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지도
화요일 오후 4시
TV
방영중

다시보기

보물지도 제16권 -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유토피아 (윤영휘 / 경북대학교 사학과 교수)

등록일 : 2023-10-18 10:18:40.0
조회수 : 1114
-보물이 되는 지식을 찾아 떠납니다. 펼쳐라.
-(함께) 보물지도.
-오늘 보물이 되는 지식도감, 이 이름과 어울리게끔 책으로 시작을 해볼까 합니다.
두 분은 영국 작가 하면 어떤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첫 질문부터 죄송한데 제가 책을 읽어봤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렇죠, 그러니까 작가 이름도 아니고 영국 작가라고 하니까.
-그렇죠, 한국 작가도 모르는데 제가 영국 작가님을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해리포터 알잖아요.
-해리포터는 알지만 보지도 않았어요.
-말문을 막히게 하는 답변 감사합니다. 우리 경환 씨는요?
-저는 영국 하면 셰익스피어.
-또 빼놓을 수 없죠.
-셰익스피어가 생각나고요. 저도 보기와는 다르게 책을 많이 안 읽어서 많이 알지는 못합니다.
-그렇구나, 알겠습니다.
-보기에도 책을 안 읽게 생겼어요.
-큰 반전은 없었습니다.
-들켰네.
-좋습니다. 저는 또 추리 소설을 좋아해서 코난 도일도 조금 생각이 났는데 오늘 이 질문에 대한 우리 선장님의 답변이 더욱 궁금합니다.
바로 모셔보도록 하겠습니다. 선장님.
-(함께) 나와주세요!
-선장님, 저희 아까 하는 이야기 들으셨죠?
우리 선장님의 대답이 사실 궁금해서 제가 여쭤본 거였거든요.
선장님은 영국 작가 하면 어떤 분이 떠오르십니까?
-사실 영국은 유명한 작가들이 되게 많죠.
정말 영국이라는 나라가 문화가 워낙 풍부한 나라고 또 영문학이 되게 발달해 있잖아요.
그 수많은 사람 중에 제가 오늘 여러분께 소개하고 같이 좀 나눠보고 싶은 사람은 토머스 모어라는 사람입니다.
-(함께) 토머스 모어.
-토머스 모어 들어보셨습니까?
-아니요.
-생소하십니까?
-네. 너무 처음 듣는.
-토머스 모어가 쓴 책 중에 유토피아라는 책이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 정말 제목은 들어보셨을 것 같아요.
-들어봤어요.
-맞아요.
-유토피아라는 이야기 우리 많이 하잖아요.
유토피아가 뭘까요?
-이상 국가?
-지상낙원?
-지상낙원?
-전 보지 마세요.
-인욱 씨에게 유토피아란?
-맞아.
-모르겠어요. 잘 생각 안 해봤는데, 그런 건.
-혼자 사는 삶?
-그건 조금 마음에 드는데?
-제가 학생한테 너한테 유토피아는 뭐니 하고 한번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요.
그 학생 말로는 일단 집에 엄마가 없어야 한대요.
그리고 최신식 사양의 컴퓨터와 여러 가지 음식들이 쟁여 있는 소박한 유토피아를 꿈꾼다고 이야기했는데.
-유토피아지.
-일단 그런 곳은 좋은 곳이죠, 그 학생한테는.
어쨌든 좋은 곳이니까 꿈꾸겠죠? 그런데 그런 곳은 있지 않습니다. 일단 엄마가 잘 안 나가세요.
-안 나가세요.
-그래서 방금 말씀드린 유토피아의 여러 가지 중요한 특징이 담겨 있는데요. 일단 이걸 이야기하기 전에 유토피아가 뭔지 사전적 의미를 한번 알아볼까요?
생각보다 우리가 생각하는 바와 비슷합니다. 가장 바람직한 사회, 정치, 법적 체계를 가진 이상적 공동체 혹은 사회라고 이렇게 되어 있어요.
그런데 이제 원래 유토피아라는 말은 옛날 고대 그리스 사람이 쓰던 말인데요.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이게 어디에도 없는 곳이잖아요, 유토피아가. 그렇지 않습니까?
홍길동이 꿈꾼 율도국은 사실 어디에도 없잖아요.
그래서 어디에도 없다 해서 토포스라는 말이 플레이스, 장소라는 뜻이고요.
그리고 어디에도 없는, 노, 이게 오위라는 단어가 있어요.
그래서 오위 토포스라고 해서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고 이야기했고요. 또 유토피아는 가보지는 않았지만 행복한 곳일 것 같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되게 행복한 곳이라는 뜻으로 에우토포스라는 용어를 썼습니다. 그런데 둘 다 영어로는 유토피아예요.
그래서 토머스 모어가 유토피아라고 이야기했을 때는 사실 약간의.
-중의적 의미가.
-중의적 의미가 있는 겁니다.
좋은 곳이지만 어디에도 없는 곳이다. 그런 의미가 있는 것이죠.
그래서 유토피아에는 종류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유토피아, 들어본 유토피아 뭐가 있습니까?
-들어본 유토피아, 방금 말씀하신 율도국도 있고.
-율도국도 있고.
-천국도 있고.
-천국, 맞아요. 신선이 논다는 무릉도원도 있고.
-무릉도원, 무릉도원.
-무릉도원.
-그래서 그런 곳은 좋은 유토피아죠.
그런데 그런 곳은 또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반대로 유토피아가 꼭 좋을 필요는 없어요.
어디에도 없는 곳이 꼭 좋은 곳만 있는 건 아니에요.
예를 들어서 천국은 좋은 유토피아인데, 어디에도 없는 곳인데 나쁜 어디에도 없는 곳도 있죠.
-(함께) 지옥.
-그렇죠, 지옥도 우리 항상 개념을 갖고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곳이잖아요. 그래서 이런 배드 플레이스, 어디에도 없는 나쁜 곳도 있죠.
이런 장소를 나타내는 말을 우리가 디스토피아라고 이야기합니다. 떠오르는 게 그게 있어요. 스타워즈 좋아하시나요?
-아이 엠 유어 파더.
-그렇죠? 아이 엠 유어 파더 하는 다스베이더가 사는 그 장소, 그 나라가 어디인지 아세요?
은하제국, 그렇죠. 은하제국. 은하제국 보면 정말 거기는 악이 지배하는, 그렇죠?
그리고 정말 독재자가 통치하는 그런 곳이잖아요.
그런 어디에도 없는 곳도 있잖아요. 방금 말한 디스토피아의 대표적인 소설로 뭐가 있냐 하면 조지오웰이라는 사람이 쓴 1984라는 책이 있습니다.
84년에 이런 일이 있을 거야라고 생각해서 쓴 책이 1984예요.
여기에 생각보다 여러분이 아는 단어가 많이 나와요.
예를 들어서 빅 브라더.
-빅 브라더.
-빅 브라더가 이렇게 CCTV로 관찰하고 있고.
-관찰하는 거.
-그런 생각 하잖아요. 유비쿼터스, 텔레스크린.
이런 말이 다 이때 나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뭐냐 하면 옛날에 상상한 거예요.
