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N특별기획 낙동강 최초 생태보고서 33년의 귀환

등록일 : 2020-12-18 14:22:20.0
조회수 : 422
-(해설) 525km를 흘려 내려온 강물이
바다와 만나는 곳, 낙동강 하구입니다.
겨울을 나기 위해 몰려든 철새들로
북새통을 이루는데요.
철새들에게는 천국 같은 곳입니다.
멸종 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큰고니
무리도 찾아왔습니다.
시베리아에서 4000여 킬로미터를
날아왔는데요.
선발대의 규모가 예년보다 훨씬
많습니다.
진우도 북쪽 넓은 갯벌에는 엽낭게가
우글거립니다.
쉴 새 없이 펄을 입안에 집어넣습니다.
펄 속 유기물과 플랑크톤을 먹고 깨끗한
흙을 경단 모양으로 뱉어냅니다.
게들이 움직이자 게를 잡아먹으려는
도요새들이 몰려듭니다.
길쭉한 부리는 옆으로 비스듬히 구멍을
파고 들어가는 칠게를 잡기에
안성맞춤입니다.
맹금머리등은 새섬매자기 군락으로
뒤덮였습니다.
철새들의 먹이원으로 중요한 식물
자원인데 그 면적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어민들의 그물에는 연어가 달려
올라왔습니다.
1987년 하굿둑 건설 이후 사라졌던
연어가 33년 만에 되돌아온 겁니다.
피폐해져 가던 낙동강 하구가
달라졌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해설) 1987년 부산 을숙도와 하단동을
잇는 하굿둑 좌측 수문이
완공됐습니다.
바닷물이 들어오는 걸 막아 안정적으로
용수를 확보하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공사 당시의 모습이 담긴 과거 영상
자료를 확보했는데요.
콘크리트를 쉴 새 없이 쏟아부어
구조물을 쌓아올립니다.
마치 거대한 성벽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사업비로 당시로써는 천문학적 비용인
2000억 정도가 투입됐습니다.
2010년 우측 수문까지 완공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습니다.
7억 톤이 넘는 용수가 확보돼 식수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낙동강 하구 주변 농업 생산량도
늘었습니다.
하지만 전체 길이 2.4km, 높이 18.7m의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바닷물을
완전히 막았습니다.
강과 바다는 단절됐고 생태계는 급속히
무너졌습니다.
큰고니들이 펄 속에 머리를 파묻고
뭔가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단단한 부리로 한 식물의 뿌리를 캐
허겁지겁 먹는데요.
봄과 여름에 자라나 겨울 철새들의
먹이가 되는 새섬매자기라는
식물입니다.
민물과 해수가 적절히 섞일 때 잘 자라는
낙동강 하구의 대표 염생식물이죠.
과거에는 낙동강 하구에 광범위하게
분포했지만 하굿둑 건설 이후 면적이
계속 줄었습니다.
강물이 막히고 주변 개발이 계속되면서
새섬매자기가 버틸 수 없도록 염분
농도가 올라간 탓입니다.
-(해설) 식물 군락이 줄면서 먹을 것이
부족해진 겨울 철새들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해마다 고구마를 썰어 먹이로 던져주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데요.
철새들이 낙동강 하구를 떠날 수밖에
없는 실정인 겁니다.
-(해설) 이른 새벽, 일흔이 넘은 어부
2명이 작은 배에 올랐습니다.
하굿둑 안쪽 낙동강 하류에서 한평생
고기를 잡아 왔습니다.
3일 전쯤 미리 던져놓은 그물들을 끌어
올리는데요.
몇 마리 없는 그물에 그나마 잡힌 것도
강준치뿐입니다.
맛이 없어 찾는 사람이 없고, 거름으로도
잘 쓰지 않아 어민들에게는 쓸모없는
물고기입니다.
-전부 강준치예요, 전부?
-(해설) 다른 그물에도 강준치만 한가득
들어 있는데요.
반나절 작업에 건진 거라고는 강준치가
전부입니다.
-(해설) 2017년과 2018년 하류에서
채집된 어종 18종 가운데 강준치 개체 수
비중이 79%였습니다.
2019년에는 더 늘어서 전체 17종 가운데
강준치의 개체 수가 무려 89%로
나타났습니다.
농어와 숭어, 웅어 등 그 많던
물고기들이 대거 줄고 강준치만
득실거리게 된 겁니다.
하굿둑 건설로 수 생태계가 망가진
탓입니다.
강준치 30마리의 위 내용물을 가지고
먹이원을 추적해 봤습니다.
붕어와 누치, 동자개, 끄리, 참붕어의
DNA가 나왔습니다.
닥치는 대로 마구 잡아먹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대로 계속 간다면 얼마 남지 않은
토종 물고기들이 모두 사라질
처지입니다.
-(해설) 그런데 물 밑 세상을 점령한
강준치들도 온전치 않았습니다.
죽은 채 떠 있는 물고기를 뜰채로 건져
올리는데요.
강준치의 배에서 하얗고 긴 뭔가가
계속해서 나옵니다.
