논이 펼쳐집니다.
모내기를 위해 이른 봄부터 비워둔
논들입니다.
곡예비행을 하던 제비들이,
논의 가장자리에 차례로 내려앉습니다.
지푸라기를 문 채로,
진흙을 연거푸 입 속에 담는데요.
하루 평균 300차례 넘게,
진흙과 지푸라기를 날라 둥지를
짓습니다.
지지대 역할을 하는 지푸라기에
침을 섞은 진흙을 붙여 접착력을
높입니다.
충분히 마를 때까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층을 쌓듯 쌓아올리는데요.
보통 일주일의 시간을 두고 완성합니다.
새로 만들기도 하지만
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기존에
있던 둥지를 보수해서 쓰기도 합니다.
삼랑진에서 제비 둥지가 가장 많은,
주유소입니다
수 년째 제비들이 찾아오면서
둥지 수가 13개까지 늘어났습니다.
사람들 왕래가 잦고
주변에서 먹잇감을 쉽게 구할 수 있어
제비 번식처로 안성맞춤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바쁩니다.
기름이 필요한 농기계와 차량들이
수시로 이곳을 찾습니다.
주유소 다른 한 쪽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기존에 있던 둥지에 무임승차 하려는
제비들이,
좋은 둥지를 차지하려고 다투는 겁니다.
맹렬히 달려든 제비 부부 두 쌍이 한 데
뒤엉켜 서로를 내쫓습니다.
머리로 밀어내고 물어뜯는 살벌한
다툼이 이어집니다.
결국 힘에서 밀린 한 수컷이 자리를
피하면서 자리다툼은 끝이 났습니다.
-(해설) 다른 둥지에서는 어미가 벌써
보름째 알 여섯 개를 품고 있습니다.
잠시 둥지를 비운 순간,
새 생명들이 꿈틀대는데요.
금이 가더니 순식간에
반으로 쩍 갈라집니다.
갓 태어난 새끼는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합니다.
서둘러 돌아온 어미가
자는 새끼를 깨워 먹이를 먹입니다.
제비가 날아드는 4월의 방앗간은 명절
대목만큼 바쁩니다.
가게를 찾은 단골손님들은 스스럼없이
일손을 거들어줍니다.
이맘때면 쑥으로 떡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쏟아집니다.
한창 분주한 이 방앗간에 제비
울음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먹이를 물어 온 어미가 새끼들에게
다가가는데요.
가장 크게 입을 벌린 새끼에게 먹이를
줍니다.
어미는 입을 벌린 크기로 새끼들의
배고픔 정도를 판단합니다.
새끼들이 노란 입을 있는 힘껏 벌립니다.
생존 경쟁이 이미 시작된 건데요.
태어난 순간부터 식성도 엄청납니다.
덕분에 어미 한 마리가
하루 평균 350여 차례나 먹이를 날라야
합니다.
잠자는 시간을 빼면 2, 3분에 한 번씩
먹이 사냥을 하는 셈입니다.
잡아 오는 먹이는 다양합니다.
농작물 병해충이나 파리, 벌, 잠자리
같은 곤충을 먹는데
반드시 살아있는 것만 비행하며
사냥합니다.
부모들은 먹이를 주는 것만큼이나
배설물을 받아내는 일에도 신경을 많이
씁니다.
위생도 문제지만 천적들에게 위치가
노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해설) 또 다른 둥지.
어느새 덩치를 키운 새끼들로
비좁아졌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둥지를 밟고 서서
날갯짓을 연습합니다.
둥지로 돌아온 어미가 입을 벌리는
새끼를 외면합니다.
부모는 먹이 공급 횟수를 줄이면서
새끼들의 이소를 유도합니다.
둥지를 떠나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야
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해설) 40여 가구가 모여 사는 마을.
한때 주민보다 제비가 더 많았는데요.
지금은 둥지가 있었던 흔적들만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4년 전만 해도 번식 둥지 수가
19개였지만, 올해는 일곱 개뿐.
급격하게 제비 수가 줄기 시작한 건
마을 앞쪽에서 공사가 시작된
이후부터입니다.
