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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스페셜 - 농부의 마음으로 봄

등록일 : 2025-05-26 17:03:56.0
조회수 : 67
-(해설) 농부의 마음은 그렇습니다.
손주 재롱이나 보며 살자고 다짐했지만 어쩔 수 없나 봅니다.
화창한 날에는 파종이 잘 될 것 같아 서둘러 땅을 일구죠.
힘들다, 힘들다면서도 때가 되면 밭으로 나와 손수 하나하나 씨앗을 심고 있죠.
꽃이 찬란하게 피는데요.
농부의 마음은 또 그렇습니다.
계절이 지나는 속도보다 내가 키우는생명들의 성장 속도가 더 빠르게 느껴지죠.
농부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이 계절은 그렇습니다.
소백산 자락의 산골 마을.
맑고 깨끗한 풍경과 인심이 넘치는 이곳에도 생동하는 봄이 찾아왔습니다.
동네에서 금슬 좋기로 소문 난 노부부.
이 댁에는 두 분이 아끼는 복덩이가 있다는데요.
-예뻐. 예뻐. 예뻐.
-한 20년 쓴 거예요, 20년, 이게.
이 기계는 무슨 일이 있을 때 슬슬 손절해면서 써야 해요.
-(해설) 할아버지가 애지중지 아끼는 이 경운기가 복덩이인가 했는데 아니랍니다.
노부부의 복덩이는 마당에 있다는데요.
-얘가 우리 복덩이예요.
-(해설) 할아버지가 14년째 키우는 이 일소가 바로 복덩이랍니다. 그래.
잘 먹었어? 잘 먹었네.
-(해설) 복덩이가 할아버지 손길을 유난히 좋아하는데요.
-복덩이 긁어줄까. 시원하다. 우리 복덩이 시원하지. 시원하지.
-(해설) 복덩이와 할아버지가 처음 만난 건 14년 전.
태어난 지 3개월 된 아기 송아지를 집으로 데려와 일소로 키웠는데
할아버지는 지난 50년 동안 일소로 농사를 지었고 복덩이가 7번째 소입니다.
농기계 살 돈도, 면허증 딸 돈도 아껴가며 아들 삼 형제 대학 공부까지 다 시켰다는 황수만 할아버지.
힘든 시절을 복덩이와 함께 지나왔습니다.
-이것 먹고 산책하자.
-(해설) 겨우내 축사에서 지낸 복덩이는 몸이 많이 무거워졌는데요.
-복덩이 맛있게 먹고 또 산책 가자. 그렇지. 복덩이 가보자.
-(해설) 일손은 봄철 농사일을 하기 전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을 키워야 하는데요.
-복덩아.
-(해설) 그때가 지금인 겁니다.
-오늘도 밥 먹었으니까 가자.
-저거 걸고 가지.
-그럼, 그래야 운동이 되지.
-우리는 집 봐야지.
-가만히 있어.
-(해설) 복덩이를 위한 운동 기구도 따로 있는데.
-이게 소 운동 기구래요, 이게. 저리로 가.
-(해설) 통나무를 손수 깎아 복덩이 체구에 맞게 만들어줬습니다.
-됐다. 됐어?
-운동 잘하고 와.
-그래, 가자.
-운동을 자꾸 해야지.
-밥값을 해야지.
-(해설) 마실삼아 또 운동삼아 할아버지와 복덩이가 길을 나섭니다.
산골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이맘때 일소와 함께 꼭 해야 하는 일과이기도 하죠.
복덩이와 할아버지가 서로의 호흡에 맞추어 한 길을 갑니다.
-천천히 가.
-(해설) 할아버지와 복덩이에게는 익숙한 길이지만 요즘에는 보기 드문 낯선 풍경.
세월의 풍경은 달라져도 할아버지와 소는 묵묵히 이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존재였죠.
서로가 서로의 곁을 지켜왔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봄.
할아버지와 복덩이가 마을 한 바퀴 운동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우리 복덩이 수고했어요. 이제 오늘은 쉬어. 이제 쉬어.
