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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듯, 도시기행 마실가요 - 예술이 흐르다, 경남 통영
등록일 : 2024-10-28 16:41:03.0
조회수 : 875
-(해설) 바람에 넘실대는 파도와 에메랄드빛 바다가 매력적인 동네.
경남 통영에 왔습니다. 정말 한 폭의 산수화 같지 않나요?
한산대첩 승전지를 바라보며 들어선 이곳은 이순신공원.
오랜 세월 우리를 지켜온 통영 바다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껴봅니다.
오가는 배들과 통영항을 구경하던 찰나 제 시선을 사로잡는 건물이 있는데요.
-저기 있는 건물 저게 통영국제음악당 맞죠?
윤이상 선생님도 통영 출신이시고 제가 알기로 토지 박경리 선생님도 통영분이시잖아요.
예술인들을 키워내신 곳이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그런지 저한테 뭔가 특별한 기운이 막 전해지는 것 같아서 좋은 것 같습니다.
-(해설) 도시 곳곳에 예술이 흐르는 동네. 오늘은 통영으로 마실을 떠나 봅니다.
통영항을 마주 보고 들어선 동네, 항남동.
오래된 상점들이 밀집해 있는 골목길 분위기부터 느껴보려 합니다.
-공방 같은 것도 좀 있나 봐요, 꽤. 통영이 12 공방인가 거기 유명하다고.
만드는 재주들이 좀, 옛날부터 이쪽에 계신 분들이 좀 있으셨나 봐요.
-(해설) 통영은 삼도수군통제영 12 공방에서 비롯한 장인들의 고장인데요.
이 거리에도 쇠를 녹여 각종 철물과 병기를 만들던 야장방의 후예가 있다고 합니다.
-무슨 두들기는 소리가 난다? 용접, 안녕하세요? 뭐 하고 계시는 거예요?
-낫 만듭니다.
-낫.
-낫.
-낫, 이거 하시는, 만드시는 거예요?
-네.
-요즘도 이런 데가 있네? 여기 지금 할아버님 혼자 하시는 거예요?
-네.
-여기서 몇 년 하셨어요?
-지금 65년인데, 내가 한 지가. 이거 한 지가.
-이거를 65년 하셨어요?
-많이 했구먼. 17살 때부터 했는데.
-17살 때부터.
-내가 82살이거든. 그렇게 했는데.
-(해설) 한평생을 불과 함께 살아온 이평갑 씨는 통영의 마지막 대장장이입니다.
하지 마라, 이발관 하면 손님이 와야 하지만 이거는 일 없을 때 만들어 놓고 하는 거다, 이거 해라, 이러데.
그 당시는 통영시 내 석냥간이 12군데인데 옛날에는 그런 기계도 없었고
용접기도 없었고 이런 게 사람 인력으로 손으로 두드려 만들었지.
-(해설) 오로지 사람의 손으로 수천 번 매질과 수백 번의 담금질을 반복해야 했던 전통 대장간.
한때 대장간이 흥행하던 시절에는 매질하는 사람, 불매 부는 사람, 집게 잡는 사람.
이렇게 인부 3명이 붙어 쉬는 날 없이 낫과 호미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해설) 이곳에서는 바다의 도시 통영답게 특히 해녀와 어부를 위한 어구를 많이 만들었다는데요.
굴 쪼시개, 맛창살, 고기 잡는 작살 등 각종 어구가 가득합니다.
-잠깐만, 잠깐만. 이거 어떻게.
-해 봐라.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한 다음에. 이거 쉽지가 않은데요? 식는다, 벌써. 힘들어. 힘들어. 왜 난 이렇게 되지?
-손이 너무 느리신 거 아니에요, 이거?
-이게, 진짜 해봐, 이거 무거워. 빨리 안 돼. 이게, 진짜. 빨리하려고 해도. 나, 거의.
-보자, 보자, 보자.
-보자, 보자, 보자. 더. 거침없이 때리시네, 거침없이.
-65년 동안 이렇게 벌어먹었는데.
-저한테 보여 주세요, 한 번만. 이게 이렇게 되는 거였네. 이거를 그렇게 순식간에 만드시네.
-(해설) 장인의 손길을 거치자, 순식간에 모양을 갖추는 어구들. 역시 남다른 65년 내공입니다.
-할아버님, 이거 안 더우세요?
-불이 이게 1500도래요. 여기에 쇠, 위에 놓으면 그냥 녹아내려요.
-1500도. 아까 보니까 이거 낫 만드시는데 빨갛게, 그냥 색깔이 빨개지네요.
-(해설) 이평갑 대장장이는 1500도 가마 앞에서 쇠와 함께 청춘을 불태웠습니다.
-대단하시네. 할아버님 팔뚝이 잔근육이 엄청나세요.
-뭘 그래. 뼈다귀만 남아 있는데. 난 살이 없어.
-이거 봐, 이거 봐. 여기 잔근육 한번 만져 봐도 돼요? 이거 가만히 있으셔도 잔근육이.
나는 숨겨야겠다. 여기 뜨거운 게 다 튀어서 덴 자국들이 엄청 많으시네.
-(해설) 훈장처럼 새겨진 화상 자국.
순간의 아픔에 무뎌진 채 사라져 가는 문화를 붙잡고 묵묵하게 대장간을 지켜오고 계시네요.
-저기 골목에서 오는데 탕탕탕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그런데 지금 할아버님 얘기 듣고 나니까 이게 소리가 마음을 울리네, 이제. 탕탕탕 하면서.
늘 건강하시고, 너무 힘드시면 쉬엄쉬엄하세요.
아까 보니까 한번 하시면 그냥 쉬질 않으시네요. 계속 마음에 들 때까지.
-어쨌든지 건강하고.
-할아버님 감사합니다. 이거 봐, 근육이. 근육이.
-(해설) 앞으로도 선생님의 쇳소리가 오래토록 울려 퍼지면 좋겠습니다.
바다로 둘러싸인 통영에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 하나가 있습니다.
예로부터 화산 분화구 지형으로 완벽한 기후 조건을 갖춰 벼농사로 유명한 야소골이라는 마을인데요.
마을로 들어서자 펼쳐지는 초록빛 물결. 뜻밖의 시골 농촌 풍경이 정겹습니다.
저 멀리 농부도 보이고요. 한창 바쁘신가 보네요.
-어르신, 안녕하세요? 뭐 하고 계시는 거예요?
-잡초를 제거하고 있어요. 피를 잘 빼줘야 벼가 잘 자라거든요.
-농사지으시는 거구나.
-농부입니다.
-농부세요?
-TV에서만 뵀는데.
-안녕하십니까? 여기 뭐 묻었다. 날이 햇볕이 장난 아니에요. 안 힘드세요?
-지금 관리를 해 줘야 앞으로 한 달 뒤에 있을 추수를 잘할 수 있어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런데 이게 지금 종이 뭔가요?
-이거는 우리가 멥쌀이라고 하는 거예요.
보통 밥 먹는 쌀인데 저희가 이거를 기르는 이유가 술을 빚거든요.
-술을 빚으신다고요?
-그래서 제가 직접 빚을 술을 위해서 농사를 짓는 겁니다.
-저는 건축가이기도 하고.
-그렇죠? 어쩐지.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직접 술도 빚는. 술 빚는 건축가입니다.
-저도 사실 술을 좀 좋아하긴 하는데. 술을 좋아하긴 하는데 그거 구경 가도 되나요?
-그럼요.
-그래요?
-같이 가시죠.
-어디로? 이쪽이요?
-저희 동네로 갈 수 있습니다.
-(해설) 이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서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통영으로 내려왔다는 건축가 박준우 씨.
올해 귀촌 7년 차. 막걸리와 새로운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오면서 보니까 여기 동네 이름이 좀 재미있어요. 야소골. 야소골, 그게 무슨 뜻이에요?
