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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1교시 - 가장 위대한 영화 Sight & Sound ① (강유정 / 영화 평론가)
등록일 : 2023-05-31 16:10:39.0
조회수 : 931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최고의 강연 최강 1교시에서 이번 강연을 맡은 영화 평론가 강유정입니다.
저는 강남대 글로벌 문화학부에서 문화 콘텐츠 전공 교수로 학생들에게 소설, 영화, 드라마, 광고, 뮤지컬 같은 서사 장르를 강의하고 있기도 하고요.
한편 아마 여러분 보셨을 수도 있는데 다양한 대중 매체에서 영화에 대한 글을 쓰기도 하고요.
그리고 방송에서 출연해서 이야기하는 영화 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늘 제가 여러분과 나눌 이야기는 우리 시대의 영화입니다.
영국의 영화 비평지인 사이트 앤드 사운드에서는 1952년 이후에 매 10년마다 우리 시대 영화를 선정해 오고 있습니다.
최근에 2022년 바로 사이트 앤드 사운드지에서 새롭게 영화 목록을 뽑았는데요.
중요한 건 여기서 최초로 여성 감독의 작품이 1위로 선정되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각각 10년마다 뽑는 사이트 앤드 사운드지의 1위 영화를 살펴보면 어쩌면 우리 시대의 영화,
그리고 우리 시대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영화가 무엇인가 한번 생각해 볼 수도 있고 또 다음에는 어떤 영화가 올지도 한번 예측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오늘 강연은 사이트 앤드 사운드지가 선정한 가장 위대한 영화, 그 영화에 대한 첫 번째 이야기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사이트 앤드 사운드지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은데요.
누가 뽑느냐.
바로 영국영화협회 British Film Institute라는 데서 바로 어디에 영국영화협회가 발간하는 영화 전문지인 사이트 앤드 사운드지를 통해서 이 목록을 정하게 됩니다.
제가 가장 흥미롭게 보는 건 이 주기인데요.
10년에 한 번씩 영화 리스트를 뽑게 되니까 이게 매년 뽑는 것과는 좀 다른 색다른 특징을 갖게 됩니다.
올타임 베스트 영화라는 목록을 가지고 영화를 뽑게 되는데 또 흥미로운 건 전 세계 각국의 영화 관련 전문가들, 감독을 포함해서 여러 전문가가 참여하게 됩니다.
게다가 이들이 1인이 10개씩 영화를 골라서 보내주게 돼요.
그래서 이 영화들을 다 합산해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영화가 바로 1위로 선정되는 그런 시스템입니다.
사이트 앤드 사운드지는 1952년에 시작했고 지금 2023년이니까 2022년까지 60년의 세월을 가졌고 6번의 투표를 거쳤다고 할 수 있겠죠.
흥미로운 건 1952년 처음 뽑을 때부터 그리고 2011년까지 무려 만으로 60년 동안 가장 유명한 영화로 저도 알고 있었어요.
Orson Welles의 시민 케인이 계속해서 1위를 차지했다는 겁니다.
아마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 내지는 나 영화 좀 공부해 보고 싶다 하시는 분들은 이 시민 케인이라는 이름 모르고는 영화 안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일 텐데요.
도대체 무슨 이유가 있길래 이렇게 오랜 기간 1위를 차지했던 걸까요?
그다음에 또 흥미로운 건 바로 이겁니다.
그런데 이렇고 60년간 1위를 차지했던 시민 케인이 갑자기 2012년에 다른 영화에게 1위 왕좌를 뺏기게 됩니다.
바로 앨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이라는 작품이었는데요.
현기증, 난 처음 들어보는데,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왜냐하면 앨프레드 히치콕 하면 우리에게 떠오르는 가장 첫 번째 영화는는 사이코라든가.
그리고 새한테 머리 조이는 영화 기억나시죠? 새라든가.
이런 작품들은 잘 기억에 남는데 현기증 뭐더라,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다음에 뽑은 10년이 지나서 2022년에 현기증은 순위가 2순위로 밀렸고요.
이번에는 샹탈 아커만의 작품인 바로 잔느 딜망이라는 작품이 1위로 오르게 됩니다.
매우 놀라운 일인 건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여성 영화 감독의 작품이 1위에 오른 게 바로 60년 사상 처음이기 때문인데요.
이런 것들은 어떤 변화를 보여주고 또 어떤 의미를 갖는 걸까요?
섬 업과 섬 다운이라는 제도를 만들어서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영화 평론가 아닐까 싶어요.
로저 이버트가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이트 앤드 사운드 이 목록은 영화인들이 유일하게, 유일하게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리스트라고 말할 정도인데요.
그의 글에 이렇게 써놓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뭐길래 거의 유일한 목록이라고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이 투표권자들의 면면을 보자면 평론가, 영화 프로그래머 그리고 큐레이터 등등 영화 기록관자, 아카이브를 보관하는 사람들, 영화학자까지 다 들어가 있고요.
무엇보다 조금 여러분도 눈여겨보시는 나는 좀 예술 영화관은 한 달에 한두 번은 간다 내지는 나는 작가주의 영화를 좀 따라서 본다고 하시는 분들은 이름이
익숙한 감독들도 이 투표권자들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가령 유전이라는 영화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리 애스터 감독이라든가.
그리고 태국 영화 아방가르드의 가장 앞선 이름을 차지하고 있는 아피찻퐁 위라세타쿤도 투표를 했고요.
그리고 마이클 만 감독도 있고.
-(영어)
-대만의 가장 유명한 작가주의 감독인 챠이밍량도 이름을 올리고 있고요.
그리고 아마 이 영화 많이 보셨을 거 같은데 돈 룩 업이라는 애덤 맥케이도 들어가 있습니다.
제임스 그레이라든가.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분노의 질주라고 하는 매드맥스를 만든 조지 밀러 감독도 들어가 있고요.
이렇게 잘 알려진 유명한 감독들이 투표권을 행사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더 익숙한 이름도 있습니다.
바로 우리 영화감독인 봉준호 감독, 홍상수 감독 그리고 류승완 감독 그리고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 감독.
그리고 최근에 벌새라는 영화로 굉장히 주목을 받았던 젊은 신예 감독이죠, 김보라 감독도 이 리스트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름을 쫙 보시면 투표하는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는 그리고 실력을 갖춘 영화인들이구나라는 게
아까 말씀드렸던 로저 이버트가 말한 이 영화 목록이야말로 내가 믿을 만한 목록이다라는 그런 신뢰도를 쌓게 되는 원인이 된다고도 할 수 있겠죠.
그런데 흥미로운 건 언제나 전문가 순위와 감독 순위를 따로 보여주게 됩니다.
사실 순위는 지금도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시면 250위 바깥까지도 있습니다만 저희는 주로 10위권 안팎의 이야기를 오늘 나누게 될 텐데요.
1위부터 12까지만 살펴보더라도 전문가 순위 1위는 오늘 제가 말씀드린 잔느 딜망이라는 이 영화가 1위를 차지했는데.
감독 순위에서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라는 작품이 떡하니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1위가 조금 다른 거예요.
물론 2, 3위 쪽 비교해 봤을 때 동경 이야기라든가 시민 케인이 들어가 있는 것은 비슷하지만 대부도 또 이를테면 순위가 매우 다른 작품 중 하나입니다.
왜 이렇게 차이가 있을까.
이것도 조금 이따가 설명을 드리겠지만.
감독이 보는 영화의 우선순위에 있어서 이를테면 영화적 기법의 문제라든가 혹은 촬영에 있어서 혁명적 순간을 가졌을 때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아무래도 영화 전문가들이 전부 다 모여서 투표를 할 때에는 이 영화가 가지고 시대적 의미 그리고 우리 사회에 있어서의 굉장히 중요한 메시지를
아마 주목해서 봤기 때문에 두 목록이 조금의 차이가 생기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60년 동안이나 1위를 차지한 그런 대단한 작품 시티즌 케인, 시민 케인을 한번 살펴볼 텐데요.
간략하게 한번 구성을 한번 볼게요.
일단 오손 웰즈 감독이 감독을 했고요. 그리고 포스터에 나와 있는 저 인물 바로 주연도 자기가 맡았습니다. 각본도 오손 웰즈가 썼습니다.
영화는 41년에 개봉을 했는데 그 당시에 굉장한 대형, 우리도 따지자면 CJ 같은 굉장히 큰 회사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회사에서 이 영화를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RKO Radio Picture라는 회사였는데요. 좀 재미있는 사연이 있어요.
오손 웰즈가 1915년생이라 고작 26살 때 이 영화를 만든 거거든요.
어떻게 가능했을까.
지금 같으면 제가 생각했을 때 대학을 졸업하기도 쉬운 나이가 아닌데 저 때 영화사 60년을 차지하는 대형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천재이기도 하지만 그를 믿어준 누군가가 있어서 영화를 제작하는 데 지원을 해줬을 거 아니며 바로 조금 전으로 돌아가 봐야 합니다.
바로 1938년에 이 오손 웰즈는 원래 연극 무대에도 오르는 배우이기도 했고요.
그리고 라디오 극을 만들어서 그 극을 송출하는 작가와 감독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전에 1938년 10월 30일에 바로 H.J 웰즈의 SF 소설인 우주전쟁을 너무나 그럴듯한 라디오 극으로 만들어 냈어요.
어떤 식으로 만들어 냈냐면 처음에 오늘 라디오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러다가 어디에선가 외계인이 침공을 했습니다.
지금 미국을 비롯한 온 지구가 외계인 침공 때문에 큰일이 났습니다라는 식으로 너무나 실감 나게 해서.