-쉬어, 가자. 운동을 해야 다리에 힘이 오르지.
들어가. 들어가자. 수고했어.
-수고했어.
-운동을 시켜야 일을 하지.
-오늘 수고했어.
-말은 잘 들었어?
-말은 잘 들어.
-소가 말을 잘 들어.
-그럼, 아주 복덩이지, 그러니까.
-복덩이 데리고 다니면서.
-(해설) 어려운 살림에도 자식들만큼은 부족함 없이 키우고 싶었습니다.
노부부는 자식 농사를 위해 차나 농기계도 사지 않고 알뜰살뜰 저축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산골 마을에서 일평생 일소로만 농사를 지어온 것도 그 이유였죠.
-여기 큰아들, 둘째, 막내. 대학원 나올 때 셋하고 우리 둘하고 찍은 것.
-이거는.
-결혼식 때. 이게 한 줄에 한 집 식구.
-지금은 애들도 다 잘 살고 자기들 밥벌이 다 하고.
열심히 사니까 지금 같으면 행복하고 말고죠.
아끼고 아끼고 해서 이거 지금 다 산 거예요, 우리가.
-이 집을 제일 먼저 사고 그다음에 이거 두 번째 사고.
-이것도 집 있었어, 여기도.
-여기도 집 한 채 있었어요. 그리고 세 번째로 이거 사고.
네 번째로 이거 사고. 그래서 이 터도 하나하나 몇 년에 하나씩 샀어요.
-(해설) 노력의 크기만큼 행복도 늘었습니다.
-다 큰 거야. 여보, 우리 복덩이하고 우리 한창 내가 한 50, 60대는 복덩이하고 농사를 1만 3000평 지었지, 그렇지?
복덩이 이리 와 봐.
-복덩이도 다 알아 들어.
-복덩아 그렇지. 앞으로 나하고 생사고락을 다 하자.
-올해 또 농사 잘 지어야지.
-그렇지.
-그래야 콩깍지도 많이 주지.
-(해설) 며칠 새 산골 마을에는 봄이 더 스며들었습니다.
유난히 할아버지의 경운기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옵니다.
오늘은 복덩이가 밭으로 가는 날입니다.
-너도 밥벌이해야 하고 나도 밥벌이해야 하고.
-일하자.
-이제 봄이 됐으니까. 그래. 가자. 가. 잘 따라와.
-(해설) 올해도 약속처럼 농사철이 왔죠.
-(해설) 노부부와 복덩이가 올봄 처음으로 농사를 지으러 갑니다.
복덩이 걸음걸이에 할아버지 경운기가 속도를 맞춥니다.
누군가 말했던가요?
봄은 다시 살아가는 약속이라고. 노부부와 복덩이는 그 길을 함께하는 중입니다.
-저, 저, 저.
-내려서. 워, 워.
-가자. 일어.
-(해설) 길가에 자리한 길고 비좁은 밭.
복덩이의 밭갈이로 한 해 농사가 시작됩니다.
삶을 일구듯 땅을 부지런히 일굽니다.
사람 나이로 치면 60대는 되었을 복덩이가 게으름 한 번 피우지 않는데요.
고구마, 고추, 콩, 옥수수.
부부가 복덩이와 함께 거두는 농작물만 해도 10가지 이상.
자식들과 사시사철 나누는 삶을 살게 된 것도 그저 감사하답니다.
복덩이가 지나는 길을 따라 할머니가 손발을 맞춰 비닐을 씌웁니다.
노부부와 복덩이. 이 환상의 조합이 아니라면 이제 농사일은 엄두도 못 낼 정도가 됐죠.
-(해설) 오전 내 메고 있었던 멍에를 풀고 복덩이가 오늘 할 일은 끝이 났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말 잘 들어. 예뻐, 고맙고.
-앞으로 계속 오늘처럼 말 잘 들어.