리굴라촌충이라는 기생충입니다.
취재팀이 강준치 18마리를 잡아
확인했는데 온통 기생충 범벅이었습니다.
-조금 이제 됐고 이렇게.
-(해설) 무너진 수생태계에서 기생충이
확산한 겁니다.
낙동강 하구 김 양식장에서 김 채취선이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채취선의 기계가 그물을 끌어당기면서
20cm 넘게 자라난 김을 떼어내는데요.
준비한 커다란 상자에 연신 쓸어 담아
운반선으로 옮깁니다.
비수 지역의 풍부한 영양분을 먹고
자라 맛과 질이 특히 좋습니다.
유명한 완도 김도 낙동 김을 섞어야
완성될 정도인데요.
싱싱한 김을 바라보는 어민들은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스럽습니다.
낙동 김 수확량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죠.
하굿둑 탓에 양식장 주변 염분 농도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해설) 강과 바다의 소통이 막히면서
쓸려온 모래가 그대로 쌓여 수심도
얕아지고 있습니다.
양식장으로 가는 길목에 5m짜리 장대를
넣어봤습니다.
겨우 절반 넘게 잠길 뿐인데요.
바다 한가운데라는 게 믿기지가
않습니다.
-올겨울에 만약에 파도가...
-(해설) 모래가 쌓이면서 하구의
모래톱들은 면적이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모래 탓에 수심이 낮아지다 보니 파도가
크게 일렁이면서 지나가는 선박을
위협합니다.
오늘도 어민들은 양식장을 오가며
파도와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낙동강 하굿둑은 낙동강 하구 일대
개발의 시작이었습니다.
1985년 낙동강 하구에는 논과 습지,
갯벌뿐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공단과 신도시,
부산항 신항이 생겨났는데요.
강에서 퍼 올린 모래로 매립을 하면서
택지와 공단이 만들어진 겁니다.
낙동강 하구 해안가가 공장과 아파트로
빼곡한데요.
하굿둑으로 부산과 경남이 연결되며
대형 사업들도 집중됐습니다.
을숙도대교 건설 등 최근까지 20개가
넘는 사업들이 실시됐습니다.
개발에는 쉼표가 없는 상황입니다.
국제산업물류도시인 에코델타시티를
포함해 30개의 대형 사업이 진행되고
있거나 구상 단계에 있습니다.
개발은 낙동강 하구에 한정되지도
않았는데요.
하굿둑 같은 거대한 수문이 낙동강
본류에도 만들어졌습니다.
2012년 낙동강 줄기를 따라 거대한 보가
세워졌습니다.
모두 8개나 됩니다.
하굿둑으로 신음하던 낙동강에 보까지
들어서면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물 흐름이 끊긴 강은 호수로 변했습니다.
모래가 쌓이던 강바닥은 시커먼 펄
흙으로 덮여 썩어갔습니다.
펄에서는 심한 악취가 진동했는데요.
오염 물질들이 흘러가지 못하고
모랫바닥에 그대로 쌓였고 산소도 없는
무산소층이 생겼습니다.
펄에서는 계속해서 메탄가스가
올라왔습니다.
쓰레기 매립장에서나 나오는 메탄가스가
강에서 부글거리게 된 겁니다.
썩고 오염된 강에서 해마다 유해
남조류인 녹조가 피어났습니다.
파랬던 강이 온통 녹색으로 변했습니다.
모두 보 건설 전에는 없던 현상들입니다.
정수장으로 가는 취수구에 녹조가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물을 뿌려 보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보를 잠시 열면 녹색 물만 쏟아져
나오는데요.
2019년부터는 한겨울에도 유해 남조류가
측정되고 있습니다.
1년 내내 유해 남조류가 강에 떠 있다는
뜻입니다.
녹조가 그야말로 일상이 됐습니다.
죽은 물고기가 녹조와 함께 떠밀려
왔는데요.
정수 처리를 한다지만 먹는 물에 대한
걱정이 큽니다.
-(해설) 사냥한 물고기를 뜯어 먹는 이
녀석은 수달입니다.
민물 생태계의 먹이사슬 정점에 있는
최상위 포식자입니다.
취재팀은 이런 수달의 흔적이 발견된
금강을 찾아갔습니다.
낙동강처럼 보가 세워졌지만 전면 개방이
실시돼 생태계가 회복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넓은 모래밭에 수달의 발자국이
선명합니다.
물고기를 잡아먹은 뒤 남긴 뼈도
보이는데요.
강에 최상위 포식자가 산다는 건 생물
다양성이 높다는 걸 뜻합니다.
강 속 모래를 뒤지자 새끼손톱만 한
재첩도 나옵니다.
강을 뒤덮었던 펄도 대부분 씻겨
내려가고 가장자리에 흔적만
남았습니다.
수문을 열자 녹조가 사라졌고 떠나갔던
생명이 되돌아왔습니다.