그때 당시 30년대 말이니까요. 1, 2차 세계대전 한창 중간이기도 했었잖아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진짜 외계인의 공습이 있는 줄 알고 혼비백산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바로 이 능력을 높이 산 스튜디오에서 이런 인물이라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수 있겠구나.
그러니까 이 사람한테 대형 프로젝트를 맡겨도 되겠다라는 신뢰감을 준 거죠.
오손 웰즈는 이런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할리우드는 아이가 가지고 싶어 하는 장난감을 만드는 곳이다.
그러니까 나는 한마디로 지금으로 따지면 굉장히 대중성 있고 상업성 있는 영화를 만들 자신이 있다라고 말한 거기도 하겠죠.
그래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바로 시티즌 케인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는데요.
줄거리와 내용을 살펴보자면 첫 번째 궁금함이 들죠.
케인이 누군가.
케인은 시티즌 케인, 시민 케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은 평범한 시민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대단한 언론 재벌이었기 때문인데요.
주인공의 풀 네임은 찰스 포스터 케인이라고 정해져 있습니다.
그는 어떤 말을 스스로 대사로 하냐면 나는 현재의 미국이고 과거에도 미국인이었고 그리고 앞으로도 항상 미국인일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는
그러니까 결국 케인이라는 나라는 인물은 내가 곧 미국이고 내가 꾸는 꿈이 아메리칸드림이고 나의 삶이 곧 미국의 삶이다라고 일종의 선언을 한 셈이죠.
어떻게 이런 선언이 가능했을까?
과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케인이라는 인물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집안에서 태어났던 걸까요?
하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대단한 집안에서 태어나지는 못했습니다.
콜로라도라는 이를테면 조금은 궁핍한 시골 마을에 어머니가 광산을 물려 받아서 어마어마한 부를 갖기는 합니다만 콜로라도는 노동의 환경은 있지만
배움이라든가, 세련된 문화를 배우기에 적합한 곳은 아니었던 거예요.
그래서 돈을 가지고 있는 그리고 돈만큼이나 권력을 가진 이 엄마는 후견인을 통해서 이 아이를 동부에 약간
세련되고 문화적으로 발달된 곳에 보내서 그곳에서 교육을 시키는 게 낫겠다라고 결정을 내립니다.
그래서 이 케인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의 따뜻한 요람, 따뜻한 보호에서부터 멀어져서 후견인과 살아가는 삶을 살아가게 되죠.
그런데 제가 아까 잠깐 언론 재벌이라고 말씀을 드렸잖아요.
그런데 그때 당시 실제로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라고 부르는 우리한테는 옐로 저널리즘이라는 말을 안겨준 사람이기도 합니다.
엄청난 언론 재벌이 실존하고 있었고요.
실존하다 보니까 혹시 여기서 나오는 찰스 포스터 케인이라는 인물은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 이름도 조금 비슷하잖아요.
이렇게 세 개, 세 개로 이루어져 있고 어감도 되게 비슷하거든요.
그 사람을 모델로 한 거 아니야라는 소문이 돌면서 약간의 시달림을 받았다고도 합니다.
그 시달림의 증거로 하나 많이 이야기하고 있는 게 뭐냐 하면 사실 아카데미 후보에 9개나 올랐는데 고작 각본상 하나만 받고 말았거든요.
60년이나 가장 최고의 영화로 선정이 돼서 사랑받는 영화였는데 아카데미에서는 고작 각본상 하나라는 것은
많은 사람이 조금 뒷말로 이거는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를 좀 화나게 해서가 아닐까.
그의 눈치를 본 많은 사람이 좀 투표를 주저했던 게 아닌가라는 소문이 남아 있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 영화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우리가 이거 하나는 꼭 알고 가야 해요.
바로 뭐냐 하면 로즈버드라는 이름입니다. 커피 이름 아닙니다.
우리한테 커피 이름처럼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왜냐하면 이 영화는 처음 시작할 때 이 찰스 포스터 케인이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해요.
떠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마지막 유언으로 로즈버드라는 말을 남기고 갑니다.
영화 속 대사에도 나오는데요.
도대체 이 로즈버드가 뭐냐.
뭔지 알아낼 수 있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 거냐고 서로 질문할 정도입니다.
엄청난 대부호가 혼자 대궐 같은 성에서 아주 외롭게 죽어갔는데 마지막으로 남겨진 로즈버드는 뭘까.
사람들은 막 추측하기 시작하죠. 이게 도대체 뭘까.
이것을 찾아가는 여정이 사실은 바로 시티즌 케인의 여정이기도 합니다.
가장 위대한 미국인이었지만, 가장 초라하게 죽어간 남자가 마지막 단말마처럼 내뱉은 말, 로즈버드란 무엇일까.
이 긴 여정을 찾다 보면 폐허가 된 집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 바로 썰매가 하나 발견이 되는데 그 썰매 뒤편에 로즈버드라는 게 새겨져 있었죠.
어쩌면 너무나 사소한 것 그리고 아무도 그 의미를 모르는 것에 이 사람의 인생의 정수가 담겨 있었다는 게 이를테면 삶의 허무함과 아메리칸드림이라 말했던,
그 창대했던 꿈의 결말이라는 게 이렇게 소소했던 건가라는 허무감을 전달해 주기도 하는데요.
사실 이 로즈버드는 소년 시절, 이를테면 엄마가 이 콜로라도에서는 배울 게 없어.
너는 더 먼 곳에 가서 더 큰 곳에 가서 큰 인물이 되라고 말했지만, 정작 자신이 정말 꿈꿨던 것은 마음 놓고 엄마,
아버지가 집 안에 있는 동안 바깥에서 썰매를 탔던 그 유년기의 추억은 아니었을지.
그리고 썰매 하나만 있으면 행복해서 더할 나위 없이 바랄 게 없었던 그 소년 케인이 마지막 눈 감은 순간에 정말 그리웠던 대상은 아닌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그러니까 진짜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로즈버드라는 이 이름에 압축해서 시민 케인을 통해 바로 오손 웰즈가 던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이런 주제적인 측면 만으로 이 영화가 60년간 1위를 차지한 것은 아닙니다.
흥미롭게도 이 영화가 부각되기 시작했던 그 시점에는 카이에 뒤 시네마라고 부르는 프랑스의 비평가 그룹들이 활동하기 시작했는데요.
이 카이에 뒤 시네마의 비평가 그룹은 다름이 아니라 상업화되어 있는 영화들이 아니라 다른 과정에서의 공정,
그러니까 작가라고 부를 수 있는 감독들이 따로 있다고 선언하게 됩니다.
그 작가라고 부를 수 있는 감독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올려놓고 마치 하나씩 클립을 만들어서 그런 식으로 만들어 내는 공장형 영화나 혹은 영혼이 없어 보이는, 재미만 있는 영화가 아니라
뭔가 생각해 볼 만한 여지를 가지고 있는 것들이라고 해서 굉장한 상찬을 하게 돼요.
바로 작가라는 건 오터고 오터는 저자라는 뜻이며 이건 일종의 작품이자 예술의 반영으로 올라가는 영화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 앙드레 바쟁을 비롯한 카이에 뒤 시네마는 계속해서 이 영화 목록을 정하는 데 있어서 비평적인 힘을 발휘하게 되고요.
제가 영화 비평가기도 하지만, 영화 비평가로서 영화계의 가장 큰 영향력도 미치고 서로 교호 작용을 하면서 정말 긍정적 시너지를 냈던 가장 행복했던 시기가 바로 이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보자면 이 미장센이라는 말도 사실 불어인데 샴푸 이름이기도 하죠. 불어인데, 왜 불어에서 왔는지 눈치를 좀 채셨을 거예요.
이 미장센이라는 용어 자체가 영화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기법적인, 시각적인 촬영
그리고 조명, 음악, 이 모든 요소가 합쳐져서 갖게 되는 예술적 요소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영어)
-오손 웰즈의 이 미장센은 바로 여기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다름 아니라 딥 포커싱이라고 부르는 매우 중요한 영화적인 기법의 발견에서 볼 수 있는데요.
-(영어)
-이 미장센의 핵심을 이루는 것들을 보자면 일단은 새로운 기법을 바로 오손 웰즈가 영화의 발명에서 적용까지 했다는 겁니다.
저는 깜짝 놀란 게 오손 웰즈가 천재가 아닌가 싶었던 게 실제로 오손 웰즈는 영화 학과를 다녔다거나 영화를 배운 경험이 없다고 해요.
그냥 역마차라는 영화를 여러 번 보면서 저렇게 영화를 찍어야지라고 독학을 했다고 하는데요.
-(영어)
-(영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오손 웰즈가 이룩한 여러 가지 새로운 기법과 촬영에 대해서 이름만 먼저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제가 아까 죽어가는 시점에서 영화가 시작해서 과거로 돌아간다고 말씀드렸잖아요.
플래시백이라는 것, 그러니까 흔히 말해서 태어나는 순간 영화가 시작해서 끝나는 순간, 죽는 순간 끝나는 이런 구성을 연대기적 구성이라고 부릅니다.
대부분 영화는 그때 그렇게 연대기적으로 삶의 순서대로 영화가 조작이 되는 연대기적 구성이었어요.
그런데 시민 케인은.
-(영어)
(영어)
-삶의 끝에서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플래시백 기법을 썼다는 점에서 서사적으로 매우 독특한 도전을 했던 작품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광학적으로 딥 포커스라는 것을 활용해서 초점을 어느 한 사람에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등장하고 있는 모든 인물에게 초점을
맞춰 줌으로써 그 인물들의 구도를 새로운 역학 관계로 구성해 내고 권력관계까지 유추해 낼 수 있는 해석의 여지를 줬다는 겁니다.