-건강하게 잘해, 일. 예뻐라. 예뻐라.
-알았지?
-(해설) 복덩이가 밭을 잘 갈아주었으니 부부는 남은 일들을 더 해볼 생각입니다.
부부는 매년 조금씩 일을 줄여가고 있는데요.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제는 농사일이 힘에 부치기 때문이죠.
농부의 마음은 그렇습니다.
복덩이와 함께하는 봄이 더 오랜 시간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죠.
꽃의 계절. 흐드러지게 핀 꽃길은 야트막한 산자락으로 이어집니다.
사방으로 꽃들이 피어나는 꿀벌농장입니다.
600여 개의 벌통이 줄지어 들어선 산속.
봄을 맞아 벌들의 움직임이 왕성한데요.
일벌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여왕벌은 산란을 하며 세를 확장하는 시기.
지금을 잘 준비해야 여름에 맛있는 꿀을 얻을 수 있죠.
-(해설) 수많은 꽃들을 찾아 벌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계절.
이맘때부터 양봉 농가도 바빠지는데요.
4년 전 괴산으로 내려와 양봉 일을 하는 청년 농부 박혁진 씨.
또래들이 취업 준비를 할 시기에 혁진 씨는 양봉 농장의 대표가 되었죠.
-얘들 괜찮은데.
-(해설) 혁진 씨는 이곳에서 꿀을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차별화된
비법으로 여왕벌 애벌레를 키워내는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해설) 이맘때 벌들의 먹이나 집의 크기 등 환경을 어떻게 조성하느냐에 따라 여왕벌 생산 숫자도 달라지게 되죠.
-원래 기본적으로는 다 이렇게 빈 것처럼 생기는데 저희가 작업을 해줬을 때 잘되면 이렇게 다들 벌들이 이렇게 만들어 준 거거든요.
-(해설) 이맘때 활발한 활동으로 벌들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난 벌통도 많은데요.
-(해설) 벌통을 2층으로 올려 벌들이 더 왕성하게 활동하도록 집을 넓혀주기도 합니다.
-곧 산란이 다 끝나서 막혀져 있는 봉판. 번데기 판이라고 하는데 이거를 주로 올려주고요.
-(해설) 봄철 벌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면 2층으로 확장하는 벌통의 숫자도 점점 늘어나겠죠.
4년 차 농장을 이끄는 대표 혁진 씨.
아버지와 같이 농부가 되고 싶었던 아들은 대학에서 양봉을 전공하고 괴산으로 내려와 대를 잇고 있습니다.
-(해설) 꽃내음 가득했던 꿀벌 농장에 흙 내음이 가득합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벌들의 움직임이 적어 벌통 주변이나 농장 곳곳을 청소해 줍니다.
청년 농부 혁진 씨는 비 오는 날에도 쉴 틈이 없다는데요.
산속 농장이 아닌 읍내 사무실로 나왔습니다.
이곳은 농장에서 생산한 꿀을 제품으로 연구하고 판매와 홍보도 이루어지는 곳인데요.
고등학교 동창생이 함께하고 있죠.
-좋은 소식이긴 하네. 해결 방법을 좀 찾았네.
확실히 보면 해외 것들이 편리하게 나오는 게 많더라고.
소비자가 쓰기 편하게끔 그래서 앞으로도 우리도 좀 그쪽 방향성으로 나아가려고 한번 보자고.
이 꿀은 저희 농장에서 직접 생산한 아카시아꿀로 담은 건데 용량은 한 250g 정도 됩니다.
1인 가구나 혼자 구매하시는 분들이 제일 좋아하시는 사이즈고요.
그리고 이 위에는 1260g이라고 우리 기존에 크게 꿀단지 드시던 분들이 이거를 많이 사 가세요.
그래서 이것도 튜브형으로 좀 편하게 드실 수 있게끔 만들어 놨습니다.
저희가 작년에 생산한 꿀인데 저희 꿀 진짜 맛있거든요.