-야소골이라고 뜻이 원래 대장간의 우리 옛말이 야소간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이쪽이 대장간이 있는 그 마을이었다고 해서 야소골이라고 지명을 붙였는데
주변을 이렇게 감싸안고 있는 형상을 갖고 있어서 태풍이 오거나 해무가 심할 때 이 산이 지켜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농사를 잘 지을 수가 있고 사람들이 거주하기에 참 쾌적한 동네예요.
-(해설) 야소골의 자연으로 빚은 막걸리의 맛은 어떨지 더욱 궁금해지는데요.
-여기예요, 양조장이?
-여기가 저희 양조장 입구입니다. 여기입니다.
-내 목소리 울린다.
-(해설) 먼지 한 톨 없는 깨끗한 공간에서 준우 씨의 깔끔한 성격이 보입니다.
-이게, 이게 다 뭐예요?
-이거는 저희가 지금 만드는 술들이 몇 가지가 있어요. 그래서 그 술을 위한 설비들입니다.
-그런데 꼼꼼하게 다 적어 놓으셨네요.
제성조, 3호, 용량에, 며칟날 검정 받으신 것까지.
술을 한 번 빚으면 보통 얼마나 나와요?
-저희는 소량으로 술을 빚기 때문에 한 번 빚으면 술이 100병 나와요.
-100병이요?
-그래서 저희는 술이 부족해서 소맥 마시고 있어요.
재료별로 비율에 의해서, 그 환경에 따라서 다르게 하면 강도가 달라지고
쓰는 용도가 달라지는 것처럼 살과 누룩, 물의 비율을 계속 조절해 가면서 술을 빚게 됐어요.
-(해설) 까다로운 발효 과정 속 최고의 막걸리 배합 비율을 찾다 보면 건축과 술은 닮은 점이 많다는 준우 씨.
노트에 빼곡한 메모들에서 막걸리를 향한 진심이 느껴지네요.
-여기는 완전히.
-여기는 술이 익고 있는 공간이에요. 우리나라 술은 누룩을 쓰고 있습니다.
누룩의 특징이 당화와 발효가 동시에 일어나는 기능을 갖고 있어요.
매우 위대한 발효제죠. 그래서 우리 유기농 쌀하고 토종 밀 누룩 그리고 저희 집 지하수.
이 세 가지로만 술을 빚어요.
-다른 것 없이?
-네. 그리고 저희는 두 번 숙성을 하거든요?
첫 번째 발효 단계에서 80% 정도 1차 발효를 하고.
0도에서 3도 사이에서 발효를 또 합니다. 그 과정에서 천연 탄산이 만들어져요.
-(해설) 7년간 130여 회의 술 빚기 공식 중 32번째 레시피로 탄생했다는 천연 탄산 막걸리.
애주가들 사이에서 소문난 희귀템. 드디어 그 맛 좀 볼까요?
건축 설계하듯 섬세하게 빚어낸 막걸리.
지역의 재료로 만든 술이기에 더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저온에서 느리게 숙성해 만들어진 샴페인 같은 청량한 천연 탄산.
다들 그 맛이 궁금하시죠? 죄송하지만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타라라, 차차차 하는 소리가, 천연 탄산 터지는 소리가 쫙. 짠!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진짜 맛있네요.
진짜 하나도 달지 않고 탄산이 타타탁 터지면서 청량감이 쫙 있는데
기분 좋게 시원하게 해 주면서 아주 일품이네요, 이 조화가.
저, 뭐.
-(해설) 말이 필요 없는 맛이더라고요.
-술이 너무 좋아서.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술 빚는 건축가 아내, 김은하라고 합니다.
-역시, 예상은 했는데. 음식이.
-(해설) 김은하 씨는 통영의 제철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선보이는 셰프입니다.
오늘은 특별히 막걸리와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요리들을 준비했다고 하는데요.
-로컬 푸드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운송하는 거리를 좀 단축함으로 인해서
식재료를 최상의 컨디션으로 전달해 주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해설) 여기가 통영 아니랄까 봐 해산물의 신선함이 차원이 다르네요.
-안에 속살이 꽉 찼죠?
통영에서 주로 먹는 여기 로컬 음식 중에 개조개라 하는 유곽이라고 하는 음식이 있습니다.
-(해설) 먼저 개조개 살을 곱게 다진 후 된장으로 간을 해 소를 만드는데요.
개조개 유곽에는 또 하나의 제철 재료가 들어갑니다.
-방아잎이에요.
개조개가 제일 맛있는 계절에 방아가 가장 맛있는 때거든요.
정말 여기 이 음식과 너무 찰떡궁합이에요, 방아가.
-(해설) 가장 중요한 포인트 하나 더. 조개껍질에 참기름을 바르고 소를 채워주는데요.
이때 기름 유 자를 써서 유곽이라 부른답니다.
-옛날에 통영에 옛날부터 사셨던 분들은 생일 때 엄마가 이걸 해 줬다고 하더라고요.
-(해설) 특별한 날 먹던 통영의 별미는 어떤 맛일까요?
-이렇게 큰 섭 본 적 있으세요?
이건 다이버들이 15m 이상 내려가야 이 정도 크기가 있다고 들었거든요.
조개류 세비체를 할 거예요. 조개 세비체에는 우럭 조개가 있고요. 자연산 섭 그다음에 키조개.
이렇게 세 가지가 들어갈 거예요.
-(해설) 통영의 제철 재료로 만든 두 번째 요리는 바로 조개 세비체.
얇게 깎은 참외에 제철 해산물을 올리고 감칠맛을 더해주는 식초 소스와 올리브 오일을 두르면 완성입니다.
이 식용 꽃들도 다 마당에서 따온 거라네요.
통영의 바다를 품은 맛깔난 요리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돕니다.
-잘 먹겠습니다.
-드셔 보세요.
-잘 먹겠습니다.
-먹어봐야지, 이거. 이게. 너무 맛있는데요.
-맛있다.
-재료 본연의 맛이 느껴지죠?
-쫄깃쫄깃하고 고소한 게. 조개 요리가 이렇게 고급스럽게 느껴진 건 태어나서 처음입니다.
-사실 통영이 아니면 좀 구하기가 어렵죠, 이런 건.
-우리 막걸리 식초로 만든 청각 냉채.
-청각. 어때요?
-식초 진짜 맛있네.
-그리고 청각 한번 씹어보세요. 식감이 굉장히 독특합니다.
-(해설) 제 표정을 보시면 무슨 맛인지 아실 겁니다.
-이게 씹히는 게 식감이 진짜 좋네요. 꼬들꼬들한 것 같은데 씹다 보면 금방 사라져.
-제가 청각 냉국을 좋아해서 청각 나는 계절을 1년을 기다려요.
-그 정도로. 맛있는 술과 맛있는 음식으로 함께하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시겠어요.
-살이 계속 쪄요.
-감사합니다.
-(해설) 두 분 덕분에 통영의 맛 제대로 즐겼네요.
사실 이들이 통영으로 귀촌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늦둥이 딸 때문인데요.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유년 시절을 보낼 수 있게 해 주고 싶었다네요.
-지호는 여기 앞에 있는 풀 좀 뽑아줘.
그런데 아이가 학교 갔다 오면 가방을 던져놓고 제일 먼저 밭으로 달릴 정도로 아주 좋아해요.
이런 것들이 저는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 같아요.
-(해설) 사계절 내내 풍부한 식재료와 좋은 공기를 선물해 주는 통영.
박준우, 김은하 부부는 자연이 주는 행복을 느끼며 통영에서의 하루를 차곡차곡 쌓아갑니다.
-(해설) 예술이 흐르는 통영.
이번에는 통영을 대표하는 음악가 윤이상의 흔적을 따라가 보려 합니다.