나중에 핵전쟁이 일어납니다. 세계가 막 찢어지고 부서지고 했다가 크게 세 개의 나라 정도로 갈라집니다.
그래서 오세아니아, 동아시아, 유라시아 이런 세 개의 나라로 크게 갈라지는데 세 나라 모두 너나 할 거 없이 극단적인 전체주의 국가입니다.
그래서 이 세 나라는 끊임없이 전쟁을 하는데 끊임없이전쟁을 하는 이유는 사실 이기기보다는 사회의 불평등을 만들어내기 위해서예요.
재화를 어차피 부족하잖아요. 재화가 부족한데 누구는 많이 갖고 누구는 적게 갖고 하려면 사실 전쟁이라는 게 필요합니다.
전쟁이 있어야 그리고 불평등이 있어야 어떻게 보면 자기들의 극단적인 전체주의가.
-유지가 된다.
-유지가 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1984라는 이 책에서는 이런 극단적인 전체주의 국가들이 등장하는데요.
주인공인 윈스턴 스미스라는 사람이 살았던 이 오세아니아라는 나라는 크게 피라미드 구조로 되어 있어요.
그래서 내부 당원과 외부 당원이 있고 당원은 일종의 지배층입니다.
그리고 80% 정도가 말 그대로 무산 계급이죠.
그래서 사상을 통제하고 싶어 합니다. 한 가지 방법으로는 유비쿼터스 텔레스크린으로 사람들을 관리합니다.
감독하고 어떻게 보면 관찰합니다. 그래서 어디에나 아까 보여드린 그 포스터처럼 어디에나 빅 브라더는 바라보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다 감시하고 있다는.
-그렇죠, 곳곳에 텔레스크린이 있기 때문에 어디에나 뭘 하든지 간에 사람들은 빅 브라더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스스로의 행동을 통제하고 말도 함부로 못 하게 하죠.
또 하나 방법이 있습니다. 뭐냐 하면 말을 관리하는 거예요, 말.
그래서 단어를 바꿉니다. 사실 여러분 우리가 그런 거 있잖아요. 문명이 발달할수록 어휘 수가 늘어난대요.
지금 보다 5000년, 6000년 전에 원시인들.
원시인이라고 하면 그렇지만 옛날 우리 조상들이 사용했던 단어 수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 수가 큰 차이가 있겠죠?
그래서 이 사람들은 말을 자꾸 줄입니다.
-통제하기 위해서.
-일부러 말을 줄여요. 같은 단어도 잉글랜드 사회주의자.
잉글리시 소셜리스트 하면 잉쏘 이런 식으로 줄여버립니다.
그래서 만약에 그러면 여기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제에 대항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어떻게 할까요?
-죽겠죠?
-죽이죠.
-사상범으로 잡혀가겠죠.
-그런데 일단 쉽게 죽이지 않습니다. 일단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뭐냐 하면 이 사람에 대한 모든 기록을 삭제합니다.
-스탈린.
-대표적인 예가 비슷한 예가 있어서 가지고 왔는데 스탈린 옆에서 니콜라이 예조프라는 사람이 오른팔 역할을 했었는데요.
권력을 잃어버리자 저렇게 사라져 버려요.
-스탈린의 개 아닙니까?
-그렇죠, 이 사람이 존재했다는 것을 없애버리는 그런 작업에 들어가고요.
-무섭다.
-그다음에 끊임없이 사형을 시키는 거는 상당히 위험한 방법이에요.
왜냐하면 그를 순교자로 만들어 버릴 수 있어요.
그렇죠?
-죽음으로써.
-그렇죠, 그래서 오히려 그를 끊임없이 고문하거나 세뇌해서 결국은 그의 사상을 바꿔서 결국은 여기 나오는 윈스턴 스미스라는 사람도 이렇게
반역을 꾀하다가 잡혔는데 거기에서 결국은 맨 마지막에 세뇌를 당해서 빅 브라더에 대한 어떤 애정하는 마음을 갖고 기꺼이 형장으로 가는 그런 모습으로 소설이 끝납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사실 제목 때문입니다. 왜 제목이 1984일까요?
-갑오개혁.
-왜냐하면 이 책을 썼을 때가 1948년이었습니다.
그래서 끝자리만 바뀐 거예요.
-48이랑 84랑.
-이 정도의 미래는 이럴 것이다, 이런 건가요?
-그런데 사실은 그 시대도 반영된 거죠. 1948년이 어떤 때일까요?
-1948년?
-세계 2차 대전이 끝나자마자 전쟁으로 모든 게 파괴되고 사람들이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미래가 더 나아질 거라는 걸 생각하기
어려웠을 그때, 그때의 지식이 생각할 수 있었던 어디에도 없었던 곳은 바로 이런 디스토피아였던 거죠.
그래서 사실 유토피아는 시대에 따라 행복한 유토피아일 수도 있고 사실 디스토피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유토피아 공부의 의의가 있는 것 같아요.
무슨 이야기냐 하면 이상 사회를 건설하려는 시도 자체가 이상 사회에 대한 생각 자체가 당대의 시대 상황과 사상적 흐름을 반영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왜 토머스 모어가 이때 이 책을 썼을까를 보면 그때 이런 문제가 있었구나, 이런 고민이 있었구나도 알 수 있겠죠.
-정말 전에 홍길동전 배경 이야기할 때랑 비슷한 느낌이 나는데요.
-홍길동이 그 시대에 그 율도국을 왜 꿈꿨을 때. 사실 그냥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야? 그렇게 할지 모르지만 그 허황한 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그 시대의 상황이 있는 것이죠.
또한 유토피아 건설 시도는 많은 경우 실패하죠. 실패하지만 실패도 의미 있는 실패가 있잖아요.
흔히 말하는 졌잘싸가 있잖아요. 졌지만 잘 싸운 경우가 있잖아요.
-졌잘싸.
-그런 것처럼 당대 지식인들을 각성시키고 영향을 끼치고 좀 시간이 흘렀을 때 결국 후대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있겠죠.
그런 점에서 유토피아를 연구하는 의의가 저는 또한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고대에서부터 사람들은 꿈을 꿨는데요.
이상 사회에 대해서. 그런 유토피아가 이렇게 많은데 왜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인가.
-그러니까요, 그게 궁금합니다.
-그 토머스 모어 유토피아는 제목은 들어보시지 않았나요?
-네, 뭔가 이상 국가, 이상향적인 거의 대명사가 됐잖아요.
-그렇죠, 일단 제목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제목 자체가 유토피아예요. 그래서 일종의 토피아계의 원조가 되었죠.
에코토피아, 무슨 저희 집 앞에 세탁소 이름이 클린토피아인데.
-클린토피아.
-맞아요, 클린토피아.
-그런 것처럼 일종의 토피아계의 원조가 됐죠.
일단 제목을 잘 지었습니다. 그것도 중요한 것 같고요.
그런데 꼭 제목 때문만은 아니겠죠. 여러 유토피아적인 상상과 또 그것을 글로 남겨놓은 것 중에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가 중요한 이유는 그의
유토피아는 근대적 유토피아를 나타내는 대표작이기 때문입니다.