-(해설) 꿀을 담는 편리한 용기와 각계각층의 기호를 고려한 용량까지 청년들의 아이디어가 더해지는데요.
꿀맛 그대로를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차나 디저트 등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죠.
-나는 약간 너무 진한 것보다 이렇게 슴슴한 게 향 느끼면서 먹기도 좋은 것 같아.
꿀 꽃차처럼 이렇게 할 수 있게끔 키트 만들면 잘 팔릴 것 같은데.
-(해설) 60대 이상 노년층의 농부가 대부분이라는 양봉 농가에서 청년들과 함께 젊은 바람을 일으키고 싶다는 혁진 씨.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는 홍보와 마케팅인데요.
-이래도 좋을 것 같아, 지금 그냥 사이즈를 두고.
-(해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 피드백들도 있고.
-(해설) 다시 화창한 아침. 오전부터 농장에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여왕벌 애벌레를 분양받기 위해서인데요.
바로 어제까지도 혁진 씨가 벌통을 살펴 가며 공들여 키운 거죠.
올봄 여왕벌의 비상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틀 넣은 지 얼마나 됐지?
-(해설) 봄날의 꿀벌 농장은 배움의 열기로 뜨겁습니다. 혁진 씨의 대학 후배이자 실습생들인데요.
-안에 넣어서 바로 잘 붙었지? 이게 격리 판 하나의 차이야.
여기 구멍 뚫린 데 안에 보여? 일벌 애벌레들 있는 거?
-(함께) 네.
-원래 이 판 자체가 다 여기 먹이장처럼 다 막혀 있었어.
그런데 지금 보면 가운데가 뚫려 있잖아.
그게 여왕벌이 올라와서 산란을 하려고 지금 여기 벌들이 청소를 해 놓은 거야. 보여?
여기 있다, 큰 놈. 지금 여기 여왕벌이 올라와 있네.
여기 벌들이 청소해 둔 공간에 여왕벌이 지금 산란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네.
이런 거 보면서 여왕벌들이 산란을 하고 벌들의 생육이 올바르게 이루어지고 있구나를 미리미리 판단하는 거지.
엄청 맛있겠지?
-(해설) 올봄 첫 꿀을 맛보는 기회도 생겼습니다.
-이게 벌집 꿀이야.
-(해설) 젊은 사람 찾기가 힘들다는 양봉 농장에서 청년들의 미래도 이처럼 달콤하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진짜 맛있다. 내가 만든 거라 그런지 더 맛있네.
-너무 맛있는데요.
-정말 좋습니다.
-(해설) 달콤한 꿈을 안고 농촌으로 온 27살의 청년.
꿀벌이 살기 좋은 세상은 사람도 살기 좋다고 굳게 믿고 있는데요.
꿀벌과 사람의 달콤한 공존을 꿈꾸는 청년 혁진 씨.
그의 봄은 어떨까요?
-(해설) 벌들이 꿀을 채우듯 희망을 채워 가는 청년 농부들. 이들의 달콤한 봄을 기대해 봅니다.
-(함께) 파이팅!
-(해설) 괴산의 산골 동네. 봄이면 다양한 농작물이 산이며 들판을 수놓습니다.
이곳에서 고향 외갓집의 모습처럼 익숙하면서도 조금은 낯선 풍경을 만나는데요.
각양각색의 씨앗들이 걸려 있습니다.
-(해설) 이곳은 토박이 씨앗을 지키고 키우며 나누기도 하는 공공 농장인데요.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이자 농부인 안상희 씨가 농장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봄이면 이곳에 씨앗을 뿌려 싹을 틔우는데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닙니다.
발품을 팔아가며 개인이나 단체, 기관에서 모아 온 귀한 토박이 씨앗들이죠.
1년에도 수십 가지의 씨앗을 심고 거두는 이 농장에서 비닐하우스는 보물창고와도 같은 곳인데요.
모양도 이름도 사연도 각양각색입니다.