윤이상 생가터가 있던 자리에 기념관이 들어선 모양인데요.
현대 음악의 거장으로 불리는 윤이상은 오페라 심청, 화염 속의 천사 등
수많은 걸작을 선보인 세계적인 작곡가입니다.
동서양의 조화를 이룬 음악으로 깊은 울림을 주는 음악가인데요.
시대적 풍파 속에 우여곡절도 많았던 그.
현재 통영에는 그의 음악 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기념 공원이 조성되어
많은 사람이 윤이상의 음악과 열린 공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윤이상 선생님을 이렇게 다시 한번 생각하실 수 있도록 여기를 잘 꾸며놓으셨나 보네.
너무 잘해놨다, 여기.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음악 평론가 조희창입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어쩐 일로 여기를 오시게 된 건가요?
-제가 여기 마실 다니다가, 여기저기 구경 다니다가 윤이상 선생님 뭔가 업적이 기려진 곳인 것 같아서.
-(해설) 풍부한 음악 지식으로 대중들에게 쉽고 재미있는 클래식 이야기를 전하는 조희창 평론가.
윤이상 선생님과는 살아생전부터 크고 작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답니다.
-선생님 그러면 윤이상 선생님하고도 좀 친분이?
-제가 돌아가시기 전에 음악 잡지사에 기자로 있었으니까 윤이상 선생님하고 통화도 하고.
-직접 통화도 하셨어요? 그때 윤이상 선생님의 목소리가 어떤 느낌?
-그때는 윤 선생님이 말년이었어요.
그래서 굉장히 힘들어하는 목소리이긴 했지만 그 속에 굉장히 강직한,
강직하고 정직한 목소리의 샘플 같은 그런 것을 느낄 수 있었죠.
들어가셔서 돌아보면서 설명하죠.
-가죠. 선생님 좀 도와주세요. 제가 잘 모르니까.
선생님이 좀 설명해 주시면 속이 시원하게 풀릴 것 같아요.
-좋죠.
-(해설) 왠지 윤이상에 대해 깊게 알고 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리 오시죠.
-윤이상 기념관.
-여기 보시면 윤이상 선생님의 전체적인 것을 알 수 있는 연보가 있고.
작품 목록이 있죠, 그렇죠?
-(해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그의 작품 목록.
이 수많은 음악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해지는데요.
-통영에서 태어나셔서 여기서 쭉 사시고 여기서 교사 생활을.
-그렇죠, 통영에서 음악 교사로 통영, 부산에서 음악 교사로 재직을 하셨고.
-하시다가 유학을.
-그렇죠. 당시에 처음으로 서울시문화상을 받으셨어요, 1회.
거기에서 조금 돈이 나왔대요.
그래서 그걸 가지고 늦은 나이에 유학을 떠나신 거죠.
-(해설) 윤이상은 유학을 떠나기 전까지 통영과 부산을 오가며 음악 교사로 활동을 했는데요.
그 당시 작곡한 동요와 교가만 수많은 작품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파리 도착하는데 거의 30일이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당시에 한국인이 음악을 하기 위해서 유럽에 도착해서 저 작업들을 해냈다는 게 놀랍죠.
-(해설) 파리와 독일에서 음악 공부를 한 윤이상은 관현악곡 예악과 함께 유럽 음악계에 떠올랐는데요.
독일연방공화국 대공로 훈장, 독일문화원 괴테 메달 등을 받으며
당시 유럽에서는 현존하는 세계 5대 작곡가 중 1명으로 불렸습니다.
-윤이상 씨는 기본적으로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들의 가교를 마련한,
음악적인 가교를 마련한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죠.
동양이 생각하는 가치관, 동양의 음 세계, 정서 이런 것들을
전부 다 음악에 녹여서 서양적인 기법으로 표현한 것이죠.
그래서 윤이상 선생님 가치가 그렇게 높았죠.
-(해설) 그는 동서양을 융합하는 작업에 앞장섰다네요.
통영은 그의 음악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멀리 타국에서 음악생활을 이어가던 윤이상은 언제나 마음 한편에 통영을 품고 살았다고 하는데요.
통영이 그리운 날에는 머리맡에 걸린 통영 사진을 보며 잠을 청하곤 했답니다.
애향심이 대단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부분은 굉장히 뭉클해요. 계속 선생님이 지니고 있었던 태극기.
-태극기를 직접 간직을 하셨어요?
-평생 지니고, 갖고 있었어요. 그렇죠.
-이거 지금 이렇게 보니까 접힌 자국이 있는 거 보니까 이렇게 접어서 품고 다니셨나 봐요.
-아마도 그랬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윤이상 선생님이 쓰시던 첼로인데 윤이상 선생님 음악 세계를 보면 첼로가 굉장히 큰 역할을 합니다.
-그러면 이게 지금 실제로 쓰시던 첼로를 갖다 놓은 거예요?
-맞습니다.
-(해설) 윤이상 선생님이 원래 첼리스트였다고 하더라고요.
-첼로가 또 묵직하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그런 연주잖아요, 사실 첼로 연주가.
-맞습니다. 깊은 곳을 건드리죠.
처음에 윤이상 선생님 음악을 들을 때는 기본적으로 어려워요.
왜냐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기본적인 멜로디나 화성이나 리듬을 다 벗어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굉장히 어렵고 이렇게 막 실용음악 같기도 하고 한데 조금씩,
조금씩 들어가 보면 그 깊이가 느껴집니다.
사람도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만나면 만날수록 진국인 그런 사람이 있잖아요.
-그렇죠, 있죠, 있죠.
-음악, 특히 이런 현대음악이나 윤이상 선생님 음악은 세련과 제련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더욱 사랑을 많이 받으실 수 있었나 보네요.
-(해설) 윤이상의 음악 세계와 친해졌다면 이어서 들러야 할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윤이상 선생님이 살던 베를린 저택을 옮겨온 별관인데요.
일명 베를린하우스. 가족들에게 기증받은 소중한 유품을 활용해 만든 공간입니다.
-이렇게.
-여기는 윤이상 선생님 관련된 음악에 대한 책들을 주로 볼 수 있게끔 해놓은 공간이고요.
-(해설) 작은 도서관 옆으로 자리를 옮기면 이 공간의 하이라이트. 음악감상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기 오시면 분류를 잘해놨죠. 관현악, 실내악, 협주곡, 독주곡
이런 식으로 해서 들어가시면 하나씩 찾아서 들을 수가 있습니다.
-신기하다. 이거 정리를 너무 잘해놓으셨네.
-예를 들자면 대관현악을 위한 예악. 우리나라의 종묘제례악이라는 것과 정확하게 맞닿아 있어요.
대관현악을 위한 예악 한번 들어봅시다.
-서양 음악이면서도 뭔가 우리 음악의 색깔이 녹아 있는 것 같고. 짝 하는 그런 소리는 뭐죠?
-박.
-그 박 소리 같은 게 같이 나면서.
-정확히 캐치하셨어요.
-이게 뭐예요? 호른이라고 그러나? 쫙 같이 나오면서 뭔가.
웅장하면서도 깊은 무언가 울림이 있는 그런 음악들인 것 같아요.
-그게 이 음악들이 들어가 보면 한국인에게는 체화된 음악이에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암암리에 들었던 가락과 박자와 이게 다 들어가 있어요.
-(해설) 음악이 주는 감동을 품고 생활상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이동해 봅니다.
-여기는 베를린에 있는 윤이상 선생님 살던 곳의 한 부분들을 옮겨놓은 거예요.
-이 소파랑 테이블 이런 것도 지금 예사롭지가 않아요.
-저는 이 풍경 보면 사실 개인적으로 굉장히 뭉클해요.