근대적 유토피아라고 말했을 때 중세적인 유토피아가 있다는 거죠. 그래서 중세 사람들은 꿈을 꿨습니다. 이상사회를 꿈꿨습니다.
많이 꿈꿨던 게 천년왕국이에요. Z
-천년왕국이요?
-천년왕국, 천년왕국.
-천년.
-천년, 천년이라는 건 되게 오래 지속된다는 이야기죠.
그래서 성경의 요한계시록이라는 그 책을 보면 예수 그리스도가 재림하고 모든 사람이 눈물도 없고 한도 없고 슬픔도 없는 그런 곳에서 하나님과 더불어 사는 그런 사회, 예수
그리스도가 다스리는 사회. 그런 천년왕국을 꿈꿨습니다. 십자군은 사실 천년왕국을 자기가 알고 있는 예루살렘에 건설하고 싶어서 간 측면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실 매우 구체적이지 않아요. 도대체 뭐 어디 있는 거야?
-실체가 없는 느낌이에요.
-실체가 없죠.
그래서 토머스 모어 유토피아는 상당히 구체적이고요. 정치적이고요.
그리고 탈 종교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점에서 분명 이전과는 좀 다른 의미의 유토피아관이 여기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도대체 토머스 모어가 이 책을 왜 썼나를 설명을 할 텐데 그러기 위해서는 사실 토머스 모어라는 사람의 삶이 중요하겠죠.
토머스 모어의 직업이 뭘까요?
-그런데 토머스 모어가 제가 금수저라고 들었긴 했거든요.
-맞아요.
-금수저라서 일하셨나요?
-그렇죠, 직업이 되게 훌륭한 직업이 있었습니다. 약간 뜻밖인데 대법관이었어요, 대법관.
-대법관이요?
-대법관? 법 공부한 사람이네.
-법 공부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당대의 지성인이었거든요.
그래서 하원 의원도 했고 런던 부시장도 했고 또 하원 의장까지도 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또 여러 부캐가 있는데요. 저술가, 작가라는 부캐도 있고 이건 약간 의외 부캐인데 가톨릭 성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사람은 1935년에 비오 11세가 토머스 모어를 시성했고요.
성인의 반열에 올렸고 요한 바오로 2세가 정치가의 수호성인으로 이분을 이렇게 인정했죠.
그래서 고 김대중 대통령 있잖아요. 그분이 가톨릭 신자셨는데 세례명이 토머스 모어였어요. 정치인의 수호성인이죠.
그리고 어렸을 때 저분이랑 친구였어요. 바로 누구냐 하면 헨리 8세. 나중에 왕이 되는 헨리 8세.
헨리 8세가 원래 왕이 될 운명이 아니었거든요.
왜냐하면 차남이었어요. 자기 형 아서가 있었는데 자기 형 아서가 왕세자 시절에 죽어요, 비 맞아서.
비만 맞으면 폐렴 걸려 죽고 그런 일이 있었거든요.
-어떤 비를 맞았는데요?
-그냥 비 맞았는데.
-산성비.
-산성비가 있었는지.
-잔인해.
-그래서 갑작스럽게 왕세자가 됐는데 어쨌든 그래서 친구인 토머스 모어 기억하고 있었겠죠.
친분도 있었고 당대 지성이고, 워낙 정치 경험도 많은 분이어서 대법관이라고 번역했는데 일종의 왕의 오른팔 역할을 하게 되는 분이었죠.
그런데 이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 하나 벌어지는데요.
그게 뭐냐 하면 바로 국왕의 이혼 문제였습니다.
-국왕의 이혼 문제요?
-자기 이혼도 아니라 남의 이혼 문제가.
-그러니까.
-왜 그렇게 자기한테 중요했을까요?
-자기가 소개시켜줬나?
-그럴 수 있겠다.
-형이었던 아서가 왕세자 시절에 누구랑 결혼했냐 하면 당시 1500년대 유럽의 강대국은 신대륙 발견 배우셨죠?
그것을 주도했던 스페인이었습니다. 스페인 공주랑 결혼하거든요.
그래서 이게 문제가 되는 거예요. 아버지였던 국왕 헨리 7세가 스페인과의 동맹 관계 문제 때문에 돌려보내는 게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던 거죠.
그리고 왕자와 공주의 결혼은 되게 돈이 많이 오가는 큰 비즈니스입니다.
그래서 받은 돈, 이걸 돌려줘야 해요. 그래서 이 문제 어떻게 해결하지 하다가.
-설마.
-뜻밖의 해결책을 내는데.
-8세랑 결혼해요?
-헨리 8세, 즉 동생이었던 왕세자가 된 헨리 8세와 결혼을 시킵니다.
-형수님이잖아요.
-사랑과 전쟁에나 나올 만한 그런 이야기잖아요.
지금부터 설명할 내용은 사랑과 전쟁을 뺨칠 만한 그런 이야기들인데.
-재밌겠다.
-처음으로 눈을 크게 뜨신 것 같은데.
-그러니까요.
-그래서 결혼을 시킵니다. 헨리 8세가 사실 자기보다 나이도 많은 형수님이랑 결혼하고 싶었습니까마는 왕이니까 나라를 생각해서 그 결혼을 받아들이죠.
지금의 눈으로도 말이 안 되고 당대에도 말이 안 됐어요.
그래서 교황이 특별히 허락을 해 줍니다. 안 되는 예를 교황한테 졸라서 사실은 되게 만들었던 거죠. 그래서 문제가 뭔가?
왕자가 안 태어나는 거예요. 그래서 딸 하나가 태어났습니다. 메리라고, 나중에 메리 1세 여왕이 되는데 그래서 당시에는 헨리 8세가
속한 튜더 왕조가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되는 상황이었어요. 그러니까 아직 왕조의 기반이 약해요.
그러니까 아들이 있어야 해.
아들이 없으면 또 반란도 일어날 수 있고 그러잖아요.
그래서 이게 상당히 왕의 마음을 혼란하게 하는데 그때쯤 헨리 8세의 눈을 끈 여성이 하나 나타났습니다. 많은 경우 또 그렇잖아요, 보면.
그때 나타난 여성이 바로 앤 불린이라는 여성입니다.
-(함께) 앤 불린.
-어떤 거 같아요?
-헨리 8세 취향.
-약간 우리가 아는 영국 여성상과 조금 다르지 않나요?
금발의. 그런 이미지가 있는데, 영국 여성이. 약간 흑발에 되게 갸름한 그런 얼굴상을 가지고 있죠.
-약간 차갑게 생기신 것 같기도 하고.
-차갑게 생긴, 약간 차도녀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요.
그래서 실제로도 되게 좀 달랐던 게 어렸을 때부터 직업이 시녀였어요.
-시녀?
-시녀 하면 우리는 조선 시대 사극이나 무수리 그런 거 생각하지만 당시에는 집안 좋고 교육받은 여성이 봉사하는 전문직이 시녀였어요.
게다가 해외 취업을 합니다. 프랑스 왕실에 가서 시녀로서 오랫동안 해외 취업을 해서 거기에서 일도 하고 돌아온 일종의 신여성이었습니다.
외국어도 되게 잘했어요. 당연히 그랬겠죠. 그러니까 딱 왔는데 헨리 8세 입장에서는 되게 다른 거예요.