3년 전부터 54만 제곱미터 규모의 도시
개발 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시장과 상업 시설, 주택과 아파트 건립이
예정돼 있습니다.
현재 부지 조성이 거의 끝났고 내년부터
건물이 들어설 예정인데요.
공사가 시작되면서 마을 1km 반경 안에
있던 농지는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해설) 마을 일대 위성 사진입니다.
마을 뒤편은 신도시 계획에 따라
오래전에 택지 개발이 진행됐습니다.
상가 주택과 고층 아파트들이 예정된
자리를 빠르게 채워나갔습니다.
3년 전부터는 마을 앞쪽 논과 하천도
흙으로 뒤덮였습니다.
수년 안에 이 마을은 시멘트 건물에
둘러싸이게 됩니다.
이곳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도시 시설 건설이 계속되면서 최근 10년
동안에만 전국에서 농경지 10만
헥타르가 증발했습니다.
제비가 둥지 재료인 진흙과 먹이를 구할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겁니다.
낙동강과 넓은 들판을 끼고 있는 밀양
서부 지역의 전형적인 한 농촌 마을.
지난겨울에 심은 봄 감자 수확이
한창입니다.
봄 감자의 전국 생산량 비중이 아주
높습니다.
논 주변 가까이에 주택들이 있는
전통적인 제비 서식지입니다.
둥지를 짓고 먹이를 구하기에 좋은
여건인데요.
하지만 이곳 역시 이제는 제비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수년째, 제비가 찾지 않는 빈 둥지
하나를 떼어내 봤습니다.
플라스틱 끈 뭉치가 둥지 안을 채우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둥지 안쪽에는 구더기
껍질도 있습니다.
둥지가 오염된 건데요.
마을엔 이런 둥지가 한두 개가 아닙니다.
둥지는 크기도 다른 지역에 비해 유난히
작습니다.
공주 대학교 도윤호 박사팀과 함께
지역별 둥지 크기를 조사해봤습니다.
3D 레이저 스캐너를 활용했습니다.
둥지를 3차원 이미지 모형으로 추출하고
크기, 즉 부피를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대상지로는 이곳을 포함해 시설재배
농가가 많은 밀양시 서부 지역.
논농사가 주를 이루는 공주시 북부 지역.
그리고 논농사와 시설 재배가 혼재된
밀양 삼랑진읍 지역.
이 세 곳을 선정했습니다.
결과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습니다.
밀양 서부 지역 둥지의 평균 크기가
다른 두 지역에 비해 월등히 작았습니다.
상대적으로 둥지 재료인 진흙을 얻기
힘든 여건이 빚은 결과입니다.
둥지를 작게 짓게 되면 결과적으로
번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해설) 둥지 오염과 유난히 작은 크기,
그 이유를 마을 주변 환경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비닐하우스가 농지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제비가 진흙을 물 논이 없는데요.
비닐하우스가 없는 논도 비닐로
뒤덮입니다.
감자 같은 작물 재배를 위해 겨울부터
늦봄까지 비닐을 덮어두기 때문입니다.
때가 되면 농약도 뿌려져 제비들이
발붙이기 쉽지 않습니다.
요즘에는 드론이 농약 살포에 활용돼
살포 시간이 줄어들고 범위는
넓어졌습니다.
-(해설) 갈 곳을 잃은 제비 두 마리가
맨땅에 내려앉아 연신 부리를
쪼아댑니다.
남은 건 메마른 흙과 먹지도 못하는
돌멩이뿐,
입에 담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농촌 인구가 줄어드는 것도 사람을 쫓는
제비가 사라지는 이유 중 하나인데요.
농촌 마을이 대개 그러하듯 이 마을도
빈집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뛰놀던 학교는 20여 년 전,
문을 닫았습니다.
창문은 성한 데 없이 대부분
깨져 있습니다.
출입문과 바닥도 뜯겨 나갔습니다.
색 바랜 칠판까지, 방치된 세월을 짐작게
하는데요.
사람이 떠나면서, 사람을 쫓는 제비도
농촌 마을을 함께 떠나고 있습니다.
제비 개체 수는 매년 꾸준히 줄고
있습니다.