왜냐하면 선생님 돌아가시고 여기 앉아서 사모님이랑 따님이랑 같이 울고 손잡고 했던
그 기억들이 있는 소파들이라서.
-그러면 이게 진짜 생전에도 다 쓰시던 물건 그대로 갖다 놓으신 거예요?
-선생님이 앉던 소파예요, 이거. 그대로 갖다 놓은 거죠.
-(해설) 손때 묻은 가구를 바라보며 그를 떠올려보는데요.
베를린하우스 곳곳에서 음악가 윤이상의 감성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이런 유산들이라는 게 그냥 지나치면 보이지 않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상을 해보면 그때의 가치들을 이렇게 알 수가 있는 거죠.
-(해설) 인간 윤이상의 애환마저 느껴지네요.
매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가 열릴 때면 윤이상을 사랑하는 분들이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하는데요.
직접 이 공간을 둘러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윤이상이란 작곡가는 남과 북, 동과 서, 남과 여, 음과 양 이런 것들이
기본적으로 하나의 일체라는 것들을 음악적으로 설명을 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여기 오셔서 좀 그런 깨달음을 얻고 많은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맛있는 것도 드시고 풍경도 즐시기고 음악회도 가시고 할 것이 참 많은 도시예요.
-그러네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니었으면 저 어떻게 할 뻔했어요.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큰 도움이 됐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즐기다 가세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해설) 다가오는 11월 통영에서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가 열립니다.
선선한 가을 바람과 함께 윤이상의 발자취를 따라 클래식의 세계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
발길 닿는 곳마다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통영.
동피랑, 충무교, 해저터널 등 볼거리가 참 많은 도시인데요.
특히 야경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죠.
이번에는 통영 밤의 낭만을 만나볼 수 있는 대표적인 야경 명소.
서피랑으로 향해봅니다. 서피랑에 도착하자 어느새 어둠이 찾아오고 있는데요.
-서피랑 이야기. 99계단.
-(해설) 언덕길에 그려진 벽화와 조형물을 따라 계단을 올라보는데요.
서피랑만의 감성에 취해가던 찰나. 어디선가 흥겨운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바다 바다 속의 그대와~ 만나 왔나~
-음악 소리가 들리네.
-그대 날 안아 안아 안아 주는 그곳~
-(해설) 제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죠. 잠시 계단에 걸터앉아 음악 소리에 집중해 보는데요.
통통 통통 통통 통영~
-노래 잘 들었습니다.
-(함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여기서 뭐 하고 계시는 거예요?
-오랜만에 멤버들하고 저녁에 버스킹 좀 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좋은 데요, 노래가?
-감사합니다.
-듣자마자 그냥. 통통 통통 통통 통영~ 노래 제목이 뭐예요?
-노래 제목은 통영 이야기입니다.
-통영 이야기.
-(해설) 감미로운 음악의 주인공은 바로 통영의 인디밴드 어쿠스틱로망.
직접 곡을 만들고 공연을 다니는 9년 차 직장인 밴드입니다.
마음속에 품고 있던 꿈을 좇아 뒤늦게 음악의 길로 들어섰다네요.
-그러면 직업이 따로, 다른 직업이.
-네, 네.
-무슨 일 하시는.
-저는 초등학교 교사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보컬?
-네, 네.
-맡고 계시고. 초등학교 교사?
-네, 네.
-그리고 또 우리.
-저는 직장을, 회사 다니고 있어요.
-회사 다니고 계시고. 또, 또.
-저는 식당 운영하고 있어요.
-식당 운영하고 계시고. 이 중에서 제일 젊은 피 같은데.
-맞아요.
-네, 맞습니다.
-딱 맞아요.
-또?
-저는 음악학원 하고 있습니다.
-음악학원.
-또 우리 선생님은?
-저는 식당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식당을 하시고. 두 분 식당 하시고 회사 다니시고 음악학원 하시고 초등학교 교사시고.
그러면 이렇게 같이 모여서 연습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많지가 않을 텐데?
-(해설) 직업이 참 다양하죠?
초등학교 선생님부터 회사원 그리고 음악학원과 식당을 운영하는 멤버까지.
그래서 그런지 함께 모여 연습 한 번 하기도 여간 쉽지가 않다네요.
-안녕하세요?
-(해설) 밴드 연습 시간은 밤 10시.
-가다가.
-안녕하세요?
-굿모닝.
-(해설) 바쁜 하루의 끝자락에서 자투리 시간을 내어 연습을 합니다.
-헤이.
-안녕하세요?
-오늘 사람 안 많았어?
-웰컴 투 헬.
-고생했어.
-오늘 사람 안 많았어?
-밥도 못 먹었어요.
-(해설) 밴드 활동에 대한 열정이 참 대단하죠.
-(해설) 가정을 이룬 후 느지막하게 시작한 밴드.
가족들의 동의를 구하는 것부터 마냥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멤버들의 가족들을 불러 모아 계획서까지 발표했었다는데요.
그거를 아내들에게 한 장씩 이렇게 나눠주면서 뭐 엉뚱한 짓 하는 거 아니고
조금 믿고 협조해 줬으면 좋겠어, 도와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이야기를 했죠.
-함께해요~
-(해설) 가족들을 설득하려고 계획서까지 준비했다니. 참 대단하십니다.
이제는 가족들이 이들의 첫 번째 팬이 되었다고 하네요.
-석양의 달아공원도~
-아빠의 직업이 교사인데 한 번씩 아빠, 우리 아빠 무슨 직업이야?
하면 가수야, 이렇게 말할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키워나갈 거 같은 느낌에서 되게 응원하고 싶었어요.
-아빠가 통통통통 통영 하면 사람들이 다 따라 해서 저도 따라 하면서 엄청 크게 소리 질렀던 기억이.
-평 생각하는 아빠 모습은 그냥 장난치는 그런 이미지였는데 무대 올라가면 집중하면서 좀 즐기는 거 같고.
-오케이.
-(해설) 음악을 하는 순간만큼은 남편과 아빠가 아닌 음악을 사랑하는 청춘으로 돌아갑니다.
-좋습니다.
-(해설) 이들의 노래 곳곳에 묻어나는 통영에 대한 기분 좋은 설렘.
자연스레 묻어나는 우리 지역의 이야기가 더 따사롭게 느껴집니다.
-언젠가부터 이제 멤버들이 다 저희가 통영이 저희 삶의 일부가 되었거든요.
통이라는 공간 안에서 뭐 버스킹이든 공연이든 이렇게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거 자체에
좀 뿌듯함과 보람을 많이 느끼는 거 같습니다.
-말씀 들어보니까 이제 여기 밴드 구성원 여러분이 다 이 통영을 사랑하는 마음
또 음악 사랑하는 마음 또 친구들을 사랑하는 마음 이 모든 게 또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 이런 것들이
다 어우러져서 이 팀이 굳건하게 지켜가는 거 같네요.
앞으로도 좋은 음악 많이 들려주시고 통영을 위해서 좋은 음악 많이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파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
-어쿠스틱로망 파이팅.
-파이팅.
-한번 이렇게 같이.
-한번 할까요, 같이? 어쿠스틱로망 파이팅?
-네.
-시작.
-(함께) 어쿠스틱로망 파이팅.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해설) 천천히 걷다 보면 잊고 살았던 몽글몽글한 감성이 피어나는 통영.
수려한 자연 풍경과 예술이 어우러져 더 아름답게 빛나는 동네.
애틋한 여운이 가득한 통영의 마실길이었습니다. 야속한 님아
-뭐야? 금성 라사?
-해녀들이 쓰는 물건인데요. 제가 해녀입니다. 해남이죠.
-해남이요?
-네.
-돌판 찜. 이거 뭐 불 키지 않았는데도 계속 부글부글 끓네요.