미장센의 혁명 같은 것이었던 거죠.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 아래에서 위로 찍는, 바로 앙각이라 부르는 로우 앵글을 자주 보여주게 되는데요.
로우 앵글은 주로 정치인들이나 정치 지도자들, 심지어 독재자가 좋아하는 그런 앵글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아래에서 위로 찍으면 그 사람이 훨씬 더 위대해 보이고 커 보이는 효과를 갖게 되거든요.
그거 활용해서 시민 케인의 위대함을 여러 번 보여주고 있고요.
또 그리고 로 키 라이트라는 걸 씁니다.
이게 뭐냐 하면 조명을 매우 낮게, 어둡게 보여줌으로써 그래서 이 조명을 통해서 사람들의 감정이라든가 혹은 그 사람이 놓여 있는 위치 같은 것들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미장센으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몽타주 기법이라고 하는, 러시아 용어에서 발전된 이 편집 기법을 활용함으로써 또 그 사람의 생애를 입체를 적으로 보여주는 데 활용하고 있죠.
대략 이야기한 게 이 정도입니다. 바로 이 모든 것들을 영화 속에서 실현했다는 게 가장 중요한데요.
바로 이 딥 포커싱이라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영화의 내러티브와 관계 구도 그리고 권력 구조까지 다 설명을 해냈고 그래서 우리가 위대한 최초의 시간,
그 최초의 영화라고 부를 때 왜 시민 케인을 이야기하느냐라고 들뢰즈가 이야기할 때에도 바로 이 딥 포커싱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이 장면을 좀 주목해서 보셨으면 싶은데요.
이 그림을 보자면, 사진을 보자면 한 장면이에요.
포커스가 이 네 사람에게 모두 다 맞춰져 있습니다.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은 이게 무슨 내용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할 텐데.
일단 어머니가 바로 아들 케인의 미래를 결정하는 장면이거든요.
결정하는 장면인데 앞에 있는 사람이 남편이 아니에요. 후견인입니다.
아버지는 저 중간에 어중간하게 서 있는 남자가 바로 남편이에요.
그리고 정작 이 결정으로 인해서 운명이 바뀌게 될 케인은 창밖에 아무것도 모른 채 부모님에게, 후견인에게 인생을 맡긴 채 그냥 포커싱 되어 있습니다.
이 관계 설정을 한 장면으로 잘 보여주고 있는 게 바로 시민 케인을 만든 오손 웰즈의 일종의 천재성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영어)
-(영어)
-시민 케인은 이런 식으로 우리한테 굉장히 다양한 화면 구도 그리고 연대기적 접근을 다시 플래시백을 통해서
보여주는 플롯 구성, 여러 가지를 통해서 우리에게 미장센 그리고 시각적인 사고, 비가시적인 것을 통해서 가시적인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들, 입체적 플롯,
다양한 영화사의 혁명적인 순간들을 선사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60년간 지속된 오손 웰즈의 아성을 꺾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현기증으로 한번 넘어가 보죠.
알프레드 히치콕은 잘 알다시피 영국 태생의 감독이고요.
영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작업을 했던 감독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는 사이코나 새라는 작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감독이기도 합니다.
현기증은 1958년 작품이기도 하는데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사이코라든가 새보다는 덜 알려져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만 저는 이 작품의 등장이 매우 상징적으로 느껴졌어요.
왜냐하면 60년간 영화사의 일종의 비평적인 어떤 호흡을 가져오고 기법적 전환과 플롯의 혁명을 가져왔던 작품이 1위를 했다면
히치콕의 영화는 다름 아니라 심리적인 상태와 정신분석적인 인물을 통해 우리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어 하는 강한 내적 욕구가 발휘된 게
바로 1위의 선정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히치콕을 발견한 사람도 카이에 뒤 시네마 그룹이라고 말할 수 있을 텐데요.
누벨바그 영화감독들은 히치콕을 너무나 좋아해서 가령 아시는 분들 많을 텐데 브라이언 드 팔마는 사이코를 다시 만들면서 드레스드 투 킬이라는 작품을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히치코키언이라는 말도 있는데요. 히치콕 영화의 특징들을 이야기하는데 가령 언제나 아름다운 금발 여성들이 등장합니다.
-(영어)
-그리고 언제나 반전이 있고요.
-노.
모성적 투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은.
그러니까 여기 남자 주인공이 만나는 여성과 대결하는 어머니 캐릭터도 자주 등장하고요.
무엇보다 서스펜스가 등장하는 게 아주 독특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자기가 카메오로 등장을 장면들도 많이 있는데요.
가령 히치콕에는 금문교가 등장하고 있어서 랜드마크를 잘 활용해서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히치콕은 우리가 왜 영화를 보는지 그 내면의 은밀한 욕망을 건드는 데 천재였는데요.
가령 이창이라는 영화를 보자면 왜 우리는 영화를 보는가 이유 중의 하나가 사실 영화가 아니라면 절대로 볼 수 없는 남의 삶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관음증을 영화의 욕구로 전적으로 내놓은 감독이기도 해요.
-(영어)
-그래서 그런 긴장감을 보면서 남의 삶을 엿보지만 그 엿봄을 통해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게 바로 영화다라는 심리적 국면을 만들어 내게 되는 거죠.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용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서스펜스라는 건데요.
서스펜스는 이를테면 이런 감정입니다.
누군가 다가와서 영화 속 인물을 해하려고 할 때 영화 속 인물은 몰라요.
그런데 관객들은 알고 있습니다.
이 서스펜스라는 용어는 결국은 우리가 히치콕주의자라고 부르는 코엔 감독이라든가 여러 감독들이 활용하고 봉준호 감독도 무척 애정하는 그런 영화적 기법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관객도 놀라고 한편으로는 등장인물도 같이 놀라는.
이를테면 살인의 추억에서.
-혼자 걷다가~ 어두운 밤이 오~
-논두렁에 숨어 있던 용의자가 갑자기 덮치는 장면, 이런 장면들은 모두가 같이 깜짝 놀라죠.
이런 걸 바로 호러, 공포스러운 장면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서스펜스는 굉장히 교묘하게 만들어진 감정인데요.
트뤼포와 히치콕이 대화를 나누면서. 트뤼포 아까 누구였죠?
바로 카이에 뒤 시네마 그룹의 감독이자 비평가인데요.
둘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서스펜스를 설명합니다.
탁자 밑에 갑자기 폭탄이 터져서 다 다치는 걸 보여주는 것보다 오히려 관객에게만 탁자 밑의 폭탄을 보여준 다음 이 등장인물 둘은 모른 채로 시간이 가는 걸 보여줘 봐라,
이게 바로 서스펜스다라고 설명을 하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는 스크린 너머 사람들에게 아무런 정보를 전달할 수 없는 무력한 관객인 거예요.
뭔가 알려주고 싶지만 스크린 너머에 있는 두 배우, 두 연기자들은 이미 다른 세계에 존재하고 있죠.
그 갑갑함을 심리적으로 잘 활용해 보자는 게 바로 히치콕의 제안이었던 겁니다.
이런 장면 이야기해 볼까요?
추격자 같은 영화에서 서영희 씨가 막 도망을 나왔어요.
도망을 나온 다음에 위협을 당하는 걸 관객들은 다 압니다.
그런데 막상 등장인물들은 아무도 모르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벌어지는 게 바로 서스펜스인데, 히치콕은 서스펜스는 감독이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는 긴장감이다.
이걸 잘 활용하는 게 바로 영화의 묘미라는 걸 알려준 감독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관객의 주의를 끄는 요소들을 넣을 수밖에 없는데 하나 용어를 좀 더 팁으로 알려드리면 맥거핀이라는 용어가 있거든요.
맥거핀이란 실컷 쫓아갔는데 허탕 친 기분, 이런 것들을 선사하는 겁니다.
바로 영화 싸이코에서 우리는 영화 전반부 한 시간 내내 그녀가 돈을 안전하게 훔칠 것인가를 집중하게 되고 돈의 안위에만 모두가 다 관심을 기울이거든요.
하지만 막상 목숨을 잃고 나서는 돈을 가지고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싸이코 아시다시피 어떤 영화입니까?
그녀가 목숨을 뺏기느냐, 안 뺏기느냐가 중요한 범죄 영화 그리고 살인마 영화거든요.
이렇게 잘못된 미끼를 따라가도록 만듦으로써 영화가 주는 반전 효과를 크게 만드는 그런 장치들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이런 맥거핀이 어디서 유래했느냐.
좀 많은 설이 있지만 이미 해외 특파원이라는 영화에 맥거핀이라는 이름이 등장했다고도 하고요.
그러니까 맥거핀은 맥거핀이 아니라 그냥 강유정이라고 불러도 상관이 없는 아무것도 아닌 것, 이런 의미가 더 강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현대 영화에서도 이 맥거핀을 잘 살리고 있는 영화가 있는데요.
보통 이제 스파이 영화에서 많이 쓰이고.
-No.
-최근에는 이 맥거핀이란 영화를 아마 미션 임파서블에서 토끼 발이라는 용어로 들어보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식으로 사람들의 주의를 현혹하는 영화적 기법으로 자주 활용되고 있는 게 바로 이 맥거핀입니다.
이렇게 영화의 여러 가지 요소를 통해서 사람들의 긴장감을 만들어냈는데요.
바로 버티고에서는 버티고 이펙트라는 걸 만들어냅니다.
줌 인 트랙 아웃이라고도 불리는 바로 기법인데요.