번식 둥지 수 감소가 이를 증명합니다.
2016년 경남지역 제비 서식지 18곳의
전체 번식 둥지 수는 257개였지만
올해는 228개로, 11% 정도
감소했습니다.
주황색으로 표시된 감소 지역 가운데
감소 폭이 특히 두드러지는 곳이
있습니다.
남해 당항리와 밀양 평촌리 그리고 밀양
예림리, 이 세 곳인데요.
모두 전통적인 제비 서식지로 꼽혔던
농촌 마을들입니다.
반대로 이러한 감소 추세 속에서도, 대폭
늘어난 곳이 있습니다.
창원 진동리와 합천 구정리 입니다.
두 곳 모두 밀양 삼랑진읍처럼 시장 등
상업지역을 끼고 있는 지역입니다.
갈 곳이 없어진 제비들이 농촌 상업지나
도시 외곽으로 몰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도시화, 농촌 붕괴가 계속되는 한, 이런
추세도 고착화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비들에게는 좋을 게 하나도 없는
상황입니다.
번식 여건이 더 열악해지는 것이기
때문이죠.
삼랑진 같은 상업지 건물들은 대부분
처마가 짧거나 없어서 둥지가 비바람에
쉽게 노출됩니다.
결국 6월부터 9월까지 제비의 2차 번식
기간 동안 맞닥뜨리게 되는 장마와 태풍,
폭염을 버텨내기가 어렵습니다.
비가 내리던 날, 결국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리 심하지도 않았던 비바람에 둥지가
부서져 나가면서, 제비 가족이 집을
잃었습니다.
아직 날지 못하는 어린 새끼 두 마리가
둥지에 거의 매달려있습니다.
다른 세 마리는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잔뜩 겁에 질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버둥만 칩니다.
애가 타는 제비 부부가 울부짖습니다.
-(해설) 부모는 어린 새끼들 곁을 빙빙
맴돕니다.
보다 못한 주민들이 나섰습니다.
급한 대로 임시 받침대를 만들어
새끼들을 올려놓습니다.
-(해설) 받침대 위로 피신한 새끼 제비가
넋을 잃은 채 앉아있습니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길고양이들이 둥지 주변으로 몰리기
시작합니다.
바닥으로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고양이들의 먹잇감이 될 처지입니다.
어린 새끼들을 노리는 천적은 또
있습니다.
날카로운 부리와 큰 눈을 가진 맹금류,
황조롱이인데요.
삼랑진에서 가장 높은 곳인
목욕탕 굴뚝에 머물면서 먹이를
찾습니다.
사람 사는 곳을 겁내지 않는 황조롱이는
수시로 처마 아래 제비 둥지를 노립니다.
8월, 살인적인 폭염이 시작됐습니다.
기상관측 111년 만의, 최악의 폭염이
한반도를 덮쳤습니다.
일손을 멈출 수 없는 농부들의 몸과
마음이 타들어 갑니다.
시장통 상인들은 부채질로 힘겹게
하루를 버텨냅니다.
2차 번식이 진행 중인 삼랑진의 한 천막
아래 둥지에도 뙤약볕이 내리쬡니다.
최대 3주인 포란 기간을 훨씬 넘겼지만
부화의 기미가 없습니다.
어미가 갑자기 알 하나를 물어 둥지
밖으로 내다 버립니다.
자신이 힘겹게 낳은 알을 스스로 버리는
이상행동인데요.
남아있는 알들은 상태가 어떤지
알아봤습니다.
우려한 대로, 부화가 중단된 상태로
완전히 말라 있습니다.
-(해설) 천막 아래 있는, 둥지의 온도를
재봤습니다.
65도를 넘어갑니다.
일반적인 처마 아래 둥지 온도와는 무려
30도 가까이 차이 납니다.
천막을 투과한 열기가 둥지 안에 그대로
갇히면서,
둥지가 한증막으로 변해버린 겁니다.
어미는 입을 계속 벌린 채 헐떡이면서
해가 지기만을 기다립니다.
또 다른 천막 아래 둥지입니다.