약간 교포 필이 나는 암~ 하면서 불어 억양이 섞인 영어도 쓰고 그러다가 되게 생긴 것도 동양적이고 그렇잖아요.
그래서 한눈에 반합니다. 한눈에 반해서 헨리 8세가 자신의 정부가 되어 달라고 해요.
그런데 이걸 앤 불린이 거절합니다. 흥미로운 건 이때 헨리 8세가 이미 누구랑 사귀고 있었냐 하면 앤 불린의 언니와 사귀고 있었어요.
동생일 수도 있어요, 영어로 시스터니까.
-지금 일단 현재 부인이 계시고 그리고 앤 불린이라는 여성에게 반했는데 실제로 지금 또 사귀고 있는 상대는 앤 불린의 시스터.
-그런데 그런 상황이었는데 앤 불린은 이걸 거절해요.
거절하고 그리고 자기는 정식 부인이 되지 않으면 마음과 몸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하죠.
-역시, 역시.
-그런데 이게 또 약간 헨리 8세의 마음을 달아오르게 한 거죠.
-그렇죠.
-이럴 때 오히려 더 이전과는 다르구나, 다른 사람과 다르구나 하면서.
-너 같은 여자는 처음이야.
-그렇죠, 흔히 드라마에 많이 나오는. 그래서 결국은 이혼을 결심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걸 우리가 너무 단순하게 보면 물론 바람나서 새로운 여성이랑 결혼하기 위해서 조강지처 쫓아내는 거지만 사실 왕의 모든 행위는 정치적이에요, 그렇죠?
그가 보기에는 신생 왕조를 더 튼튼하게 세우기 위해서도 아들이 필요한 측면도 있었죠.
그런데 문제는 뭐냐 하면 이혼이 쉽지 않아요.
대부분의 기독교 종파는 이혼을 엄히 금하지만 그중에서 가톨릭이 지금도 상당히 엄하게 금하거든요.
당대에는 더 심했겠죠. 특히나 어렵게 교황의 특별 허가를 받아 결혼한 거 아니에요.
그래서 이걸 앤 불린과 결혼하기 위해서 이혼을 교황청에 이렇게 조심스럽게 청합니다.
그런데 당연히 교황이.
-(함께) 거절.
-거절했죠. 왕비였던 아라곤의 캐서린이라고 하는데요.
이 사람은 어느 나라 공주죠?
-스페인?
-스페인, 힘센 나라잖아요.
그러니까 이걸 허락해 주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또 교황의 심기를 건드렸던 게 근거로 내놓은 게 있어요.
그러니까 이혼도 근거가 있어야 하잖아요.
-이혼 사유.
-이혼 사유가 있어야 하잖아요.
뭐냐 하면 일단 약간 치졸한데 결혼했더니 처녀가 아니었다.
-아니, 그걸 모르고 결혼한 거 아니지 않습니까?
-왜냐하면 결혼할 때 아라곤의 캐서린이 자기는 처녀라고 그랬거든요. 결혼은 했지만 첫날밤을 치르지 않았다고 해서 이게 사실 결혼 허가에 되게 중요한 영향을 끼쳤어요.
-사기당했네.
-자기는 속았다. 사기 결혼이다.
또 하나는 성경에서 레위기를 보면 엄하게 형수랑 결혼을 금하거든요.
성경 말씀에 어긋난다. 상당히 개신교적인 주장이죠. 그래서 이게 교황의 심기를 또 건드립니다.
그래서 허락해 주지 않아요. 그래서 이걸 추진하라고 했던 사람이 토머스 울지이라는 영국의 고위 성직자였는데요.
이 사람이 이 과정 속에서 결국 일을 제대로 못 해서 쫓겨나고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해서 대법관이라고 번역하는 로드 챈슬러라고 그러는데 국왕의
오른팔 역할을 결국 차지하게 되는 사람이 바로 토머스 모어입니다.
이런 국면 속에서 왕의 이혼 때문에 사실은 영국에서 이인자의 자리에 오른 게 토머스 모어였지만 사실 그랬기 때문에 죽음을 당하게 또 다른 계기가 된 게 바로 이 왕의 이혼이었습니다.
그러면 왜 토머스 모어는 죽게 되었는가. 왜냐하면 이게 단순한 이혼이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왜 단순한 이혼이 아니었나 하면 헨리 8세 입장에서는 이혼을 하려면 사실상 교황이 허락을 안 해주기 때문에 남은 방법은 뭐냐 하면 종교를 바꾸는 수밖에 없어요.
가톨릭 신앙을 계속 영국이 갖고 있는 한 사실은 자기는 이혼을 하는 게 거의 불가능해요.
그래서 종교를 바꿉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가톨릭교회는 보편적인 교회라는 뜻이거든요.
예를 들어서 잉글랜드 교회, 프랑스 교회, 독일에 있는 교회, 스페인 교회 모두 가톨릭교회 안에 있는 거예요.
가톨릭이라는 말 자체가 영어로 유니버설과 동의어입니다. 보편적이라는 뜻이에요.
헨리 8세는 여기에서 잉글랜드 교회를 독립시킵니다.
가톨릭교회의 수장이 누구입니까?
-교황?
-교황이죠.
그러면 독립된 잉글랜드 교회의 수장은 국왕이라는 거죠.
그래서 수장법이라는 걸 통과시켜서 잉글랜드 교회의 가장 높은 위치를 차지하는 사람, 수익권을 가지는 사람은 잉글랜드 국왕이라는 법을 통과시키고요.
여기서 더 나아가서 수장법을 안 따를 수 있잖아요.
왜냐하면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영국 국민들은 가톨릭을 믿었어요. 잘 안 따르겠죠.
수장법을 어기는 사람은 반역죄로 다스리는 반역법을 통과시킵니다.
-이혼 좀 하려고요?
-이혼 좀 하려고.
-대단하시네.
-그런데 이걸 이혼 좀 하려고 설명하는 게 틀린 건 아니라 제가 다시 말씀드리지만 왕의 행위는 매우 개인적이면서도 매우 정치적이죠, 그래서
-다른 목적들이.
-다른 목적도 있고 왕권 강화 그리고 또 당시에는 종교 개혁이 상당히 또 대세이기도 했고 교황권 독립 이런 여러 가지 수가 겹쳐서 이런 결정을 했겠죠.
그래서 지금도 영국은요. 잉글랜드 국교회가 있습니다.
그 국교회가 이렇게 해서 시작합니다. 사실은 이게 교회사 안에서 상당히 중요한 변화입니다.
이때까지 사람들이 교회는 하나, 교황이 많이 말했던 게 한 목자 아래 한 양 무리라는 표현을 썼거든요.
이제 그게 더 이상 통용이 안 돼요. 각 국가별로 교회가 독립되는 그 첫 시발점이 바로 이 헨리 8세가 했던 영국 국교회의 독립이었죠.
그래서 반역법 때문에 실제로 많이 죽습니다.
1532년부터 1540년 기간 동안 잉글랜드에서 883명 정도가 체포되고 그중의 380명 정도가 이 반역법으로 처형당합니다.