줌을 넣으면서 트랙은 그대로 있게 되면 뭔가 떨어지는 듯한 그리고 확실히 어딘가로 추락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는데
버티고라는 이 이름은 현기증을 의미하기도 하고 고소공포증에서 느껴지는 어지럼증을 영화에서는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어지럼증은 어때요?
매우 주관적인 감정입니다.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까, 고민될 때 바로 히치콕이 이 트랙 아웃 줌 인 기법을 통해서 어지러움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내는 하나의 현취를 거두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심리적인 국면을 시각적으로 묘사하는 데 아주 탁월한 감각을 가진 게 바로 이 히치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듯 히치콕은 사람들이 들고 있는 영화를 보는 깊숙한 숨은 욕망을 잘 건드렸고요.
이 욕망을 통해서 결국은 내가 나를 분석하고 싶어 하는 20세기 현대인들의 감정과 잘 교호 작용을 일으켰는데요.
우리가 2022년 개봉했던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면서도 자꾸 히치콕의 현기증을 얘기했던 이유도
바로 그런 심리적 드라마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2022년에 1위를 차지하게 된 새로운 영화, 잔느 딜망에 대한 얘기로 넘어가 봐야 할 것 같은데요.
다른 얘기를 인용하면서 시작하겠습니다.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이라는 강연록에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만약 셰익스피어에게, 만약, 주디스라는 이름의 여동생이 있었다면 그리고 그녀가 셰익스피어만큼이나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면
과연 그녀는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었을까라는 가상의 질문을 던진 겁니다.
하지만 그녀는 아마도 16세기 삶에서 자신의 꿈을 이뤄내기는 어려웠을 걸로 봅니다.
왜냐면 같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여성 작가의 삶이라는 건 1600년대에는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제가 이 말을 드리는 이유는 바로 2022년 잔느 딜망이라는 작품이 부각된 데에는 이런 여성 감독, 여성 글쓰기
그리고 여성의 삶이라는 게 주요한 자극과 모티브가 되었기 때문에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작품은 1975년 프랑스 벨기에에서 같이 만든 작품이고요.
사실 원제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잔느 딜망, 쿠 코메르스가 28번지 브루셀 1080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주소예요.
바로 잔느 딜망이 살고 있는 장소가 왜 이렇게 중요하게 제목에 언급되었을까.
이것도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여성 감독 최초로 사이트 앤 사운드지에 1위로 선정됐습니다.
더 주목할 거는 톱10 안에 지금까지 든 적도 없습니다.
어떤 영화가요?
여성 감독의 영화가요.
그런데 1위로 올라간 겁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3시간 30분의 러닝 타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뭐 요즘에야 워낙에 긴 영화도 많으니까 이게 뭐 길어라고 생각이 들겠지만 만약 보신다면 어떤 생각이 드냐면 3일 동안의 일상을 거의 1시간 10분씩 보여주는 셈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러니까 거의 달라질 것 없는 한 여성의 삶을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들기까지의 과정을 3일 내내 보여주는 겁니다.
3일 내내 보여주고 그게 3시간 반 동안 일어나고요.
영화를 보시게 되면 여기서 지금 어떤 변화가 일어났지?
아침에 일어나서 이를테면 우리로 치면 앞치마 같은 걸 입고 아침을 준비하고 아들의 구두를 손질하고 둘째 날도 거의
비슷해 보이는데 뭐가 다르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끔 하고요.
우리 지금 카메라 워킹 얘기도 많이 했어요.
가령 줌 인 트랙 인 같은 걸로 역동적인 심리를 표현했다고 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디포커스를 통해서 여러 가지 것들을 한꺼번에 동일선상에 초첨을 맞춰서 권력관계를 연상하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잔느 딜망이라는 영화는 마치 정물화를 그리듯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 카메라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선택이 2022년에는 매우 의도적 선택이고 주제를 부각하는 새로운 기법이라는 게 더더욱 합의가 됐다고 할 수 있을 텐데요.
그녀의 일상을 조금 더 보겠습니다.
그녀는 하루 종일 아침에 일어나서 아들을 위해서 밥을 차리고 침대를 정리하고 그다음에 아들을 보내고 난 다음에는 옷을 단정하게 다시 입고는 사실 매춘을 합니다.
그리고 다시 옷을 갈아입기 전에 샤워를 꼼꼼하게 하고 다시 아들을 기다려서 매춘을 통해 번 돈으로 장을 보고
아들에게 밥을 차려주고 시시한 이야기들을,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하다가 또 잠이 듭니다.
이게 3일이나 반복이 되는데요.
이게 의미하는 건 어떤 걸까요?
3일 동안의 이 삶을 지켜보다 보면 그 집은 마치 감옥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녀는 이를테면 파산한 중산층 여성인데요.
파산의 원인도 남편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더 이상 돈벌이가 정확치 않고 돈을 벌기 힘들어진 이 여성이 아들과 먹고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생계형 매춘을 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건데요.
카메라는 마치 엄격한 관찰자처럼 그녀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부엌이 매우 중요한 일상으로 다뤄지고 있는데요.
부엌이라는 공간은 사실 지금 많이 세상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여성의 공간으로 많이 인식이 돼죠.
1970년대는 더더욱 그랬을 겁니다. 감자를 깎고 밀가루 반죽을 하고 이 부엌의 삶이라는 건 매우 반복되고 있는 벗어날 길 없는 일상이라는 생각을 더 강하게 보여주는데요.
무엇보다 그러면 지금 거의 50년이 다 지난 지금에서 보는 이 여성의 일상이라는 건 얼마나 달라졌을까가 이 부엌의 삶이 또 질문해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여성은 사회학적으로 어떤 기능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보여주는데요.
영화 속에서 여성은 이튿날 이후부터는 외출하는 장면도 보여주기는 해요.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철장으로 열고 닫는 이 엘리베이터는 마치 그녀가 스스로 감옥으로 되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시각적으로 전달해 주고 있기도 합니다.
로라 멀비는 숭배와 강간의 시선이라는 책에서 여성을 프레임으로 가두는 어떤 남성 중심적 시각에 대해서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프레임으로 가둔 것은 상업적 영화의 시선일 뿐만 아니라 어쩌면 일상이라고 부르는 우리의 삶 전체가 그랬던 것은 아닌가라는 걸 거꾸로 추적해서 보여주고 있고요.
이 잔느 딜망의 일상은 결국은 프레임에 갇힌 이런 시선을 반복해 보여줌으로써 어쩌면 영화 속 억압의 도구인 프레임이
우리의 일상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질문을 던집니다.
그래서 이 장면 한번 봤으면 좋겠는데요.
잔느 딜망은 한 번도 흐트러짐 없는 머리, 화장을 보여줍니다.
심지어 샤워를 할 때조차도 머리와 얼굴은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자기의 꼿꼿함을 유지하려고 하는 이 여성이 생계를 위해서 매춘을 하는 그런 모습은 오히려 아이러니를 아주 배가해 주는 장면이 되기도 하는데요.
그렇다면 왜 지금 다시 이 잔느 딜망일까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사 노동에 프레임으로 갇혀 있는 여성의 삶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물어보고 있기도 하고요.
이렇게 옷이나 옷하고 화장 그리고 머리 같은 이런 코스튬으로부터 또 여성은 얼마나 그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있는가라는 질문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성이 혼자 생계를 꾸려가는 건 50년 전과 달리 지금은 만만한 일인가, 특히 경력이 단절되고 아이를 키우는 싱글 맘으로서 그렇게 혼자 살아가는 건
과연 만만하게 되었는가라는 질문도 던지고 있습니다.
마지막 7분간 보여주는 이 장면은 단순히 남성과의 정사가 아니라 마치 남성에게 억눌려서 프레임 너머에 도저히 벗어날 길 없는
답답한 마치 레슬링에서 벌칙을 받는 듯한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벗어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도 느껴지고요.
그리고 이 정사에서는 여성적 쾌락이라든가 즐거움은 전혀 발견할 수 없는 그 장면을 목도하게 됩니다.
이 잔느 딜망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아까 처음 말씀드렸다시피 심사위원의 구성이 바뀌었다는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미투 해시태그 운동을 비롯해서 영화계에
강렬하게 불어왔던 여성주의의 시선이 여기에 담겨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제 여성의 삶을 다시 봐야 할 때가 진짜 되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이기도 하고요.
거꾸로 말하자면 사이트 앤드 사운드가 영화를 계속 뽑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여성 감독 영화가 이해가 된 것은 무슨 의미인가를 다시 한번 질문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강연에서는 사이트 앤드 사운드가 선정한 1위 영화들을 한번 그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봤는데요.
1위에 오른 영화들은 그 시대, 그 사람들의 삶에 대한 어떤 고민, 성찰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무려 60년 동안 1위를 차지했던 시민 케인은 상품을 넘어 예술이 된 영화의 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었고요.
그리고 현기증은 심리적이고 정신분석학적인 문제가 매우 중요해진 20세기 초반의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잔느 딜망은 여성이 영화적 소재나 대상이 아니라 주제가 되어야 하는 2020년대의 영화계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듯 달라진 1위 영화를 추적해 보는 일은 우리 변화를 비추는 거울을 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 스스로 얼마나 세상이 바뀌었는지 이 바뀐 세상을 영화가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를 함께 보는 일일 텐데요. 영화의 언어는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
영화의 가치는 시대와의 호흡 속에서 가는 데입니다.
1위를 차지해서 훌륭한 영화가 되는 게 아니라 바로 1위가 되는 영화들은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잘 반영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1위를 차지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웃고 즐기는 여가선용도 물론 영화로써의 굉장히 중요한 가치입니다.