-전부 딸들, 사위들. 1번, 2번, 3번, 4번, 5번, 6번, 7번 아들.
-훈장 받으셔야겠는데요?
-줘야 받지.
경남 통영에 왔습니다. 정말 한 폭의 산수화 같지 않나요?
한산대첩 승전지를 바라보며 들어선 이곳은 이순신공원.
오랜 세월 우리를 지켜온 통영 바다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껴봅니다.
오가는 배들과 통영항을 구경하던 찰나 제 시선을 사로잡는 건물이 있는데요.
-저기 있는 건물 저게 통영국제음악당 맞죠?
윤이상 선생님도 통영 출신이시고 제가 알기로 토지 박경리 선생님도 통영분이시잖아요.
예술인들을 키워내신 곳이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그런지 저한테 뭔가 특별한 기운이 막 전해지는 것 같아서 좋은 것 같습니다.
-(해설) 도시 곳곳에 예술이 흐르는 동네. 오늘은 통영으로 마실을 떠나 봅니다.
통영항을 마주 보고 들어선 동네, 항남동.
오래된 상점들이 밀집해 있는 골목길 분위기부터 느껴보려 합니다.
-공방 같은 것도 좀 있나 봐요, 꽤. 통영이 12 공방인가 거기 유명하다고.
만드는 재주들이 좀, 옛날부터 이쪽에 계신 분들이 좀 있으셨나 봐요.
-(해설) 통영은 삼도수군통제영 12 공방에서 비롯한 장인들의 고장인데요.
이 거리에도 쇠를 녹여 각종 철물과 병기를 만들던 야장방의 후예가 있다고 합니다.
-무슨 두들기는 소리가 난다? 용접, 안녕하세요? 뭐 하고 계시는 거예요?
-낫 만듭니다.
-낫.
-낫.
-낫, 이거 하시는, 만드시는 거예요?
-네.
-요즘도 이런 데가 있네? 여기 지금 할아버님 혼자 하시는 거예요?
-네.
-여기서 몇 년 하셨어요?
-지금 65년인데, 내가 한 지가. 이거 한 지가.
-이거를 65년 하셨어요?
-많이 했구먼. 17살 때부터 했는데.
-17살 때부터.
-내가 82살이거든. 그렇게 했는데.
-(해설) 한평생을 불과 함께 살아온 이평갑 씨는 통영의 마지막 대장장이입니다.
하지 마라, 이발관 하면 손님이 와야 하지만 이거는 일 없을 때 만들어 놓고 하는 거다, 이거 해라, 이러데.
그 당시는 통영시 내 석냥간이 12군데인데 옛날에는 그런 기계도 없었고
용접기도 없었고 이런 게 사람 인력으로 손으로 두드려 만들었지.
-(해설) 오로지 사람의 손으로 수천 번 매질과 수백 번의 담금질을 반복해야 했던 전통 대장간.
한때 대장간이 흥행하던 시절에는 매질하는 사람, 불매 부는 사람, 집게 잡는 사람.
이렇게 인부 3명이 붙어 쉬는 날 없이 낫과 호미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해설) 이곳에서는 바다의 도시 통영답게 특히 해녀와 어부를 위한 어구를 많이 만들었다는데요.
굴 쪼시개, 맛창살, 고기 잡는 작살 등 각종 어구가 가득합니다.
-잠깐만, 잠깐만. 이거 어떻게.
-해 봐라.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한 다음에. 이거 쉽지가 않은데요? 식는다, 벌써. 힘들어. 힘들어. 왜 난 이렇게 되지?
-손이 너무 느리신 거 아니에요, 이거?
-이게, 진짜 해봐, 이거 무거워. 빨리 안 돼. 이게, 진짜. 빨리하려고 해도. 나, 거의.
-보자, 보자, 보자.
-보자, 보자, 보자. 더. 거침없이 때리시네, 거침없이.
-65년 동안 이렇게 벌어먹었는데.
-저한테 보여 주세요, 한 번만. 이게 이렇게 되는 거였네. 이거를 그렇게 순식간에 만드시네.
-(해설) 장인의 손길을 거치자, 순식간에 모양을 갖추는 어구들. 역시 남다른 65년 내공입니다.
-할아버님, 이거 안 더우세요?
-불이 이게 1500도래요. 여기에 쇠, 위에 놓으면 그냥 녹아내려요.
-1500도. 아까 보니까 이거 낫 만드시는데 빨갛게, 그냥 색깔이 빨개지네요.
-(해설) 이평갑 대장장이는 1500도 가마 앞에서 쇠와 함께 청춘을 불태웠습니다.
-대단하시네. 할아버님 팔뚝이 잔근육이 엄청나세요.
-뭘 그래. 뼈다귀만 남아 있는데. 난 살이 없어.
-이거 봐, 이거 봐. 여기 잔근육 한번 만져 봐도 돼요? 이거 가만히 있으셔도 잔근육이.
나는 숨겨야겠다. 여기 뜨거운 게 다 튀어서 덴 자국들이 엄청 많으시네.
-(해설) 훈장처럼 새겨진 화상 자국.
순간의 아픔에 무뎌진 채 사라져 가는 문화를 붙잡고 묵묵하게 대장간을 지켜오고 계시네요.
-저기 골목에서 오는데 탕탕탕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그런데 지금 할아버님 얘기 듣고 나니까 이게 소리가 마음을 울리네, 이제. 탕탕탕 하면서.
늘 건강하시고, 너무 힘드시면 쉬엄쉬엄하세요.
아까 보니까 한번 하시면 그냥 쉬질 않으시네요. 계속 마음에 들 때까지.
-어쨌든지 건강하고.
-할아버님 감사합니다. 이거 봐, 근육이. 근육이.
-(해설) 앞으로도 선생님의 쇳소리가 오래토록 울려 퍼지면 좋겠습니다.
바다로 둘러싸인 통영에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 하나가 있습니다.
예로부터 화산 분화구 지형으로 완벽한 기후 조건을 갖춰 벼농사로 유명한 야소골이라는 마을인데요.
마을로 들어서자 펼쳐지는 초록빛 물결. 뜻밖의 시골 농촌 풍경이 정겹습니다.
저 멀리 농부도 보이고요. 한창 바쁘신가 보네요.
-어르신, 안녕하세요? 뭐 하고 계시는 거예요?
-잡초를 제거하고 있어요. 피를 잘 빼줘야 벼가 잘 자라거든요.
-농사지으시는 거구나.
-농부입니다.
-농부세요?
-TV에서만 뵀는데.
-안녕하십니까? 여기 뭐 묻었다. 날이 햇볕이 장난 아니에요. 안 힘드세요?
-지금 관리를 해 줘야 앞으로 한 달 뒤에 있을 추수를 잘할 수 있어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런데 이게 지금 종이 뭔가요?
-이거는 우리가 멥쌀이라고 하는 거예요.
보통 밥 먹는 쌀인데 저희가 이거를 기르는 이유가 술을 빚거든요.
-술을 빚으신다고요?
-그래서 제가 직접 빚을 술을 위해서 농사를 짓는 겁니다.
-저는 건축가이기도 하고.
-그렇죠? 어쩐지.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직접 술도 빚는. 술 빚는 건축가입니다.
-저도 사실 술을 좀 좋아하긴 하는데. 술을 좋아하긴 하는데 그거 구경 가도 되나요?
-그럼요.
-그래요?
-같이 가시죠.
-어디로? 이쪽이요?
-저희 동네로 갈 수 있습니다.
-(해설) 이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서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통영으로 내려왔다는 건축가 박준우 씨.
올해 귀촌 7년 차. 막걸리와 새로운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오면서 보니까 여기 동네 이름이 좀 재미있어요. 야소골. 야소골, 그게 무슨 뜻이에요?