-(해설) 낙동강이 사는 길을 금강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취재팀은 수자원공사,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하굿둑 수문 개방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2020년 6월 한 달 동안 좌안 수문
10개 가운데 한 개를 완전히 열어 해수를
유입시키기로 했습니다.
또 5월부터 9월까지 우안 수문을 조절해
지난해보다 초당 6톤 많은 초당 74톤을
일정하게 방류하기로 했습니다.
제한적으로라도 강과 바다를 소통시켜
기수 지역의 생태계 회복 가능성을
확인해 보자는 취지였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어도의 카메라에 진귀한 장면이
포착됐는데요.
청멸치 떼와 전갱이가 바다를 거슬러
강으로 올라가는 게 확인됐습니다.
물이 흐르자 기수, 해수 어종이 돌아온
겁니다.
어부의 그물에서는 강에서 사라졌던
뱀장어가 달려 올라왔습니다.
하굿둑 건설 이후 33년 만이었습니다.
철새들의 먹이인 새섬매자기 군락도
엄청나게 넓어졌습니다.
물이 흐르자 새섬매자기가 좋아하는 염분
농도가 유지됐기 때문인데요.
명지 지역을 중심으로 새섬매자기가 8만
5000제곱미터 정도 더 늘어났습니다.
축구장 10개 면적에 달합니다.
-(해설) 철새 먹이인 새섬매자기 군락이
증가하면서 예년보다 훨씬 많은 철새들이
하구를 찾고 있습니다.
특히 큰고니의 경우 개체 수가 최근 몇
년 동안 1000여 마리에 그쳤는데 지금은
3000마리 넘게 확인되고 있습니다.
변화는 끝이 아니었습니다.
가을이 되자 연어가 계속해서 잡혀
올라왔습니다.
뱀장어와 마찬가지로 1987년 하굿둑 건설
이후 33년 만이었습니다.
수문을 짧은 기간 열었을 뿐인데 기수
생태계는 순식간에 회복됐습니다.
-(해설) 취재팀은 기적처럼 귀환한
연어가 어디로 갔는지 확인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20여 일 뒤 밀양강에서 연어
무리를 찾아냈습니다.
함안보에 막혀 더 거슬러 올라가지
못하고 낙동강 지천인 밀양강으로 방향을
튼 것이죠.
밀양강 예림교 일대에서 40여 마리가
산란을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수중 카메라를 이용해 낙동강에서 자연
산란하는 연어의 모습을 최초로
촬영했습니다.
암수가 짝을 지어 강을 유유히
헤엄칩니다.
모래와 자갈이 깔린 강바닥을 훑으며
적당한 산란 장소를 찾는데요.
한 암컷이 꼬리를 세차게 흔들어
강바닥을 팝니다.
알을 낳을 움푹한 산란장을 만들려는
건데요.
다른 곳에서는 수정이 한창입니다.
한 수컷이 배를 뒤집어 암컷이 낳은 알에
희뿌연 정자를 마구 뿌립니다.
암수는 알을 낳고 정자를 뿌리는 수정
작업을 보통 두세 차례 반복합니다.
산란을 마친 연어들은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온 힘을 다해 새 생명을 만들고 자신은
생을 마감한 겁니다.
산란 한 달 뒤.
수정이 제대로 됐는지 알아보기 위해
전문가들과 함께 현장을 찾았습니다.
자갈과 모래를 살짝 들추자 수정이 되지
않은 채 하얗게 변색된 알들이
보이는데요.
대부분 이렇게 죽은 알들이
나왔습니다.
수정에 실패한 걸까요?
차가운 강물을 견디며 조사를
이어갔습니다.
다른 곳에서 조금 더 깊게 땅을 파자
드디어 빨간 연어알이 나옵니다.
까만 점도 보이는데요.
연어 눈이 만들어진 겁니다.
사상 최초로 낙동강에서 연어알이 자연
수정에 성공한 것을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이대로 잘 커서 자연 부화까지 성공하면
밀양강에서 야생 연어의 치어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암컷 연어 한 마리가 낳는 알은
2000개에서 3000개 사이입니다.
취재팀이 확인한 연어만 40마리가 넘는
만큼 수만 개의 수정란이 강에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해설) 단절된 강과 바다를 다시
연결시키자 연어의 생이
완성되었습니다.
생태계에 놀라운 회복 능력이 입증된
셈입니다.
낙동강 하구의 한 선착장에 어선들이
꽁꽁 묶여 있습니다.
웬만하면 조업에 잘 나서지
않았는데요.
잡히는 게 별로 없고 기름만 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문 개방으로 생명들의 귀환을
확인하면서 희망이 싹트고 있습니다.
-(해설) 강의 자연성 회복이 중요한
시대적 과제입니다.
강과 공존하는 법을 찾아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습니다.
수문을 조금만 열어도 죽었던 강이
살아나고 생태계가 회복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바다에서 강으로 또 본류를 넘어
지류까지 생명력이 뻗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개발에서 환경으로 환경에서 생태로의
가치 전환이 필요합니다.
귀환을 알린 생물 종들에게 이제 우리가
응답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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