그래서 이런 피비린내 나는 또 다른 종교적인 전쟁의 싸움이 잉글랜드에서 일어나게 됐던 거죠.
이때 입장이 모호해진 게 바로 모어였습니다.
-입장이 모호해진 모어.
-입장이 모호해진 모어였는데.
사실 토머스 모어라고 국왕과 잘 지내고 싶은 생각이 없었습니까?
-그렇죠.
-개인적으로는 어렸을 때 친구이기도 하고 또 사실 잉글랜드에서 되게 높은 위치에 올라가 있는데.
또 한편으로는 당대의 지식인이자 또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어요.
두 개의 정체성 사이에서 토머스 모어는 고민했죠.
그렇지만 토머스 모어가 택한 길은 국왕에 저항하는 길이었습니다.
-반대를 했군요?
-사실 이 사건 전까지 정말 토머스 모어는 국왕의 오른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국왕에게 매우 협력했고요.
특히 자기의 자리를 이용해서 종교개혁이 잉글랜드에 퍼지지 못하는 데 되게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1531년에는 리처드 베이필드라는 사람이 루터의 책을 배포했다는 제목으로 토머스 모어의 재판을 받고 화형을 당한 적도 있었습니다.
-책 배포한 죄로 사람을 태워 죽인다고요?
-그렇죠, 그 정도로 어떻게 보면 왕국의 질서를 지키는 것, 종교적 질서를 지키는 걸 되게 중요하게 여겼던 사람이었죠.
그래서 국왕의 측근으로서 왕국의 질서를 지키는 데 일조한 토머스 모어였는데 입장의 변화가 생기는 거죠.
1530년에 토머스 모어가 헨리 8세가 부탁해요.
고위 공직자들한테 혼인 무효 요청을 교황한테 할 때 우리 그렇지 않아도 지지하면 지지 서명해 주잖아요.
그걸 요청하고 특히 토머스 모어한테 요청하는데 이걸 모어가 고민 끝에 거부합니다.
1년 후에, 1531년에 아까 수장법 말했죠.
국왕이 잉글랜드 교회의 머리라는 수장법 통과할 때도 이걸 지지하는 걸 거부합니다.
그리고 결국 1532년에 1년 후에는 로드 챈슬러라고 불렸던 대법관직을 사임하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토머스 모어가 지금 잘 보면 어떤 길을 걷고 있습니까?
-죽음의 길을 걷고 있네요.
-죽음의 길을 걷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이게 결코 쉬운 게 아니에요.
-맞아.
-결코 쉬운 게 아니고 인간적으로도 그렇게 쉬운 결정은 아니고 잉글랜드의 가장 높은 고위 공직자로서 그 모든 걸 포기하고 간다는 게 결국 쉽지 않죠.
토머스 모어를 어떻게 보면 자기의 양심에 따라 신념에 따라 행동했던 근대적인 정치인으로 사상인으로 우리가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조금 우리가 깊이 들어가서 살펴볼 필요는 있어요.
무슨 이야기냐 하면 지금 우리가 보기에 헨리 8세는 상당히 왕권을 강화한 사람이었거든요.
왕권 강화가 사실은 좋은 측면도 있죠. 국가를 통합시키고 어떻게 보면 사회 시스템을 갖추고 발전하게 되는 계기.
그리고 종교적 다양성, 이건 너무나 당연하게 좋은 거잖아요.
보통 하나만 믿어보다는 여러 개가 있고 거기서 조화를 이루면 좋아 보이지만 당시 1500년대 초반 사람들에게 국왕이 자기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는 것.
그리고 종교적 다양성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느껴졌을까요?
-약간 교황에 반하는 느낌?
-상상하기 어려운.
-맞아요, 상상하기 어렵죠.
어떻게 보면 교황으로 상징되는 잉글랜드가 오랫동안 갖고 있었던 교회 질서, 사회 질서를 지금 국왕이 무너뜨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토머스 모어는 국가의 수장으로서 법과 질서를 지켜하는 그 국왕이 지금 종교적 질서, 정치적 질서를 지금 파괴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그때의 그는 결국 오랜 고민 끝에 저항하는 것을 결심하게 됐다는 것이죠.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요?
-죽었을 것 같아요.
-그 끝은 좋지 않습니다. 1535년에 결국 감옥에 갇히게 되죠.
옛날에 우리나라 서대문 형무소에 여러 정치범들이 갇혔던 것처럼 런던은 런던탑이라는 게 있습니다.
여기 유명한 사람들 많이 갇혀 있었어요. 예를 들어서 앤 불린도 나중에 거기 들어가고요.
앤 불린이 낳은 딸, 엘리자베스 1세도 런던탑에 갇힌 적이 있거든요.
그리고 사실 법률가잖아요. 처음에 묵비권을 행사합니다.
그러면 너는 수장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잉글랜드 국왕을 잉글랜드 수장으로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사실 여기서는 특별하게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기가 반역 형으로 걸릴 만한 게 없어지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때쯤 등장하는 게 거짓 증인들이죠.
그래서 토머스 모어가 국왕 을 폄하하고잉글랜드 교회의 수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걸 거짓 증인들이 등장해서
결국은 토머스 모어는 유죄 판결을 받게 되고 그리고 사형을 당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보는 것처럼 양심을 지키기 위해, 신앙을 지키기 위해 죽은 사람이어서 당대에도 존경을 받았고 또 가톨릭교회의 성인으로 이렇게 인정받게 되었죠.
그러면 조금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의미로 앤 불린은 어떻게 됐을까요?
-그 차도녀 앤 불린이요?
-풀려났을 것 같은데요?
-앤 불린은 아까 결혼 직전까지 이야기했잖아요.
이렇게까지 해서 결혼합니다, 결국.
-결혼해요?
-결국 잉글랜드 교회가 독립하고 종교개혁이 일어나고 그리고 결혼하고 그리고 약 3년 정도 잘 지냅니다.
그런데 문제는 뭐냐 하면 앤 불린도 아들을 못 낳아요.
여러 번 사산하고 또 이때 유일하게 낳았던 딸이 영국 사람이 지금도 존경하는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죠.
그런데 그건 나중에 존경하게 되는 거고 헨리 8세는 전혀 반가워하지 않았습니다.
헨리 8세 입장에서도 왜 이혼했어요? 그 난리 치고 왜 이혼했어요?
-아들을 못 낳으니까.
-아들 보려고.
-그런데 아들을 못 낳았잖아요. 그래서 점차 멀어지고 둘이 많이 싸우고 또 그럴 때쯤 누가 나타납니까?
-시스터.
-또 다른 여인이.
-또 다른 여인이 나타나죠?
그래서 제인 시모어라는 또 다른 시녀한테 반해서 나중에 결혼하게 되고요.
이 과정에서 결혼하려면 또 죽여야 하잖아요.
그래서 앤 불린은 근친상 간이니,간통이니 이런 말도 안 되는 혐의를 씌워서 결국 런던탑에 갇혔다가 또 앤 불린도 처형당하게 됩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이런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던 사람이 바로 토머스 모어이고요.
그 사람이 썼던 책이 뭐냐 하면 바로.
-유토피아.
-유토피아라는 책이죠.