-야소골이라고 뜻이 원래 대장간의 우리 옛말이 야소간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이쪽이 대장간이 있는 그 마을이었다고 해서 야소골이라고 지명을 붙였는데
주변을 이렇게 감싸안고 있는 형상을 갖고 있어서 태풍이 오거나 해무가 심할 때 이 산이 지켜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농사를 잘 지을 수가 있고 사람들이 거주하기에 참 쾌적한 동네예요.
-(해설) 야소골의 자연으로 빚은 막걸리의 맛은 어떨지 더욱 궁금해지는데요.
-여기예요, 양조장이?
-여기가 저희 양조장 입구입니다. 여기입니다.
-내 목소리 울린다.
-(해설) 먼지 한 톨 없는 깨끗한 공간에서 준우 씨의 깔끔한 성격이 보입니다.
-이게, 이게 다 뭐예요?
-이거는 저희가 지금 만드는 술들이 몇 가지가 있어요. 그래서 그 술을 위한 설비들입니다.
-그런데 꼼꼼하게 다 적어 놓으셨네요.
제성조, 3호, 용량에, 며칟날 검정 받으신 것까지.
술을 한 번 빚으면 보통 얼마나 나와요?
-저희는 소량으로 술을 빚기 때문에 한 번 빚으면 술이 100병 나와요.
-100병이요?
-그래서 저희는 술이 부족해서 소맥 마시고 있어요.
재료별로 비율에 의해서, 그 환경에 따라서 다르게 하면 강도가 달라지고
쓰는 용도가 달라지는 것처럼 살과 누룩, 물의 비율을 계속 조절해 가면서 술을 빚게 됐어요.
-(해설) 까다로운 발효 과정 속 최고의 막걸리 배합 비율을 찾다 보면 건축과 술은 닮은 점이 많다는 준우 씨.
노트에 빼곡한 메모들에서 막걸리를 향한 진심이 느껴지네요.
-여기는 완전히.
-여기는 술이 익고 있는 공간이에요. 우리나라 술은 누룩을 쓰고 있습니다.
누룩의 특징이 당화와 발효가 동시에 일어나는 기능을 갖고 있어요.
매우 위대한 발효제죠. 그래서 우리 유기농 쌀하고 토종 밀 누룩 그리고 저희 집 지하수.
이 세 가지로만 술을 빚어요.
-다른 것 없이?
-네. 그리고 저희는 두 번 숙성을 하거든요?
첫 번째 발효 단계에서 80% 정도 1차 발효를 하고.
0도에서 3도 사이에서 발효를 또 합니다. 그 과정에서 천연 탄산이 만들어져요.
-(해설) 7년간 130여 회의 술 빚기 공식 중 32번째 레시피로 탄생했다는 천연 탄산 막걸리.
애주가들 사이에서 소문난 희귀템. 드디어 그 맛 좀 볼까요?
건축 설계하듯 섬세하게 빚어낸 막걸리.
지역의 재료로 만든 술이기에 더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저온에서 느리게 숙성해 만들어진 샴페인 같은 청량한 천연 탄산.
다들 그 맛이 궁금하시죠? 죄송하지만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타라라, 차차차 하는 소리가, 천연 탄산 터지는 소리가 쫙. 짠!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진짜 맛있네요.
진짜 하나도 달지 않고 탄산이 타타탁 터지면서 청량감이 쫙 있는데
기분 좋게 시원하게 해 주면서 아주 일품이네요, 이 조화가.
저, 뭐.
-(해설) 말이 필요 없는 맛이더라고요.
-술이 너무 좋아서.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술 빚는 건축가 아내, 김은하라고 합니다.
-역시, 예상은 했는데. 음식이.
-(해설) 김은하 씨는 통영의 제철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선보이는 셰프입니다.
오늘은 특별히 막걸리와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요리들을 준비했다고 하는데요.
-로컬 푸드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운송하는 거리를 좀 단축함으로 인해서
식재료를 최상의 컨디션으로 전달해 주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해설) 여기가 통영 아니랄까 봐 해산물의 신선함이 차원이 다르네요.
-안에 속살이 꽉 찼죠?
통영에서 주로 먹는 여기 로컬 음식 중에 개조개라 하는 유곽이라고 하는 음식이 있습니다.
-(해설) 먼저 개조개 살을 곱게 다진 후 된장으로 간을 해 소를 만드는데요.
개조개 유곽에는 또 하나의 제철 재료가 들어갑니다.
-방아잎이에요.
개조개가 제일 맛있는 계절에 방아가 가장 맛있는 때거든요.
정말 여기 이 음식과 너무 찰떡궁합이에요, 방아가.
-(해설) 가장 중요한 포인트 하나 더. 조개껍질에 참기름을 바르고 소를 채워주는데요.
이때 기름 유 자를 써서 유곽이라 부른답니다.
-옛날에 통영에 옛날부터 사셨던 분들은 생일 때 엄마가 이걸 해 줬다고 하더라고요.
-(해설) 특별한 날 먹던 통영의 별미는 어떤 맛일까요?
-이렇게 큰 섭 본 적 있으세요?
이건 다이버들이 15m 이상 내려가야 이 정도 크기가 있다고 들었거든요.
조개류 세비체를 할 거예요. 조개 세비체에는 우럭 조개가 있고요. 자연산 섭 그다음에 키조개.
이렇게 세 가지가 들어갈 거예요.
-(해설) 통영의 제철 재료로 만든 두 번째 요리는 바로 조개 세비체.
얇게 깎은 참외에 제철 해산물을 올리고 감칠맛을 더해주는 식초 소스와 올리브 오일을 두르면 완성입니다.
이 식용 꽃들도 다 마당에서 따온 거라네요.
통영의 바다를 품은 맛깔난 요리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돕니다.
-잘 먹겠습니다.
-드셔 보세요.
-잘 먹겠습니다.
-먹어봐야지, 이거. 이게. 너무 맛있는데요.
-맛있다.
-재료 본연의 맛이 느껴지죠?
-쫄깃쫄깃하고 고소한 게. 조개 요리가 이렇게 고급스럽게 느껴진 건 태어나서 처음입니다.
-사실 통영이 아니면 좀 구하기가 어렵죠, 이런 건.
-우리 막걸리 식초로 만든 청각 냉채.
-청각. 어때요?
-식초 진짜 맛있네.
-그리고 청각 한번 씹어보세요. 식감이 굉장히 독특합니다.
-(해설) 제 표정을 보시면 무슨 맛인지 아실 겁니다.
-이게 씹히는 게 식감이 진짜 좋네요. 꼬들꼬들한 것 같은데 씹다 보면 금방 사라져.
-제가 청각 냉국을 좋아해서 청각 나는 계절을 1년을 기다려요.
-그 정도로. 맛있는 술과 맛있는 음식으로 함께하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시겠어요.
-살이 계속 쪄요.
-감사합니다.
-(해설) 두 분 덕분에 통영의 맛 제대로 즐겼네요.
사실 이들이 통영으로 귀촌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늦둥이 딸 때문인데요.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유년 시절을 보낼 수 있게 해 주고 싶었다네요.
-지호는 여기 앞에 있는 풀 좀 뽑아줘.
그런데 아이가 학교 갔다 오면 가방을 던져놓고 제일 먼저 밭으로 달릴 정도로 아주 좋아해요.
이런 것들이 저는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 같아요.
-(해설) 사계절 내내 풍부한 식재료와 좋은 공기를 선물해 주는 통영.
박준우, 김은하 부부는 자연이 주는 행복을 느끼며 통영에서의 하루를 차곡차곡 쌓아갑니다.
-(해설) 예술이 흐르는 통영.
이번에는 통영을 대표하는 음악가 윤이상의 흔적을 따라가 보려 합니다.
윤이상 생가터가 있던 자리에 기념관이 들어선 모양인데요.