하지만 그 웃음과 즐거움은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복잡 미묘한 가치와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 목록, 사이트 앤드 사운드가 선정한 1위 영화 우리 시대 영화를 살펴보았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최고의 강연, 최강 1교시, 강유정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강연 최강 1교시에서 이번 강연을 맡은 영화 평론가 강유정입니다.
저는 강남대 글로벌 문화학부에서 문화 콘텐츠 전공 교수로 학생들에게 소설, 영화, 드라마, 광고, 뮤지컬 같은 서사 장르를 강의하고 있기도 하고요.
한편 아마 여러분 보셨을 수도 있는데 다양한 대중 매체에서 영화에 대한 글을 쓰기도 하고요.
그리고 방송에서 출연해서 이야기하는 영화 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늘 제가 여러분과 나눌 이야기는 우리 시대의 영화입니다.
영국의 영화 비평지인 사이트 앤드 사운드에서는 1952년 이후에 매 10년마다 우리 시대 영화를 선정해 오고 있습니다.
최근에 2022년 바로 사이트 앤드 사운드지에서 새롭게 영화 목록을 뽑았는데요.
중요한 건 여기서 최초로 여성 감독의 작품이 1위로 선정되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각각 10년마다 뽑는 사이트 앤드 사운드지의 1위 영화를 살펴보면 어쩌면 우리 시대의 영화,
그리고 우리 시대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영화가 무엇인가 한번 생각해 볼 수도 있고 또 다음에는 어떤 영화가 올지도 한번 예측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오늘 강연은 사이트 앤드 사운드지가 선정한 가장 위대한 영화, 그 영화에 대한 첫 번째 이야기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사이트 앤드 사운드지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은데요.
누가 뽑느냐.
바로 영국영화협회 British Film Institute라는 데서 바로 어디에 영국영화협회가 발간하는 영화 전문지인 사이트 앤드 사운드지를 통해서 이 목록을 정하게 됩니다.
제가 가장 흥미롭게 보는 건 이 주기인데요.
10년에 한 번씩 영화 리스트를 뽑게 되니까 이게 매년 뽑는 것과는 좀 다른 색다른 특징을 갖게 됩니다.
올타임 베스트 영화라는 목록을 가지고 영화를 뽑게 되는데 또 흥미로운 건 전 세계 각국의 영화 관련 전문가들, 감독을 포함해서 여러 전문가가 참여하게 됩니다.
게다가 이들이 1인이 10개씩 영화를 골라서 보내주게 돼요.
그래서 이 영화들을 다 합산해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영화가 바로 1위로 선정되는 그런 시스템입니다.
사이트 앤드 사운드지는 1952년에 시작했고 지금 2023년이니까 2022년까지 60년의 세월을 가졌고 6번의 투표를 거쳤다고 할 수 있겠죠.
흥미로운 건 1952년 처음 뽑을 때부터 그리고 2011년까지 무려 만으로 60년 동안 가장 유명한 영화로 저도 알고 있었어요.
Orson Welles의 시민 케인이 계속해서 1위를 차지했다는 겁니다.
아마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 내지는 나 영화 좀 공부해 보고 싶다 하시는 분들은 이 시민 케인이라는 이름 모르고는 영화 안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일 텐데요.
도대체 무슨 이유가 있길래 이렇게 오랜 기간 1위를 차지했던 걸까요?
그다음에 또 흥미로운 건 바로 이겁니다.
그런데 이렇고 60년간 1위를 차지했던 시민 케인이 갑자기 2012년에 다른 영화에게 1위 왕좌를 뺏기게 됩니다.
바로 앨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이라는 작품이었는데요.
현기증, 난 처음 들어보는데,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왜냐하면 앨프레드 히치콕 하면 우리에게 떠오르는 가장 첫 번째 영화는는 사이코라든가.
그리고 새한테 머리 조이는 영화 기억나시죠? 새라든가.
이런 작품들은 잘 기억에 남는데 현기증 뭐더라,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다음에 뽑은 10년이 지나서 2022년에 현기증은 순위가 2순위로 밀렸고요.
이번에는 샹탈 아커만의 작품인 바로 잔느 딜망이라는 작품이 1위로 오르게 됩니다.
매우 놀라운 일인 건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여성 영화 감독의 작품이 1위에 오른 게 바로 60년 사상 처음이기 때문인데요.
이런 것들은 어떤 변화를 보여주고 또 어떤 의미를 갖는 걸까요?
섬 업과 섬 다운이라는 제도를 만들어서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영화 평론가 아닐까 싶어요.
로저 이버트가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이트 앤드 사운드 이 목록은 영화인들이 유일하게, 유일하게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리스트라고 말할 정도인데요.
그의 글에 이렇게 써놓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뭐길래 거의 유일한 목록이라고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이 투표권자들의 면면을 보자면 평론가, 영화 프로그래머 그리고 큐레이터 등등 영화 기록관자, 아카이브를 보관하는 사람들, 영화학자까지 다 들어가 있고요.
무엇보다 조금 여러분도 눈여겨보시는 나는 좀 예술 영화관은 한 달에 한두 번은 간다 내지는 나는 작가주의 영화를 좀 따라서 본다고 하시는 분들은 이름이
익숙한 감독들도 이 투표권자들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가령 유전이라는 영화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리 애스터 감독이라든가.
그리고 태국 영화 아방가르드의 가장 앞선 이름을 차지하고 있는 아피찻퐁 위라세타쿤도 투표를 했고요.
그리고 마이클 만 감독도 있고.
-(영어)
-대만의 가장 유명한 작가주의 감독인 챠이밍량도 이름을 올리고 있고요.
그리고 아마 이 영화 많이 보셨을 거 같은데 돈 룩 업이라는 애덤 맥케이도 들어가 있습니다.
제임스 그레이라든가.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분노의 질주라고 하는 매드맥스를 만든 조지 밀러 감독도 들어가 있고요.
이렇게 잘 알려진 유명한 감독들이 투표권을 행사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더 익숙한 이름도 있습니다.
바로 우리 영화감독인 봉준호 감독, 홍상수 감독 그리고 류승완 감독 그리고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 감독.
그리고 최근에 벌새라는 영화로 굉장히 주목을 받았던 젊은 신예 감독이죠, 김보라 감독도 이 리스트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름을 쫙 보시면 투표하는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는 그리고 실력을 갖춘 영화인들이구나라는 게
아까 말씀드렸던 로저 이버트가 말한 이 영화 목록이야말로 내가 믿을 만한 목록이다라는 그런 신뢰도를 쌓게 되는 원인이 된다고도 할 수 있겠죠.
그런데 흥미로운 건 언제나 전문가 순위와 감독 순위를 따로 보여주게 됩니다.
사실 순위는 지금도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시면 250위 바깥까지도 있습니다만 저희는 주로 10위권 안팎의 이야기를 오늘 나누게 될 텐데요.
1위부터 12까지만 살펴보더라도 전문가 순위 1위는 오늘 제가 말씀드린 잔느 딜망이라는 이 영화가 1위를 차지했는데.
감독 순위에서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라는 작품이 떡하니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1위가 조금 다른 거예요.
물론 2, 3위 쪽 비교해 봤을 때 동경 이야기라든가 시민 케인이 들어가 있는 것은 비슷하지만 대부도 또 이를테면 순위가 매우 다른 작품 중 하나입니다.
왜 이렇게 차이가 있을까.
이것도 조금 이따가 설명을 드리겠지만.
감독이 보는 영화의 우선순위에 있어서 이를테면 영화적 기법의 문제라든가 혹은 촬영에 있어서 혁명적 순간을 가졌을 때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아무래도 영화 전문가들이 전부 다 모여서 투표를 할 때에는 이 영화가 가지고 시대적 의미 그리고 우리 사회에 있어서의 굉장히 중요한 메시지를
아마 주목해서 봤기 때문에 두 목록이 조금의 차이가 생기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60년 동안이나 1위를 차지한 그런 대단한 작품 시티즌 케인, 시민 케인을 한번 살펴볼 텐데요.
간략하게 한번 구성을 한번 볼게요.
일단 오손 웰즈 감독이 감독을 했고요. 그리고 포스터에 나와 있는 저 인물 바로 주연도 자기가 맡았습니다. 각본도 오손 웰즈가 썼습니다.
영화는 41년에 개봉을 했는데 그 당시에 굉장한 대형, 우리도 따지자면 CJ 같은 굉장히 큰 회사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회사에서 이 영화를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RKO Radio Picture라는 회사였는데요. 좀 재미있는 사연이 있어요.
오손 웰즈가 1915년생이라 고작 26살 때 이 영화를 만든 거거든요.
어떻게 가능했을까.
지금 같으면 제가 생각했을 때 대학을 졸업하기도 쉬운 나이가 아닌데 저 때 영화사 60년을 차지하는 대형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천재이기도 하지만 그를 믿어준 누군가가 있어서 영화를 제작하는 데 지원을 해줬을 거 아니며 바로 조금 전으로 돌아가 봐야 합니다.
바로 1938년에 이 오손 웰즈는 원래 연극 무대에도 오르는 배우이기도 했고요.
그리고 라디오 극을 만들어서 그 극을 송출하는 작가와 감독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전에 1938년 10월 30일에 바로 H.J 웰즈의 SF 소설인 우주전쟁을 너무나 그럴듯한 라디오 극으로 만들어 냈어요.
어떤 식으로 만들어 냈냐면 처음에 오늘 라디오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러다가 어디에선가 외계인이 침공을 했습니다.
지금 미국을 비롯한 온 지구가 외계인 침공 때문에 큰일이 났습니다라는 식으로 너무나 실감 나게 해서.