사설이 길었는데 그러면 여기에서 유토피아 이야기로 한번 들어가 볼게요.
아까 제가 유토피아적 시도가 당시 상황을 반영한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근대로 접어드는 시기, 유럽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는 작품입니다.
국왕이 사실 중세 때는 그렇게까지 힘이 세지 않았어요.
중세 생각하면 떠오르는 게 각 성이 있고 성에 영주가 살고 공주가 있고. 이게 뭘 말합니까? 중앙 집권이 잘 안됐다는 이야기예요,
그렇죠? 이때부터 중앙 집권이 되고 국왕이 전횡을 하기 시작합니다.
상당히 새로운 현상이에요. 그리고 그게 그렇게 바람직하게 보이지 않았죠.
종교개혁, 정말 상상하기 어려운 사건입니다.
1000년간 서유럽의 종교는 하나였어요.
그런데 굉장히 루터가 나타나고 칼뱅이 나타나고 종교가 여러 개가 돼요. 이런 변화가 이 책 서두에 나와요. 지금 사회에 여러 가지 변화가 있어요.
그래서 여기서 주인공이 유토피아라는 책의 주인공이 토머스 모어예요. 놀랍죠?
-자기가 쓰고 주인공으로.
-자기가 쓰고 자기가 나와요.
그런데 이 사람이 직접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라파엘 히슬로다에우스라는 그 선장이 세계 각지를 여행하고 돌아와서 토머스 모어랑 이야기하는 식으로.
처음에 이야기하는 게 뭐냐 하면 도둑 문제예요, 도둑.
혹시 여러분 도둑 당해보신 적 있으세요?
도둑, 이렇게.
-도둑 해본 적.
-해 보셨어요?
-아니, 아니요.
-해봤어요?
-당해본 적 있냐는 말씀이시죠?
-없으세요?
-둘 다 없습니다. 다행히도.
제가 도둑질을 당하지도 하지도.
다행히 없는데 있으십니까?
-수습 어떻게 하시려고요.
-되게 당시 도둑이 많았어요. 잡범부터 시작해서 심각한 도둑까지.
특히 런던에. 그래서 너무 지금 많다. 어제만 해도 당시는 법이 엄했습니다. 도둑질해서 교수형 당한 사람이 20명 가까이 됐다.
-도둑질했는데 교수형을 당한다고요?
-네, 그래서 그런 상황이라는 걸 한탄해요.
토머스 모어와 라파엘이. 그러면서 왜 이렇게 도둑이 많을까?
도둑이 많은 이유는 사실 처음부터 나쁜 사람이 있겠습니까?
-부족한...
-그렇죠. 그런데 그러면 이제 왜 도대체 먹고살기 힘들까, 이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 이야기 할 때 나오는 게 이제 인클로저입니다. 인클로저라는 게 뭐냐 하면요.
영국을 가보시면 제가 보기에 영국이라는 나라는 참 재밌는 게 런던 빼고 거의 시골이에요.
되게 푸르러요, 땅이. 그리고 정말 농지가 많고, 양도 지금도 뛰어다니고 그럽니다. 런던 벗어나면.
그런데 저기 잘 보시면 저기 푸른 녹지에 이렇게 담이 있는 거 보이시나요?
-중간중간에.
-그렇죠?
-저기 나뉘어 있는 거요?
-저런 담이 옛날부터 있었던 건 아닙니다. 중세 때는요.
소유권 개념이 그렇게 발달하지 않아서 너희 집 땅 어디까지야, 하면 저기 보이는 미루나무부터 저기 보이는 우물까지 그런 식이었어요.
그러니까 사실 빈 공간도 있죠. 여기서 가난한 사람들이 농사도 몰래몰래 짓기도 하고.
또 어쨌든 농민들이 자기 땅을 갖고 있거나 아니면 이렇게 차지한다고 해서 땅을 빌려서 농사짓기도 했죠.
그런데 한 14, 15세기 정도 되면서 사람들이 농민들을 쫓아내고 양을 키우기 시작합니다.
-양이요?
-네.
-갑자기요?
-이때 모직물 산업이 발달해요.
-양모.
-그리고 영국은 그냥 밀 같은 거 키우는 것보다 훨씬 더 이익이 되는 거죠.
-수입이 좋았군요.
-그럼요.
-양 키우는 게.
-고기도 있고.
-그래서 한마디로 생존을 위한 농업에서 약간 상업적 농업으로 바뀌게 되는 과정이 일어난 거죠.
그런데 양은 특징이 있어요. 가만히 내버려 두면 자꾸 다른 데를 가요.
-귀여워요.
-그렇죠. 귀여울지 모르나 주인 입장에서는 속이 타죠.
자꾸 얘가 다른 데 가 있고, 옆집에 가 있고.
여기 조금 땅, 저기 조금 땅 있고 하는데 이걸 모아서 자기 땅을 한곳으로 모으고 담을 칩니다.
이걸 담을 친다. 인클로저라고 하는 거예요, 인클로저.
-인클로저.
-담을 치는 거죠. 그럼 어떤 결과가 생길까요?
-거기 틈새시장을 노리던 소작농 같은 분들이.
-맞아요.
-다 쫓겨날 것 같아요.
-그렇죠? 이제 몰래 농사짓던 사람들, 소작농들 다 쫓아내 버립니다.
그리고 거기서 사람이 아니라 이제 양이 살게 되는 거죠.
그럼 그 사람들은 어디로 갈까요?
-도둑이 됐군요.
-그렇죠. 쫓겨나니까 갈 데가 없으니까 도시로 점차 점차 몰리게 되는 거죠.
-도시 입장에서 인구가 갑자기 늘어나는 거고, 주거 공간이라든가, 일자리 같은 게 당연히 충분하게 없었겠죠. 그럼 가족을 데리고 온 그 사람들은 결국 뭘 하게 될까요?
-도둑질.
-도둑질이라도 해서.
-도둑질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인클로저 운동은 큰 틀에서 보면 몇백 년에 걸쳐서 일어난 사건이고 큰 틀에서 영국 경제 발전에 도움을 줬습니다.
농업 분야에서 한마디로 상업적 농업을 하면서 부가 쌓여요.
이 부를 가지고 산업 혁명이 일어났을 때 산업 혁명을 쓸 수 있는 일종의 부의 축적이 있었던 거죠.
-자금.
-이걸 우리가 시초 축적이라고 그러고요.
또 하나, 산업 혁명이 일어났을 때 노동자가 필요하겠죠.
공장에서 일하려면. 잠재적인 노동자 계층이 사실은 이때를 생겨난 거죠.
그래서 거시경제적으로 본 인클로저는 상당히 나쁜 거라고 할 수는 없고 오히려 좋은 거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으나 그 과정 속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은.
-희생이.
-희생되고 고통을 당했던 거죠. 그래서 되게 유명한 말인데.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의 서두에 이런 말이 나오죠.
이제는 양들이 욕심 많고 난폭해져 사람들까지 잡아먹는다. 그러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사실 재화라는 게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재화를 축적하는 건데 재화 생산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참 안타까운 현상이죠.
-아이러니하네요.
-아이러니하죠.
