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그림찾기

숨은 그림찾기 - 세월의 시간을 그리다 '하미화 작가'

등록일 : 2023-11-30 10:17:14.0
조회수 : 344
-(해설) 우리 지역에서 만나는 미술 이야기.
숨은그림찾기.
오늘은 변두리 동네의 기억을 특유의 방식과 구도로 표현 중인 하미화 작가를 만나봤는데요.
그녀의 다양한 작품 이야기를 함께 살펴봅니다.
빛났던 시간, 그 아련한 기억을 그리며 화려하지도 빛나지도 않는 세월의 풍경을
담담하게 표현 중인 하미화 작가.
-작가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작가님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회장에서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작품이 쭉 걸려있는데 풍경이 주를 이루는 것 같아요.
풍경을 주제로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원도심 풍경들이 하나씩, 둘씩 도시화, 산업화에 의해서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사라져 가는 그 주택에 대한 예전에 빛났던 시간들, 그 속에 살았던 사람들,
또는 생명체들에 대한 그 느낌을 주택을 통해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같은 풍경 작품이라고 해도 초기, 중기, 그리고 현재의 작품이 차이가 좀 있을 것 같은데요.
차례대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초기의 작품 같은 경우에는 좀 약간의 현대사회의 고민?
이런 것들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맞아요.
그 당시 때가 제가 제일 처음 전시했던 게 2001년 작품이었고요.
그때는 1997년 IMF를 막 지나서 밀레니엄 2000년대를 맞이했는데 겉으로는
대한민국이 외형적으로 성장하는 듯했으나 IMF 때 도미노처럼 쓰러졌던 많은,
수많은 개인은 일어난 사람들도 있겠지만 무너진 채로 그대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면서
제가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습니다.
그때 그 느낌을 작업으로 옮기고자 표현을 했던 시기입니다.
-(해설) 특히 초기 작품에는 풀도 많이 등장하는데요.
사라지고 있는 일상의 소중함과 공존하는 삶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금 저희 뒤에도 작품들이 걸려있는데 이 작품들 같은 경우에는 2014년 이후
중기의 작품들 같은데 특징이 또 뚜렷하게 달라졌어요.
설명 좀 부탁드릴게요.
-2014년에 제가 재개발 구역에 있는 집들을 조금씩 그리기 시작했는데 보통
지나다닐 때는 눈에 띄지 않았었지만 이날, 이 그림을 그리려고 했던 이날은 저 주택을 우연히 쳐다보았고,
그때 맨드라미와 이름을 알 수 없는 풀들이 주택과 상관없이 아주 그들만의
세상인 것처럼 한들거리는 모습이 마치 저에게 무언가를 반기듯이 손짓하듯이 그런 느낌이 들었었어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이후에 저 길들은 모두 없어지고 동네도 모두 없어지고
저 자리에는 49층의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저는 저런 주택을 보면서 결국에는 또 사라질 거고, 이제 이방인인 다른 낯선
사람들이 들어와서 이 원도심 동네에서 새로운 무언가로 출발하겠구나.
그러면서 또는 없어지는 거에 대한 상실의 느낌, 또 같이 느끼면서 작업에 투영시키고 있습니다.
-(해설) 하미화 작가는 원도심의 공간을 그리며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대상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화폭에 옮기고 있다고 하죠.
-그림 속 풍경들은 특별히 아름답거나 두드러진 소재가 아니라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한 모습들인데요.
이 삭막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희망과 가능성이 느껴지네요.
-(해설) 개발에 의해 사라져가는 원도심의 공간을 우리의 기억 속으로 회상하게 만들어 주는 하미화 작가.
직접 작가님의 작업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지금 어떤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계세요?
-이 작품은 다음에 전시할 작품인데요.
제가 기존에 그렸던 풍경과 조금 다른 게, 높은 축대 위에 조형적으로 뛰어난
집이어서 제가 컨택하게 되었고요.
이 집은 예전에 아주 오래된, 예전에 지어졌을 건데도 불구하고 그 당시 때
이 집을 지은 사람의 정성이 느껴지는 집입니다.
그리고 이 사진을, 이 그림을 찍은 당시에 해 질 녘 직전에 어둡기 직전의 사진과
또 밝은 사진들도 있는데, 저는 이 집도 원도심에서 곧 재개발되어 사라질 집이기 때문에 해 질 녘 석양의 느낌과
또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따뜻한 온기에 주안점을 두고 그려 나갈 예정입니다.
-이 작품을 전시하셨을 때 혹시 이 집에 살고 계신 분이 전시에 온다면 어떤
마음이 들지 혹시 생각해 보셨을지 궁금합니다.
-안 그래도 그런 일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2003년도 현재 전시 중에 제가 한 4년 전에 그렸던 집을 그 동네를 전시했는데
그때 그렸던 그 집주인 부부께서 오셔서 너무 좋아하셨습니다.
지금은 그 집의 인테리어 공사로 조금은 달라졌지만 그래도 그 동네와 그
저녁노을, 반짝이는 불빛,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그 불빛을 제가 따뜻한 온기로
표현했다고 말씀드렸더니 상당히 좋아하셨습니다.
-(해설) 하미화 작가는 사실적 풍경과 감성적인 색조로 시대에 맞추어
옛 변두리 동네 골목길의 기억 속 정경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작가님의 과거 작품을 보면 좀 공허하고 텅 빈 것 같고 또 외로운 이런 감정들이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최근작으로 넘어오면서는 조금 담담해진 감정이 느껴지는데 최근작의 특징도 조금 설명을 부탁드릴게요.
-예전 작품에는 잿빛 같은 회색톤과 모노톤을 많이 사용했다면, 지금 현재는
조금 더 따뜻해 보이는 색감을 많이 쓰려고 했습니다.
재개발되어서 사라져가는 풍경들이나 그 속에 살았던 빛났던 시간이 있었고,
함께했던 생명체들, 함께했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따뜻한 온기를
제가 조금이라도 작은 희망이라도 작품에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색감들이 좀 밝아진 부분들이 있습니다.
-(해설) 빛났던 기억이나 순간에서 헤어져야 하는 우리 자신에게 긍정의
풍경으로 작은 위안을 선사해주고 있는 하미화 작가.
그 대신에 이때까지 해왔던 색감이나 구도나 그런 부분은 조금 다르게
표현하면서도 따뜻한 온기라든지 빛났던 시간에, 그렇지만 재개발에 의해서
사라져가는 그 상실의, 상실의 시간 또는 소멸하여 가는, 한번 소멸하면 절대
돌이킬 수 없는 그 시간에 대해서 제 작업으로 옮기고자 합니다.
-(해설) 풍경 속에 드리운 그늘을 통해 외면받고 있는 존재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담아내고 있는 하미화 작가.
꾸준히 원도심에 머물며 수많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그녀의 작품 활동을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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