더위에 지친 새끼들을 흔들어 깨우고,
몸을 돌려 그늘도 만들어줍니다.
안절부절못하는 어미를 옆에 두고,
새끼 하나가 발버둥을 치더니 그대로
고꾸라집니다.
둥지 밖으로 떨어진 새끼가 그늘을 찾아
둥지 아래로 기어갑니다.
가만히 엎드린 채로 꼼짝도 못 하던
새끼는 결국 죽었습니다.
어미가 둥지 아래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무더위를 견디다 못한 새끼 한 마리가
결국 둥지에서 떨어져 죽었습니다.
사체는 무심한 발길에 짓눌려
뭉개졌습니다.
여기에는 어린 새끼가 한 마리뿐입니다.
둥지로 날아든 어미가 둥지 안에서
무언가를 물어다 밖으로 내다
버리는데요.
둥지 안에서 죽은 자신의 새끼입니다.
지독한 폭염으로 이미 둥지 안에서 새끼
두 마리가 죽었고.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어미가 할 수 있는 일은 죽은 새끼들을
둥지에서 꺼내는 일 밖에 없습니다.
새끼들이 이소에 실패한 둥지를
뜯어봤습니다.
새끼 전부가 몰살돼 사체가 썩고
있는데요.
-이 상태만 가지고 판단할 수 없습니다.
-(해설) 올해 여름, 부화가 아예 안
되거나 새끼들이 떨어져 죽고 둥지 안에
갇혀 죽는 일이 이어졌습니다.
삼랑진읍 천막 아래 둥지 10곳을
살펴봤더니 새끼 38마리 가운데
29마리가 이소에 실패했습니다.
이소 실패율이 무려 76.3%에 달합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2차 번식의 평균
이소 실패율의 최대 3배가 넘습니다.
기존 서식지 붕괴로 상업지에 둥지를
지으려는 제비가 많지만 환경 번식에
적합하지 않고 이상 고온 현상까지
겹치면서 생존에 치명적인 위협을 받고
있는 겁니다.
도심 빌딩 숲 사이에 광활한 생태습지가
있습니다.
해 질 녘이 되자 넓은 이 습지의
갈대밭으로 제비들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쉴 새 없는 제비들의 날갯짓이 풀밭을
뒤덮습니다.
빠르고 낮게 날면서 먹이인 곤충들을
마구 잡아먹습니다.
배를 채우고 나면 무리를 지어 비행하며
호흡을 맞춰봅니다.
갈수록 숫자가 배로 늘어나 밤이 되기
직전에는 2만 마리를 넘어섭니다.
잠잘 준비가 끝난 녀석들부터 차례로
가느다란 갈대에 내려앉습니다.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먼 길을 떠날
준비를 합니다.
도심에 이런 습지가 잘 보존된 덕에
우리나라 제주의 제비들과 달리
사람과의 충돌을 피할 수 있습니다.
대만에서는 우구습지와 같은 수만 마리
제비 집결지가 지금까지 3곳 정도
확인됐습니다.
7월 말부터 월동지로 완전히 떠나기
전까지 2달 정도 제비 집결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해설) 대만에 이렇게 제비가 많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도심 외곽에 있는 이 마을에서는
주민들과 제비가 한데 어우러져
살아갑니다.
둥지마다 배설물 받침대를 만들고
번호를 매겼는데 110번이 넘어갑니다.
삭막하던 마을에 제비를 불러들인 건
아주 작은 한 습지였습니다.
주민들은 빈 땅이던 이곳에 편의시설
대신 습지를 조성했습니다.
큰 기대 없이 벌인 일이었지만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순식간에 수십 종 생물들의 보금자리가
됐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지면서
제비에게도 훌륭한 서식처가 됐습니다.
-(해설) 대만에서는 도심 한가운데서도
제비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승용차와 버스가 쉴 새 없이 오가고,
시민들은 분주하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제비 한 마리가 출근길 바쁜 시민들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머리 위에 제비가 있어도 개의치
않습니다.
사람은 사람대로 제비는 제비대로 자기
할 일을 합니다.
복권 판매점은 제비 덕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복권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제비가 입구에 둥지를 튼 이후로 손님이
더 늘었습니다.