그래서 사실 토머스 모어는 여기서 뭐가 문제냐 하면 부족한 재화를 일부가 가져가는 현상이 문제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이 개인의 재산 소유, 사적 소유가 문제다.
사적인 재산 소유가 문제라는 생각하게 되는 거고, 그리고 사유 재산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제 재화의 정당한 분배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습니다. 만약에 사유 재산이 사라진다면 그 사회는 어떻게 될까요?
-그 사회는 그냥 전체주의?
-사회주의?
-사회주의 같은 그런...
-재산이 사라지면 일단.
-아무것도 안 할 것 같은데요.
-그렇죠. 재산이 사라지면.
-가만히 있어도 주니까.
-내가 죽어라 일해도 그게 내 것이 안 된다면.
-동기부여가 안 되는.
-노동의 의욕이 생기지 않죠. 이게 개인만 문제가 아니라 사회도, 사회경제적으로도 분명히 문제가 되겠죠.
또 어떻게 보면 당시 모어 당시 사람들은 또 어떻게 생각했냐 하면 난민이 만약에 사유 재산이 없어지고 평등해진다면 결국 질서가 무너질 거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들을 나눠요. 이런 맥락 속에서 라파엘이라는 그 선장이 그런데 이걸 참고할 만한 나라가 있어. 한번 우리가 같이 볼까?
제시하는 게 자기가 옛날에 대항해를 하면서 어딘가에서 보고 왔다는 그유토피아입니다.
그래서 유토피아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죠.
유토피아, 그 이야기로 가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너무 재밌어요.
-이제야 유토피아 내용이 나오네요.
-너무 재밌습니다.
-유토피아는 어디일까요? 어딘가 있는 나라입니다.
-어딘가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곳.
-멀리 있는 나라입니다, 그렇죠. 사실 어디에 있다고 말해도 문제야. 그래서 사람들이 찾아가면 어떡해요, 그렇죠?
-맞아.
-그래서 어딘가 있는 섬나라입니다. 신대륙 어딘가 있는 섬나라. 그런데 어딘가 있는지 명확하게 이야기는 안 하지만 되게 구체적으로 그곳을 묘사합니다.
54개의 도시가 있어요. 유토피아 안에.
그런데 모든 도시가 똑같습니다. 또 그 도시 안에 들어가면 그 집이 모두 구조가 똑같아요.
-무서워요.
-별로다.
-그리고 가족은 15명 이내고요. 15명이 넘어가면 강제적으로 분가를 해야 합니다.
-내 가족인데도요?
-이게 중요한 게 경제 단위인 거예요, 경제 단위.
그 가족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 경제 단위를 15명으로 봤고요.
그리고 결혼을 해야 하잖아요. 처녀, 총각이 단체로 맞선을 보거든요.
-단체로, 미팅이네요.
-단체로 맞선을 보는데 더 충격적인 건 모두 나체로 맞선을 봐요.
그러는 이유는 첫 번째로 이혼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혼전 성교 시 사면이 없을 경우에 결혼을 못 하고요. 간통을 하게 되면 처음에는 노예가 되고 또다시 그 짓을 저지르면 사형에 처합니다.
그리고 부부가 이혼하려면 국회의 동의가 필요해요. 그리고 더 나아가 생산 방식도 중요하겠죠.
여러분이 눈치를 챘을 수도 있는데 당연히 여기도 공동 생산을 합니다. 그래서 모든 시민이 하루에 6시간 정도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이 노동이 면제되는 직업이 있어요, 뭘까요?
-종교와 관련된 사람들?
-국회?
-바로 교수들입니다. 학자들.
그들은 정신노동이 노동으로 인정되는 거예요.
-그러면 유토피아에 계셨으면 안 하셨겠네요?
-거기에서는 안 하고 그런데 문제는 뭔가? 문제는 뭔가?
그러면 만약에 학자가 성과를 못 내면 어떻게 될까요?
-그러면 일하겠죠.
-바로 일하러.
-이사해서 일하는 거죠.
그래서 많은 대학교에서 지금 이 제도를 도입할까 이런 고민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뭔가? 대체 뭘 위해서?
-도둑 없애려고.
-도둑 없애려고요?
-불평등을 없애기 위해서?
-불평등을 없애기 위해서.
불평등을 없애는 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갑니다.
공동 생산에서 공동 분배하는 거에서 넘어가서 사실은 이 사회의 시민들은 지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그러한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모두게 이렇게 공동 노동을 하는 이유는 사실은 나중에 공부할 수 있는 여유 시간을 갖기 위해서예요.
물질적 평등을 넘어서 그것보다 상위에 있는 그러한 가치인 지적인 쾌락을 사람들에게 주기 위함이죠.
그래야 사람들에게 공부할 시간이 생기고 실제로 이 나라에서는 노동이 끝나고 모여서 마을 회관 같은 데 모여서
모든 시민들이 교양 강의 듣고 그리고 공부하는 그러한 것이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보셔서 알겠지만, 상당히 전체주의적인 성향이 보이죠.
개인의 자유, 개인의 독특한 그런 것들이 전혀 존중받지 않는 사회죠.
그런데 꼭 토머스 모어 아니어도요.
많은 유토피아관이 이런 모습이 보입니다.
-뭔가 유토피아가 낙원 같지 않고 무슨 수용소처럼.
-수용소 느낌.
-맞아.
-느낌이 나네요.
-군대인데, 군대.
-그렇죠, 거의 군대죠?
사실 토머스 모어만 이렇게 그린 게 아니라 많은 유토피아관이 약간 전체주의적 성향이 있어요.
플라톤이 그렸던 그런 유토피아도 철학자의 지도 아래 시민들이 철저하게 교육받고 훈련되는 그런 사회를 그렸었죠.
그래서 케이 포터라는 학자는 유토피아가 일종의 전체주의적 설계라고 이렇게 해석을 한 바도 있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 보면 유토피아는 기본적으로 사회 프로그램이에요.
사회, 공동체의 개선 프로그램입니다. 그거 아세요?
제가 아까 서두에 저희가 만났던 학생이 너에게 유토피아가 뭐니? 나는 틀어박혀서 그냥 3박 4일 게임만 하는 게 유토피아라고 하잖아요.
걔는 아무리 노력해봤자 사회를 개혁하지 못합니다. 그런 애들 우리가 덕후라고 그러죠, 그렇죠?
그런데 만약에.
-뼈 때리지 마세요.
-그런 애들이 30명이 모여있다?
그러면 그런 게임 마니아들의 유토피아인 거예요.
-그렇네요.
-유토피아는 어떻게 보면 공동체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전체를 위한 계획.
이거 자체가 사실은 개인의 자유, 개인의 독특성이 부정당할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꼭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가 아니더라도 다른 유토피아관에서도 이런 전체주의적 성향이 많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이런 전체적인 지배, 억압, 이런 것들이 어떻게 표현되느냐, 어느 정도까지 표현되느냐에 따라서 사실 어떤 유토피아는 행복한 유토피아로
그려지고, 어떤 유토피아는 디스토피아처럼 그려지고 하는 것 같아요.
재밌게 들으셨죠?
-너무 재밌어요.