현대 음악의 거장으로 불리는 윤이상은 오페라 심청, 화염 속의 천사 등
수많은 걸작을 선보인 세계적인 작곡가입니다.
동서양의 조화를 이룬 음악으로 깊은 울림을 주는 음악가인데요.
시대적 풍파 속에 우여곡절도 많았던 그.
현재 통영에는 그의 음악 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기념 공원이 조성되어
많은 사람이 윤이상의 음악과 열린 공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윤이상 선생님을 이렇게 다시 한번 생각하실 수 있도록 여기를 잘 꾸며놓으셨나 보네.
너무 잘해놨다, 여기.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음악 평론가 조희창입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어쩐 일로 여기를 오시게 된 건가요?
-제가 여기 마실 다니다가, 여기저기 구경 다니다가 윤이상 선생님 뭔가 업적이 기려진 곳인 것 같아서.
-(해설) 풍부한 음악 지식으로 대중들에게 쉽고 재미있는 클래식 이야기를 전하는 조희창 평론가.
윤이상 선생님과는 살아생전부터 크고 작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답니다.
-선생님 그러면 윤이상 선생님하고도 좀 친분이?
-제가 돌아가시기 전에 음악 잡지사에 기자로 있었으니까 윤이상 선생님하고 통화도 하고.
-직접 통화도 하셨어요? 그때 윤이상 선생님의 목소리가 어떤 느낌?
-그때는 윤 선생님이 말년이었어요.
그래서 굉장히 힘들어하는 목소리이긴 했지만 그 속에 굉장히 강직한,
강직하고 정직한 목소리의 샘플 같은 그런 것을 느낄 수 있었죠.
들어가셔서 돌아보면서 설명하죠.
-가죠. 선생님 좀 도와주세요. 제가 잘 모르니까.
선생님이 좀 설명해 주시면 속이 시원하게 풀릴 것 같아요.
-좋죠.
-(해설) 왠지 윤이상에 대해 깊게 알고 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리 오시죠.
-윤이상 기념관.
-여기 보시면 윤이상 선생님의 전체적인 것을 알 수 있는 연보가 있고.
작품 목록이 있죠, 그렇죠?
-(해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그의 작품 목록.
이 수많은 음악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해지는데요.
-통영에서 태어나셔서 여기서 쭉 사시고 여기서 교사 생활을.
-그렇죠, 통영에서 음악 교사로 통영, 부산에서 음악 교사로 재직을 하셨고.
-하시다가 유학을.
-그렇죠. 당시에 처음으로 서울시문화상을 받으셨어요, 1회.
거기에서 조금 돈이 나왔대요.
그래서 그걸 가지고 늦은 나이에 유학을 떠나신 거죠.
-(해설) 윤이상은 유학을 떠나기 전까지 통영과 부산을 오가며 음악 교사로 활동을 했는데요.
그 당시 작곡한 동요와 교가만 수많은 작품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파리 도착하는데 거의 30일이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당시에 한국인이 음악을 하기 위해서 유럽에 도착해서 저 작업들을 해냈다는 게 놀랍죠.
-(해설) 파리와 독일에서 음악 공부를 한 윤이상은 관현악곡 예악과 함께 유럽 음악계에 떠올랐는데요.
독일연방공화국 대공로 훈장, 독일문화원 괴테 메달 등을 받으며
당시 유럽에서는 현존하는 세계 5대 작곡가 중 1명으로 불렸습니다.
-윤이상 씨는 기본적으로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들의 가교를 마련한,
음악적인 가교를 마련한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죠.
동양이 생각하는 가치관, 동양의 음 세계, 정서 이런 것들을
전부 다 음악에 녹여서 서양적인 기법으로 표현한 것이죠.
그래서 윤이상 선생님 가치가 그렇게 높았죠.
-(해설) 그는 동서양을 융합하는 작업에 앞장섰다네요.
통영은 그의 음악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멀리 타국에서 음악생활을 이어가던 윤이상은 언제나 마음 한편에 통영을 품고 살았다고 하는데요.
통영이 그리운 날에는 머리맡에 걸린 통영 사진을 보며 잠을 청하곤 했답니다.
애향심이 대단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부분은 굉장히 뭉클해요. 계속 선생님이 지니고 있었던 태극기.
-태극기를 직접 간직을 하셨어요?
-평생 지니고, 갖고 있었어요. 그렇죠.
-이거 지금 이렇게 보니까 접힌 자국이 있는 거 보니까 이렇게 접어서 품고 다니셨나 봐요.
-아마도 그랬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윤이상 선생님이 쓰시던 첼로인데 윤이상 선생님 음악 세계를 보면 첼로가 굉장히 큰 역할을 합니다.
-그러면 이게 지금 실제로 쓰시던 첼로를 갖다 놓은 거예요?
-맞습니다.
-(해설) 윤이상 선생님이 원래 첼리스트였다고 하더라고요.
-첼로가 또 묵직하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그런 연주잖아요, 사실 첼로 연주가.
-맞습니다. 깊은 곳을 건드리죠.
처음에 윤이상 선생님 음악을 들을 때는 기본적으로 어려워요.
왜냐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기본적인 멜로디나 화성이나 리듬을 다 벗어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굉장히 어렵고 이렇게 막 실용음악 같기도 하고 한데 조금씩,
조금씩 들어가 보면 그 깊이가 느껴집니다.
사람도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만나면 만날수록 진국인 그런 사람이 있잖아요.
-그렇죠, 있죠, 있죠.
-음악, 특히 이런 현대음악이나 윤이상 선생님 음악은 세련과 제련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더욱 사랑을 많이 받으실 수 있었나 보네요.
-(해설) 윤이상의 음악 세계와 친해졌다면 이어서 들러야 할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윤이상 선생님이 살던 베를린 저택을 옮겨온 별관인데요.
일명 베를린하우스. 가족들에게 기증받은 소중한 유품을 활용해 만든 공간입니다.
-이렇게.
-여기는 윤이상 선생님 관련된 음악에 대한 책들을 주로 볼 수 있게끔 해놓은 공간이고요.
-(해설) 작은 도서관 옆으로 자리를 옮기면 이 공간의 하이라이트. 음악감상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기 오시면 분류를 잘해놨죠. 관현악, 실내악, 협주곡, 독주곡
이런 식으로 해서 들어가시면 하나씩 찾아서 들을 수가 있습니다.
-신기하다. 이거 정리를 너무 잘해놓으셨네.
-예를 들자면 대관현악을 위한 예악. 우리나라의 종묘제례악이라는 것과 정확하게 맞닿아 있어요.
대관현악을 위한 예악 한번 들어봅시다.
-서양 음악이면서도 뭔가 우리 음악의 색깔이 녹아 있는 것 같고. 짝 하는 그런 소리는 뭐죠?
-박.
-그 박 소리 같은 게 같이 나면서.
-정확히 캐치하셨어요.
-이게 뭐예요? 호른이라고 그러나? 쫙 같이 나오면서 뭔가.
웅장하면서도 깊은 무언가 울림이 있는 그런 음악들인 것 같아요.
-그게 이 음악들이 들어가 보면 한국인에게는 체화된 음악이에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암암리에 들었던 가락과 박자와 이게 다 들어가 있어요.
-(해설) 음악이 주는 감동을 품고 생활상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이동해 봅니다.
-여기는 베를린에 있는 윤이상 선생님 살던 곳의 한 부분들을 옮겨놓은 거예요.
-이 소파랑 테이블 이런 것도 지금 예사롭지가 않아요.
-저는 이 풍경 보면 사실 개인적으로 굉장히 뭉클해요.
왜냐하면 선생님 돌아가시고 여기 앉아서 사모님이랑 따님이랑 같이 울고 손잡고 했던
그 기억들이 있는 소파들이라서.