그때 당시 30년대 말이니까요. 1, 2차 세계대전 한창 중간이기도 했었잖아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진짜 외계인의 공습이 있는 줄 알고 혼비백산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바로 이 능력을 높이 산 스튜디오에서 이런 인물이라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수 있겠구나.
그러니까 이 사람한테 대형 프로젝트를 맡겨도 되겠다라는 신뢰감을 준 거죠.
오손 웰즈는 이런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할리우드는 아이가 가지고 싶어 하는 장난감을 만드는 곳이다.
그러니까 나는 한마디로 지금으로 따지면 굉장히 대중성 있고 상업성 있는 영화를 만들 자신이 있다라고 말한 거기도 하겠죠.
그래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바로 시티즌 케인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는데요.
줄거리와 내용을 살펴보자면 첫 번째 궁금함이 들죠.
케인이 누군가.
케인은 시티즌 케인, 시민 케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은 평범한 시민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대단한 언론 재벌이었기 때문인데요.
주인공의 풀 네임은 찰스 포스터 케인이라고 정해져 있습니다.
그는 어떤 말을 스스로 대사로 하냐면 나는 현재의 미국이고 과거에도 미국인이었고 그리고 앞으로도 항상 미국인일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는
그러니까 결국 케인이라는 나라는 인물은 내가 곧 미국이고 내가 꾸는 꿈이 아메리칸드림이고 나의 삶이 곧 미국의 삶이다라고 일종의 선언을 한 셈이죠.
어떻게 이런 선언이 가능했을까?
과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케인이라는 인물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집안에서 태어났던 걸까요?
하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대단한 집안에서 태어나지는 못했습니다.
콜로라도라는 이를테면 조금은 궁핍한 시골 마을에 어머니가 광산을 물려 받아서 어마어마한 부를 갖기는 합니다만 콜로라도는 노동의 환경은 있지만
배움이라든가, 세련된 문화를 배우기에 적합한 곳은 아니었던 거예요.
그래서 돈을 가지고 있는 그리고 돈만큼이나 권력을 가진 이 엄마는 후견인을 통해서 이 아이를 동부에 약간
세련되고 문화적으로 발달된 곳에 보내서 그곳에서 교육을 시키는 게 낫겠다라고 결정을 내립니다.
그래서 이 케인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의 따뜻한 요람, 따뜻한 보호에서부터 멀어져서 후견인과 살아가는 삶을 살아가게 되죠.
그런데 제가 아까 잠깐 언론 재벌이라고 말씀을 드렸잖아요.
그런데 그때 당시 실제로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라고 부르는 우리한테는 옐로 저널리즘이라는 말을 안겨준 사람이기도 합니다.
엄청난 언론 재벌이 실존하고 있었고요.
실존하다 보니까 혹시 여기서 나오는 찰스 포스터 케인이라는 인물은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 이름도 조금 비슷하잖아요.
이렇게 세 개, 세 개로 이루어져 있고 어감도 되게 비슷하거든요.
그 사람을 모델로 한 거 아니야라는 소문이 돌면서 약간의 시달림을 받았다고도 합니다.
그 시달림의 증거로 하나 많이 이야기하고 있는 게 뭐냐 하면 사실 아카데미 후보에 9개나 올랐는데 고작 각본상 하나만 받고 말았거든요.
60년이나 가장 최고의 영화로 선정이 돼서 사랑받는 영화였는데 아카데미에서는 고작 각본상 하나라는 것은
많은 사람이 조금 뒷말로 이거는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를 좀 화나게 해서가 아닐까.
그의 눈치를 본 많은 사람이 좀 투표를 주저했던 게 아닌가라는 소문이 남아 있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 영화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우리가 이거 하나는 꼭 알고 가야 해요.
바로 뭐냐 하면 로즈버드라는 이름입니다. 커피 이름 아닙니다.
우리한테 커피 이름처럼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왜냐하면 이 영화는 처음 시작할 때 이 찰스 포스터 케인이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해요.
떠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마지막 유언으로 로즈버드라는 말을 남기고 갑니다.
영화 속 대사에도 나오는데요.
도대체 이 로즈버드가 뭐냐.
뭔지 알아낼 수 있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 거냐고 서로 질문할 정도입니다.
엄청난 대부호가 혼자 대궐 같은 성에서 아주 외롭게 죽어갔는데 마지막으로 남겨진 로즈버드는 뭘까.
사람들은 막 추측하기 시작하죠. 이게 도대체 뭘까.
이것을 찾아가는 여정이 사실은 바로 시티즌 케인의 여정이기도 합니다.
가장 위대한 미국인이었지만, 가장 초라하게 죽어간 남자가 마지막 단말마처럼 내뱉은 말, 로즈버드란 무엇일까.
이 긴 여정을 찾다 보면 폐허가 된 집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 바로 썰매가 하나 발견이 되는데 그 썰매 뒤편에 로즈버드라는 게 새겨져 있었죠.
어쩌면 너무나 사소한 것 그리고 아무도 그 의미를 모르는 것에 이 사람의 인생의 정수가 담겨 있었다는 게 이를테면 삶의 허무함과 아메리칸드림이라 말했던,
그 창대했던 꿈의 결말이라는 게 이렇게 소소했던 건가라는 허무감을 전달해 주기도 하는데요.
사실 이 로즈버드는 소년 시절, 이를테면 엄마가 이 콜로라도에서는 배울 게 없어.
너는 더 먼 곳에 가서 더 큰 곳에 가서 큰 인물이 되라고 말했지만, 정작 자신이 정말 꿈꿨던 것은 마음 놓고 엄마,
아버지가 집 안에 있는 동안 바깥에서 썰매를 탔던 그 유년기의 추억은 아니었을지.
그리고 썰매 하나만 있으면 행복해서 더할 나위 없이 바랄 게 없었던 그 소년 케인이 마지막 눈 감은 순간에 정말 그리웠던 대상은 아닌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그러니까 진짜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로즈버드라는 이 이름에 압축해서 시민 케인을 통해 바로 오손 웰즈가 던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이런 주제적인 측면 만으로 이 영화가 60년간 1위를 차지한 것은 아닙니다.
흥미롭게도 이 영화가 부각되기 시작했던 그 시점에는 카이에 뒤 시네마라고 부르는 프랑스의 비평가 그룹들이 활동하기 시작했는데요.
이 카이에 뒤 시네마의 비평가 그룹은 다름이 아니라 상업화되어 있는 영화들이 아니라 다른 과정에서의 공정,
그러니까 작가라고 부를 수 있는 감독들이 따로 있다고 선언하게 됩니다.
그 작가라고 부를 수 있는 감독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올려놓고 마치 하나씩 클립을 만들어서 그런 식으로 만들어 내는 공장형 영화나 혹은 영혼이 없어 보이는, 재미만 있는 영화가 아니라
뭔가 생각해 볼 만한 여지를 가지고 있는 것들이라고 해서 굉장한 상찬을 하게 돼요.
바로 작가라는 건 오터고 오터는 저자라는 뜻이며 이건 일종의 작품이자 예술의 반영으로 올라가는 영화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 앙드레 바쟁을 비롯한 카이에 뒤 시네마는 계속해서 이 영화 목록을 정하는 데 있어서 비평적인 힘을 발휘하게 되고요.
제가 영화 비평가기도 하지만, 영화 비평가로서 영화계의 가장 큰 영향력도 미치고 서로 교호 작용을 하면서 정말 긍정적 시너지를 냈던 가장 행복했던 시기가 바로 이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보자면 이 미장센이라는 말도 사실 불어인데 샴푸 이름이기도 하죠. 불어인데, 왜 불어에서 왔는지 눈치를 좀 채셨을 거예요.
이 미장센이라는 용어 자체가 영화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기법적인, 시각적인 촬영
그리고 조명, 음악, 이 모든 요소가 합쳐져서 갖게 되는 예술적 요소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영어)
-오손 웰즈의 이 미장센은 바로 여기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다름 아니라 딥 포커싱이라고 부르는 매우 중요한 영화적인 기법의 발견에서 볼 수 있는데요.
-(영어)
-이 미장센의 핵심을 이루는 것들을 보자면 일단은 새로운 기법을 바로 오손 웰즈가 영화의 발명에서 적용까지 했다는 겁니다.
저는 깜짝 놀란 게 오손 웰즈가 천재가 아닌가 싶었던 게 실제로 오손 웰즈는 영화 학과를 다녔다거나 영화를 배운 경험이 없다고 해요.
그냥 역마차라는 영화를 여러 번 보면서 저렇게 영화를 찍어야지라고 독학을 했다고 하는데요.
-(영어)
-(영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오손 웰즈가 이룩한 여러 가지 새로운 기법과 촬영에 대해서 이름만 먼저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제가 아까 죽어가는 시점에서 영화가 시작해서 과거로 돌아간다고 말씀드렸잖아요.
플래시백이라는 것, 그러니까 흔히 말해서 태어나는 순간 영화가 시작해서 끝나는 순간, 죽는 순간 끝나는 이런 구성을 연대기적 구성이라고 부릅니다.
대부분 영화는 그때 그렇게 연대기적으로 삶의 순서대로 영화가 조작이 되는 연대기적 구성이었어요.
그런데 시민 케인은.
-(영어)
(영어)
-삶의 끝에서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플래시백 기법을 썼다는 점에서 서사적으로 매우 독특한 도전을 했던 작품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광학적으로 딥 포커스라는 것을 활용해서 초점을 어느 한 사람에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등장하고 있는 모든 인물에게 초점을
맞춰 줌으로써 그 인물들의 구도를 새로운 역학 관계로 구성해 내고 권력관계까지 유추해 낼 수 있는 해석의 여지를 줬다는 겁니다.