-(해설) 공존을 위한 배려.
그리고 자연스러운 어울림이 대만 지역
수만 마리 제비 집결의 비결입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지독한 폭염도
어느새 기세가 누그러졌습니다.
꽤 쌀쌀해진 바람이, 삼랑진의 시장통을
감쌉니다.
시장통은 가을을 맞아 더
풍성해졌는데요.
상인들 표정에도 여유묻어납니다.
시장통에 있는 아케이드 천장에는
폭염을 이겨낸 제비들이 모였습니다.
살아남은 제비들의 강남으로 갈 준비를
시작하는 겁니다.
어미가 날자, 수십 마리 어린 새끼들이
차례로 날갯짓을 합니다.
먹이 사냥에 앞서 비행 연습이
한창인데요.
옆 건물까지 갔다가 돌아오길
반복하면서 차츰 거리를 벌려 나갑니다.
새끼 제비들이 이만큼 크기까지
주민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제비 배설물을 치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출입구 처마 끝 전구 위에 제비가 살고
있습니다.
처마는 페인트가 다 벗겨져 다시 칠할
때가 한참 지났지만 손대지 않고
있습니다.
가게의 미관보다 제비가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해설) 앞으로도 둥지는 떼지 않고 계속
놔둘 생각입니다.
농약방 지붕에는 스티로폼으로 된 제비
둥지가 있습니다.
지난해, 벽면에 제대로 붙지 못해
떨어지려는 둥지를 고정해 줬습니다.
농약방 주인의 작은 도움은, 제비
가족의 생존으로 이어졌습니다.
마음이 고마웠는지, 지난해 가락지를
달고 떠났던 수컷 제비는 올해 또
찾아와 번식했습니다.
길을 가던 할머니가 다가와 둥지에서
우는 어린 새끼들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이 지역에서는 제비에게 애착을 갖는
주민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경남도교육청 제비 생태조사팀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습니다.
늦은 밤, 팀원들과 조류 박사가 삼랑진의
둥지 한 곳으로 살며시 다가갑니다.
낯선 움직임을 눈치챈 제비가 순식간에
둥지에서 달아납니다.
-가까이, 좀 더 가까이.
-들어갔어, 들어갔어.
-(해설) 다른 둥지에서 다시 포획을
시도합니다.
-역시 내 아이디어가 통했어.
-(해설) 불빛에 놀란 제비가 포충망
속으로 떨어집니다.
-망, 망, 망.
-조금 더 앞으로.
-(해설) 제비 10마리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목덜미에 소형 위치추적기,
'지오로케이터'를 매답니다.
내년 봄에 돌아오면 장치를 회수한다는
계획인데요.
장치의 무게는 0.45g에 불과해, 제비에게
부담이 거의 없습니다.
-예전 조류 연구센터에서 수천 번의.
엄청나게 오랫동안.
-(해설) 지오로케이터는 빛을 탐지하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제비가 월동지로 이동하는 동안 일출
시간과 일몰 시간을 인지해 장치 내부에
기록합니다.
날짜와 함께 저장된 일출, 일몰 시간으로
위도와 경도를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날짜별 이동 경로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이동 경로를 알게 되면 제비 연구는
획기적인 변화를 맞게 될 전망입니다.
-(해설) 제작팀은 이번 조사에 단순히
참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에 있을
결과 분석에도 함께할 예정입니다.
국내 첫 이동 경로 조사로, 우리나라
제비들의 동남아 서식지와 중간
기착지가 파악되면, 좀 더 효과적인 제비
보호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나아가 거점 국가들과 제비 보호를 위한
국제 공조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박씨를 물어 온 제비처럼 내년에
제비들이 소중한 정보를 매달고
돌아오길 기대해 봅니다.
중국집 여주인은 지난 폭우 때 둥지에서
떨어진 제비 새끼를 가게로
데려왔습니다.
먹이는 직접 들판을 누비며 곤충을
잡아다 먹였습니다.
손을 탄 새끼는 어미를 따르듯 여주인을
따랐습니다.
-(해설) 2주 동안 여주인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은 제비는 무사히 야생으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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