-그러면 이게 진짜 생전에도 다 쓰시던 물건 그대로 갖다 놓으신 거예요?
-선생님이 앉던 소파예요, 이거. 그대로 갖다 놓은 거죠.
-(해설) 손때 묻은 가구를 바라보며 그를 떠올려보는데요.
베를린하우스 곳곳에서 음악가 윤이상의 감성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이런 유산들이라는 게 그냥 지나치면 보이지 않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상을 해보면 그때의 가치들을 이렇게 알 수가 있는 거죠.
-(해설) 인간 윤이상의 애환마저 느껴지네요.
매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가 열릴 때면 윤이상을 사랑하는 분들이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하는데요.
직접 이 공간을 둘러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윤이상이란 작곡가는 남과 북, 동과 서, 남과 여, 음과 양 이런 것들이
기본적으로 하나의 일체라는 것들을 음악적으로 설명을 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여기 오셔서 좀 그런 깨달음을 얻고 많은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맛있는 것도 드시고 풍경도 즐시기고 음악회도 가시고 할 것이 참 많은 도시예요.
-그러네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니었으면 저 어떻게 할 뻔했어요.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큰 도움이 됐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즐기다 가세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해설) 다가오는 11월 통영에서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가 열립니다.
선선한 가을 바람과 함께 윤이상의 발자취를 따라 클래식의 세계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
발길 닿는 곳마다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통영.
동피랑, 충무교, 해저터널 등 볼거리가 참 많은 도시인데요.
특히 야경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죠.
이번에는 통영 밤의 낭만을 만나볼 수 있는 대표적인 야경 명소.
서피랑으로 향해봅니다. 서피랑에 도착하자 어느새 어둠이 찾아오고 있는데요.
-서피랑 이야기. 99계단.
-(해설) 언덕길에 그려진 벽화와 조형물을 따라 계단을 올라보는데요.
서피랑만의 감성에 취해가던 찰나. 어디선가 흥겨운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바다 바다 속의 그대와~ 만나 왔나~
-음악 소리가 들리네.
-그대 날 안아 안아 안아 주는 그곳~
-(해설) 제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죠. 잠시 계단에 걸터앉아 음악 소리에 집중해 보는데요.
통통 통통 통통 통영~
-노래 잘 들었습니다.
-(함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여기서 뭐 하고 계시는 거예요?
-오랜만에 멤버들하고 저녁에 버스킹 좀 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좋은 데요, 노래가?
-감사합니다.
-듣자마자 그냥. 통통 통통 통통 통영~ 노래 제목이 뭐예요?
-노래 제목은 통영 이야기입니다.
-통영 이야기.
-(해설) 감미로운 음악의 주인공은 바로 통영의 인디밴드 어쿠스틱로망.
직접 곡을 만들고 공연을 다니는 9년 차 직장인 밴드입니다.
마음속에 품고 있던 꿈을 좇아 뒤늦게 음악의 길로 들어섰다네요.
-그러면 직업이 따로, 다른 직업이.
-네, 네.
-무슨 일 하시는.
-저는 초등학교 교사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보컬?
-네, 네.
-맡고 계시고. 초등학교 교사?
-네, 네.
-그리고 또 우리.
-저는 직장을, 회사 다니고 있어요.
-회사 다니고 계시고. 또, 또.
-저는 식당 운영하고 있어요.
-식당 운영하고 계시고. 이 중에서 제일 젊은 피 같은데.
-맞아요.
-네, 맞습니다.
-딱 맞아요.
-또?
-저는 음악학원 하고 있습니다.
-음악학원.
-또 우리 선생님은?
-저는 식당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식당을 하시고. 두 분 식당 하시고 회사 다니시고 음악학원 하시고 초등학교 교사시고.
그러면 이렇게 같이 모여서 연습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많지가 않을 텐데?
-(해설) 직업이 참 다양하죠?
초등학교 선생님부터 회사원 그리고 음악학원과 식당을 운영하는 멤버까지.
그래서 그런지 함께 모여 연습 한 번 하기도 여간 쉽지가 않다네요.
-안녕하세요?
-(해설) 밴드 연습 시간은 밤 10시.
-가다가.
-안녕하세요?
-굿모닝.
-(해설) 바쁜 하루의 끝자락에서 자투리 시간을 내어 연습을 합니다.
-헤이.
-안녕하세요?
-오늘 사람 안 많았어?
-웰컴 투 헬.
-고생했어.
-오늘 사람 안 많았어?
-밥도 못 먹었어요.
-(해설) 밴드 활동에 대한 열정이 참 대단하죠.
-(해설) 가정을 이룬 후 느지막하게 시작한 밴드.
가족들의 동의를 구하는 것부터 마냥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멤버들의 가족들을 불러 모아 계획서까지 발표했었다는데요.
그거를 아내들에게 한 장씩 이렇게 나눠주면서 뭐 엉뚱한 짓 하는 거 아니고
조금 믿고 협조해 줬으면 좋겠어, 도와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이야기를 했죠.
-함께해요~
-(해설) 가족들을 설득하려고 계획서까지 준비했다니. 참 대단하십니다.
이제는 가족들이 이들의 첫 번째 팬이 되었다고 하네요.
-석양의 달아공원도~
-아빠의 직업이 교사인데 한 번씩 아빠, 우리 아빠 무슨 직업이야?
하면 가수야, 이렇게 말할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키워나갈 거 같은 느낌에서 되게 응원하고 싶었어요.
-아빠가 통통통통 통영 하면 사람들이 다 따라 해서 저도 따라 하면서 엄청 크게 소리 질렀던 기억이.
-평 생각하는 아빠 모습은 그냥 장난치는 그런 이미지였는데 무대 올라가면 집중하면서 좀 즐기는 거 같고.
-오케이.
-(해설) 음악을 하는 순간만큼은 남편과 아빠가 아닌 음악을 사랑하는 청춘으로 돌아갑니다.
-좋습니다.
-(해설) 이들의 노래 곳곳에 묻어나는 통영에 대한 기분 좋은 설렘.
자연스레 묻어나는 우리 지역의 이야기가 더 따사롭게 느껴집니다.
-언젠가부터 이제 멤버들이 다 저희가 통영이 저희 삶의 일부가 되었거든요.
통이라는 공간 안에서 뭐 버스킹이든 공연이든 이렇게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거 자체에
좀 뿌듯함과 보람을 많이 느끼는 거 같습니다.
-말씀 들어보니까 이제 여기 밴드 구성원 여러분이 다 이 통영을 사랑하는 마음
또 음악 사랑하는 마음 또 친구들을 사랑하는 마음 이 모든 게 또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 이런 것들이
다 어우러져서 이 팀이 굳건하게 지켜가는 거 같네요.
앞으로도 좋은 음악 많이 들려주시고 통영을 위해서 좋은 음악 많이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파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
-어쿠스틱로망 파이팅.
-파이팅.
-한번 이렇게 같이.
-한번 할까요, 같이? 어쿠스틱로망 파이팅?
-네.
-시작.
-(함께) 어쿠스틱로망 파이팅.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해설) 천천히 걷다 보면 잊고 살았던 몽글몽글한 감성이 피어나는 통영.
수려한 자연 풍경과 예술이 어우러져 더 아름답게 빛나는 동네.
애틋한 여운이 가득한 통영의 마실길이었습니다. 야속한 님아
-뭐야? 금성 라사?
-해녀들이 쓰는 물건인데요. 제가 해녀입니다. 해남이죠.
-해남이요?
-네.
-돌판 찜. 이거 뭐 불 키지 않았는데도 계속 부글부글 끓네요.
-전부 딸들, 사위들. 1번, 2번, 3번, 4번, 5번, 6번, 7번 아들.
-훈장 받으셔야겠는데요?
-줘야 받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