미장센의 혁명 같은 것이었던 거죠.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 아래에서 위로 찍는, 바로 앙각이라 부르는 로우 앵글을 자주 보여주게 되는데요.
로우 앵글은 주로 정치인들이나 정치 지도자들, 심지어 독재자가 좋아하는 그런 앵글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아래에서 위로 찍으면 그 사람이 훨씬 더 위대해 보이고 커 보이는 효과를 갖게 되거든요.
그거 활용해서 시민 케인의 위대함을 여러 번 보여주고 있고요.
또 그리고 로 키 라이트라는 걸 씁니다.
이게 뭐냐 하면 조명을 매우 낮게, 어둡게 보여줌으로써 그래서 이 조명을 통해서 사람들의 감정이라든가 혹은 그 사람이 놓여 있는 위치 같은 것들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미장센으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몽타주 기법이라고 하는, 러시아 용어에서 발전된 이 편집 기법을 활용함으로써 또 그 사람의 생애를 입체를 적으로 보여주는 데 활용하고 있죠.
대략 이야기한 게 이 정도입니다. 바로 이 모든 것들을 영화 속에서 실현했다는 게 가장 중요한데요.
바로 이 딥 포커싱이라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영화의 내러티브와 관계 구도 그리고 권력 구조까지 다 설명을 해냈고 그래서 우리가 위대한 최초의 시간,
그 최초의 영화라고 부를 때 왜 시민 케인을 이야기하느냐라고 들뢰즈가 이야기할 때에도 바로 이 딥 포커싱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이 장면을 좀 주목해서 보셨으면 싶은데요.
이 그림을 보자면, 사진을 보자면 한 장면이에요.
포커스가 이 네 사람에게 모두 다 맞춰져 있습니다.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은 이게 무슨 내용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할 텐데.
일단 어머니가 바로 아들 케인의 미래를 결정하는 장면이거든요.
결정하는 장면인데 앞에 있는 사람이 남편이 아니에요. 후견인입니다.
아버지는 저 중간에 어중간하게 서 있는 남자가 바로 남편이에요.
그리고 정작 이 결정으로 인해서 운명이 바뀌게 될 케인은 창밖에 아무것도 모른 채 부모님에게, 후견인에게 인생을 맡긴 채 그냥 포커싱 되어 있습니다.
이 관계 설정을 한 장면으로 잘 보여주고 있는 게 바로 시민 케인을 만든 오손 웰즈의 일종의 천재성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영어)
-(영어)
-시민 케인은 이런 식으로 우리한테 굉장히 다양한 화면 구도 그리고 연대기적 접근을 다시 플래시백을 통해서
보여주는 플롯 구성, 여러 가지를 통해서 우리에게 미장센 그리고 시각적인 사고, 비가시적인 것을 통해서 가시적인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들, 입체적 플롯,
다양한 영화사의 혁명적인 순간들을 선사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60년간 지속된 오손 웰즈의 아성을 꺾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현기증으로 한번 넘어가 보죠.
알프레드 히치콕은 잘 알다시피 영국 태생의 감독이고요.
영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작업을 했던 감독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는 사이코나 새라는 작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감독이기도 합니다.
현기증은 1958년 작품이기도 하는데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사이코라든가 새보다는 덜 알려져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만 저는 이 작품의 등장이 매우 상징적으로 느껴졌어요.
왜냐하면 60년간 영화사의 일종의 비평적인 어떤 호흡을 가져오고 기법적 전환과 플롯의 혁명을 가져왔던 작품이 1위를 했다면
히치콕의 영화는 다름 아니라 심리적인 상태와 정신분석적인 인물을 통해 우리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어 하는 강한 내적 욕구가 발휘된 게
바로 1위의 선정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히치콕을 발견한 사람도 카이에 뒤 시네마 그룹이라고 말할 수 있을 텐데요.
누벨바그 영화감독들은 히치콕을 너무나 좋아해서 가령 아시는 분들 많을 텐데 브라이언 드 팔마는 사이코를 다시 만들면서 드레스드 투 킬이라는 작품을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히치코키언이라는 말도 있는데요. 히치콕 영화의 특징들을 이야기하는데 가령 언제나 아름다운 금발 여성들이 등장합니다.
-(영어)
-그리고 언제나 반전이 있고요.
-노.
모성적 투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은.
그러니까 여기 남자 주인공이 만나는 여성과 대결하는 어머니 캐릭터도 자주 등장하고요.
무엇보다 서스펜스가 등장하는 게 아주 독특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자기가 카메오로 등장을 장면들도 많이 있는데요.
가령 히치콕에는 금문교가 등장하고 있어서 랜드마크를 잘 활용해서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히치콕은 우리가 왜 영화를 보는지 그 내면의 은밀한 욕망을 건드는 데 천재였는데요.
가령 이창이라는 영화를 보자면 왜 우리는 영화를 보는가 이유 중의 하나가 사실 영화가 아니라면 절대로 볼 수 없는 남의 삶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관음증을 영화의 욕구로 전적으로 내놓은 감독이기도 해요.
-(영어)
-그래서 그런 긴장감을 보면서 남의 삶을 엿보지만 그 엿봄을 통해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게 바로 영화다라는 심리적 국면을 만들어 내게 되는 거죠.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용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서스펜스라는 건데요.
서스펜스는 이를테면 이런 감정입니다.
누군가 다가와서 영화 속 인물을 해하려고 할 때 영화 속 인물은 몰라요.
그런데 관객들은 알고 있습니다.
이 서스펜스라는 용어는 결국은 우리가 히치콕주의자라고 부르는 코엔 감독이라든가 여러 감독들이 활용하고 봉준호 감독도 무척 애정하는 그런 영화적 기법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관객도 놀라고 한편으로는 등장인물도 같이 놀라는.
이를테면 살인의 추억에서.
-혼자 걷다가~ 어두운 밤이 오~
-논두렁에 숨어 있던 용의자가 갑자기 덮치는 장면, 이런 장면들은 모두가 같이 깜짝 놀라죠.
이런 걸 바로 호러, 공포스러운 장면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서스펜스는 굉장히 교묘하게 만들어진 감정인데요.
트뤼포와 히치콕이 대화를 나누면서. 트뤼포 아까 누구였죠?
바로 카이에 뒤 시네마 그룹의 감독이자 비평가인데요.
둘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서스펜스를 설명합니다.
탁자 밑에 갑자기 폭탄이 터져서 다 다치는 걸 보여주는 것보다 오히려 관객에게만 탁자 밑의 폭탄을 보여준 다음 이 등장인물 둘은 모른 채로 시간이 가는 걸 보여줘 봐라,
이게 바로 서스펜스다라고 설명을 하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는 스크린 너머 사람들에게 아무런 정보를 전달할 수 없는 무력한 관객인 거예요.
뭔가 알려주고 싶지만 스크린 너머에 있는 두 배우, 두 연기자들은 이미 다른 세계에 존재하고 있죠.
그 갑갑함을 심리적으로 잘 활용해 보자는 게 바로 히치콕의 제안이었던 겁니다.
이런 장면 이야기해 볼까요?
추격자 같은 영화에서 서영희 씨가 막 도망을 나왔어요.
도망을 나온 다음에 위협을 당하는 걸 관객들은 다 압니다.
그런데 막상 등장인물들은 아무도 모르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벌어지는 게 바로 서스펜스인데, 히치콕은 서스펜스는 감독이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는 긴장감이다.
이걸 잘 활용하는 게 바로 영화의 묘미라는 걸 알려준 감독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관객의 주의를 끄는 요소들을 넣을 수밖에 없는데 하나 용어를 좀 더 팁으로 알려드리면 맥거핀이라는 용어가 있거든요.
맥거핀이란 실컷 쫓아갔는데 허탕 친 기분, 이런 것들을 선사하는 겁니다.
바로 영화 싸이코에서 우리는 영화 전반부 한 시간 내내 그녀가 돈을 안전하게 훔칠 것인가를 집중하게 되고 돈의 안위에만 모두가 다 관심을 기울이거든요.
하지만 막상 목숨을 잃고 나서는 돈을 가지고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싸이코 아시다시피 어떤 영화입니까?
그녀가 목숨을 뺏기느냐, 안 뺏기느냐가 중요한 범죄 영화 그리고 살인마 영화거든요.
이렇게 잘못된 미끼를 따라가도록 만듦으로써 영화가 주는 반전 효과를 크게 만드는 그런 장치들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이런 맥거핀이 어디서 유래했느냐.
좀 많은 설이 있지만 이미 해외 특파원이라는 영화에 맥거핀이라는 이름이 등장했다고도 하고요.
그러니까 맥거핀은 맥거핀이 아니라 그냥 강유정이라고 불러도 상관이 없는 아무것도 아닌 것, 이런 의미가 더 강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현대 영화에서도 이 맥거핀을 잘 살리고 있는 영화가 있는데요.
보통 이제 스파이 영화에서 많이 쓰이고.
-No.
-최근에는 이 맥거핀이란 영화를 아마 미션 임파서블에서 토끼 발이라는 용어로 들어보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식으로 사람들의 주의를 현혹하는 영화적 기법으로 자주 활용되고 있는 게 바로 이 맥거핀입니다.
이렇게 영화의 여러 가지 요소를 통해서 사람들의 긴장감을 만들어냈는데요.
바로 버티고에서는 버티고 이펙트라는 걸 만들어냅니다.
줌 인 트랙 아웃이라고도 불리는 바로 기법인데요.
줌을 넣으면서 트랙은 그대로 있게 되면 뭔가 떨어지는 듯한 그리고 확실히 어딘가로 추락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는데
버티고라는 이 이름은 현기증을 의미하기도 하고 고소공포증에서 느껴지는 어지럼증을 영화에서는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어지럼증은 어때요?