-토머스 모어 유토피아는 실제로 책을 읽어도 그냥 넘어갑니다. 그렇게 두껍지 않고요.
-얇은 책 좋아하거든요. 그림 많고.
-그림이 많지는 않은데. 꽤 재밌게 넘어가고 중간중간 삽화도 꽤 재밌어요.
그런데 이 책이 그렇게 재밌게 넘어가는 책이어서 중요한가?
그건 아니겠죠. 근대적 유토피아의 특성이 보이기 때문에 역사적인 중요성을 갖는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근대적 유토피아가 뭔지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중세적 유토피아의 특징을 이야기해야겠죠.
예를 들면 그런 거예요. 중세에는 천년왕궁 운동이 많았습니다.
8세기에 알데베르라는 사람은 처음에는 정말 빈민들의 성자처럼 여겨지다가 나중에는 자기가 메시아라고 그랬어요.
-스스로 메시아라고?
-또 그들의 공동체를 만들고 또 아시죠?
그다음에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고.
그다음 11세기 브르타뉴의 에온이라는 사람도 자기를 자칭 메시아로 택한 바 있었죠.
당대에도 일반 민중의 버전에서 유토피아를 추구하던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끝이 좋지 않았죠. 우리가 흔히 한 1500년대부터 근대라고 이야기하는데 이건 우리의 생각이고 너무 현대적인 생각이고 당대인들에게는
중세와 근대가 혼돈된 세계예요. 상황이에요.
-과도기.
-과도기죠, 일종의. 그래서 당대에도 이런 모습들이 많이 나타났습니다.
모어가 살던 시대는 칼로 무 자르듯이 명확하게 어제까지는 중세, 이번부터는 근대 이런 게 아니에요.
중세, 근대적 요소가 혼재된 그런 시기와 사회였죠.
그래서 사실 토머스 모어는 이런 시대 속에서 영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바.
즉 근대 사회가 어찌해야 하는지를 사실은 그는 보여주었던 것이죠.
토머스 모어는 여전히 대중이 중세적 천년왕국 운동을 지속하는 상황 속에서 구체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있고 이성과 법이 지배하는 그런 사회를 제시했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이는 당시의 여러 유토피아를 관통하는 특징입니다.
프랑수아 라블레라는 사람이 비슷하게 1543년에 모어보다 약간 늦게 유토피아 관련 책을 쓰는데요.
제목이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인데 텔렘 수도원이라고 해서, 그러니까 이 수도원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되게 구체적으로 계획들이 나와요.
또 조나단 스위프트는 걸리버 여행기를 쓰죠.
걸리버 여행기도 잘 보면 이것도 유토피아잖아요.
-거인국, 소인국.
-그렇죠, 릴리펏이라는 소인국.
그리고 심지어 떠다니는 나라도 있어요.
-떠다니는 나라?
-공중에 떠다니는.
-뭔데요?
-아실 거예요, 라퓨타.
-라퓨타.
-천공의 성.
-일본 애니메이션.
-그것도 그냥 갖고 온 게 아니라 여기서 갖고 온 거죠.
그래서 잘 보면, 잘 생각해 보면 이 당시에 이런 소설들이 많이 나오는 이유가 또 있는 거죠.
상당히 구체적인, 사람은 언제나 꿈을 꿔요.
유토피아 책을 써야지 한 건 아닐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 당시 근대적 지식인들이 꿈을 꿨을 때 상당히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이렇게 그 당시 꿈을 꾸고 그렸던 것은 분명 중세와 구별되는 특징입니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자체는 앤 불린 사건보다 10년 더 전인 1516년에 쓰였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나타난 모어의 유토피아관을 이해했을 때 왜 토머스 모어가 그렇게 행동했는지를 우리가 알 수 있죠.
그는 일단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가톨릭 수호성인으로 지금도 존경을 받겠죠.
하지만 동시에 엄정한 법, 철학, 교양,민중의 그리고 민중을 교화할 책임을 느낀 그런 근대적 이상 국가를 지향하던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의 꿈이 유토피아라는 책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그가 살았던 시기는 오히려 종교개혁의 영향으로 민중의 유토피아 건설 시도가 활발하게 나타나던 시기입니다.
그래서 그는 국왕 헨리 8세가 전례를 깨고 전횡을 일삼고 종교적 질서를 파괴할 때 오히려 사회 질서를 수호해야 할 국왕이 사회적, 종교적 질서를 깨트리는 방향의
그러한 일을 벌일 때 여기에 따를 수 없었던 것이죠.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분명 신앙이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그가 느꼈던 지식인으로서의 양심, 책임, 이게 또한 더해졌을 때 그는 결국 순교자의 길을 가는 것을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게 토머스 모어의 종교관과 더불어 유토피아관을 통합해 봤을 때 이 지식인이 왜 죽음으로 가는 길을 택했는지 우리가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또 여기에 우리가 근대적인 유토피아관이 이런 거구나를 알 수 있는 그러한 실마리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오늘 고전 유토피아와 함께 그 당시 영국의 역사까지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선장님, 그렇다면 오늘 강의 딱 한 마디로 정리해 주시죠.
-꿈꾸는 건 의미가 있습니다. 많은 경우 안 이루어지죠.
그러나 꿈꾸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고 또 꿈을 꿨기 때문에 무언가 해보는 거 자체가 의미가 있고 생각보다 또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 꿈을 꾸는 그러한 사람들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N분들이 들으면 좋으실 만한, 꿈꾸는 건 뭐든지 다 의미가 있다. 좋습니다.
오늘 한마디씩 어땠는지 한번 들어볼게요, 인욱 씨.
-유토피아라는 게 사실 좀 약간 꿈이잖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그래서 너무 상상 속에서 행복한 것만 생각했는데 또 다 이렇게 똑같이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유토피아가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해서 그냥 현실을 살아가려고.
-그렇죠.
-나름 심오한 답변이에요.
-신기한 게 저는 생각이 좀 비슷했습니다, 사실.
아까도 말했지만 유토피아라고 생각했을 때 뭔가 문제가 또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지금 살아가는 이 복잡한 세상 자체도 보는 관점에 따라서 유토피아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모두 다 일률적일 필요 없고 모두가 다 다른데도 그 안에서 각자 행복을 찾고 빛을 발할 수 있으면 이것도 유토피아다.
-오늘 정말 유토피아에 대해서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선장님 덕분에 또 하나의 지식 도감 완성해 봤고요. 그럼 다음 주도 지식 항해 떠나 보도록 하겠습니다.
외치면서 끝내볼게요. 다음 주에도 찾아라.
-(함께) 보물지도.
-오늘은 정말 그야말로, 여행, 트레블.
-트러블.
-죄송합니다. 아무튼 그와 관련해서 떠날 거거든요. 바로 선장님 모셔보도록 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이탈리아는요. 전 세계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가장 많은 나라이기도 해요.
역사 여행은 그렇게 썩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보였는데.
-정답.
-바다도 있고 끝없이 펼쳐진 평야도 있고 또 북쪽으로 가면 알프스가 있어서 취향껏 즐기실 수 있는 그런 나라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로마 가고 싶어 지십니까?
-너무 가고 싶어져요.
사이트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