소의 뿔처럼 자란다는 쇠뿔가지, 꽃이 늦게 피어 오래 따 먹을 수 있는 노란
상추, 껍질이 부드럽고 쓴맛이 덜하다는 조선오이, 조선파는 한겨울에도 파릇파릇 자란답니다.
-(해설) 계속된 기후 위기 속에서도 씨앗은 기어이 결실을 만들어내죠.
그동안 모아온 씨앗들을 보관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씨앗 보관소인데요.
-(해설) 온도는 영하 18도 이하, 습도는 40%.
씨앗을 유지하는 최적의 환경이라고 하는데요.
12년 전 구한 씨앗도 바로 올해 싹을 키울 수 있을 정도로 잘 보관돼 있죠.
한 알의 씨앗은 곧 하나의 생명.
수많은 생명의 이야기가 흐르고 흘러 씨앗을 키우죠.
-(해설) 토박이 씨앗으로 키운 파들이 쑥쑥 자랐습니다.
이 파트만 해도 세 종류의 파가 자라고 있죠.
가늘고 키가 크며 추위에 강한 조선파.
잎이 삼 단으로 자라는 삼동파.
가늘고 달래 모양을 닮았다는 달래파.
이 파들은 지난해 봄 파종해 월동을 한 다음 다시 봄을 맞아 출하하는데요.
알면 알수록 놀랍죠.
이렇게 우리 씨앗은 우리나라의 기후나 환경에 적응해 생명력이 강합니다.
-(해설) 작년에 수확해 둔 씨앗도 하나둘 꺼내놓습니다.
봄에 씨앗을 심기 전 해야 할 일이 있죠.
-씨앗을 좋은 걸로 골라서 심어야 해서.
-(해설) 강낭콩인데요. 밭에 심기 전에 덜 여문 것이나 싹이 난 것, 상한 것 등을 일일이 살피고 손으로 하나하나 골라냅니다.
-무늬가 이렇게 확실하게 나타나는 게 있잖아.
그런데 하얀 거는 무늬가 안 나타나잖아, 덜 여문 거라고, 그렇지.
그런데 아주 옛날에 제가 어렸을 때는 이런 게 아니었고 더 톨이 굵고 색깔도
주황색 색깔이 나는 거 그런 거 썼는데 지금은 그 씨앗을 못 구하겠더라고.
그것도 한번 구해봐야겠어.
-(해설) 어린 시절 흔하게 봤던 강낭콩도 사라져가는 씨앗 중의 하나가 될지 모르는데요.
그러기에 우리 씨앗을 지키는 노력은 더욱 소중한 일이죠.
잘 고른 강낭콩을 가지고 밭으로 나왔습니다.
열흘 전 비닐을 씌워 수분을 잘 보관하고 있는 밭에 강낭콩을 심는데요.
가장 좋은 날을 택해 파종 작업을 이어가죠.
강낭콩은 한 번에 세 알 정도 심어주는데요.
한 알은 하늘을 나는 새, 한 알은 땅속의 벌레 그리고 한 알은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하죠.
-(해설) 이 세상 누구도 혼자 살 수는 없기에 씨앗은 하늘과 땅, 사람을 마음에 새기면서 심는다고 하죠.
농부의 손길에도 그 마음이 묻어납니다.
이곳에서 재배한 농작물들은 매 끼니 맛있는 음식으로 함께 나눕니다.
봄의 향기를 가득 머금은 달래파로 만든 장이 입맛을 돋우네요.
-이거는 토종 무가 작년 가을에 수확했던 게 많으니까 얼마 전에 이걸로 섞박지 담갔어요.
이것은 토종 쌀인데요. 두 가지 쌀이 섞여서 도정이 됐대요. 가위찰벼하고 돼지찰벼.
-(해설) 쌀 한 톨에 농부는 일곱 근의 땀을 흘리며 88번의 손길을 거친다는데요.
그렇기에 한 끼 식사는 단순히 먹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담기는 거겠죠.