매우 주관적인 감정입니다.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까, 고민될 때 바로 히치콕이 이 트랙 아웃 줌 인 기법을 통해서 어지러움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내는 하나의 현취를 거두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심리적인 국면을 시각적으로 묘사하는 데 아주 탁월한 감각을 가진 게 바로 이 히치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듯 히치콕은 사람들이 들고 있는 영화를 보는 깊숙한 숨은 욕망을 잘 건드렸고요.
이 욕망을 통해서 결국은 내가 나를 분석하고 싶어 하는 20세기 현대인들의 감정과 잘 교호 작용을 일으켰는데요.
우리가 2022년 개봉했던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면서도 자꾸 히치콕의 현기증을 얘기했던 이유도
바로 그런 심리적 드라마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2022년에 1위를 차지하게 된 새로운 영화, 잔느 딜망에 대한 얘기로 넘어가 봐야 할 것 같은데요.
다른 얘기를 인용하면서 시작하겠습니다.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이라는 강연록에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만약 셰익스피어에게, 만약, 주디스라는 이름의 여동생이 있었다면 그리고 그녀가 셰익스피어만큼이나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면
과연 그녀는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었을까라는 가상의 질문을 던진 겁니다.
하지만 그녀는 아마도 16세기 삶에서 자신의 꿈을 이뤄내기는 어려웠을 걸로 봅니다.
왜냐면 같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여성 작가의 삶이라는 건 1600년대에는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제가 이 말을 드리는 이유는 바로 2022년 잔느 딜망이라는 작품이 부각된 데에는 이런 여성 감독, 여성 글쓰기
그리고 여성의 삶이라는 게 주요한 자극과 모티브가 되었기 때문에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작품은 1975년 프랑스 벨기에에서 같이 만든 작품이고요.
사실 원제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잔느 딜망, 쿠 코메르스가 28번지 브루셀 1080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주소예요.
바로 잔느 딜망이 살고 있는 장소가 왜 이렇게 중요하게 제목에 언급되었을까.
이것도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여성 감독 최초로 사이트 앤 사운드지에 1위로 선정됐습니다.
더 주목할 거는 톱10 안에 지금까지 든 적도 없습니다.
어떤 영화가요?
여성 감독의 영화가요.
그런데 1위로 올라간 겁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3시간 30분의 러닝 타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뭐 요즘에야 워낙에 긴 영화도 많으니까 이게 뭐 길어라고 생각이 들겠지만 만약 보신다면 어떤 생각이 드냐면 3일 동안의 일상을 거의 1시간 10분씩 보여주는 셈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러니까 거의 달라질 것 없는 한 여성의 삶을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들기까지의 과정을 3일 내내 보여주는 겁니다.
3일 내내 보여주고 그게 3시간 반 동안 일어나고요.
영화를 보시게 되면 여기서 지금 어떤 변화가 일어났지?
아침에 일어나서 이를테면 우리로 치면 앞치마 같은 걸 입고 아침을 준비하고 아들의 구두를 손질하고 둘째 날도 거의
비슷해 보이는데 뭐가 다르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끔 하고요.
우리 지금 카메라 워킹 얘기도 많이 했어요.
가령 줌 인 트랙 인 같은 걸로 역동적인 심리를 표현했다고 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디포커스를 통해서 여러 가지 것들을 한꺼번에 동일선상에 초첨을 맞춰서 권력관계를 연상하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잔느 딜망이라는 영화는 마치 정물화를 그리듯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 카메라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선택이 2022년에는 매우 의도적 선택이고 주제를 부각하는 새로운 기법이라는 게 더더욱 합의가 됐다고 할 수 있을 텐데요.
그녀의 일상을 조금 더 보겠습니다.
그녀는 하루 종일 아침에 일어나서 아들을 위해서 밥을 차리고 침대를 정리하고 그다음에 아들을 보내고 난 다음에는 옷을 단정하게 다시 입고는 사실 매춘을 합니다.
그리고 다시 옷을 갈아입기 전에 샤워를 꼼꼼하게 하고 다시 아들을 기다려서 매춘을 통해 번 돈으로 장을 보고
아들에게 밥을 차려주고 시시한 이야기들을,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하다가 또 잠이 듭니다.
이게 3일이나 반복이 되는데요.
이게 의미하는 건 어떤 걸까요?
3일 동안의 이 삶을 지켜보다 보면 그 집은 마치 감옥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녀는 이를테면 파산한 중산층 여성인데요.
파산의 원인도 남편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더 이상 돈벌이가 정확치 않고 돈을 벌기 힘들어진 이 여성이 아들과 먹고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생계형 매춘을 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건데요.
카메라는 마치 엄격한 관찰자처럼 그녀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부엌이 매우 중요한 일상으로 다뤄지고 있는데요.
부엌이라는 공간은 사실 지금 많이 세상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여성의 공간으로 많이 인식이 돼죠.
1970년대는 더더욱 그랬을 겁니다. 감자를 깎고 밀가루 반죽을 하고 이 부엌의 삶이라는 건 매우 반복되고 있는 벗어날 길 없는 일상이라는 생각을 더 강하게 보여주는데요.
무엇보다 그러면 지금 거의 50년이 다 지난 지금에서 보는 이 여성의 일상이라는 건 얼마나 달라졌을까가 이 부엌의 삶이 또 질문해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여성은 사회학적으로 어떤 기능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보여주는데요.
영화 속에서 여성은 이튿날 이후부터는 외출하는 장면도 보여주기는 해요.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철장으로 열고 닫는 이 엘리베이터는 마치 그녀가 스스로 감옥으로 되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시각적으로 전달해 주고 있기도 합니다.
로라 멀비는 숭배와 강간의 시선이라는 책에서 여성을 프레임으로 가두는 어떤 남성 중심적 시각에 대해서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프레임으로 가둔 것은 상업적 영화의 시선일 뿐만 아니라 어쩌면 일상이라고 부르는 우리의 삶 전체가 그랬던 것은 아닌가라는 걸 거꾸로 추적해서 보여주고 있고요.
이 잔느 딜망의 일상은 결국은 프레임에 갇힌 이런 시선을 반복해 보여줌으로써 어쩌면 영화 속 억압의 도구인 프레임이
우리의 일상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질문을 던집니다.
그래서 이 장면 한번 봤으면 좋겠는데요.
잔느 딜망은 한 번도 흐트러짐 없는 머리, 화장을 보여줍니다.
심지어 샤워를 할 때조차도 머리와 얼굴은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자기의 꼿꼿함을 유지하려고 하는 이 여성이 생계를 위해서 매춘을 하는 그런 모습은 오히려 아이러니를 아주 배가해 주는 장면이 되기도 하는데요.
그렇다면 왜 지금 다시 이 잔느 딜망일까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사 노동에 프레임으로 갇혀 있는 여성의 삶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물어보고 있기도 하고요.
이렇게 옷이나 옷하고 화장 그리고 머리 같은 이런 코스튬으로부터 또 여성은 얼마나 그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있는가라는 질문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성이 혼자 생계를 꾸려가는 건 50년 전과 달리 지금은 만만한 일인가, 특히 경력이 단절되고 아이를 키우는 싱글 맘으로서 그렇게 혼자 살아가는 건
과연 만만하게 되었는가라는 질문도 던지고 있습니다.
마지막 7분간 보여주는 이 장면은 단순히 남성과의 정사가 아니라 마치 남성에게 억눌려서 프레임 너머에 도저히 벗어날 길 없는
답답한 마치 레슬링에서 벌칙을 받는 듯한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벗어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도 느껴지고요.
그리고 이 정사에서는 여성적 쾌락이라든가 즐거움은 전혀 발견할 수 없는 그 장면을 목도하게 됩니다.
이 잔느 딜망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아까 처음 말씀드렸다시피 심사위원의 구성이 바뀌었다는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미투 해시태그 운동을 비롯해서 영화계에
강렬하게 불어왔던 여성주의의 시선이 여기에 담겨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제 여성의 삶을 다시 봐야 할 때가 진짜 되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이기도 하고요.
거꾸로 말하자면 사이트 앤드 사운드가 영화를 계속 뽑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여성 감독 영화가 이해가 된 것은 무슨 의미인가를 다시 한번 질문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강연에서는 사이트 앤드 사운드가 선정한 1위 영화들을 한번 그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봤는데요.
1위에 오른 영화들은 그 시대, 그 사람들의 삶에 대한 어떤 고민, 성찰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무려 60년 동안 1위를 차지했던 시민 케인은 상품을 넘어 예술이 된 영화의 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었고요.
그리고 현기증은 심리적이고 정신분석학적인 문제가 매우 중요해진 20세기 초반의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잔느 딜망은 여성이 영화적 소재나 대상이 아니라 주제가 되어야 하는 2020년대의 영화계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듯 달라진 1위 영화를 추적해 보는 일은 우리 변화를 비추는 거울을 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 스스로 얼마나 세상이 바뀌었는지 이 바뀐 세상을 영화가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를 함께 보는 일일 텐데요. 영화의 언어는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
영화의 가치는 시대와의 호흡 속에서 가는 데입니다.
1위를 차지해서 훌륭한 영화가 되는 게 아니라 바로 1위가 되는 영화들은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잘 반영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1위를 차지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웃고 즐기는 여가선용도 물론 영화로써의 굉장히 중요한 가치입니다.
하지만 그 웃음과 즐거움은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복잡 미묘한 가치와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 목록, 사이트 앤드 사운드가 선정한 1위 영화 우리 시대 영화를 살펴보았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최고의 강연, 최강 1교시, 강유정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