토박이 씨앗으로 농사지은 쌀과 채소들로 건강한 한 끼가 차려졌습니다.
개량된 농산물에 입맛도 길들여지는 요즘.
토박이 재료로 차려낸 밥상으로 잊고 지냈던 맛과 식감도 되살아납니다.
-(해설) 우리가 먹는 것은 곧 우리가 사는 것.
계절마다 하는 농사일을 하고 씨앗에서 씨앗을 받으며 건강한 삶을 만들어가는 이 농장.
많은 사람이 이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옥수수.
-선생님이 좋아하시는 쥐이빨옥수수.
-쥐이빨옥수수.
-쥐이빨옥수수는 꼭 넣어야 한다?
-네.
-(해설) 오늘은 농장에 환경교육센터 선생님들이 찾아왔습니다.
우리 씨앗과 곡물의 가치를 알리는 전시를 준비하며 안상희 대표를 찾았습니다.
250여 가지의 토박이 씨앗이 있는 보관소의 문이 열렸습니다.
교육 현장에 무료로 기증하기 위해서입니다.
-수수가 꼬부랑수수.
-(해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씨앗들을 골라 미리 전시를 준비해 보는데요.
-작은 개골팥.
-(해설) 이름도 모양도 색깔도 다양한 토박이 씨앗들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아이들.
작고 여려 보이지만 씨앗이 자라듯 아이들의 생각도 크고 다양하게 자라겠죠?
안상희 대표의 마음속에도 자라는 나무가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작은 묘목으로 만나 울창하게 드리운 농장 어귀의 느티나무입니다.
-저보다 나이 적어요. 이게 올해 환갑입니다, 나무가 환갑. 잘 자라고 있습니다, 이 나무.
-(해설) 여리고 작았던 나무가 파릇파릇 싹을 틔우고 60년 세월 봄을 맞으며 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씨앗을 지키는 일도 이 나무와 같을 겁니다.
-(해설) 농장이 다시 분주해졌습니다. 논을 평평하게 하는 작업이 한창인데요.
못줄로 길이를 재가며 모판의 넓이에 맞게 고랑을 만들고 땅을 다져나갑니다.
이 방식으로 농사를 짓던 아버지를 보며 배운 기술이지만 행여 사라질까 해마다 반복하며 전통 농법을 지켜가고 있죠.
농사 기법 또한 토박이 씨앗과 같아서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사라질 고향의 풍경 어찌 보면 안상희 대표는 농사로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얼마 남지 않은 농부가 될지도 모릅니다.
기계 대신 평평한 판을 대고 한 발, 한 발 균형을 잡아가며 못자리를 고르는 이 작업도 사라져가는 풍경 중의 하나죠.
-이것을 번지 친다 그래요, 번지. 이게 번지거든요, 이름이.
이게 써레 뒤라고 써레 뒤에서 달고 갖고 다니면서 논을 평평하게 고르는 거거든, 모심기 전에.
그래서 이것을 번지라고 그래요.
-(해설) 한 걸음을 떼고 논을 고르고 또 다른 발로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 보폭도
딱 맞고 마치 기계가 지나간 듯 못자리가 완성이 되죠.
농사에 깃든 선조들의 지혜는 경험할 때마다 놀랍습니다.
-이게 궐라도라는 거잖아요, 이게. 벼 색깔이 일반 색깔하고 좀 다르잖아요.
일반 색깔은 다 이렇게 노란, 거의 노란데 여기는 진주황 비슷하게.
-(해설) 농부가 다시 씨를 뿌립니다. 토박이 씨앗을 지키며 10년 넘는 세월 반복해 온 일이기도 하죠.
이렇게 40일 정도가 지나고 모종이 파릇파릇 올라오면 모내기가 시작될 텐데요.
한 해 농사를 시작하며 봄을 마주한 농부의 마음은 어쩌면 그런 것.
살아온 생명이 움트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이 땅에서 더 큰 행복이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
농부의 그 마음이 닿기에 땅은 풍요로워지고 계절은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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